예고도 없이 떠오른 의식.
안경조차 끼지 않은 채
흔들리는 몸은 거리로 나선다
노인의 임종처럼 깜빡이는 가로등 아래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올려다 보며
긴 한숨과 함께 연기를 피올렸다가
이내 꿈처럼 사그러든다
점점 무거워지는 옷만큼
휘어진 마음은 슬프다 못해 아련하다
구름처럼 내뱉는데도
산더미처럼 짓누른다
무엇하나 바라지 않는데
무엇인가 바라는 몽상가처럼
그리워지는 건
근거도 없는 믿음으로 가득찬
광신도의 새벽기도임을 증명한다
흩날리는 비를 맞으며
불꽃은 떨어져나가고
쓸떼없는 눈물을 참은 뒤
축축하게 젖어버린 마음을
메마른 손길로 털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