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23 10:53

성배:2번 기록(계속)

조회 수 428 추천 수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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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 간단한 실험을 해봤다. 핸디를 끼워넣는 것으로 벽을 절단하는 대신, 손이 들어갈 정도의 부분에만 오물을 묻힌 후 그 안에 손을 집어넣어서 들어올리는 것이다. 문이 닫히는 힘이 그렇게 강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쩌면 내 정도의 힘으로도 들어올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여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다. 아니.. 불가능은 아니고, 내 힘이 모자라다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게다가 이 망할 벽이 내 손톱을 갉아먹었다. 아주 약간이긴 하지만.

 

 34. 핸디를 반만 벽 속에 집어넣어 그걸 손잡이로 삼아 들어올려봤다. 아까보다는 힘이 더 잘 실린다. 하지만 하나가지고는 역부족이다. 힘을 많이 실으면 빠질줄 알았는데, 오물 흡수가 끝난 벽이 다시 단단해지면서 핸디가 그 사이에 꽉 물려있다. 33의 실험에서도 경험한 것이지만 그 때는 쉽게 빠져서 적을 필요성을 못느꼈었다. 팔뚝에 배어있는 땀 때문에 벽이 계속 무른 상태로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35. 핸디의 크기를 고려해봤을때, 어떻게해도 한 개의 핸디를 두 손으로 붙잡을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래가지고서는 문을 여는데 필요한 힘을 전달할 수 없다.

 

 36. 어깨 너비의 폭을 두고 핸디를 두 개 박아넣었다. 높이는 내 겨드랑이보다 약간 아래쪽이다. 헬스장에서 운동하던 것이 생각나서이다. 벽에 허리를 붙이고, 다리는 벌린 채로 쭈그려 앉고, 어깨너비의 손잡이 두개를 잡고.. 젠장. 글솜씨가 없어서 묘사는 도저히 못해먹겠다.

 

 37. 허리가 부러지는 줄 알았지만, 문을 여는 데에 성공했다! 온 몸의 근육을 활용하는 자세 덕분이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체중을 이용하는게 더 좋을 것 같다. 군대 가기에 너무 뚱뚱해서 다녔던 헬스가 이런 식으로도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외계인한테 피랍된 것 치고는 꽤나 고무적이다. 지구로 돌아갈 방법을 찾는 건 불가능할 것 같지만..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 어드벤쳐 게임의 주인공이 된 것 같다. 뒈지면 컨티뉴나 뉴 게임이 안된다는게 결정적인 차이지만. 로그라이크 게임보다도 매니악한게 인생이다.

 

 38. 통일이 되어도 문제, 안되어도 문제. 하지만 확실한건 내가 군대 갔다온 다음에나 통일이 될 거라는 점이다. 난 아직 미필이다.

 

 39. 인간?

 

 40. 복도에서 인간 비슷한 외계인을 만났다. 인간하고 다른 점은 골격이 크고 피부가 검붉다는 점이다. 다른 녀석들과는 달리 옷을 입고있고, 나에게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지금도 내가 기록하는 것을 지켜보고있다. 하지만 내용을 이해하는 것 같지는 않다.

 

 41. 녀석과 의사소통을 시도했다. 아까 끼프, 옴노, 바투와 했던 것과 똑같은 방법을 사용했다. 그 녀석은 내 이름을 똑바로 부른다. 자신의 호칭을 결정하는데 고민하는 것 같았는데, 그 녀석은 자신을 캡틴이라고 했다. 왠지 난감하다.

 

 42. 캡틴은 내가 의사소통 중에 기록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게 분명하다. 녀석이 내 손을 때렸다.

 

 43. 여하튼, 나는 캡틴에게 우호적으로 행동하기로 했다. 피랍을 누가 주도했는 지도 모르는데, 나를 납치했다는 이유로 모든 선내의 외계인들에게 날이 선 태도를 보이는 것은 영 아닌 것 같다.

 

 44. 씨발 이거 스톡홀름 증후군 같은데

 

 45. 스톡홀름 증후군이 아마.. 자신의 생명을 쥐고있는 사람에게 태도나 의식이 우호적으로 변하는 거였지? 이대로 가다간 이 미친 외계인 놈들이 내 후장에다 좆을 갖다박아도 '이해'하는 상병신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근데 외계인한테 강간의 개념이 있을까? 하물며 수컷이 수컷한테 하는 강간이? 아니 그 이전에 좆이 달려있기는 한가? 셋 다 없으면 좋겠는데. (고자라니!) 천수를 누릴 때까지 청년막 찢어지는 경험은 절대로 하고 싶지 않다. 입도 마찬가지다.

 

 46. 나를 다시 가둬버린 그 3인조는 어디로 갔을까? 내가 다시 나올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걸까?

 

 47. 호랑이도 제 말 하니까 온다. 캡틴의 뒤에서 3인조가 다가오는 것이 보인다.

 

 48. 외계어같은 것을 듣기를 내심 기대했지만, 3인조는 나를 보기만 할 뿐 캡틴과의 의사소통조차 하지 않았다. 징그러운 것들. 사람 가죽을 뒤집어썼다고는 하지만 표정변화조차도 없다.

 

 49. 3인조가 내 뒤편에 와서 섰다. 캡틴은 내 앞에 있다.

 

 50. 여러가지 생각들이 머리 속에서 휘몰아치고 있다. 하지만 그것들을 다 적어놓을 수는 없다. 잉크 낭비다.

 

 51. 3인조(?)가 셋이서 계속 같이 다니는 탓에 이름을 지은 의미가 없어졌다. 사실 셋 다 특징이 없는 얼굴들이라 분간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굳이 구분하자고 차이점을 찾으려니 눈이 호강한다.

 

 52. 이들은 지구에 내려와있었다. 가짜 인간의 가죽은 아마 지구에 대한 면밀한 탐사를 목적으로 만든 것이겠지. 언제부터였을까? 얼마나 많이 알아냈을까? 그렇게해서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53. 기록하고 있는 나나, 질리지도 않고 보고만 있는 이것들이나, 둘 다 독종이다.

 

 54. 볼펜과 수첩의 쓰임새는 확실히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직접 만들었을 것 같지는 않고.. 구태여 이런 것을 선내에 실어둔 목적이 뭘까?

 

 55. 이 수첩과 볼펜은 물론 그들이 나에게 준 것이 맞다. 하지만 직접 준 것이 아니라, 그들 중 누군가가 던진 것이다. 왜 그랬을까? 어쩌면 그들은 나에게 물건을 가져다 줌으로써, 나와 사물 간의 상호작용을 관찰하려는게 주목적인 지도 모른다.

 

  56.있는대로 다 적어대면 안



 56. 나는 돌아갈 수 있을까?

 

 57. 머리가 돌아가질 않는다. 무척 피곤하고 배고프다.

 

 58. 캡틴을 지나쳐 반대방향으로 진행한다. 네 명 모두 나를 제지하려는 움직임이 없다.

 

 59. 이 방향으로 갈 수록 조명이 밝아지는 것을 느낀다.

 

 60. 노린내가 난다. 터럭 타는 냄새같다. 하지만 내 머리카락은커다란 짐승이 내 앞에 두 발로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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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주[尹主] 2011.07.24 02:36

     무슨 일 터질 듯한 분위기가 좋네요 ㅎ 잘 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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