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30 08:46

성배:2번 기록(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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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1. 외계에서 온 이들에게 지구인은 어떻게 보일까?

 

 92. 우리는 만물의 영장이라고 떠들어대고 있지만, 세상에는 여전히 우리가 모르는 것이 남아있고,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이 남아있고, 우리가 대적할 수 없는 것이 남아있다.

 

 93. 이런 생각이 지구를 죽여가고있다. 끊임없이 불안해하고, 편해지려하고, 강해지려한다. 쥐에게 인간의 귀 유전자를 넣어서, 그 쥐의 등짝에 귀가 자라있는 사진을 본 적이 있나? 소가 건초를 소화하는 과정을 보기 위해서 소의 위장 내부를 볼 수 있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는 사진을 보았는가? 돼지에게서 장기를 빼내 인간에게 이식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환호하는 사람들을 보았나? 나는 그런 사람들 틈에 섞여있지는 않았나? 혹은 비웃지 않았나? 바꾸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나?

 

 94. 이 세상 모든 것은 별에서부터 왔다. 별의 잔해는 다시 뭉쳐져 별이 되고, 그 별에서 생명이 태어나고, 자라고, 죽고.. 그리고 그 죽은 것들의 잔해에서 다시 생명이 태어난다.

 

 95. 약육강식은 하나의 '대세'이지 자연의 법칙은 아니다. 쥐가 고양이를 찢어발기는 것은 예외가 아니라 하나의 가능성이자 사실이다. 왜 우리는 세상 모든 것이 정해져있다고 스스로 정했을까? 그리고 그것을 인정하지않으려고 할까? 이런 인간은 얼마나 웃긴 존재일까?

 

 96. 어쩌면 나는 인간 이외의 존재에게 너무 큰 기대를 하고있는 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문제는 절대로 바꿀 수 없는 천성이고, 태생부터가 우리보다 이상적인 존재가 있으리라는 기대. 살아날 수 없는 사고를 당하고도 다시 살아났고, 이제까지 없던 재질의 물건을 보았다. 우리가 곧 현실화할 기술도 경험했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아무리 대단한 기술, 물건이 만들어졌다한들, 만든 사람까지 위대해지는 것은 아니다. 도구는 그냥 도구. 나는 그들의 신기술의 단편을 목격한 것 만으로도 부들부들 떠는 나약한 놈이지만.. 펜을 움직이면서 깨달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절대로 그들을 맹신하지도, 숭배하지도 않을 것이다.

 

 97. 96의 내용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다. 마구잡이로 찢어버려도 복원할 것 같고.. 그럼 이걸..먹어야하나? 이걸 침범벅으로 만들어서 벽에다 흡수시켜버리 벽의 재질이 달라서 불가능하다. 흡수가 되는 벽이라고 해도 이걸 복원시키는 기술이 혹여 있을 수도 있고. 그렇다고 지우기에도 좀 뭣하다. 다짐같은거라서.. 에라이썅 몰라 좆까 보던지말던지 이런 거 보고 빡쳐서 총질칼질하는 새끼들이면 그저 그 뿐인 병신들일 뿐이지

 

 98. 내가 글 쓰는 것을 좋아했다는 이야기는 전에 했을 것이다. 내가 뭐를 썼고 그건 무엇이 주제이며 어떤 내용인지 뭐 그딴 내용을 들떠서 씨부릴 생각은 없다. 구태여 다시 이따위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내가 그것을 관둔 이유를 설명하고 싶어서였다.

 

 99. 나는 분명히 유머를 사랑한다. 많은 것들을 긍정하게 해주고, 해묵은 감정을 털어버리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하지만 내가 유머를 발휘하려고하면, 그것은 반드시 비판이나 조롱, 풍자가 되고말았다. 소위 말하는 개똥철학. 하고싶은 말만 많아가지고서는 그저 휘갈겨놓고 나면 끝인, 자기 자신도 적어놓은 그 다음을 이어나갈 수가 없는 그런 것. 나는 스스로 유머의 가치를 실추시켰다. 결론도, 해결책도 없는, 그저 꾸짖음 혹은 미사어구의 나열. 비웃음조차도 살 수 없었다. 내가 왜 그렇게 하는 지는 지금도 모른다. 하지만 고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글 쓰기를 그만두었다. 사실 거창한 것도 아니었다. 조금만 찾아보면 누구나 시도할 수 있는 톨킨식 판타지였으니까(톨킨의 판타지가 쉽다는 뜻은 아니다. 사용할 수 있는 소재가 아주 많이 제공된다는 뜻일 뿐).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이렇게 글을 적는 것뿐이지만, 나는 적기를 주저하고있다. 개똥철학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있는 탓이다.

 

 100. 기어이 세자리 숫자까지 왔다. 그렇다고 뭘 해낸 기분은 안든다. 입때껏 아무 것도 못하고 갇혀서 볼펜만 돌리고있는 내 자신이 한심해서 눈물이 날 뿐이다.

 

 101. 소리를 질렀다. 그들이 한국어를 알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일부러 아는 욕은 다 해봤다. 하지만 반응이 없다. 언어를 모르는 것이던지, 날 아예 안보고 있던지, 감정기복이 없는 냉혈한이던지.. 어느 쪽이던 간에 이걸로는 안되겠다. 통하지도 않을 뿐더러, 피골이 상접하시게 생겨서 소리 지를 힘도 없다. 많이 굶지도 않았을 텐데.

 

 102. 그래도 최소한 바깥.. 그러니까 우주 정도는 볼 수 있게 해줬으면 좋았을텐데. 이 곳은 텅 빈 밀실이다. 너무 삭막해서 눈 뜨고있기도 싫다. 아까처럼 성운이나 별을 볼 수 있었다면 최소한 시간은 잘 갔을텐데.

 

 103. 속이 메슥거리기 시작했다. 예전에 하루 온종일 밥을 걸렀던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배는 고프고, 먹어야한다는 건 알지만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 사실 먹을 것도 없다. 난 식탐이 많은 놈이었지.                    104. 뇌세포 사이사이에 납땜을 해놓은 듯한 기분이 든다. 생각하기가 힘들다.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지? 안했나?                                                                                                  105. 얼마나 더 이러고 있어야하는지 있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잠이 온다.              10 겨우 깨어났다-- 늦기 전에 할 수 있는 것을 해야겠다 어쩌면 이게 마지막 기록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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