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처음엔 누구나 다 같이 조용히 기다리는 것이다.
조금씩 몸이 달아올라도 아무도 모르고
곧 폭발할 것 같이 뜨거워져도 내색하지 않으며
정확히 100도가 될 때까지 묵묵히 기다리는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튀어오를 시간이 되었을 때
그제야 라면을 넣는 것이다.
데워진 물에 라면뿐만 아니라
매운 분말 스프도, 딱딱한 건더기 스프도 넣어서
함께 끓어오르는 것이다.
모두가 어우러져서 국물이 되고
죽어 있던 면발도 부드럽게 살아나고
그릇에 조심스럽게 받아서 상에 올리면
드디어 먹을 수 있는 라면이 탄생하는 것이다.
서로 섞여 있지도 않고 떨어져 있지도 않은,
라면이란 물과 면과 스프가 서로 손을 잡는 것이다.
혼자서 될 수도 없고, 서로서로 함께 맞닿아
그 긴 기다림 속에서 같이 침묵하여
진한 국물에 얼큰한 라면이 되는 것이다.
라면을 먹으며, 어느 피조물의 탄생을 지켜보며
나는 오늘도 그들에게서 한 수 배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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