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22 01:43

[단편] 불을 지피는 아이

조회 수 363 추천 수 2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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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인지 모를 시절에 어디인지 모를 숲속에, 한 소년이 살았습니다. 그 아이는 숲속의

작고 낡은 오두막에서, 산에서 나는 나물과 열매를 먹으며 살아오고 있었지요.

아이는 언제나 잠에서 깨어나면 먹을 것을 찾고, 남는 시간에는 하늘을 보다가 잠들고
있었습니다. 그런 나날이 얼마나 됐는지도 알 수 없을 만큼, 아이는 오랜 시간을 그렇게

보냈습니다.

오늘도 그 아이는 여느때처럼 한가로운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지요. 아이의 눈에 보이는

하늘은, 무척이나 아름다웠습니다. 비록 커다란 나무들 때문에 작게 보이는 하늘이었지

만, 그 눈부신 파랑색은 소년에겐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색이었거든요.

해가 뜰 때나 노을질 때의 하늘색도 마찬가지였고, 별님들이 반짝반짝 빛나는 밤하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이는 그것들보다 예쁜 것을 보지 못했어요.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 사이로 비치는 하늘을 보던 아이는, 문득 생각했습니다.

"나무들을 가만히 있게 하면 하늘이 더 많이 보일 거야."

아이는 나무를 가만히 있게 하기 위해서, 자기의 생각을 나무들에게 크게 말했습니다.

"나무들아! 내가 하늘을 좀 더 많이 볼 수 있게 가만히 있어줘!"

그러나 나무들은 아이의 말을 듣고 싶지 않은 듯, 소란스러운 움직임을 전혀 멈추지
않았지요.

그 아이는 다시 한 번 소리쳤습니다.

"나무들아! 내가 하늘을 좀 더 많이 볼 수 있게 해 줘!"

하지만, 나무들은 이번에도 아이의 말을 듣지 않았어요. 아이는 골이 나서 외쳤습니다.

"왜 내 말을 듣지 않는 거야!"

아이는 주먹으로 근처의 나무를 때렸습니다. 그렇지만 나무는 하나도 아파하지 않았고,
오히려 자기가 아프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렇다면 좋아!"

아이는 근처에서 굵은 나뭇가지 하나를 집어들고는, 힘껏 나무를 때렸습니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아이의 손바닥만 아플 뿐, 나무는 전혀 아파하지 않았어요.

아이는 근처에서 돌멩이 하나를 집어들고는, 나무를 향해 힘껏 던졌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는, 자신의 팔만 아프고 나무는 전혀 아파하지 않는 걸 보게 되었지요.

아이는 참기 힘들어져, 결국 울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으앙!"

그 때, 숲 속 어딘가에서 웬 털복숭이 어른 한 명이 나오는 게 아니겠어요? 털복숭이

어른은 아이에게 다가갔습니다.

"꼬마야. 너는 왜 여기서 울고 있냐?"

아이는 털복숭이 어른의 험상굳은 얼굴이 무서워서 오들오들 떨었습니다.

"당신은 누구세요?"

"나는 그냥 사냥꾼이란다. 위험한 동물들을 사냥하는 사람이지."

"저는 하늘을 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나무들이 하늘을 보게 해주지 않아요."

털복숭이 어른은 잠씨 자신의 턱수염을 쓰다듬다가 씨익 웃으며 아이에게 말해왔습니다.

"꼬마야. 나는 나무들을 없애는 방법을 알고 있단다."

아이는 순간, 울음을 뚝 그쳤습니다. 오들오들 떨던 몸도 떨림을 멈췄답니다.

"정말요?"

"그럼. 나무들은 불을 지르면 견디지 못한단다."

아이는 털복숭이 어른에게 불 지피는 법을 물어보았고, 털복숭이 어른은 계속 웃으면서
아이에게 불 지피는 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럼, 건투를 빈다."

털복숭이 어른은 다시 저 숲 속으로 사라져 갔습니다. 아이는 그 뒷모습을 보다가, 불을

지핀 막대기를 들고는 나무를 보았죠. 그리고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제 난 너희들을 쓰러뜨리고 하늘을 볼 거야!"

아이는 나무에 불을 지핀 막대기를 던졌습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가 사는 숲은 불길에 휩싸였습니다. 타닥거리며 나무들이
괴로워하는 소리가 아이에게 들렸습니다. 아이는 너무 신이 났습니다.

"이제 너희들이 사라지면 난 좀 더 하늘을 볼 수 있어!"

그렇게 외치며, 아이는 숲에 끝없이 불을 지르며 돌아다녔습니다. 가끔은 불에 데어

쓰라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기쁜 생각에, 그런 건 아무렇지도 않았

답니다.

이윽고, 아이가 사는 곳 근처의 숲은 다 타서, 재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불길은
멀리 퍼져가고 있습니다. 아이는 숨이 찼습니다. 이쯤이면 됐다 싶어서 하늘을 올려다
봤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 하늘은 시꺼먼 구름에 뒤덮여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게 뭐야. 전보다 더 안 보이잖아."

소년은 울면서, 타버린 숲 가운데의 오두막에 누워 버렸습니다.

그리곤 긴 잠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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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Lu 2011.06.22 01:43

    작일 05년 02월 오래된 글 재탕입니다.

  • profile
    윤주[尹主] 2011.06.22 03:05

     잘 봤어요~


     그래도 역시 동화풍 이야기는 아쉽다는 느낌이 드네요. 어쩐지 단순해 보여서요. 그저 개인 취향과 맞지 않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기왕이면 EsLu님께서 쓰시는, 장편이나 보다 복잡한 구성의 이야기를 보고 싶어요. 재미있는 이야기를 써 주실것 같아요^^;

  • ?
    EsLu 2011.06.22 03:17

    마침 손댈 기회가 생겨서, 옛날 글 리뉴얼하고 싶은 게 있는데 한 번 해볼까요.

     

    헌데 입장이 있는지라, 연재 주기가 좀 늘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만... :)

  • profile
    클레어^^ 2011.06.22 07:37

    헉, 하늘을 보려고 나무 태우려다 자기 목숨까지 잃게 되네요.

    탈무드나 이솝 우화 보는 느낌이 들어서 좋네요.

  • ?
    멜레크로아 2011.06.24 21:50

    오랜만엔 재밌게 본 단편이네요^^ 원래 장편을 쓰기 위해선 단편부터 쓸줄알아야한단얘기가 있는데,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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