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08 19:14

Lady Dragon Knight (12)

조회 수 356 추천 수 2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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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우…….이젠 끝난 거겠지?”


검과 함께 미르세린은 자리에 주저앉았다. 바닥에 닿자마자 형체도 없이 사라지는 미르세린의 검이 신기한지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이목이 순간 모여들었지만, 미르세린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배에서 내린 뒤 처음으로 맞는 휴식이란 것에 기분이 들뜰 뿐이었다.


“그렇겠죠…….”


역시 그 옆에 주저앉은 예희가 말했다. 사람 수가 워낙 많았기에, 허공에서 들려오는 것이나 다름없는 예희의 말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없었다. 덕분에 예희는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도 미르세린과 이야기를 계속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해가 떠오르는데?”

“아, 그렇군요. 그러고 보니 새벽이었죠.”


예희는 그제야 자신들이 새벽녘이 되서야 배에서 내렸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 사실이 머릿속에서 떠오르자, 별안간 예희는 약간 졸린 것을 느끼고는 입을 가렸다. 익숙지 못한 배 안에서 그녀는 편히 잠을 자지 못한 것이다. 물론 육체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바닥이 딱딱하다거나 습기차다는 것 따위가 이유는 아니었다. 아마도 보이기에도 익숙지 않은 환경이 불편했던 거겠지. 예희는 다시 길게 하품을 하였다. 순간 저 편에서 누군가가 그들을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며 외쳤다.


“미르세린 님, 거기 계셨습니까?”


레이븐의 목소리였다. 미르세린과 예희는 동시에 그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역시도 자신의 일을 마친 후 돌아오는 길에 만난 선원들과 함께 하고 있었다. 그들은 조금 늦게 서야 전투에 참가하고는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몰라 어안이 벙벙해져 있었다. 두 사람에게 다가온 레이븐은 자신이 앉을 자리를 찾지 못하고 주위를 둘러보다가, 미르세린보다 조금 아래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왜 너 혼자 있는 거야?”


자리에 앉는 레이븐에게 미르세린이 불현 듯 불었다. 레이븐은 무슨 말이냐는 얼굴이 되어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레이야 말이야. 네가 챙겨 줘야지 또 누가 챙기겠어?”

“아, 그녀라면 아까 배 안에서부터 보지 못했습니다만.”

“정말이지, 무책임한 것 아냐?”


그렇게 말하는 미르세린이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무책임한 것은 레이븐만이 아니다. 그런 사실을 상기하며 쿡쿡거리며 웃던 예희가 웃음을 멈추고 레이븐에게 다시 궁금했던 것에 대해 물었다.


“그런데 레이븐 씨는 왜 레이야 씨같이 좋은 분을 싫어하시는 거예요?”


순간 두 사람의 얼굴 표정이 딱딱하게 변했다. 레이븐은 창백해져 예희를 바라보고 있었고, 미르세린은 그런 레이븐과 예희를 동시에 바라보면서 상황을 판단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말실수라도 했나 싶어 예희가 사과하려는 순간, 미르세린이 레이븐에게 날카로운 어조로 말했다.


“레이븐, 너 레이야가 싫어? 얘 말이 사실이야?”

“아, 아니 저…….”


레이븐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미르세린은 더욱 매서운 눈초리로 그를 나무라기 시작했다.


“너 말이야, 도대체 레이야한테 왜 잘 대해주질 못해? 레이야도 같은 뭐랄까, 동료. 그래 동료잖아. 같이 신전에서 지내면서 같이 일하고. 그런데 왜 레이야를…….”

“무슨 일이에요?”


목소리의 주인공을 보려고 레이븐이 무심코 고개를 들었을 때, 그의 얼굴은 순간적으로 붉어졌다. 허리를 굽혀 자신을 내려다보는 레이야의 얼굴과 마주친 것이다. 갑작스러운 등장도 그렇거니와 마침 하고 있던 이야기도 레이야에 대한 이야기어서, 레이븐은 더욱 더 당황스러워했다. 마치 유령이라도 본 듯, 레이븐은 앉은 자세 그대로 후다닥 옆 자리로 이동했다. 미르세린이나 예희에게도 레이야의 예상치 않은 등장은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레,레이야…….이제 오는 거야? 하하…….”

“왜 다들 놀라시는 거죠?”


레이야는 그 자리에 천천히 앉아 세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아직도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아 고개를 숙인 채 땅바닥만을 보고 있는 레이븐과, 입을 다문 채 고개를 돌리고 있는 예희, 그리고 어딘가 모르게 과장된 듯 한 미르세린의 웃음. 레이야는 보이지 않는 미소를 지었다.


“아, 레이야. 그 피는…….”


미르세린의 지적에 레이야는 조금 놀라는 기색이었다. 자신의 로브에 묻은 피 자국을 본 그녀는 천을 접고 펴는 것을 반복하며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이건 제 피가 아니에요…….그게, 다른 곳에서 묻은 모양이네요.”


그런 말을 하는 도중에도 레이야의 오른손은 자꾸만 왼팔 쪽의 천을 접었다 펴고, 다시 끌어 당겨 왼팔을 완전히 덮었다. 그녀의 로브 자락 안 왼팔에는 붉게 물든 천 조각이 단단하게 매어져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미르세린은 그녀의 한 마디 말을 완전히 믿는 기색이었다. 아무런 의심 없이 그녀는 이런 말을 던졌다.


“모두 무사하니까 다행이네. 앞으로도…….”


사실 낙오자가 없다는 것이 천만 다행이었다. 예희도, 레이야도 생각보다 잘 따라와 주고 있었고, 레이븐과 레이야 사이의 사소한 문제 이외에는 다른 문제가 없어 보였다. 미르세린은 세 사람을 바라보며, 특히 레이븐과 레이야를 바라보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망설이는 모양이었다.


“앞으로도 별 일 없을 거야.”


결국 그녀는 그런 간단한 말로 모든 것을 매듭지어버렸다. 하지만 여행을 시작할 때부터 큰 전투를 맞이한 일행들 중 실제로 별 일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문제는 미르세린이 말을 마친 그 직후부터 발생하고 있었다.


“여러분! 아직 항구 밖은 위험할지도 모릅니다! 되도록 모든 분들은 이 마을을 떠나지 마시고 저희와 함께 머무십시오. 저희가 전령을 보내어 이곳 사정을 설명한 뒤, 지원군이 오면 그때 여러분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뭐어?”

“이거 너무한 거 아냐!”


사람들 사이에서도 불만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당황한 병사는 그들을 무마시키려 애를 썼지만, 사람들은 점점 더 불만을 내비치고 있었다.


“상인들더러 장사를 못하게 하면, 굶어 죽으라는 말이냐!”

“한시가 급한데, 여기서 며칠을 더 머물란 말이냐!”


그중에는 병사에게 다가가 다소 화가 난 목소리로 직접 불만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보시오, 이 많은 사람들더러 여기서 머물라면, 그들을 전부 어떻게 지킬 것이며, 또 이들을 어떻게 다 먹일 생각이오? 이 사람들이 또 전부 바닥에서 잠을 자란 말이오! 준비가 되지 못한 사람들은 도대체 어쩌란 말입니까!”

“자, 자. 여러분께서 아무리 그러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 그 많던 괴물들이 전부 어디로 사라졌는지도 알 수 없고, 또 다른 괴물들도 나타날지 모르는 일입니다. 성국은 이전과는 분명 다릅니다. 여러분, 그만 진정하시고 저희를 따라 주십시오!”


불만스러운 얼굴을 한 그들을, 병사들은 하나하나 정렬시켜 몇 개의 단위를 만들기 시작했다. 잠시 그들이 하는 양을 바라보던 미르세린은, 전령으로 보낼 군사들을 점검하고 있는 병사를 보더니 갑자기 열 가운데서 뛰쳐나갔다.


“이봐요! 저희도 전령으로 보내 주세요!”

“저희를 따라 주시죠. 전령으로 가는 것은 병사들입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조금 바쁘거든요?”

“안된다잖아요! 들어가 계시죠!”


병사의 윽박지름에 미르세린의 눈매가 매섭게 변했다. 갑자기 뛰쳐나간 미르세린이 하는 양을 보고 있던 레이븐은, 순간 그녀에게서 살기를 느끼고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미르세린을 다독여 대리고 들어갈 요량으로 그녀의 팔을 잡았다. 순간, 미르세린이 거칠게 레이븐의 손을 뿌리치고는 그 병사가 임시로 앞에 가져다 놓은 통을 두 손으로 쾅 하고 내리쳤다.


“이 답답한 양반아! 바쁜 사람 붙잡지 말고, 그리고 병사들 희생시키지 말고 좋게 보내주란 말야! 이렇게 꽉 막힌 사람을 봤나! 이봐, 내가 가서 제대로 말할게. 제대로 말 한다니까!”

“뭐야, 이 사람! 보아하니 신관 같으신데 얌전히 자리로 가서 조용히 계시죠. 어디 끼어들 데가 없어서 여자가…….”

“잠깐, 당신 뭐라고 했어.”


순간 병사는 고개를 들어 미르세린을 보고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녀의 눈은 이미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병사는 마치 자신이 드래곤을 마주하고 있을 때와 같은 엄청난 압박을 느낄 수 있었다.


“여자가 어떻다고? 지금 내 앞에서 그딴 소리가 나와? 아저씨, 남자들은 말야. 대체 뭐가 잘나서 그런 말을 지껄이는 거야? 대체…….뭐가 그러엏-게나 잘나서, 그 따위로 말하는 거냐구?”

“미르세린님, 제발 진정하시고…….”


레이븐이 미르세린을 흔들었지만, 미르세린은 전혀 듣지 않는 모양이었다. 레이야와 예희도 어느새 대열에서 빠져 나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안절부절 못해 하고 있었다.


“아, 알았소. 내가, 사과하리다. 그러니까. 진정하시고…….”

“미르세린 님”


병사의 사과를 받고, 세 사람이 부르는 것을 듣고서야 미르세린은 겨우 화를 누그러뜨리고 몸을 돌렸다. 병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감싸 쥐는 순간, 미르세린은 다시 몸을 돌려 그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건넸다.


“참, 아직 우리 보내준다는 말은 없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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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DK> 연재 계속 진행합니다.
 이땐 친구한테 빌려본 판타지소설에서 대사를 조금씩 배우려 했었는데 말예요;; 지금은 뭐....생각나는 데로 쓰다보니 어색한 구석이 많은가 봅니다.
 이어지는 13화는 다음 주 업로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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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모에니즘 2011.07.09 02:48

    판타지소설도 잘 안보면서 판타지소설을 쓰는 한심한 저와는 비교가 되는군요... 저도 판타지소설을 좀 보고 배울건 배워야할텐데...

  • profile
    윤주[尹主] 2011.07.09 07:32

     아뇨...저도 잘 안 보는 편입니다. 실은 이게 제가 처음 써본 판타지 소설이거든요. 아무것도 모르고 쓰려고하니 너무 막막해서, 어설픈 유머같은 걸 빌려썼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은 또 판타지 잘 안 읽고 있답니다;;;

  • ?
    다시 2011.07.09 07:04

    판타지 소설 몇 개 보면서 대사가 어색하다고 생각한..

  • profile
    윤주[尹主] 2011.07.09 07:34

     그건 사실이죠. 제 글도 대사 많이 어색한 편이잖아요 ㅎㅎ

     

     읽어본 글이 있다면, 그 대사가 어색했건 그렇지 않았건 결국 자신이 쓸 때 어느 정도 참고가 되고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요^^;

  • profile
    클레어^^ 2011.07.10 09:12

    헉, 여기서도 여자가 어쩌구저쩌구하면 싫어하는 쪽이 있나 보네요?

    '우리들도 용사다'에 나오는 제르딘도 그 쪽에 속하는데...

  • profile
    윤주[尹主] 2011.07.12 19:49

     신선하단 느낌은 안 들죠, 아무래도;;

     미르세린의 세계에선 아직까지 소수 의견에 속하는 거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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