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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사님. 저는 무슨 잘나가는 재벌 아들도 아니고 무슨 빽이 있는 사람도 아닙니다. 땅 파먹고 사는 처지도 못되고 임업으로 먹고 삽니다. 요새는 한국에서 목재 사업도 무슨 법이니 무슨 법이니 해서 힘들고. 아마존 아십니까? 그런데 가서 일하고 전기톱 들고 나무 베고 해서 겨우 벌어서 먹고 삽니다. 이런 제가 결혼을 꿈이라도 꿔보겠습니까? 그런데 어쩝니까. 어머니 소원이 제가 장가가는 거라는데. 그런데 마침 일하다 만난 친구한테 사람을 하나 소개 받았다 이겁니다. 제가 그 친구 죽을 뻔 한거를 한번 살려줬거든요. 그랬더니 처자가 있는데 한 번 만나보라고 한 겁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아닌데 지금 돈이 떨어져서 본국으로 못 돌아가고 불법체류자가 될지도 모를 딱한 처자가 있다는 겁니다. 제 처지에 뭘 가리겠습니까? 누구든 결혼만 할 수 있다면야 괜찮다고 생각했지요.
  
  그렇게 해서 이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해서 지금까지 아이도 둘이나 놓고 잘 살았습니다. 그런데, 3년 가까이 살았는데 갑자기 자기 나라로 돌아간다고 하는 겁니다. 어머니하고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도 잘 크고 있고 제가 좀 부족해도 열심히 벌어서 그래도 굶어 죽게는 안하고 살고 있습니다. 잠깐만요! 그렇게 저를 보지 마십시오. 제가 아무리 능력이 없고 뭐해도 그래도 정말 이 사람을 사랑하고 있고 열심히 살려고 하고 있단 말입니다. 향수병이요? 네 뭐 병원에 가보니 약간 우울증 증세도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지금 당장 이렇게 이혼까지 하고서 가겠다고 하는건 너무 황당하지 않습니까? 제가 방치한 것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먹고 싶은거 먹여주고 입고 싶은거 입혀줬습니다. 전 정말 이 사람과 대화도 많이 하려고 했었습니다. 구타요? 천만에 말씀입니다!
  
  네? 이 결혼 자체가 사기결혼이었다고요?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 제가 이 사람 여권을 뺏고 결혼을 강요했다고요? 아닙니다. 그건 정말 뭔가 잘못된 겁니다. 전 친구가 알려 준대로 결혼을 하려면 서류작성이 필요하다고 그래서 여권을 받아둔 것뿐입니다. 중요한 것이니까 제가 보관한 것뿐입니다. 여권을 왜 몰래 가져왔냐고요? 그건 사정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 집에 잠시 들를 일이 있었는데 마침 샤워중인 겁니다. 그래서 급한 김에 여권만 들고 나와서 일단 서류 작성부터 한 겁니다. 저 같이 배운거 짧은 사람이 복잡한걸 뭘 알겠습니까? 혼인신고를 하고 나서 여권을 주려고 했는데 이 사람이 하도 고향생각에 우울해 하니까 여권을 주면 어느 날 갑자기 돌아가 버릴 수도 있을것 같고! 그래서 일단 제가 좀 더 가지고 있었던 겁니다. 그게 감금이고 협박이라고요? 말이 좀 심하십니다! 전 이 사람한테 큰 소리 한번 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일주일 전 즈음에 직접 말했습니다. 여권은 제가 잘 가지고 있다고. 걱정 말라고요. 좋습니다! 그럼 이 사람이 사실을 말하니 지금 애들까지 다 데리고 이혼하고 돌아가겠다고 하는건 맞는 경우입니까? 이건 무슨 경우입니까. 이 사람이 이렇게까지 나오는데 제가 어떻게 여권을 돌려준단 말입니까!
  
  네? 뭐라고요? 이 사람이 절 사랑하지 않아서라고요? 왜 아이까지 데려가는지 생각해보라고요? 그건 도대체 무슨 소리입니까! 전 이 사람한테 은인입니다. 한국에서 불법체류자가 될 뻔 했던 사람입니다. 거짓말로 시작했던 관계 아니냐고요? 그런데 어떻게 사랑할 수 있냐고요? 이것보세요. 같이 살아온 세월이란 것도 있습니다. 애도 낳고 살았는데 그런 정도 없단 말입니까? 예?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꼴? 그래도 정으로 살아 볼까 했는데 사기라는걸 알았으니 기분이 어떻겠냐고요? 절도, 납치, 감금! 은인인줄 알았던 사람이 사기꾼인걸 알았을 때의 기분이라고요? 배신? 그게 지금 무슨 뜻입니까! 복수요? 저도 가족들과 떨어져 있어보라는 의미 아니겠냐고요? 판사님은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다고요? 꼭 이사람일 필요가 없었지 않냐고요? 그냥 결혼할 사람이 필요했던 것 아니냐고요? 그 사람 입장이란걸 생각해본적이 있냐고요?
  
  
  
  판사의 연속된 질문에 한순간 기세 좋던 남편의 말문이 막혔다.
  
  판사가 무겁게 말했다.
  
  
  
  일단 나무꾼은 선녀에게 2주간 조정기간과 함께 접근 금지를 선고합니다.
  그리고 친구인 사슴님에게 참고인 출석을 부탁드려야겠군요.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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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클레어^^ 2012.02.29 06:59

    헉! 처음 읽은 것을 보고 이거 여자가 돈만 보고 결혼한 건가 했더니...

    알고보니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였군요...;; 사슴님이 참고인...;;

  • ?
    CreamApple 2012.03.06 08:20

    이야... 반전이네요ㅋㅋㅋ

    딱 선녀와 나뭇꾼 현대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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