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12 07:55

(비평) 남으로 가는 신부

조회 수 436 추천 수 2 댓글 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캬, 내 평생 도령 같은 인간은 처음 보네그려."



 벙거지를 쓴, 50대 초로 남자는 얼굴 가득 자글자글한 주름을 한가득 잡으며 웃었다. 술상대인 준열과는 아무리 봐도 부모 뻘이라 할 만큼 나이차가 있었다. 준열과 남자가 만나는 것도 사실 바로 이 날 밤이 처음이었다.



 "정말 잘 마시는 인간이네그려. 자, 자. 한 잔 더 받지."



 격의 없이 웃는 얼굴로 사발 가득 희뿌연 막걸리를 따라 남자는 준열에게 거듭 술을 권했다. 이걸로 벌써 몇 잔 째인걸까. 준열은 마지못해 남자가 주는 잔을 받았다. 입가에 가져다대자 톡 쏘는 듯 시큼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동시에 준열의 뱃속에서도 무언가 시큼한 게 목구멍을 거꾸로 타고 오르려는 양 부글거렸다. 도무지 안 되겠지, 이젠. 준열은 한 입 무는 시늉만 하곤 사발을 내려놓았다.



 "왜 그러나, 도령? 아직 술은 얼마든지 있다네."



 껄껄 웃는 남자를 곁눈으로 흘기며 준열은 두 손으로 머리를 짚었다. 아무래도 남자에게 속았지 싶었다. 모르긴 해도 준열 혼자 마신 양이 최소 막걸리 반병은 되었을 것이다. 남자가 마신 것과 합쳐 한 병 반은 족히 비웠을 거라고 생각해도 무리는 없겠다. 한데,



 "도령, 이 병 비우기 전까진 안 일어난다고 한 게 누구였지?"



 벙거지 남자가 든 술병에선 여전히 시큼털털한 액체가 기세 좋게 흘러나와 빈 잔을 채웠다. 기껏해야 한 뼘 반 크기 조롱박 모양 술병이다. 상식적으론 비워도 한참 전에 비워 졌어야 하는 게 아닌가.


 남자는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준열에게 말했다.



 "하는 수 없지. 약속은 약속이니까. 병을 못 비웠으니, 내가 부탁하는 것 한 가지는 반드시 들어주기로 한 걸세?"



 그래, 그런 약속 분명히 했었다. 준열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 부추김에 금방 발끈하면서도, 정작 결정적인 때 포기가 빠른 건 준열이 본래 가진 단점이면서 동시에 장점이기도 했다. 적어도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 말도 안 되는 주량 대결을 하게 된 것도 남자가 준열을 도발한 탓이었으니까.



 "실은 말일세, 도령. 나는 인간이 아니야."



 대뜸 노인은 준열에게 이상한 말을 꺼냈다. 준열은 고개를 들어 노인을 보았다. 조금 노인이 하는 말을 납득할 수 있을 것 같아졌다. 피부가 거칠고 다소 얽은 노인 얼굴은 대추 못지않게 시뻘겠다. 그래, 간혹 이런 사람 있지. 한 번 취하면 자기가 무슨 소리하는 건지도 모르고 이상한 말 떠들어대는 사람이.



 "믿지 않으면 곤란하지. 이렇게 귀한 보물 일부러 꺼내 보여주기까지 하는데."



 술병을 들어 보이며 노인이 말했다. 준열은 코웃음 치며 물었다. 인간이 아니면 뭐란 말예요?


 이어지는 노인 대답이 가관이다.



 "인간이 아니라 도깨비일세."



 맙소사! 대답을 듣고 준열은 낄낄대며 웃었다. 인간이 아니라 도깨비라니, 너무 진부하잖은가. 사람을 웃기려거든 좀 더 참신한 맛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믿지 않는대도 상관없네. 어차피 내 부탁하곤 상관없는 얘기니까."



 헛기침 몇 차례로 준열이 웃는 것을 잠재운 후, 자칭 도깨비 영감은 다시 이야기를 계속했다.



 "실은, 도령이 누구 길잡이 좀 해줬으면 하네."



 길잡이라는 말이, 어쩐지 준열에겐 조금 생소하게 들렸다.



 "그러니까, 길 안내 좀 해주란 말일세."



 노인이 다시 한 번 풀어 얘기해 주고서야 준열은 비로소 말뜻을 알아 차렸다. 금세 또 다른 의문이 준열 머릿속에 떠올랐다. 어째서 내가 길 안내를 해야 하는 거지?



 "솔직히 나도 이유는 모르겠네. 다만 부탁받았을 뿐이야. 반드시 자네여야 한다는."



 이 말을 하면서 노인은 조금 제 얼굴을 찡그렸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준열이 길안내를 맡은 건 노인에게도 뜻밖인 성 싶었다.


 잠시 생각하던 준열은 노인에게 물었다. 제가 어디로 안내를 해야 될까요? 노인은 그것조차 모른다고 했다.



 "내가 아는 건 그가 자네를 기다리는 장소뿐이네. 그것 외엔 아무것도 모르지."



 말끝에 노인은 준열에게 어떤 장소 이름을 대었다. 여기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어느 동네 야산 이름이었다. 등산로를 오르다보면 기다리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노인은 말했다.



 "아마 지금 가면 만날 수 있을 걸세."



 덧붙여 노인이 하는 말에 준열은 조금 놀랐다. 지금? 이 한밤중에? 전신주 하나 없는 산길을 올라 생판 얼굴도 모르는 상대를 찾아내라고? 상식적이지 않은 부탁에 준열은 항변했다. 노인은 난감한 듯 그에게 말했다.



 "어쩔 수 없네. 다 사정이 있는 일이라서 말이네."



 사정이든 말든! 준열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 했다. 그가 몸을 돌렸을 때, 노인은 다급히 그의 옷깃을 잡아끌었다. 준열은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제자리에 풀썩 주저앉으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준열이 주저앉은 바닥에서 쿵, 하고 큰 소리가 날 정도로 노인은 힘이 셌다.



 "도령, 제발 부탁이네. 도령이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곤란해진단 말일세."



 옷깃을 붙잡고 노인은 준열에게 애걸복걸했다. 준열은 조금 마음이 흔들렸다. 결코 노인이 늘어져라 매달리는 티셔츠가 자기가 가진 옷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라서가 아니었다.


 망설이는 준열에게 노인은 마지막으로 쐐기를 박았다.



 "도령이 내 부탁 잘 들어준다면, 내 나중에 후사하리다. 옳지, 금덩이는 어떤가? 우선 이거면 부탁 들어줄 수 있겠는가?"



 노인은 제 허리춤에서 복주머니 하나를 준열에게 건넸다. 무언가 묵직한 것 한 덩이가 그 안에 들어 있었다. 준열은 주머니 입구를 슬쩍 열어 보았다. 생전 처음 보는 황금빛 광채가 그 안에서 쏟아져 나왔다.


 그 광채의 주인공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한 순간, 준열은 결국 마음을 굳혔다.








 커다란 랜턴 하나를 들고 준열은 밤길을 걸었다. 노인이 알려준 야산은 그의 집에서도 멀지 않았다. 횡단보도 하나를 건너 십여 분쯤 인도를 따라 걸었다. 금세 낯익은 산길 하나가 준열의 눈앞에 나타났다.


 그리 험하지 않은 산길을 따라 준열은 천천히 걸어 올랐다. 처음부터 오르막으로 시작하는 흙길이지만 디딜 곳이 많아서 평소에는 별 무리 없이 오르내리는 길이었다. 그렇다고 긴장을 놓을 순 없었다. 주위에 불빛 하나 없이 어두컴컴한 산길에선 자칫하면 헛디뎌 미끄러지기 쉬웠다.


 몇 번이고 헛디딜 뻔 한 위기를 피하며 준열은 산길을 올랐다. 인기척 하나 없는 산길이지만 으스스하단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술기운 탓에 없던 용기라도 생긴 걸까. 이제껏 객기 한 번 부려본 적 없는 준열에겐 신선한 경험이었다.


 대학 첫 학기를 마치고 준열은 휴학계를 냈다. 군 입대 때문이 아니었다. 혼자 지레 겁을 먹은 탓이다.


 고등학교 때까진 정해진 대로 따르기만 해도 그럭저럭한 결과가 나왔다. 대학교에선 달랐다. 그저 정해진 것, 알려준 것만 따라서는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상대 평가로 점수를 매기다보니 그 자리에선 괜찮은 점수를 받았다 싶더라가도 정작 성적표에선 원하지 않는 점수를 받곤 했다. 한 학기 성적을 전부 확인한 그 날 준열은 부모님께 휴학을 하겠다고 했다. 딱히 뭔가를 하겠단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저 다음 학기 학교에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을 뿐이었다.


 이 여름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가 되서도 준열은 학교로 돌아가지 않는다. 어쩌면 그 다음 학기도, 또 다음 학기도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스스로는 영영 학교에 돌아가고픈 마음이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준열은 느꼈다. 작은 용기가, 하다못해 오밤중 산길을 겁 없이 오르게 된 것처럼 술기운을 빌린 만용이라도 없이는 결코 제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거라고 그는 생각했다. 기왕이면 술보다, 붙잡고 끌어줄 여친이라도 있는 편이 더 바람직하겠지만 말이지.


 딴 생각 탓인지 준열은 그만 발을 헛딛고 말았다. 몸은 한쪽으로 크게 기우뚱거렸다. 손에서 놓친 랜턴이 오르막 아래로 데구루루 굴렀다. 준열은 황급히 팔을 뻗었다. 무언가 단단한 것이 그의 손에 잡혔다.



 "휴우……."



 손에 잡힌 게 나뭇가지인 걸 확인한 준열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둠 속에서 붙잡은 나뭇가지에 그는 제 무게를 실어 균형을 잡으려 했다. 그가 균형을 채 잡기도 전에 나뭇가지는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뚝, 소리를 내며 부러져 버렸다.



 "으아악!"



 몸을 기댈 것도, 발치에 닿는 것도 없었다. 딴 생각을 하다 산길에서 벗어나버리기라도 한 걸까. 비명을 지르며 준열은 눈을 감았다. 일순 주마등이 눈앞에 펼쳐졌다 싶었다.


 그 때 누군가 그의 팔을 홱 붙잡는 게 느껴졌다.



 "으…….저기, 괜찮으세요?"



 다소 거칠게 부여잡는 힘과는 달리 팔을 붙잡은 손에선 부드러운 온기가 느껴졌다. 말을 걸어오는 목소리도 톤이 높은 여자의 것이다. 준열은 눈을 뜨고 상대를 보았다. 그의 두 눈은 일순 놀란 듯 커다래졌다.


 사방이 온통 푸른빛이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여자 몸 주위에서만 은은한 푸른빛이 발하고 있었다. 정체불명의 불빛 덕에 준열은 여자 얼굴을 분명하게 알아보았다.


 여자는 무척 젊었다. 준열의 또래 정도일까, 혹은 그보다도 더 어려 보이기도 했다. 조금 날카로워 보이는 인상인 건 얼굴형이 갸름한 탓도 있지만, 눈매 끝이 살짝 치켜 올라간 탓인지 모른다. 커다란 눈에 오뚝하게 섰지만 아담한 코, 앙다문 입술을 준열은 차례로 두 눈으로 훑었다. 미인 형이긴 하지만 어딘가 부담스럽다. 다가가기 쉬운 인상이 아니다. 오히려 범접하기 힘든 묘한 분위기가 그녀 주위를 뒤덮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 아니라면, 준열이 평생 말 한 번 붙여보지 못했을 그런 여자였다.



 "이대로, 끌어올릴게요."



 준열이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여자는 엄청난 힘으로 준열을 끌어 올렸다. 다시 바닥을 밟은 준열은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손으로 훔쳤다. 그 사이에도 여자는 전혀 힘들어하는 기색 없이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어깨 아래로 흘러내린 흰 루즈핏 티셔츠 자락을 끌어올리는 손길이 자연스레 도드라지는 쇄골 위를 흘렀다. 옷깃을 정리하던 손을 그대로 쓸어 올려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쓸어 넘긴 후 여자는 입을 열었다.



 "드디어 만났네요, 양준열 씨."



 처음 보는 여자가 자기 이름을 알고 있는 데에 준열은 깜짝 놀랐다. 그가 묻기도 전에 여자는 준열의 의문에 답했다.



 "제가 바로 당신에게 길잡이를 요청했어요. 이런 곳으로 불러서 죄송합니다. 사람들의 초대와 안내 없이는 전 이 산 밖으로 한 발짝도 나설 수 없거든요."


 "대체 뭐야, 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을 눈앞에 두고 준열은 조금 겁에 질려 물었다. 여자는 도무지 평범한 인간이라곤 생각할 수 없었다. 몸무게 65kg 안팎인 자신을 통째로 들어 올리질 않나, 몸 주위에서 푸른빛을 내지 않나.


 그런 준열을 본 여자는 다소 슬픈 표정을 지었다.



 "예전엔 당신 같은 인간들의 외경심을 한 몸에 받았었죠. 지금의 인간들은, 저를 공경하는 마음 없이 그저 당신처럼 두려워하기만 할 뿐이지만요."



 두 손을 모은 채 여자는 준열에게 허리를 깊이 숙였다.



 "저는 태백 산군의 딸입니다. 제발 부탁이에요. 해를 끼칠 생각은 추호도 없어요. 그저, 당신의 고향까지 저를 안내해줬으면 해요."


 "내, 고향에?"



 준열은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네, 당신의 고향이요. 전 느낄 수 있어요. 당신에게선 그곳의 냄새가 나요. 물기 젖은 축축한 모래 내음과, 소금기 섞인 비릿한 바람 냄새가 나요. 틀림없어요. 거기가 분명 제가 찾는 곳, 밀경(密京)이 있는 곳이에요."



 뜻밖의 부탁에 준열은 잠시 동안 할 말을 잃었다. 노인에게서 길잡이 부탁을 받을 때만 해도 준열은 이 인근 어디쯤까지 안내를 해주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들어보니 이건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 다르다. 고향까지 안내해 주라고? 고속버스로 4, 5시간 걸리는 동네 말일까? 초등학교 이후 이사 와서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바로 그 동네를?


 웃기지 마! 준열은 주먹을 꾹 쥐었다. 휘둘리는 것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 정체불명 노인에게 억지로 끌려가 주량 대결을 하고, 또 지니까 억지 약속한 것 때문에 이런 산중까지 끌려오다 생명의 위협까지 당했다. 그런데 이젠 또 잘 알지도 못하는 동네 관광 안내까지 시켜주라고? 준열은 결심을 굳혔다. 인정 없는 놈이라고 욕을 먹더라도, 저 여자가 암만 이쁜 척을 해도, 불쌍한 척 눈시울을 붉혀도 결코 동요하지 않을 테다!


 그렇게 나름 다짐을 해놓곤 준열은 여자에게 답변을 했다.



 "할 수 없지. 도와줄게, 일단은."



 양준열, 이 줏대 없는 인간아!








 밀경이란 인간 아닌, 귀신들의 수도라고 한다. 수도라곤 해도 정확히 그곳이 어딘지 위치를 아는 건 귀신들 중에서도 일부에 지나지 않는단다.



 "전 귀신은 아니지만, 밀경 가까이 접근하면 본능적으로 그 위치를 알고 찾아갈 수는 있어요. 당신 피에선 분명 밀경의 흙과 바람 내음이 나요. 당신이 고향까지 저를 안내해주면, 거기서부턴 저 혼자 알아서 밀경까지 찾아갈 수 있는 거죠."



 고속터미널에서 좌석버스 표를 끊기 위해 줄을 선 채 준열은 여자에게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몸에서 파란 불빛을 발하지 않는 여자 피부는 눈부시게 새하얬다. 산군의 딸이면, 귀신은 아니지만 인간은 더더욱 아니다. 그녀와 그녀 가족은 스스로를 '야수'의 일종이라고 지칭하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 밀경이란 곳엔 무슨 일로 가는 거야?"



 다른 질문엔 순순히 답해주던 여자는, 유독 그 질문에서만큼은 답변을 꺼렸다. 무언가 사연이 있겠거니 하면서 준열은 애써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딱히 여자 싫다는데 캐묻는 속 좁은 남자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서 그러는 건 절대 아니다.


 버스표 두 장을 사 들고 나와 준열은 여자와 함께 대합실 통로로 향했다. 고속버스를 타는 게 처음일 여자를 염두에 두고 물과 멀미약도 미리 사 준비했다. 문득 떠올랐는지 준열이 여자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말인데, 이제 슬슬 알려주지 않을래?"


 "네?"


 "이름말이야. 모르면 불편하잖아, 아무래도."


 "……."


 "내키지 않으면 그냥 알려주지 않아도 돼. 괜찮으니깐."



 여자에게서 아무런 대답이 없자 준열은 먼저 슬그머니 발을 빼었다. 여자는 눈을 무섭게 치켜뜬 채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머쓱해진 준열은 여자를 경계하듯 슬쩍 거리를 둔 채 걸음을 옮겼다.


 막 버스에 올라타려던 찰나, 여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시아."


 "뭐라고?"


 "저, 성은 없어요. 그냥 시아, 라고 해요."



 거의 듣기 힘들 정도로 나직한 목소리였지만 준열은 간신히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문득 곁눈질로 살핀 여자의 얼굴은 어째선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할게, 시아야."



 자리를 찾아 나란히 앉은 뒤, 준열은 별 생각 없이 그녀 이름을 불렀다. 이름을 불린 순간, 여자 입에서 힉, 하는 작은 소리가 튀어 나왔다.



 "왜? 괜찮아?"


 "힉, 힉."


 "……혹시 딸꾹질하는 거야?"



 푹 숙인 고개를 시아는 가볍게 끄덕였다. 그 와중에도 그녀에게선 힉, 힉, 하는 딸꾹질 소리가 새어나고 있었다. 준열은 조금 전 산 물을 시아에게 건넸다. 물을 마시고 조금 진정하나 싶더니, 시아가 조그맣게 속삭이듯 혼잣말하는 게 어렴풋이 들렸다.



 "예, 예의가 없잖아요, 인간들은. 예비 신부 이름을 함부로 부르고."


 "혹시 나 불렀어?"



 준열의 말에, 시아는 지나치게 화들짝 놀란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아, 아녜요. 아무것도."


 "착각한 건가보네. 아무튼 편히 있어. 필요한 거 있으면 얘기하고."



 아무런 얘기도 듣지 못한 양 준열은 태연스럽게 시아를 대했다. 시아는 조금 안도한 듯 한숨을 쉬곤 준열에게서 반쯤 등진 채 창가 쪽을 향해 몸을 돌렸다. 준열 역시, 불편한 듯 몸을 뒤척이면서 복도 쪽을 향해 몸을 돌린 채 좌석에 기대어 누웠다. 서로의 등을 마주하고 돌아누운 채,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 다른 꿈을 꾸기 시작했다.



====================================


 죄송합니다, 늦었습니다 ㅠㅠ

 결국 월요일에 올리게 되네요;; 결국 지난 주는 한 것도 없이 끝나버렸어요;;


 주인공이 히로인을 만나게 되는 상황...거기에 나름 연애 복선이라고 여기저기 깔아보긴 했지만 역시 안써본 건 어렵네요;;

 
 암튼 이제 저도 비평으로 넘어갑니다;;
?
  • ?
    모에니즘 2011.07.12 07:59

    저는 비평문에 약한 것 같네요. 이 때 까지 올라온 다른분들을 포함한 모든 비평문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있어요...

  • ?
    乾天HaNeuL 2011.07.12 08:17

    쓴 사람은 자기걸 비평한 거 이해합니다. 보면 알거든요. ㅇㅇ;

  • ?
    乾天HaNeuL 2011.07.12 08:17

    훗훗훗... 늦은만큼 대가는 크리!(으잉?)

  • profile
    윤주[尹主] 2011.07.12 21:01

     으...기대하고 있을게요;;

  • ?
    다시 2011.07.12 10:48

    내 칼을 받아라

  • profile
    윤주[尹主] 2011.07.12 21:02

     목을 길게 빼고 있는 편이 나을까요 ㄷㄷ;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4320 노래방 (노래방)노브레인 - 비와당신 유이치。 2007.07.30 951 2
4319 노래방 (노래방)더크로스 돈크라이 天魔이에얌 2007.09.03 962 2
4318 노래방 (노래방)신성우 - 사랑한후에 유이치。 2007.07.30 640 2
4317 노래방 (노래방)신성우 - 이연 file 유이치。 2007.08.19 782 3
4316 노래방 (노래방)활- say yes 天魔이에얌 2007.09.05 852 3
4315 (단편) Pedestrian 보행자 2 핑거프 2009.03.04 810 3
4314 (단편) 피아노 안에서 3 핑거프 2009.03.04 892 4
4313 (단편)meaning 리엔블루 2009.12.15 610 0
4312 (단편)종말을 이끄는 자 3 크리켓 2012.05.28 389 1
4311 노래방 (병맛?) Fresh Prince Of Van-Hoir : 꿈꾸며 잠든 벨에어 1 Fe철쭉 2013.01.14 1196 2
4310 노래방 (보컬 사운드만)-당신을위하여- Leeseva 2005.08.01 799 1
4309 (비평 2차) 애초에 이런 미션 하는 게 아니었어 ㅠㅠ 8 윤주[尹主] 2011.05.27 675 1
4308 (비평 6차 추가) 乾天HaNuel님, <연상의 그녀> 4 윤주[尹主] 2011.07.31 562 1
4307 (비평) 180초 7 시우처럼 2011.07.25 480 2
4306 (비평) [XatraLeithian, 여신강림] 충동 ; 여행의 끝 4 윤주[尹主] 2011.08.20 735 3
4305 (비평) [다시님의 '마지막 한방'] 집으로 10 시우처럼 2011.08.22 555 2
4304 (비평) [원작 : 아름다운 천사] 거울의 방 5 윤주[尹主] 2011.09.02 738 3
4303 (비평) [원작 : 존나세] 사실, 60대 1은 뻥이야 7 시우처럼 2011.09.05 782 3
4302 (비평) 그 날 34번 버스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 6 시우처럼 2011.08.08 699 2
» (비평) 남으로 가는 신부 6 윤주[尹主] 2011.07.12 436 2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20 Next
/ 220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용약관] | [제휴문의] | [후원창구] | [인디사이드연혁]

Copyright © 1999 - 2016 INdiSide.com/(주)씨엘쓰리디 All Rights Reserved.
인디사이드 운영자 : 천무(이지선) | kernys(김원배) | 사신지(김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