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겁정략 1부 1장 2막

by ㄴㅏㄹㅏㅣ posted Aug 2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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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어서옵쇼!”

부르고뉴가 찾은 단골 술집은 평일인데도 손님으로 북적였다. 종업원에게 밀주 2통과 안주 약간을 주문하면서 의자를 끌어내 가빈느가 먼저 앉도록 한 뒤 자리에 앉았다. 가빈느는 부르고뉴의 배려에 실소를 품었다.

정말 여기서까지 착실하구나, 너는.”

그게 바로 가빈느 너니까.”

사실 내게 마음이 있는게 아니라?”

부르고뉴는 말없이 웃음 지었다. 가빈느는 잠시 호탕하게 웃더니 밀주를 들이켰다. 부르고뉴는 가빈느와 마주하면서 역시나 밀주를 마셨다. 몇 마디 말보다는 잠깐의 몸짓이 더 많은 것을 나타내는 시간이었다.

가빈느는 밀주에, 그리고 제관으로 뽑아주지 않는 사회에 취하고 있었다.

사실 너도 우습게 생각하는거 아냐? 여자가 제관을 하겠다는게?”

네 인생 네가 결정한건데, 뭐가 우스워.”

하지만 그렇잖아. 왜 세 군주나 지나갔는데 안붙냐고! 제관 신청하는 인원도 별로 없는데…… 끄윽흐윽.”

하지만 이번에도 포기하지 않을 거잖아. 곧 남자 제관들도 너만한 제관 인재가 없다는걸 알게 될거야.”

첫 군주가 베스로닌이라서 그런가……. 베스로닌에게도 인정 못받아서 다른 군주들도 떨어트리는건가! 그런 거야?”

그런건 아닐거야.”

으흑끄윽…… 이번 군주에서도 떨어지면 그냥 네 첩으로 살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취했다. 이제 그만 들어가자.”

가빈느의 몸이 꾸물꾸물 거리며 부르고뉴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부르고뉴는 가빈느의 손을 뿌리쳤다.

? 이제 와서 나를 못받아주겠다는 거야, 꾸윽? 친구도 버리고, 동료에게도 버려져서 가치조차 없다는거야? 부윽.”

그런게…… 아니야.”

사실 날 좋아한다는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어. 나도 부르고뉴 네가 싫지 않았어. 우윽…… 하지만 그런 네 마음에 응답을 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었어. 제관시험에서 떨어질 때 네 격려가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기대고 싶었어. 흐욱! 그때 마다 이런 생각 하지 않은건 아냐……. 그래, 술 취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 진심.”

마음만이라도 기쁘네.”

사실 부르고뉴는 이성적으로 가빈느를 좋아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하지만 부르고뉴는 가빈느가 제관 포기하는걸 원하지 않았다. 아직까지도 제관에 어울리는건 가빈느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미안.”

술이란 건 종잡을 수 없게 만든다. 가빈느는 다시금 침울해졌다. 부르고뉴는 뭐라 말을 건네야 할지 몰랐다. , 청혼을 거절하지 않고 격려를 하면서 제관 시험에 나가게 할 방법은 어디 없을까.

가빈느 카리티지.”

부르고뉴는 가빈느의 가문을 언급해 가빈느를 중요한 사람처럼 인식시켜놓고서 말을 시작했다. 카리티지는 작은 가문이지만, 제관을 배출한다면 어떤 대접을 받을 것인가.

지금 당장 제관 시험에 합격했다는 통보를 받으면, 나와 함께 있을 수 있겠어?”

가빈느는 머리로 북치는 몸짓을 하며 고민하는 얼굴을 보였다.

결혼 했으면 제관으로 안뽑아주지 않을까.”

맙소사. 그건 생각 못했다. 부르고뉴는 다시 머리를 싸매며 이 사랑스런 이성친구를 어떻게 하면 정신이 들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데.

……역시 제관은 포기 못하겠다.”

이혼서라도 내고 달려갈 기세로군.”

뭘 그 정도까지야.”

가빈느는 속 시원한 듯 부르고뉴의 어깨를 치며 고마움을 표했다.

그런데 너는 아무것도 안할거야……?”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나크문과 사보닐의 경계에 위치한 변방 도시에서는 어떤 의욕도 나지 않는 법이다. 그래, 예를 들면 저기 오는 유병들……

저리 비키지 못해!!”

술집은 일순간 난장판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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