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먼 옛날, 기록 따윈 없었고
풀잎이, 공기가 떨릴 어떤 소리만이 남아
사람들의 뇌 속에 각인되었다.
쉽게 그리고 지울 수 없던 옛날,
사람들의 삶의 기록도 이와 같았고
업적을 남긴 사람을
그때는 쉽게 지울 수 없었다.
지우개가 생겼다.
지우개 말고도 다른 것으로도 수정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러한 수정은 흔적이 남아
사람들은 보물찾기를 할 수 있었다.
어떤것에 수정되어서 없으면
반드시 어떤 곳에 나타났다.
보물찾기는 성공했고
수정으로는 사람의 머리를 속일 수 없었다.
오랜 세월이 흘러
이제 백지와도 같은 하얀 바탕에
수정한 흔적도 없이
글자를 쓰고 지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조금씩 엹어져간다.
이전의 기록도, 그때의 사람들의 생각도,
심지어는 누군가의 생각 그 자체도.
이제 남겨진건 백지 한장.
...무엇을 쓰고 지울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