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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먼 미래, 주노라고 불리우는 정체 불명의 존재가 있었다. 그것이 살아있는 생명체인지 아니면 기계인지, 도대체 언제부터 우주에 존재했는지 아무도 아는 자가 없었다. 주노는 수억 개의 작은 행성들이 존재하는 어떤 은하의 구석에 자리한, 이름조차 붙여지지 않은 조그만 별에서 살았다. 그는 선지자라고 불리었으며, 우주의 모든 해답을 쥐고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어떤 이는 그가 수많은 은하의 생성과 멸망을 직접 지켜보아 왔다고 말하기도 했고, 어떤 이는 그가 다른 차원의 우주에서 온 존재라고 말하기도 했으며, 심지어 어떤 이는 그가 우주를 창조했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의 거처는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주의 주민들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난제에 부딪힐 때마다 오랜 시간의 표류와 방황을 감수하면서도 그를 찾아가 답을 구했다.

그렇게 몇 백 년이 흘러갔지만 끊임없이 찾아오는 순례자들에게 주노는 결국 지쳐버리고 말았다. 어느 날 그는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거처를 옮겨버렸고 그 이후로는 아무도 그를 찾을 수 없었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시간이 흘러가며 주노라는 존재는 천천히 실존에서 기록으로, 기록에서 전설로, 전설에서 허구로, 허구에서 망각으로 변해갔다.

 

광활한 공간 속, 우주에 처음과 끝이 존재한다면 끝자락이라 부를만한 곳에 위치한, 어느 이름 없는 은하계 속에 잿빛 행성이 하나 존재했다. 그 별의 크기는 그리 크진 않았지만 여러 개의 분화구들로 뒤덮여 있었는데, 인간의 크기만한 것부터 중형 수송선만한 것까지 그 크기가 다양했으며, 그 안에 부글부글 끓는 용암 같은 건 없었지만 때때로 수증기와 함께 재를 뿜어내었고 그것이 수 백 개의 분화구들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하늘은 일렁이는 모노톤의 색채로 가득했다. 커다란 분화구에서 굉음과 함께 수증기가 뿜어져 나올 때면 작은 행성이 엄청나게 흔들리기도 했다. 어떻게 이런 환경에서 살아가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나무로 추정되는 재에 뒤덮인 길고 가는 기둥들이 행성의 부분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한쪽에 몰려 작은 을 만들고 있었다.

 

그 회색 별에, 어디선가 나타난 커다란 우주선이 추락하고 있었다. 생명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그 은하계에 우주선이 갑작스레 나타난 것은 공간 이동에 실패를 했기 때문인 듯 했다. 출발한 지점에서부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선체가 심각하게 손상된 우주선은 행성 주변의 크고 작은 티끌들에 부딪히며 불안하게 이동하고 있었다. 그래도 누군가가 조종하고 있긴 한 듯, 속도를 줄이며 안정감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보였다. 하지만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추락인지 불시착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요란하게 처박히고 말았고, 시커먼 연기가 잿빛 행성의 잿빛 하늘 속에 뒤섞이며 올라오기 시작했다.

잔해 속에 파묻힌 그 연기의 뿌리 속에서 작은 생명체가 기어 나왔다. 그것은 심각한 상처를 입지는 않은 듯, 곧 몸을 일으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그것은 두 개의 팔을 가지고 있었는데, 한쪽 팔로 상처 입은 다른 쪽을 움켜쥐고, 두 개의 다리 중 하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지 불규칙적인 걸음을 걷고 있었다. 분홍빛 표피로 덮인 머리는 타원형이었는데, 길고 매끄러운 검은색 털이 위쪽 부분부터 어깨 관절부분까지 흘러내려와 있었다. 그것은 오랜 시간 동안 쇠퇴를 거듭하여 이제는 우주에서 찾아보기 힘든 종족 중 하나인 인간이었다. 먼 과거 어느 은하 속 작은 별에 살던 그들은 비교적 짧은 수명과 열악한 신체 조건을 가지고 있었지만 우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지능과 적응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 때문에 그들의 유일한 생존터전을 잃고도 우주로 나아가 미약하게나마 그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방금 잔해 속에서 기어 나온 인간은 눈에 확실하게 띄는 신체조건들로 미루어보아 - 신생아들에게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발달된 상체 부분과 수컷에 비해 넓게 벌어진 하체 부분 암컷임에 분명했다. 남성에 비해 열등한 체력을 지닌 그 작은 생물에게는 다행스럽게도 행성에는 산소가 있었다. 분명 이 별은 예정된 목적지가 아니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작은 인간은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체력이 다했는지, 그가 나아가며 재 위에 만든 긴 자국 끝에서 인간은 쓰러졌다.

 

 영영 일어나지 못할 것만 같았던 인간 여성이 꿈틀거리며 다시 생명의 불꽃을 피우기 시작했을 때 잔해는 재속에 파묻혀 사라져 있었다. 인간은 우주선이었던 것의 흔적을 향해 마지막으로 한번 돌아보곤, 다시 절뚝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끝없이 펼쳐진 재의 바다 속을 얼마나 걸었을까, 여자는 높다란 재의 언덕에 다다랐다. 어째서 그 정도로 큰 언덕을 멀리서부터 보지 못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땅속에서 갑자기 솟아오르기라도 했는지 언덕은 여자 앞에 있었다. 그 봉우리의 중턱에 묘한 물체가 있었다. 모든 것이 재로 덮인 행성에서 유독 그 물체만이 말끔한 상태였다. 놀랍게도 그것은 살아있었다. 비록 그것이 피가 흐르고 호흡을 하는 생명체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것은 미세하게나마 움직이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것은 인간 여자와 똑같이 두 개의 팔과 두 개의 다리, 한 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다만 양 팔로 구부려 앉은 다리를 감싸고 그 안에 머리를 파묻고 있었기에 멀리서는 구분할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여자가 가까이 다가가도 그것은 몸을 말은 상태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것이 살아있다고 여겨진 것은 그 존재로부터 조그맣게 흘러나오는 정체불명의 소음과 아주 조금씩 꿈틀거리는 손발 때문이었다. 우주에 인간과 비슷한 신체조건을 지닌 종족은 몇 되지 않았고 그들 대부분은 인간들에게 우호적이었다.

 어쩌면 이 별의 주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여자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그 존재의 팔로 여겨지는 부분을 살짝 건드려보았다. 그 순간, 그것이 벌떡 일어났고 여자는 그 바람에 깜짝 놀라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그것을 인간이라 부를 수 있을까? 밝은 분홍색 표피와 길고 고른 털들로 덮인 두부와 대신 오묘한 빛이 나는 구체 하나가 머리를 대신하고 있었으며 적당한 간격을 두고 위치해있어야 할 감각 기관들이 보이지 않았고, 온 몸은 옷인지 피부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반투명한 재질로 둘러싸여있었다. 딱히 소리를 내는 기관이 없어 보임에도 불구하고 아까부터 내던 거슬리는 소음은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무기 없인 연약한 근육과 골격으로 구성된 살덩어리에 불과했던 인간 여자는 그 기괴한 존재 앞에서 공포심을 비롯한 다양한 감정에 가득한 채로 주저앉아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다. 그것이 내는 불규칙적인 소음의 소리가 조금씩 커지기 시작하더니 천천히, 단어로 형성이 되고, 문장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하더니, 비로소 말이 되었다.

 

우주선이 묻더군.

그의 첫 마디였다.

 

우주선이 묻더군. 목적지를 정해주세요라고. 꽤 오래 된 기억이긴 하지만 분명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보내달라고 했었는데말야.

그의 목소리에는 강세가 없었다. 목소리의 톤은 낮지도 높지도 않았지만 마치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레벨에서 유지되는 것이 흡사 안드로이드의 말투와 같았다.

 

사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으면 훨씬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딱히 그렇지도 않더군. 슬슬 혼자 생각하던 게 질려가던 참이었어. 만 년 정도는 쉽게 버틸 수 있을 거라 계산했는데 말이지. 항상 그렇지 뭘. 하여간 그런 점에서 너는 운이 매우 좋은 녀석이야. 사천 년 정도만 일찍 왔어도 신경질을 내면서 쫓아내버렸을 테지만, 지금 나는 약간 친절해진 것 같기도 한 느낌이니……”

그것이 제멋대로 주문을 읊듯 중얼중얼 몇 마디를 내뱉더니 말 끝에 들릴 듯 말 듯 작은 목소리로 한 마디를 덧붙였다.

 

“……또 조금 심심하기도 했고.

 여자는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당신은 뭐죠?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 나는 주노라고 한다. 보통 본명보단 선지자라는 별명으로 자주 불리지만, 그것도 한참 전 이야기라서 이젠 모르겠네.

뭐라구요……?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 내 이름은 주노라고 했다. 지금은 어떤지 몰라도 옛날엔 우주의 현자쯤으로 여겨졌었지. 아 그런데, 질문을 센다고 불안해하진 말라고, 그냥 정리하기 편하게 체크하는 것뿐이니까. 제한 같은 거는 없어.

주노라고 자신을 연달아 소개한 존재는 얼마 전까지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 모를 상태였다곤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활발하게 입을(혹은 그런 기능을 하는 게 어딘가에 달려 있다면) 놀리고 있었다. 그의 회화에는 쉼표가 없었다. 그가 말을, 아니 말처럼 들리는 소리를 낼 때마다 그의 머리로 여겨지는 구체 안쪽이 형형색색의 빛으로 아른거렸다.

 

스스로를 현자라고 소개한 주제에 이런 말 하기 뭣하지만, 내가 질문 하나 해도 괜찮을까?

 그것은 양해를 구하기보단 앞으로 자신이 저지를 행동에 대한 예고 정도의 의미만을 지닌 듯 했다. 벙찐 표정의 여자 인간이 뭔가 대답하기도 전에 주노는 다시 나불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누군지 모르는 것으로 보아 특별히 나를 찾아온 건 아닌가보네. 신체의 상태로 미루어봐서 불시착 한 듯 하고…… 상당히 원시적인 체형을 지니고 있군. 진화가 매우 더딘 종족인 모양이야. 이런 종족을 옛날에 어디서 많이 봤는데 말이지…… 미안하군. 혼자 지낸 지 오래되어서 이젠 뭐가 머릿속에 남아있고 뭐가 입 밖으로 나가고 있는지 구분하기도 힘들어졌어. 내가 알고 싶던 건 이거야: 너의 이름은 무엇이냐?

 오랜 시간을 홀로 보내서인지, 주노의 정신 상태는 약간 불안정한 듯 했다. 만약 그가 안드로이드라면 내부 장치에 재라도 잔뜩 끼어 연산 오류를 일으키고 있는듯싶었다. 나사가 빠진 듯 한 상태의 그였지만 여자에게 있어 특별히 위협적인 존재는 아닌듯싶었고, 이는 인간으로 하여금 경계 태세를 늦출 수 있게 해 주었다.

 

내 이름은…… 이본느에요. 이본느 푸시키나.

이본느라고 하는가. 좋아 이본느, 궁금한 점이 있으면 나에게 물어보아도 좋아.

 주노가 자신감 있게 말했지만 이본느의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나는 더 이상 궁금한 게 없어요.

 그녀의 목소리엔 딱히 감정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실려있지 않았다. 그녀의 답변을 이해할 수 없었는지, 주노의 머리 속 불빛이 불안정하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주노는 다시 무릎을 굽혀 쌓인 재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본느의 무언가가 아주, 아주 오랜만에 그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더 이상 알고 싶은 것도 없고, 남아있는 알 것도 없다고 생각해왔던 선지자였지만 이 상처 입은 연약한 존재에게서 느껴지는 고뇌와 슬픔이 그를 자극했다. 잠시 동안 그렇게 앉아 말없이 이본느를 지켜보던 주노가 입을 열었다.

 

너의 이야기가 듣고 싶군.

이본느가 고개를 들어 주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보랏빛 눈동자들이 마치 주노의 생각을 읽으려고 하는 듯, 그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먼 옛날, 고향 행성이 파괴된 후 우리 종족은 우주로 뿔뿔이 흩어졌어요.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다른 종족들 틈에서 생존해오면서 신기하게도 단 한번도 결집하지 못했죠. 그리고 우리의 대부분이 자신의 뿌리를 잊어가기 시작한 때에 기적이 일어났어요. 전 우주의 인간들이 다시 모이기 시작한거죠. 전 우주의 인간들이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수는 대형 모선을 겨우 채울 정도였어요. 비록 수는 적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꿈이 있었어요. 우리만의 새로운 터전을 만들겠다는 꿈이……

그녀가 잠시 말을 멈췄다. 마치 목에 커다란 응어리가 생기기라도 했는지, 무언가 커다란 것을 힘겹게 삼켜 넘기려는 듯 했다. 주노는 대꾸 없이 그녀의 말을 듣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나도 많이 흘러간 탓에 우리는 치명적인 사실을 잊고 있었어요. 우리는 모이면 파멸한다는 것을. 얼마 지나지 않아 서로가 서로를 시기하기 시작했고, 결국엔 서로 해치기 시작했죠.

 그녀는 고개를 돌려 저 멀리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재의 안개 속에 가려 앞뒤를 분간할 수 없었지만 그녀는 우주선이 추락한 곳을 바라보고 있는 듯 했다. 그녀의 감각 기관들은 감정 표현의 역할을 잊어버렸는지, 미동조차 없었다. 주노 역시 마찬가지였다. 비록 그에게는 인간의 것과 같은 감정 표현의 수단이 없었지만 그의 머리 안에서 천천히 일렁이는 불빛이 왠지 모르게 우울해 보였다.

 

너는 인간이구나.

그 짧은 한마디에서, 이본느는 가벼운 떨림을 느낄 수 있었다. 행성의 불규칙한 움직임 때문인지, 아니면 단순하게 잘못 들은 것인지 확실하진 않지만 주노의 목소리에서 아주 옅은 떨림이 느껴졌었다.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그녀가 인간인지 재차 확인한 것은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나는 네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긴 시간을 살아왔어. 그 긴긴 시간을 보내면서 하나의 존재가 그 안에 담을 수 있는 우주의 모든 경험과 지식을 얻었지. 그 모든 지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되짚는데 약 백 년이 흘렀다. 그것을 몇 번이고 반복해왔지만 항상 빼먹던 부분이 있었어. 나의 기억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기억, 지식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지식……”

이본느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주노가 자리에서 일어나 멍하니 서 있는 그녀를 뒤로 한 채 언덕을 걸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본느는 잠시 멀어져 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그를 따라 언덕을 내려갔다.

방향을 구분할 수 없는 끝없는 재의 바다를 가르며 그들은 오랜 시간 동안 걸었다. 과거 인간의 고향이었던 별 주변을 일정하게 돌던 위성이 적어도 세 바퀴는 돌았을 것이다. 이본느와 주노의 시간의 척도는 같았지만 느끼는 정도는 달랐다. 위성이 네 번째 바퀴를 돌았을 즈음에 그들은 에 다다랐다. 재로 덮인 기둥들 사이를 지나 그들은 트인 공간에 다다랐다.

잿빛 기둥들로 빼곡하게 둘러싸인 작은 공터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이상하리만치 불쑥 솟아오른 중앙이었다. 주노는 공터 끝자락에 멈춰 서 말없이 그 혹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본느는 주노를 흘끗 바라본 뒤 이제는 무릎께까지 차오른 재를 헤치며 나아가 솟아오른 곳의 재를 털어내기 시작했다. 재 속에 파묻혀 있던 것은 큼지막한 원형 물체였다. 역사 데이터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 같은 그런 구형 중에서도 구형의, 가히 원시적이라 불러도 될 수준의 우주선. 잠시 살펴보니 신기하게도 작동은 하는듯싶었다.

주노는 어느새 이본느의 뒤에 다가와 지켜보고 있었다.

 

우주선은 1인승이지만 괜찮아. 나는 여기 남아 있을 생각이니까.

여기서 혼자 뭘 할 건데요?

이본느가 물었다.

 

내가 오래 전부터 했어야 하는 일.

그가 대답했다. 이본느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머리엔 더 이상 눈이라고 부를 만한 것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주노는 이본느의 두 보랏빛 눈동자가 그의 시선을 직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침묵이 이어졌다. 이본느는 고개를 돌려 그대로 우주선 안으로 들어갔다. 작별의 인사는 없었다. 주노도 그대로 몸을 돌려 회색 언덕으로 향했다. 그가 이본느를 만나기 전까지 있었던 그곳에.

  희뿌연 잿빛 하늘을 가르며 점점 멀어져 가는 불빛을 바라보던 주노는 천천히,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사유의 종결과 함께 천천히 행성의 모든 것처럼 재에 덮여가기 시작했고, 곧 완전한 회색 덩이가 되어 행성의 일부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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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윤주[尹主] 2011.08.23 07:00

     SF군요 ㅎ 드로덴 님 글에서 주노 캐릭터에 대해 알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던 거 같은데 이렇게까지 풀어내셨네요^^;

  • ?
    Mr. J 2011.08.23 08:03

    제 멋대로 했습니다 ㅠ

  • ?
    드로덴 2011.08.23 07:36

    아리송..

  • ?
    Mr. J 2011.08.23 08:04

    저도...

    그냥 원작과 거리가 먼 팬픽정도로 여겨주세요 ㅠ.ㅠ

    그렇게 질문을 많이 드렸는데도 불구하고 잘 살리지 못해 죄송할따름;

  • profile
    시우처럼 2011.08.24 06:27

    우리는 무엇으로 존재하는 걸까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칸트의 말도 그렇지만

    생각이 끊어지는 순간 우리의 존재는 겨국 재와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걸까요?

     

    글은 뭔가 난해한듯 어려웠지만 무언가 강렬한 메세지가 있는 것 같아요. 잘 봤습니다.

  • ?
    드로덴 2011.08.24 08:35

    이래서 비평이 좋은거구나 라는 생각이.. 아 참여해야할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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