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드는 생각입니다만
웅녀의 핏기어린 존재
환웅을 져버려
인간이 되지 못 한
한반도를 닮은 호랑이
굴 밖에서 방황하던 그가
그 딱한 사정
하루만 바꾸어
제가 되어준다면
전 이미 덮은 교과서
가지런히 버려두고
목멱산 밟아 올라
모가지를 쳐들어
미약했던 생명의 신호를
범의 대형 대동맥 염통에서
우렁찬 한숨으로 바꿔놓겠지요.
그러다 한 풀은 호랑이가
다시 몸을 바꾸길
간청하면
저는 이번엔
인간이 되지 못 할 게 아니라
인간이 되지 않은 호랑이로
방황하여
이젠 제 몸을 닮았을
한반도
발톱 끝자락까지도
탐닉하여줄 터이니
비록 털난 네 발에
목달버선조차 못 신고
환신께서 내려보시거든
삼시능장을 당할 테지만
차가운 흙바닥에
아직 남은 온기
제 발과 나눠가질 수 있기에
그는 필시
즐거운 방황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