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M. A. (공통 - 5) 두 번째 습격

by 윤주[尹主] posted Jul 28,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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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3일 하루 동안의 기록.


 한창 수업 중인 교실에 은비와 명현도 있었다. 맨 뒷줄에 앉은 은비가 수업 내용에 집중하고 있던 것과는 달리, 앞줄 창가 구석에 앉은 명현은 줄곧 딴 생각 중이었다.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니다. 조금 전부터 자꾸 누군가 얘기를 걸어오는 통에 제대로 수업을 들을 수 없었던 것뿐이다.


 '간신히 범위는 좁혀냈어. 틀림없어. 반려는 분명 그 층에 있어.'


 얘기를 걸어오는 목소리는 명현의 머릿속에서부터 들려오고 있었다. 내 귀에 도청장치, 이런 건 물론 아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명현은 잘 알고 있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틀림없이 이틀 전, 그가 하숙집에서 만났던 그 여자였다.


 '자칭 마녀라는 분 실력이 겨우 그 정도밖에 안 돼요? 벌써 3교시 째거든요? 등교 시간 8시부터 지금까지 세 시간에 걸쳐 알아낸 게 그것뿐이라니.'


 하고 싶은 말을 명현이 머릿속에 떠올리자, 마녀라는 여자의 쀼루퉁한 대답이 그 즉시 되돌아왔다.


 '시끄럽거든? 이렇게 숨어서 탐색하는 거 내 성격에 안 맞는단 말야. 평소 같으면 그냥 교실 한 칸 한 칸 직접 뒤져내서…….'

 '행여나 정말 그렇게 할까봐 두렵네요.'


 명현의 말에, 자칭 마녀는 꺄르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설마. 그러지 않으려니까 네가 필요한 거잖아. 협력 잘 부탁해, 곽명현 씨?'

 '그러니까, 전 아직 당신에게 협력하겠단 말 꺼낸 적 없거든요!'


 항변하는 순간, 무언가 명현의 머리를 툭 쳤다. 아얏, 명현이 소리를 내자 교실 내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명현은 제 머리를 치고 바닥에 떨어진 물체를 보았다. 흰 분필 하나가 자기 발치 아래서 데구루루 굴러다니고 있었다.


 "수업에 집중해라, 딴 생각 그만 하고."


 분필을 던진 건 수업 중이던 수학 선생이었다. 명현 발치 아래 구르던 분필을 주어들곤 교탁 앞으로 되돌아가더니, 선생은 다시 명현을 지적해 불렀다.


 "곽명현, 269페이지 세 번째 문제 한 번 풀어봐. 좀 전 문제 응용이니까 풀 수 있지?"

 '아, 제발.'


 머리를 긁적이며 명현은 책을 들고 칠판 앞으로 나와 섰다. 이게 다 저 마녀 탓이야. 다른 사람에겐 설명해봐야 이해 못하겠지만. 그는 방금 전까지 대화하던 상대를 향해 이를 갈았다. 그녀라면 아마 지금쯤 어디선가 이 모든 상황을 보며 웃고 즐길지도 모르겠다.


 "너 방금 문제 풀라고 시킨 것 때문에 이를 갈았냐?"

 "아, 선생님! 그게 아니고요."






 "아하하하, 덜떨어지긴. 눈치껏 행동했어야지, 바보같이."


 그 시각, 같은 건물 옥상 위에 드러누워 배를 잡고 깔깔대며 웃는 여자가 한 명 있었다. 검은색 민소매 티 위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일 듯 얇은 검은색 롱 블라우스를 입고, 새하얀 허벅지를 훤히 드러낸 짧은 바지 아래 검은 부츠를 신는 등 전신이 검은 색 일색인 여자다. 이 여자야말로 방금 전 명현과 대화를 나누던 상대, 자칭 '마녀'라고 불리는 인물이었다.


 그젯밤부터 그녀는 명현에게 협력을 부탁하고 있었다. 목적은 자신의 반려를 찾겠다는 것. 반려가 있는 건 명현이 다니는 학교가 분명했다. 무슨 이유에선지 자신의 반려는 어딘가 숨어있는 게 분명하다. 그러니 그녀를 찾아내기 위해선 명현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마녀는 명현을 설득해왔다. 명현은 좀처럼 시원시원한 답변을 해주지 않고 있지만.


 깔깔대던 여자는 이내 웃음을 뚝 그치곤, 윗몸을 일으켜 세운 채 바로 앉았다. 새하얀 연기가 그녀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녀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다섯 지점, 한 뼘 길이 잿빛 향 한 가닥씩이 아무런 지탱도 없이 홀로 꼿꼿이 선 채 서서히 타들어가고 있었다. 마녀를 둘러싼 연기는 그 다섯 개 향들로부터 뿜어져 나왔다. 바닥에 닿은 연기들은 마치 조개의 발처럼 뻗어나가 사방을 덮고, 그것도 모자라 옥상 난간을 넘어 건물 벽을 타고 흘러 내렸다. 건물 한 동 전체가 그런 식으로, 마녀가 뿜어낸 연기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 지경이 되었는데도, 교실에 있는 학생들과 선생, 화단 주위를 돌던 관리인조차 조금도 눈치 채지 못하고 있다.


 학교 곳곳에 뻗어나간 연기들은 모두 마녀의 감각 기관이 되었다. 옥상에 앉은 채 마녀는 건물 이곳저곳을 두 눈으로 보고, 코로 냄새 맡고, 귀로 엿들을 수 있었다. 제약이나 한계는 없었다. 명현이 있는 교실 그 층만 제외하고는.


 "어째서 여기선 내 마술이 통하지 않는 거야?"


 다른 층에 있던 연기까지 끌어 모아봤지만 마찬가지였다. 주위 전경과 소음, 냄새에 그렇게나 민감하던 연기들은 유독 명현이 있는 2층에 다다르면 감각이 둔해져 제대로 탐색에 쓸 수 없게 되어버렸다.


 몇 차례 시도 끝에 마녀는 당연한 결론에 이르렀다.


 "누군가 내 주술을 방해하고 있어."






 "당신이 끼어들면 곤란해요오."


 마녀가 계속해 탐색을 위한 주술을 펼치고 있을 때, 어둠 속에서 그 상황을 은밀히 주시하는 소녀가 있었다. 미간 위에 네 개, 곤충 겹눈 같은 눈동자들이 에메랄드 색으로 빛이 났다. 겹눈은 은비가 있는 교실, 그 내부 전경을 있는 그대로 비췄다. 바로 그 자리에 있는 것도 아니면서도.


 "하루만 더 손쓰는 게 늦었다며언, 저 마녀가 선수 쳤을지도 모르겠네요오."


 안 그래요, 적막? 소녀가 어둠 속에 손을 뻗자, 길고 부슬부슬한 털이 그녀 손에 닿았다. 부드럽게 쓰다듬는 그녀 손길을 느낀 청삽살개, 적막은 마치 주인의 물음에 대답하듯 왕, 하고 크게 한 번 짖었다.


 소녀의 시선은 다시 은비 가방 안을 향했다. 가방 안 구석에 작은 나무 인형 하나가 들어 있었다. 열쇠고리 정도 크기로, 털이 긴 짐승 위에 올라탄 여성 모습을 한 것이었다.


 "인형 '꼭두'가 있는 한, 저 곳은 제 힘이 미치는 영역이에요오. 마녀라고 해도 저 결계를 뚫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찾아내기란 불가능하겠죠오."


 키득키득 웃던 소녀는 적막을 쓰다듬던 손을 거두었다. 대신 제 품을 뒤져, 나뭇가지 하나를 꺼내 쥐었다. 2, 30cm 가량 되려나? 이파리나 꽃봉오리 하나 맺지 않은 마른 가지를 그녀는 '복숭아나무 가지'라고 불렀다.


 "물론 그것말고도오, 미리 살짝 손을 써둔 게 있지요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 거지만요오. 설마, 제가 생각하는 그 만일의 경우란 게 찾아올 일은 결코 없겠죠오? 안 그래요오, 당신?"


 소녀가 복숭아나무 가지로 어둠 속 한편을 가리키자, '흐이이익'하는 짧은 비명 소리가 그 쪽에서부터 들려왔다. 잠시 후 그 어둠 속에서, 누군가 쭈뼛대며 걸어 나와 소녀 앞에 섰다. 지난번 명현에게 눈물방울을 주었던 귀신, 알영이 거기에 있었다.


 "그, 그 무서운 것 저리 치우란 말야! 말했잖아! 협박하지 않아도 이 소녀, 시키는 대로 다 하겠다니깐?"

 "시키는 대로 다 하겠다고요오?"


 알영의 말을 듣고서도 소녀는 그녀에게 겨눈 나뭇가지를 거두려들지 않았다.


 "시키는 대로 다 하겠다는 사람이이, 너무 실적이 저조한 것 아닌가요오? 습격은 전부 실패하고, 겨우 '꼭두' 하나 놔두는 것만 성공한 주제에."

 "으윽……."

 "당시인, 그렇게나 자기 사당이 아깝지 않나요오?"


 사당 이야기가 나오자 알영 귀신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사, 사당만은, 소녀 사당만은 봐주라~. 이번엔 진짜, 진~짜 제대로 한다니깐?"

 "믿어도 될까요?"

 "그래, 믿어 줘. 한 번만 더 기회를 줘."


 애걸복걸하는 알영 귀신을 보며, 소녀는 차갑게 웃었다. 그녀 이마에 있던 겹눈이 감기며 사라지고, 남은 본래 눈동자 두 개로 소녀는 알영을 바라보았다.


 "'꼭두'는 분명 유용하지만, 만능은 아녜요오. 이렇게 계속 지켜보는 것도 피곤하다고요오. 그러니까 당신, 저 언니를 감시해 주어야겠어요오. 은비라고 했죠? 그녀에게 접근해오는 사람이 없는지이, 그녀가 특이한 행동을 하지는 않는지이 똑똑히 확인해 주세요오. 단, 그녀에게 손을 대서는 절대 안 되요오. 아시겠죠오?"

 "응, 그럴게. 이번엔 소녀, 진짜 제대로 할게."


 바닥에 넙죽 엎드려 절한 뒤, 알영 귀신은 허둥지둥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녀 모습을 지켜보던 소녀는 비웃음을 흘렸다.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귀신 같으니이. 당신보다도 구원받아야 할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고요오."


 복숭아나무 가지를 다시 품 안에 집어넣고는 소녀는 다시 적막 곁에 가서 앉았다. 그 긴 털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소녀는 나지막이 혼잣말했다.


 "자, 모든 계획은 준비되어 있어요오. 과연 어떤 결과를 맞게 될까아? 후훗, 기대되지 않나요오?"


 '사랑하는 딸', 모든 그림자와 귀신들의 왕을 자처하는 소녀는 그대로 삽살개 적막 품에 누워 기분 좋은 낮잠에 빠져들었다.






 모든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고들 한다.


 그날 저녁 명현은 곧바로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야자가 끝난 직후, 그는 하교하는 학생들 틈에 끼었다. 몰래 은비 뒤를 쫓기 위해서였다.


 '누군가 감시당하고 있어.'


 가방을 챙겨 일어나려던 명현의 머릿속에 마녀가 말을 걸어왔다. 명현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반 친구들은 제각기 삼삼오오 모여 집으로, 혹은 학원으로 향했다. 명현은 마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누가요? 누구한테 감시당하고 있단 거죠?'

 '나도 몰라. 너와 같은 학년 학생인 건 분명해.'

 '같은 반도 아니고 같은 학년이라뇨? 한 반에 서른 다섯 명씩 잡아도 200명이 넘는다고요!'

 '일단 중앙 현관으로 나와 봐.'


 협력 같은 거 안한대도! 투덜대면서도 명현은 부리나케 중앙 현관으로 나왔다. 감시당하는 것은 같은 학년 학생이라고 했다. 행여나 아는 사람이기라도 한다면, 모른 척 무시했다간 나중에 잠자리가 사나워질 테니까.


 "곽명현!"


 현관을 막 나서자마자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는 현관 위에서 나고 있었다. 고개를 들자, 현관 지붕 위에 있던 마녀가 무언가를 그에게 휙 던졌다. 명현은 간신히 그 물체를 건네받았다.


 "그거 써. 주술을 탐지하는 기기야. 친구에게서 빌려왔어."


 마녀 말에 명현은 손에 든 그것을 들여다보았다. 마녀에게서 받은 그것이 썩 낯설어 보이지만은 않았다. 이것과 비슷한 걸 사진으로 본 적 있었다. 틀림없이 과학책이었던 것 같은데,


 "그……. 자이로스코프에요, 이거?"


 서로 다른 각도를 이루는 세 개의 원형 링 안에서 한 방향을 고정해 가리키는 금빛 핀을 보면서 명현이 물었다. 마녀가 고개를 끄덕이곤 말했다.


 "그 축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가. 감시하는 상대를 뒤쫓게 되어 있으니까 도움이 될 거야."

 "잠깐만, 제가 가도 할 수 있는 건 없다구요! 차라리 당신이 쫓아가면,"


 반문하려는 명현의 말을 중간에서 딱 잘라 막고는 마녀가 말했다.


 "공범이 이 학교 내에 있어. 난 지금부터 그 녀석을 쫓아야 돼."

 "아직 전 도와준단 말도 안 했는데요!"


 명현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마녀는 그의 눈앞에서 자취를 감췄다. 하는 수 없이 명현은 마녀가 준 그 이상한 금빛 자이로스코프를 보았다. 일단은 마녀 말을 따르기로 했다. 지금은 달리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니깐.


 축이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달음박질친 지 오래지 않아, 명현이 깨달은 것이 있었다. 고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마녀가 사실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건 분명하다.


 "으이씨, 그러고 보니 이거 방향만 보여주지 거리는 안 가르쳐주잖아!"


 뒤늦은 후회를 하면서도 명현은 계속 달렸다. 대로를 따라 몇 분인가 달리다, 어느 순간 기계가 가리키는 골목길로 뛰어들었다. 몇 번인가 막다른 길을 마주쳐 돌아 나오길 반복했다. 주술을 탐지하는 기기란 내비게이션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쓰기 불편했다.


 여기저기 들락날락하며 방향을 따르던 와중에 명현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자이로스코프를 닮은 기기가 안내하는 방향을 따를수록 점점 명현에게 익숙한 풍경이 하나둘 주위에 나타났다. 설마 설마 하면서 걸음을 옮기던 명현은 어느 순간 갑자기 제자리에 멈춰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가로등이 드문, 골목길 사거리에서였다. 명현은 이 장소에 분명 와본 적이 있었다. 그것도 극히 최근에 와서.


 "여긴 그때 은비가……."


 겨우 기억을 떠올린 순간 명현은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를 들었다. 발자국 소리는 명현이 있는 쪽으로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또각, 또각. 낯익은 단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명현은 본능적으로 골목 한쪽 그늘진 곳에 몸을 숨겼다. 또각, 또각. 소리는 점점 가까워왔다. 명현은 몸을 숨긴 채, 고개만 빠끔히 내밀어 상대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 상대 모습이 가로등불 아래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


 명현은 깜짝 놀라 내밀었던 머리를 도로 집어넣었다. 가로등 아래 나타난 건 다름 아닌 은비였다. 명현은 다시 마녀가 준 자이로스코프를 보았다. 자이로스코프는 은비가 걸어온 방향 쪽을 여전히 가리키고 있었다.


 '그 말은 즉,'


 은비가 자신을 눈치 채지 못하고 골목길을 따라 내려가는 걸 지켜보며 명현은 숨을 죽였다. 감시받는 사람이란 아무래도 은비인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이 근처에 은비를 감시하는 누군가도 있을지 모른다. 명현은 인내심을 갖고 상대를 계속 기다렸다. 이윽고 가로등 너머 어둠 속에서 누군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우우우우, 소녀 힘들다. 다리도 퉁퉁 붓고, 허리도 뻐근하고."


 상대가 알영 귀신이란 걸 확인한 명현은 또 한 번 놀랐다. 어째서 저 여자가 여기에? 의심할 새도 없이 손에 든 스코프가 덜덜 떨며 진동하기 시작했다. 분명했다. 축이 가리키는 건 다름이 아닌 알영 귀신이었다.


 '어쩌지? 조금 더 상황을 살필까?"


 알영이 자신을 눈치 채지 못하고 지나가자, 명현은 조용히 그 뒤를 따랐다. 은비 뒤를 쫓는 데 집중하는 탓인지, 알영은 제 뒤를 누군가 밟고 있다는 건 상상도 하지 못한 듯했다. 한밤중 세 사람의 기묘한 추격전은 중단될 기미 없이 한참을 이어졌다.


 '그러고 보니 여긴 은비네 집과 다른 방향인데?'


 한참 뒤를 쫓던 명현은, 은비가 집과는 다른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자 이상하게 생각했다. 알영이 눈치 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멈칫거리는 기색 없이 은비를 따르는 걸 보면 눈치 채지 못했으리라 생각이 들지만.


 다음 골목에서 은비는 또 한 번 방향을 틀었다. 알영은 별 의심 없이 은비를 쫓고 있었다. 골목 모퉁이를 돌면서 명현은, 그제야 은비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쟤, 자기를 누군가 쫓아오는 걸 알고 있는 걸까?'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은비는 자신의 계획대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아마 복잡한 골목 깊숙한 곳까지 상대를 유인하려는 생각일 것이다. 그녀의 무모한 계획에 명현은 긴장했다.


 상대는 그 사람 좋아 보이던 유령 여자다. 설령 뒤쫓던 게 발각되더라도 은비에게 무슨 해코지를 할 것 같진 않았다. 자신에게 그랬던 것처럼, 은비에게도 뭔가 이야기하기 위해 접근하는 건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사이에 끼어들어 방해하는 건 오히려 민폐인지도 모른다.


 한편으론 불안감도 있었다. 귀신 여자에겐 뭔가 사정이 있는 건지도 모른다. 어쩌면 은비를 해코지하지 않으면 안 될 이유가 있는 건 아닐까? 죽기 살기로 은비에게 달려들 만한 절박한 사연이 저 귀신 여자에게 있다면?


 골목 모퉁이에 숨어 두 사람을 보면서, 명현은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귀신 여자와 은비가 만나는 걸 내버려두고 지켜봐야 할까? 아니면 은비와 마주치기 전, 앞서 은비 몰래 귀신 여자를 불러 막아 세워야 할까?



 중간에 막아 세운다, 를 선택 시 1-6. 원한다면 가져? 편으로

 만나도록 내버려둔다, 를 선택 시 2-6. 환청 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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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M.A.> 5번째 화입니다.

 그동안 진행해온 이야기가 은비 중심으로 흘러갔기 때문에, 갑자기 명현 중심으로, 마녀가 등장하여 진행하는 이번 화가 조금 당황스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소보다 설명을 조금 덧붙인다고 적긴 했는데, 이해하시는 데 도움되었을지 모르겠네요;

 참고로 다음 화 부제목들은 상황에 따라 약간 변동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지금 2-6의 부제목이 <환청>으로 되어 있는데요, 경우에 따라선 <명현의 간섭>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현재로선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양해해 주세요;

 그나저나 슬슬 8월 첫째 주네요; <E.M.A.>도 배경이 8월 첫째 주였는데....아무래도 현실 시간이 연재글 중 시간을 앞질러갈 모양입니다. 대충 8월 말까지 연재 끝낼 수 있지 않으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