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14 11:46

이야기꾼 (5)

조회 수 348 추천 수 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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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곱창이나 생간하곤 안녕이다!

 

 아, 너무 말이 앞섰네. 기뻐서 그래. 선지국은 예전에도 곧잘 먹던거라 상관없었지만, 내장을 먹는건 기분이 엄청 나쁘더라고. 일주일이 멀다하고 헌혈을 했으니 피 만드는데 좋다는건 매일같이 먹었으니.. 특히 간은 민달팽이를 떠올리게 만들어서.. 아놔. 적고나니 쏠린다.. 윌 비 롸잇 백. 토 좀 하고.

 

 으어.. 회복을 위해 도시에 체류한지 거진 3주가 되어간다. 상당히 지루한 경험이긴 했지만, 이제 그것도 곧 끝날테니 웃음이 절로 난다. 마샬을 위한 의식이 이제 끝났기 때문이다. 내가 전문가가 아니라 잘은 모르겠지만 분명 그럴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놈이 그간의 복수라면서 내 목을 조를리가 없지. 덕분에 진짜로 죽는 줄 알았다. 뭔 복순가 싶었는데, 가만보니 손 냅두고 꼬리로 조른게 떠올랐다. 그래서 납득까진 했지만.. 혼수상태인줄 알았는데 어떻게 그건 또 기억을 하고 있냐? 징한 놈.

 

 지금은 어떠냐고? 제 2의 살인미수 사건을 피해 복도로 나와있다. 방 안이나 밖이나 거기서 거기긴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 눈이 있는 곳에선 마샬도 행동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 아니 행동이라기보다도 기척 자체를 안한다. 사람들이 자기 존재를 눈치채면 어떤 행동을 취할지 다 아는거지. 사람들이 마샬을 봤을때 반응이 다 그렇다. 뻐큐 머겅 물 머겅 엿 머겅 물엿 머겅.. 단내나는 새끼들. 아니 그 반응들이 정상이긴 한데, 같이 다니는 이상 팔은 안으로 굽을 수 밖에 없다. 내 목숨을 빚지고 있으니 더더욱 그럴 수 밖에 없지.

 

 곧 떠날 거란 생각에 여비를 확인하러 은행에 들렀다. 그런데 이거 생각보다 위험하다. 보안 유지가 되는건 고통의 집 아니면 이 호텔 밖에 없어서 여기서 묵은거였지만.. 비싸도 너무 비싸! 어지간하면 그냥 떠나려고 했는데, 나그네 노잣돈 정도도 안되는 돈을 들고선 무리다. 이 도시에서 돈을 벌어갖고 가기 전엔 떠나지도 못해. "잘 있거라, 웨스트스톤!" 하고 말하면서 다른 곳으로 향하는 모습을 떠올렸건만, 그건 좀 훗날의 일이 될 모양이다.

 

 이 공책에 '뭘 해서 먹고 살까' 같은 사람 사는 이야기를 적는건 처음인 것 같다. 그 만큼 내가 평범한 사람하고 거리가 있단 말도 되겠지. 뭐, 이제라도 평범해지면 되는거다. 뭘로 돈을 만져봐야 잘했다는 소리를 들을까?

 

 모르겠다.

 

 아니, 대충 생각해보고 하는 소리가 아니고 진짜로! 경력이 길진 않아도 나 탐험가 일은 나름 잘하는 사람이야. 산도 잘타고, 야생에서 먹을 거 못 먹을거 가릴 줄 알고, 문자 해독에 재능도 있고, 육탄전에 사격술, 다른 문명권의 도덕이나 예의도 생활화되어있고, 연기도 잘 하고..

 

 왜 이렇게 눈물이 나지? 아니 진짜.. 구구절절이 늘어놓고 있으니 되려 능력없는 날백수 같은 이미지가 잡히잖아. 구라도 아닌데.. 어떻게 내가 연마한 기술을 살릴 방법은 없는걸까?

 

 이거 고민하다가 복도가 추워서 방으로 도로 들어갈 뻔 했다. 지금 들어갔다간 죽을거야. 목조를때 풀려나려고 그 녀석 뿔에 주먹질을 했거든. 내가 죽는 줄 알았다고 말했잖아! 발이 바닥에서 떨어졌다고.. 주먹질의 효과는 직빵이었지만, 꼬랑지 슥슥 문질러줄때하곤 눈빛이 사뭇 달랐다. 내가 지옥을 향한 카운트다운을 시작해버린건 아닌지..

 

 생각해보니 내가 무슨 일을 잘하겠구나 못하겠구나 하고 일일이 따져봤자, 자신있는 분야에 자리가 날 지는 순전히 운에 따른 거잖아. 지체하면 다른 사람이 그 자릴 차지해버릴 수도 있는거고. 이러고 있을게 아니라 되는 대로 찔러보는게 낫겠다. 편의점이든 설문조사든 배달이든 간에 말이다.

 

 덧붙이자면 난 이삿짐 센터나 물류 센터 일은 절대로 안한다. 남자는 허리가 생명이라고들 하지? 그거 하면 유 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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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클레어^^ 2012.04.15 08:18

    호오~. 일단 배경은 현실인가 보네요.

    저 이야기꾼의 이름은 언제쯤 나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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