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02 22:43

나의 사랑 아버지 -5-

조회 수 401 추천 수 1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위에 대한 지적이 있었습니다.

사실 나름대로 조절중이었는데 더 노력해야겠군요

--------------------------------------------------------------------------------------------------------------------------

 

5

 

 

래된 백열전구에 아스테이지가 덮혀 있었다.

방 전체를 붉게 물들여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알수있다.

묵힌 아로마향, 알 수없는 오묘한 공기. 탁막힌 답답함.

 '푸줏간'

 

승완의 눈이 왼편에서 들려오는 숨소리를 향했다.

 

"넌 뭐야? "

 

어디선가 한번쯤 본 여자가 앉아있었다.

 

" 임 시은인데요 "

 

" 아... 이름은 됬고... 왜 아직도 여기있냐고... "

 

" 아직 안했으니까요 "

 

" ...뭐? "

 

이런 당돌한 여자는 처음본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

 

" 됐어. 나가봐... 지금은 안되겠어. "

 

" ................ "

 

엉덩이에 철추를 밖았는지 시은은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도 안하는 듯 보였다.

 

" 왜 안나가는거야? 내 말 못들었어? "

 

대답은 없었다. 그저 말없이 옷을 벗을뿐.

 

" 야 너 뭐하는거야? "

 

팬티마저 다 벗은 시은이 이불속으로 침공했다.

 

" 거참 미친년일세.... "

 

" ........... 할때까지.... 이러고 있을거에요 "

 

" 몰라 니 맘대로해... 나 지금 못해 "

 

한 침대에 남녀가 같이 누워있는데, 이렇게나 비상식적인 풍경은 드물다.

둘의 시선은 천정. 자세는 차렷자세. 부딫히고 있지 않는 살결들.

마치 마을입구에 약간 거리를 두고 박혀있는 장승 같다고 할까.

 

" 저... 돈 벌어야되요... 빨리 나가고싶어요... "

 

오랜 침묵끝에 시은이 먼저 입을 열었다.

 

" 불쌍한년... 넌 어떻게 여기 오게 됬냐? "

 

승완의 고개가 왼쪽으로 돌아갔다. 둘의 눈이 마주쳤다.

 

" 엄마가 돈 빌렸어요... "

 

" 빌릴데가 아무리없어도 그렇지 이런데서 빌리면 어쩌냐 "

 

" 몰라요, 자고 일어나보니 여기였어요 "

 

승완의 입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내뱉지는 않을듯하다.

'여기서 나갈수 없어' 라는 말은 이 여자를 죽게 만들것만 같았다.

동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초롱한 눈빛이 차가운 마음에 핫팩을 터트린 듯 느껴졌다.

 

승완의 팔이 시은의 목덜미를 감쌌다.

그렇게 팔을 벤 채로 또 긴 침묵에 들어갔다.

 

" 대체 언제 할거에요.... 아저씨랑 먼저해야 돈벌 수 있대요 "

 

" 안해 "

 

" 아 쫌... 해요... "

 

" 안해 "

 

" 일안해요? 시간 없잖아요 "

 

" 일 안해도 돼 안해 "

 

" 아참 이상한 아저씨네.... "

 

" 안해 "

 

" 대체 왜.... 안해요? 맘에 안들어요 내가? "

 

" 아니 "

 

" 그럼.... 왜... "

 

" 그냥 너랑 좀 더 같이 있고 싶어졌어 "

 

" ......... "

 

침묵속에 시계추가 똑딱거렸다.

아무것도 하지않는 시간도 빠르게 흘러가는 듯 느껴졌다.

 

 

" 아저씨... "

 

" 응 "

 

" 나... 무서워요 "

 

" 뭐가? "

 

" 이렇게 돈버는거.... "

 

" 하기싫냐? "

 

" ................응 "

 

 

천장만 바라보던 둘이 동시에 눈을 감았다.

움직인 마음만큼 시계바늘이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시은이 눈을 떴을땐, 침대위엔 혼자뿐이었다.

처음부터 없었던것처럼. 침대위의 온기만을 빼고 전부 가지고 떠났다.

왠지 허탈해져 오는 가슴을 수리하고 일어서니,

동시에 무언가 바닥에 떨어졌다.

 

쪽지다.

 

'기다려'

 

" 풋 "

 

수리는 괜히 했네.

 

 

.

.

.


 

시간이 하루하루 지날 수록 초롱하던 눈빛은 점점 생기를 잃어 갔다.

승완은 가끔 그녀를 만나러 104호를 찾았지만,

그녀의 눈빛이 흐려져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결국 빛은 모두 사라졌다.

 

마치 앞이 보이지 않는 듯 했다.

 

 

'덜커덕'

 

요란하게 문이 열렸다.

 

" 이런... 씨발... "

 

승완의 눈에 비친것은 언젠가 본적있는 모습.

 

배를 움켜쥔 남자.

칼을 들고 있는 여자.

멍하니 서 있는 또 한사람.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는 승완.

 

아픈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잠시 감상에 빠질뻔 했던것을. 피냄새가 코를 자극하는 통에

멈출 수 있었다.

 

승완은 능숙히 시은의 손에 들린 칼을 뺐었다.

그리고 배를움켜진 남자를 향해 최후의 일격을 가하고 서는,

어깨에 짊어졌다.

 

그리고 멍하니 서있는 한 사람.

포주를 악에받친 눈빛으로 쏘아본다.

 

" 이거 먹고 입다물어. 안그럼 너도 이렇게 짊어져 줄게 "

 

포주가 입을 가리고 고개를 끄덕인다.

승완이 통장하나를 손에 쥐어주었다.

 

그리고 시은의 손을 잡고 104호를 빠져나갔다.

 

비가 무지막지하게 쏟아지는 밤이었다.

피비린내인지 비비린내인지 분간할수 없었던것은 행운이었다.

조수석에서 벌벌 떨고 있는 시은과는 무관하게,

승완은 묵묵히 자기 할일을 해냈다. 어깨에 짊어진 짐을 은밀하고도

신속하게 내려놓는데 성공했다.

가쁜숨을 몰아쉬던 승완이 차에 기대서 잠시 주저앉았다.

비에 흠뻑젖어 몸에 스며든 피들이 모두 씻겨나가길 기대하면서.

.

.

.

 

시은을 내려다보던 승완에게 왠지 그날의 피냄새가 다시 코를 자극하는 느낌이 들었다.

때맞춰 병실로 간호사가 들어오지않았더라면,

그 피냄새가 승완의 눈물샘을 자극하지 않았을까.

?
  • profile
    클레어^^ 2012.04.03 07:55

    호오~. 마지막은 다시 현재로 돌아온 건가요?

    그나저나 여자를 구하려고 자신이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하는 군요.

  • profile
    khashaker 2012.04.03 08:55

    오.. 뭔가에 빠진듯 읽게 되는군요. 다음편도 올려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2800 피그말리온【#8】 2 ♀미니♂ban 2012.04.01 384 0
» 나의 사랑 아버지 -5- 2 네이키드 2012.04.02 401 1
2798 나의 사랑 아버지 -6- 1 네이키드 2012.04.04 350 0
2797 아멘 4 다시 2012.04.05 378 1
2796 프리휴먼후기+차기작에대해 4 dbeld 2012.04.05 450 1
2795 [어제는 홈피 점검 중이라...]그래도 별은 빛난다 - 4. 도서관에서 2 클레어^^ 2012.04.08 352 1
2794 『각자의 시각에서 보는 감각 로맨스』횡단보도 25화! 1 ♀미니♂ban 2012.04.14 469 0
2793 이그드라실! 1화 10 윤주[尹主] 2012.04.14 575 1
2792 [새 인물 등장입니다.]그래도 별은 빛난다 - 5. 우연한 만남 클레어^^ 2012.04.14 356 0
2791 이야기꾼 (5) 1 드로덴 2012.04.14 348 0
2790 이그드라실! 2화 8 윤주[尹主] 2012.04.15 495 1
2789 프리휴먼 후기작2 2 dbeld 2012.04.21 388 0
2788 [사소한 것들은 빼고...]그래도 별은 빛난다 - 6. 악연(惡緣) 클레어^^ 2012.04.21 314 0
2787 참 말 부졀 것 없다 4 백치 2009.01.02 1046 1
2786 참 말 부졀 것 없다 - 외의 가루 눈 감상 2 백치 2009.01.02 917 2
2785 반복되는 8 Egoizm 2009.01.02 1056 3
2784 출발 2 은빛파도™ 2009.01.03 956 0
2783 탱고 4 핑크팬더 2009.01.04 979 2
2782 밖에는 쌀쌀하고 그렇다고 집에서 빈둥거리기도 뭣하잖냐 2 김게곤 2009.01.05 903 3
2781 Vulnerable 1 유도탄 2009.01.05 760 1
Board Pagination Prev 1 ... 76 77 78 79 80 81 82 83 84 85 ... 220 Next
/ 220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용약관] | [제휴문의] | [후원창구] | [인디사이드연혁]

Copyright © 1999 - 2016 INdiSide.com/(주)씨엘쓰리디 All Rights Reserved.
인디사이드 운영자 : 천무(이지선) | kernys(김원배) | 사신지(김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