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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안녕하세요?

흐음... 겨우 올리네요.

그럼 시작합니다.

 

=================================================================================

 

29. 민시현, 너...

 

 며칠 후가 되었다. 2학년들은 이제 며칠 후면 수능이라 근처에도 못 갈 정도다. 하아~. 잘하면 나도 내년에 수능 준비해야 겠구나...
 뭐, 그래도 다른 일반계 고등학교 애들과는 달리 1년 먼저 하는 거니까 1년 먼저 자유를 누리는 거긴 하지만...
 그런데...

 

'"민시현?"'

 

 신도혁... 괜찮을까? 이젠 없는 민시현도 부르고 말이야...
 대체 민시현 이 지지... 아니지, 얘는 어디서 뭐하고 있는 거야?
 방과 후가 되었다. 난 저녁을 먹고 산책을 하고 있었다. 뭐, 사실은 살 빼기 위해서 캠퍼스 일주를 한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그 때였다. 교문 밖에서 뭔가가 지나가고 있었다. 어디선가 낯이 익은 모습이었다.
 난 가까이 다가갔다. 후드티를 입고 후드를 쓴 남자가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서, 설마... 민시현? 아니, 민시훈인가?
 그러자 그 때, 그는 놀라서 그만 자리를 떠 버렸다.

 

"자, 잠깐만 기다려!"

 

 난 그를 쫓아갔다. 뭐, 학교에서는 야간 외출을 금지한다고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빨라? 아, 맞다! 얘 운동회 때 달리기 1등했었지.
 헥헥... 못 쫓아가겠어...
 그런데 다행히 앞에 빨간불이 떴다. 난 '이 때다'싶어서 민시현을 잡았다.

 

"헥헥... 찾았다..."
"자, 장선화?"
"대, 대체 왜 도망가는 거야? 나와 얘기 좀 하자."
"저, 저... 나, 나는..."
"일단 학교로 돌아와. 뒷일은 그 때 생각하고."

 

 난 민시현을 데리고 학교로 가려고 했다. 그런데...

 

"저, 나 이 꼴로 학교 못 가. 그리고..."

 

 맞다! 얘는 지금 사복 차림이지!
 난 근처에 있는 카페로 갔다.

 

"여긴 우리 학교 학생이 없으니까 맘 편히 얘기해."

 

 주위를 둘러보니 마침 우리 학교 학생은 우리 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도 있으니 난 작게 이야기를 했다.

 

"대체... 왜 그랬어?"

 

 민시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째서... 남자인 네가 여장을 하고 있는 거야? 아니지, 그것보다... 수학여행 때... 우리들 옷 벗고 그러는 거 봤어?"
"그, 그건 못 봤어."
"정말이야? 설마 봐 놓고서 거짓말하는 거 아니야?"
"정말이야. 나... 절대로 본 적 없어."

 

 믿기는 어렵지만, 일단 빨리 학교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그래, 그럼 안 봤다고 치고,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그, 그건..."
"아니, 남자라면 남자 교복을 입고 다녀야지. 어째서 여자처럼 지내고 그랬냐고?"

 

 그러자...

 

"...가고 싶었어."
"뭐?"
"나... 과학고에 가고 싶었어."

 

 기가 막혔다. 겨우 그 이유 때문에 여장하고 지냈단 말야?

 

"과학고와 여장이 뭔 상관인데?"

 

 그러자...

 

"너희들처럼 공부 잘하는 애들은 내 마음을 몰라. 나... 아무리 해도 과학고엔 못 들어갔어. 재수를 해도 결국엔 떨어졌어."

 

 재수? 그, 그럼... 민시현 얘... 우리보다 한 살 많다는 거야?

 

"그렇다고 해서 삼수까지 하긴 좀 그렇더라. 그러던 어느 날, 이 학교에 여학생이 미달이라는 걸 들었지. 그래서... 여장을 하게 되었어."

 

 결국... 편법이었다는 거였잖아!

 

"그래서... 너의 할아버지 빽으로 여장해서 들어갔다는 거야?"

 

 잠깐, 설마 얘... 이사장 손주라는 것도 거짓말 아닐까? 그런데 그건 다행히 거짓은 아니었다.

 

"할아버지도 나 여장해서 들어온 건 꿈에도 모르셨어. 난 단지... 과학고에 가고 싶었으니까..."
"그, 그렇다고 그런 짓을 벌이다니... 제대로 들어온 애들에게 미안하지 않아?"

 

 순간, 난 화가 났었다. 나와 언니가 과학고에 들어가려고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고 그랬었는데... 이건 분명히 다른 사람들의 노력을 우습게 여긴 것이라 생각했었다.

 

"미, 미안해... 하지만 나도 노력 많이 했어. 나도 두 번이나 공부 열심히 했어. 하지만 떨어졌는걸..."

 

 순간, 난 민시현의 모습을 보았다. 떨어진 사람의 기분이라... 나도 모르는 건 아니다. 우리 언니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언니가 과학고에 떨어졌던 날, 언니는 하염없이 울었다. 과학을 좋아해서 과학고에 가고 싶어했던 언니... 그리고 난 언니 몫까지 다해서 지금 이 과학고에 다니고 있다.
 하지만 지금 민시현의 비밀이 밝혀져도 어차피 지금은 과학고등학생이다. 입학이 취소될 수도 있겠지만, 이 비밀이 밝혀지지 않는다면 그도 과학고 학생인 거다.

 

'"그런데 그거 명심해라. 대학교에서는 현역으로 들어갔든, 재수해서 들어갔든, 추가합격으로 들어갔든, 다 같은 동기라는 걸 말이야."'

 

 마치 신혁이 오빠처럼 말이다. 그래도 신혁이 오빠는 민시현처럼 편법은 쓰지 않았지만...
 민시현이 여장남자라는 사실을 빼면, 그도 우리와 같은 과학고 학생인 것이다. 재수를 했든, 추가로 들어왔든 간에...

 

"... 일단 학교로 돌아와."
"장선화..."
"이대로 도망치기만 할 거야? 어떻게든 학교로 돌아와서 해결은 봐야 할 거 아니야?"
"하, 하지만..."

 

 난 결국 그를 지켜주기로 하였다. 이 녀석, 아니, 이 오빠는 과학고로 가고 싶어서 오죽했으면 여장해서 들어왔을까? 비록 비현실적이고 웃기지도 않는 일이지만, 그래도 이 오빠는 무척 간절했을 것이다.

 

"신도혁이나 다른 애들에겐 비밀로 해줄게. 그러니 내일 학교에 나와 줘."

 

 민시현은 아무 말이 없었다. 우리 둘은 밖으로 나왔다.

 

"저, 민시... 아니지, 이젠 시훈이 오빠인가?"
"펴, 평소대로 민시현이라고 불러."
"그래, 민시현. 난 기다릴게. 오늘은 이만 늦었으니까 내일 학교에서 보자."

 

 난 학교로 부리나케 들어갔다. 다행히 아무 일도 없었고, 선생님께도 들키지는 않았다.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

 

"휴우~."

 

 교실로 들어왔는데, 민시현의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민시현, 얘... 내가 그렇게 부탁했는데 안 나왔단 말이야?
 그런데 조회 시간 1분 전에...

 

"우와아~. 늦었다~!!"

 

 갑자기 누군가가 우리 반 문을 활짝 열며 달려왔다. 난 문 쪽을 보았다.

 

"미, 민시현?"

 

 민시현이 온 것이다. 민시현이... 내 부탁을 들어준 것이다. 그래서... 다시 학교로 온 것이다. 여장을 한 모습 그대로 말이다.

 

"시현아..."

 

 다른 애들도 놀란 표정이었다.

 

"야, 민시현. 너 왜 지금 나타난 거야?"
"시현아, 너 이제 괜찮아?"

 

 민시현 주위로 다른 애들이 몰려들었다.

 

"장선화와 같이 납치당했다며?"
"그 충격으로 1주일 넘게 결석했다며?"
"이젠 괜찮은 거지?"

 

 그러자...

 

"으, 으응... 나, 나는 괜찮아..."

 

 모두 원래대로 돌아왔다. 민시현도 원래대로 돌아왔고, 신도혁 역시 놀란 눈치였다.

 

"미, 민시현... 너..."
"도, 도혁아..."

 

 민시현은 신도혁을 보고 말을 했다.

 

"그 동안 뭐하고 있었던 거야? 나와 다른 애들이 얼마나 걱정했는 지 알아? 네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했다고."

 

 다행이다. 이제 모두 제자리로 돌아왔으니까...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수능이 다가왔다. 우리 모두 수능을 보는 선배들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수험장에 나와 있었다. 저기에는 2학년인지 3학년인지 수능을 보는 학생들이 많겠지?

 

"아, 리온이다. 리온~. 수능 잘 봐~."
"미, 민시현! 선배에게 무슨 무례야?"

 

 민시현 쟤가 건방지게... 저 리온이란 선배가 3학년일지도 모르잖아!

 

"괜찮아. 리온은 그런 거 신경 안 써."

 

 리온이란 선배는 그저 미소만 지으며 수험장 안으로 들어갔다. 아, 이름표에 하얀 글씨인 거 보니 2학년이네? 민시현과 동갑이었구나.
 수험생들이 모두 수험장 안으로 들어간 뒤, 우리들은 학교로 돌아왔다. 다들 잘 볼 수 있을까?
 며칠 후가 되었다. 점점 축제 준비로 바빠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말야. 이번 축제에 또 여장 남장 한댄다!"
"뭐야?"
"여장 남장이면... 우승은 우리 쪽이 따 놓은 거나 마찬가지네. 여기 강씨 남매 있잖아."
"누, 누가 남매라는 거야? 남매가 아니라 사촌이라고!"

 

 강진규와 지수가 발끈하였다.

 

"난 절대로 여장 안해!"
"누가 할 소리? 나도 절대로 남장같은 거 다시는 안 할 거야!!"

 

 둘 다 이번엔 빠지기로 하나보다...

 

"아, 이번에는 특별히 한 사람만 하면 되는 거야. 그럼 진규와 지수가 가위바위보로 결정하는게..."
"이, 이번엔 다른 애로 하자고. 아, 임승윤 어때?"
"내, 내가? 시, 싫어! 내가 왜?"

 

 임승윤 역시 반발하였다. 그런데...

 

"내가 할게."

 

 민시현이 나섰다.

 

"민시현이?"
"시현아, 괜찮겠어?"
"한번 해 보고 싶어서..."

 

 민시현이 남장... 아, 그럼 이게 어떻게 되는 거야? 남자인 민시훈이 지금은 여장한 상태... 거기에 남장이라면... 원래 남자 모습인 거잖아!

 

"시현아~. 정말 고마워..."
"그런데 시현이에게 남장이 어울릴까?"
"한번 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일 것 같은데, 하게 하자."
"그럼... 남장 여장 콘테스트에는 시현이가 나가기로 하는 거다."

 

 결국엔 민시현은 남장 여장 콘테스트에 나가게 되었다. 그런데 어떤 복장으로 나가게 될까?
 시간은 흘러, 명성과학고등학교의 가을 축제가 시작되었다. 이 날은 오랜만에 모두 신나게 놀 수 있어서 좋다.

 

"은영아~."
"수환아~."

 

 으윽, 저 커플은 축제 때에도 여전하군... 다른 쪽을 봐 볼까?

 

"펀치 머신이다. 수헌아, 저기 가 볼까?"
"퍼, 펀치 머신?"

 

 쟤네들도 커플로 돌아다니는 건가?

 

"오랜만에 노는 거라 신난다. 수헌아, 한번 해 봐."
"이, 이걸?"
"그래, 남자들은 이거 가지고 누가 더 점수가 잘 나오나 보던데..."
"신세인, 내가 저거 잘 할 거 같아?"

 

 하기야, 임수현은 공부만 했을 것 같은데...

 

"글쎄? 한번 해 봐."
"하아~. 실망은 하지 마. 간다!"

 

 그러더니 임수현은 펀치 머신에 주먹을 휘둘렀다. 난 몰래 점수를 보았다.

 

"에? 이게 뭐야?"
"거봐. 실망하지 말라고 했잖아."

 

 그런데, 거기에 3반의 이원준이 나타났다.

 

"뭐, 뭐야, 임수현? 너 설마 세인이 앞에서 내숭떠냐? 아니, 남자가 여자에게 내숭떠는 경우도 있었나?"
"이원준, 또 시비냐?"
"잘 봐. 펀치는 말야..."

 

 그러더니 이원준은 펀치 머신에 주먹을 휘둘렀다. 아까 임수현이 친 것보다는 높게 나왔다.

 

"이렇게 하는 거라고."
"와아~. 원준이 대단하다..."

 

 그런데 이원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혹시 무리라도 했나? 잠깐, 아까 '임수현이 내숭을 떤다'고 했었지? 그럼...

 

"에잇, 간다!!!"

 

 그러더니 갑자기 임수현이 펀치 머신에 주먹을 휘둘렀다. 내가 잘못 봤나? 펀치 머신이 잠깐 흔들거렸던 것 같았는데...

 

"와아~."
"8, 815점..."
"시, 신기록이야..."

 

 거기에 있던 사람들 모두 놀랐다.

 

"에... 우,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나 그렇게 무식하게 주먹만 휘두르는 녀석 아니라고."

 

 다른 데로 가 보자.

 

"선화야~."

 

 혜영이가 다가왔다.

 

"지수와 빛나는?"
"으응, 둘이서 신나게 놀고 있어. 너 아직도 혼자 돌아 다니고 있었어?"
"아, 그게..."

 

 그러고 보니 지수와 빛나 이 지지배들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나와 혜영이는 두 사람을 찾으러 다녔다.
 점심 시간이 지나고, 장기 자랑이 시작되었다. 다들 열심히 자기 끼를 보여주었다.
 1일째엔 아무 일도 없었다. 민시현이 나갈 여장 남장 콘테스트는 2일째에 하니까...
 축제 때에는 야자 같은 건 없었다. 덕분에 일찍 기숙사로 돌아갔다.
 2일째, 드디어 여장 남장 콘테스트가 시작되었다.

 

"자, 기대하시던 여장 남장 콘테스트가 있겠습니다."
"우우~."

 

 야유와 함께 참가번호 1번이 나왔다. 으윽, 패스... 민시현, 아니 민시훈이 나오기 전에는 별 볼품 없었다. 그런데...

 

"네, 그럼 참가번호 5번, 나와주세요."

 

 참가번호 5번이 나왔다. 그런데...

 

"어, 저건 임수현 아니야?"
"임수현 쟤 뭐야? 왜 저기에 여장 안하고 그대로 나왔어?"

 

 응? 임수현은 앞에서 3번째에 앉아 있는데... 어, 설마?

 

"안녕하세요? 참가번호 5번, 민시훈이라고 합니다."

 '민시훈'? 서, 설마...

 지금 그의 모습은... 평범한 남자 교복을 입고 있는 남학생의 모습이었다!

 

'"...가고 싶었어."
"뭐?"
"나... 과학고에 가고 싶었어."'
'"... 나... 아무리 해도 과학고엔 못 들어갔어. 재수를 해도 결국엔 떨어졌어."'

 

 이게... 그가 원했던 것일까? 제대로 남자 교복을 입고 잠시라도 과학고 학생으로 있고 싶은 거...

 

"와... 저 남학생 진짜 임수현 닮았다."
"잠깐, 쟤 남학생으로 나온 거면... 원래는 여학생 아니야?"
"여학생? 그럼 누구야? 누가 남장을 하고 나온 거야?"

 

 저게 바로 민시현의 진짜 모습이란 건 다른 사람들은 모른다... 나나 민시현이 말하지 않는 한 이건 무덤까지 가져갈 비밀이다.
 나... 그의 작은 바람을 위해서... 비밀을 지켜야 겠지?
 2박 3일의 축제는 그렇게 지나갔다. 여장 남장 콘테스트 외에는 특별한 건 없었다.

 

"이야~. 민시현. 너 다시 봤어."
"남장이 어울리는 여자애는 네가 처음인 거 같더라."
"난 3반의 그 임수현 따라잡은 건 줄 알았다니깐..."
"이, 임수현이라니... 난 임수현을 염두해서 나, 남장한 건 아니라고..."

 

 민시현의 비밀... 신도혁에게도 말할 수 없다. 그렇다면... 학교에 있는 한, 내가 민시현을 밀어줘야 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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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선화에겐 비밀이 드러났네요.

여장에 대한 자세한 것은 Side B의 시현 편에서 나올 예정입니다.

그럼 도혁 편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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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덧 선배들의 수능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선배들은 당연히 다들 예민해져 있었다. 물론 우리들이 선배들을 만날 일은 드물겠지만...
 그런데 어느 날, 조회 시간 1분 전에...

 

"우와아~. 늦었다~!!"

 

 어디선가 낯이 익은 어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문 쪽을 바라보았다.

 

"미, 민시현?"

 

 민시현이 돌아왔다. 하마터면 2주일이 될 뻔한 긴 시간을 결석하고 그가 여자 교복을 입고 온 것이다. 대체 무슨 이유로 지금 나타난 거야?

 

"시현아..."

 

 다른 애들도 놀란 표정이었다.

 

"야, 민시현. 너 왜 지금 나타난 거야?"
"시현아, 너 이제 괜찮아?"

 

 민시현 주위로 다른 애들이 몰려들었다.

 

"장선화와 같이 납치당했다며?"
"그 충격으로 1주일 넘게 결석했다며?"
"이젠 괜찮은 거지?"
"으, 으응... 나, 나는 괜찮아..."

 

 난 민시현에게 말을 걸었다.

 

"미, 민시현... 너..."
"도, 도혁아..."

 

 이 녀석, 대체... 사람을 놀리는 것도 유분수지!

 

"그 동안 뭐하고 있었던 거야? 나와 다른 애들이 얼마나 걱정했는 지 알아? 네가..."

 

 아니야, 지금 여기서 여장한 거 이야기하면 녀석이 곤란해질 거야. 모르는 척 하자.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했다고."

 

 일단은 가만히 둬 보자.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주말이 되었다. 난 집으로 돌아갔다.

 

"도혁아, 잠깐만..."

 

 부모님께서 날 부르셨다.

 

"무슨 일이세요?"
"그 천재빈이라는 애 있지? 그 녀석, 구속되었다."

 

 구속? 그럼... 감옥에 갔다는 의미인데...

 

"널 그렇게 만든 녀석인데 그 정도 밖에 벌을 주지 않는게 유감이구나."

 

 천재빈...

 

'"네가 뭔데? 네까짓게 버림 받은 내 마음을 아냐고? 그것도 한번이 아닌 두번씩이나..."'
'"또다시 버림 받은 내 마음을 네까짓게 어떻게 알겠어?"'

 

 그 녀석... 다시 버림받지 않았다면 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텐데...

 

"마음 같아서는 내 아들을 이렇게 만든 그 녀석을 다시는 세상에 못 나가게 하고 싶구나."
"저... 어머니..."

 

 난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니?"
"저... 저는 괜찮아요. 그러니 이제 그를 용서해 주세요."

 

 그러자 부모님께서 놀라시면서 말씀하셨다.

 

"도혁아."
"말도 안돼. 그 녀석이 널 거의 죽게 만들었는데... 그런 녀석을 용서하라고?"

 

 역시 이해 못하시고 계셨다.

 

"부모님 마음은 저도 이해해요..."

 

 난 천재빈에 대해 이야기 해 주었다.

 

"그 녀석... 입양 되었다가 버림 받았어요. 그 녀석이 만약 제대로 된 가정에 입양되어서 저처럼 있으면 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겠죠..."
"그럼... 그 천재빈이란 애가 파양(破養)된 거야?"
"맞아! 그 애... 입양된 집에서 경제적인 사정으로 입양된 지 1년 만에 다시 버림당했다고 했어."

 

 처음 이 곳에 왔을 때, 나도 그런 불안을 가지고 있었다. 혹시라도 내가 잘못해서 다시 버림을 받으면 어떡하지? 그렇지 않기 위해서 난 공부도 잘해야 했고, 운동도 잘해야 했고, 뭐든지 잘해야 했다. 부모님에겐 좋은 아들이, 지영이에게도 좋은 오빠가 되어야 했다.

 

"요새 그러고 보니 파양된 아이들에 대한 뉴스도 좀 나오더라고요."
"불쌍한 것들..."

 

 난 부모님께 내 속마음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사실... 저도 불안했어요."
"그게 무슨 소리니?"
"... 만약... 제가 부모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버림을 받는게 아닐까... 그래서... 전 뭐든지 잘하려고 노력했어요. 공부든, 운동이든..."

 

 그러자...

 

"도혁아, 우린 널 절대로 버리지 않아."
"어, 어머니..."
"처음엔 내가 다른 핏줄을 내 자식으로 받아들이는 게 어색해서 그랬지, 절대로 네가 싫어서 그런 건 아니었단다..."
"그래, 넌 언제까지나 우리 아들인걸."

 

 어, 어머니, 아버지... 난 눈물이 나오려고 하였다.

 

"그러니까... 이제 불안해하지 말아줘..."
"넌 이제 죽을 때까지 우리 아들이란다..."

 

 난 부모님 몰래 울기 시작했다. 이 집에 처음 와서 처음 밥을 먹었던 그 때와 같이, 아버지와 처음으로 목욕탕으로 갔을 때와 같이, 난 너무 기뻤다.
 난 결심했다. 태어났을 때는 무슨 이름으로 불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죽을 때에는 꼭 신도혁이란 이름으로 죽을 것이다.
 그리고 며칠 후, 수능이 다가왔다. 우리 모두 수능을 보는 선배들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수험장에 나와 있었다. 저기에는 2학년인지 3학년인지 수능을 보는 학생들이 많겠지? 마침 리온 선배도 지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아, 리온이다. 리온~. 수능 잘 봐~."
"미, 민시현! 선배에게 무슨 무례야?"

 

 야, 민시현, 너 리온 선배에게 무슨 짓이야?

 

"괜찮아. 리온은 그런 거 신경 안 써."

 

 다행히 리온 선배는 미소만 짓고 안으로 들어갔다. 민시현, 너 운 좋은 줄 알아. 리온 선배가 좋은 사람이라 다행이지. 다른 사람이었어봐.
 수험생들이 모두 수험장 안으로 들어간 뒤, 우리들은 학교로 돌아왔다. 다들 잘 볼 수 있을까?
 며칠 후, 선배들의 기말고사 기간이 되었다. 우리들은 점점 축제 준비로 바빠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말야. 이번 축제에 또 여장 남장 한댄다!"
"뭐야?"
"여장 남장이면... 우승은 우리 쪽이 따 놓은 거나 마찬가지네. 여기 강씨 남매 있잖아."
"누, 누가 남매라는 거야? 남매가 아니라 사촌이라고!"

 

 강진규와 강지수가 발끈하였다.

 

"난 절대로 여장 안해!"
"누가 할 소리? 나도 절대로 남장같은 거 다시는 안 할 거야!!"

 

 둘 다 결사반대인 건 뻔했다.

 

"아, 이번에는 특별히 한 사람만 하면 되는 거야. 그럼 진규와 지수가 가위바위보로 결정하는게..."

 

 그러자 강지수가 말을 하였다.

 

"이, 이번엔 다른 애로 하자고. 아, 임승윤 어때?"
"내, 내가? 시, 싫어! 내가 왜?"

 

 임승윤 역시 반발하였다. 그런데...

 

"내가 할게."

 

 갑자기 민시현이 나섰다.

 

"민시현이?"
"시현아, 괜찮겠어?"
"한번 해 보고 싶어서..."

 

 민시현이 남장이라... 아, 여장에 남장이면... 원래대로의 남자인 거 아니야? 민시현, 이건 반칙이라고!

 

"시현아~. 정말 고마워..."
"그런데 시현이에게 남장이 어울릴까?"
"한번 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일 것 같은데, 하게 하자."
"그럼... 남장 여장 콘테스트에는 시현이가 나가기로 하는 거다."

 

 결국엔 민시현은 남장 여장 콘테스트에 나가게 되었다. 그런데 어떤 복장으로 나가게 될까?
 시간은 흘러, 명성과학고등학교의 가을 축제가 시작되었다. 이 날은 오랜만에 모두 신나게 놀 수 있었다.

 

"야, 이것 좀 봐..."
"으윽... 대체 1등은 누구야? 815점이라니..."

 

 남학생들이 펀치 머신 주위에 몰려 있었다. 몇몇 남학생들이 펀치 머신에 주먹을 휘둘렀지만, 1등 점수인 815점을 깨진 못했다.

 

"우리 학교에 이런 괴물이 있을 줄이야..."
"우리 학교에 짱이라도 있나?"

 

 다들 수군거렸다.

 

"신도혁, 너도 한번 해 볼래?"

 

 그 때였다. 김영호가 날 불렀다.

 

"아니, 난 이런 거와는 안 어울려서."
"에이~. 한번 해 봐."
"엄친아의 주먹은 얼마나 셀까 궁금하다."
"나, 나 엄친아 아니거든."

 

 할 수 없지... 난 있는 힘껏 주먹을 휘둘렀다. 그런데...

 

"683점? 안타깝네."
"저 마(魔)의 815점은 과연 누가 깰까?"

 

 대체 저 815점의 주인공은 누구야?
 아, 설마... 진영이인가?

 

"진영아, 저기..."

 

 난 진영이를 찾았다. 진영이는... 유세나와 같이 있었다.

 

"왜 그래?"
"혹시... 저 근처의 펀치 머신 해 본 적 있어?"

 

 그러자...

 

"와아~. 진영아, 우리도 가 보자."
"자, 잠깐만... 난 됐어."

 

 진영이는 아닌가? 그럼... 한수환?

 

"그럼 한수환은 어디에 있는지 알아?"
"한수환은 지금 최은영과 어딘가에서 닭살짓하고 있겠지..."
"미, 미안하다..."

 

 난 자리를 떴다. 뭐, 그 815점의 주인공이 뭐가 중요하겠어?
 1일째는 아무 재미도 없었다. 단지 장기자랑만 있었을 뿐이었다.
 2일째... 나는 원예부에서 재배한 농작물들을 내놓았다. 원예부에서 이번에 축제 때 싸게 농작물들을 팔기로 한 것이었다. 다행히 팔 농작물들은 다 팔렸다.

 

"수고했어. 그럼 쉬어. 여기는 내가 맡을게."

 

 다른 반 애가 말을 하였다. 그럼... 오늘 여장 남장 콘테스트가 있는데 가 볼까?
 난 강당으로 갔다. 다행히 늦지는 않았다.

 

"자, 기대하시던 여장 남장 콘테스트가 있겠습니다."
"우우~."

 

 야유와 함께 참가번호 1번이 나왔다. 이게 뭔 꼴이야... 눈만 버렸군...

 

"네, 그럼 참가번호 5번, 나와주세요."

 

 시간은 흘러 참가번호 5번이 나왔다. 그런데...

 

"어, 저건 임수현 아니야?"
"임수현 쟤 뭐야? 왜 저기에 여장 안하고 그대로 나왔어?"

 

 응? 임수현? 잠깐, 임수현은 남자인데 여장을 해야 정상... 아니야, 3반은 이미 나왔잖아. 그럼 저건 누구지? 누군데 남자 교복을 입고 나온 거야? 어떤 여학생이야?

 

"안녕하세요? 참가번호 5번, 민시훈이라고 합니다."

 

 '민시훈'? 서, 설마... 민시현?
 
"와... 저 남학생 진짜 임수현 닮았다."
"잠깐, 쟤 남학생으로 나온 거면... 원래는 여학생 아니야?"
"여학생? 그럼 누구야? 누가 남장을 하고 나온 거야?"

 

 민시현 녀석, 왜 진작 남자 교복을 입지를 않았던 거였지? 만약 남자로 만났다면... 좋은 친구가 되었을지도 모르겠군.
 2박 3일의 축제는 그렇게 지나갔다. 다른 이벤트도 많았지만, 여장 남장 콘테스트 외에는 특별한 건 없었다.

 

"이야~. 민시현. 너 다시 봤어."
"남장이 어울리는 여자애는 네가 처음인 거 같더라."
"난 3반의 그 임수현 따라잡은 건 줄 알았다니깐..."
"이, 임수현이라니... 난 임수현을 염두해서 나, 남장한 건 아니라고..."

 

 축제 후에는 다시 여자 교복을 입은 민시현이었다. 이봐, 민시현, 축제 때처럼 남자 교복 입고 다니지 왜 여자 교복을 다시 입은 거야?
 이 녀석... 나에게 말하지 않는 뭔가가 있는 거 아니야?

 

=================================================================================

 

네, 이로서 축제도 끝났습니다.

사실 축제 이야기에는 미처 싣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은영-수환 커플의 두더지 잡기 게임이라던가, 도혁이가 원예부 농작물을 파는 이야기라던가...

이런 것도 넣어보고 싶었지만, 사정상 빼 버렸습...[퍼버버벅!!!]

그럼 전 이만~.[끌려간다.]

Who's 클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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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영어로 땡큐~ 중국어 셰셰~

일본어로 아리가또라고 하지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불어로 메르시~ 독일어 당케~

이태리어 그라지에라고 하지요~.

꺾기도는 감사합니다람쥐~! 라고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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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윤주[尹主] 2011.08.02 16:30

     잘 봤습니다;;

     선화가 마음이 여린 듯...의외로 쉽게 시현이를 받아들여주니 말예요.

  • profile
    클레어^^ 2011.08.03 07:00

    선화가 이해심이 많은 편이죠.

    시현이의 사정을 듣고 자기 언니와 사촌 오빠의 일이 떠오르게 되자 이 비밀을 자기만 알면 아무 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덮어주기로 한겁니다. 시현이의 모습을 보고 자기 언니의 모습이 보인 거겠죠. (떨어져서 낙심하는 모습)

    그래봤자 도혁이는 이미 알고 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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