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 속에서 나는 누군가를 보았다.

by 크리켓≪GURY≫ posted Jul 09,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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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이름은 삼식이라고 하였다.
 뒷산을 오를 그가 짊어진 지게는
 바람만 휘 하고 불며 초라하게 떨렸다.

 눈이 몰아치는 12월의 밤에
 조용히 방 한 칸 지키기 위해 그가 일어나
 뒷산을 쫒아 갔다.
 벌벌 떠는 다리를 붙잡고
 뒷산이 부르는 그곳으로 갔다.

 폭풍이 몰아치는 깊은 산속에서
 그의 모습은 마치 설인과 같았다.
 묵묵히 나무를 도끼로 가지를 훑어내며,
 그러면서 간간히 흐르는 콧물을 닦고
 한 손에 가득한 마른 가지를 지게에
 꾹꾹 눌러 담았다.

 그날 하루 그의 집은 불꽃으로 번뜩였다.
 밖에 부는 얼음 칼날의 바람도 스며들지 못하고
 그와 세 명의 아들은 불에 의지하며
 조용히 생명을 피워내었다.
 
 눈보라 그치고
 눈보라가 다시 불고
 그리고 그치기를 여러 해.
 
 묵묵한 설인은 눈보라가 좋아
 산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설인의 가장 가까웠던 세 개의 털가죽도
 차가운 눈보라를 맞이하여 싸늘히 식었다.
 
 그런데도 나는 뒷산에서 설인의 그림자가 보인다.
 눈이 몰아치는 날이면 어김없이 울부짖는
 애처로운 목소리의 괴성이
 마을을 흐르고.
 
 그가 사라진 길을 따라 걸을 때면
 길에 남은 발자국이 보이곤 한다.
 내려오지 못하는 슬픔과 안타까움이 뭍어나는
 그런 눈보라 속, 누군가의 발자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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