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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숲이 있었답니다. 숲이라고 하기엔 나무들의 사이도 너무 벌어져 있고, 땅에 쏟아지는
일조량도 많았지만 어쨌든 나무들이 많이 서있기는 하니 숲이 아니겠어요? 그래도 그 작은 숲은
있어야 할 건 다 있는 대단한 숲이었답니다. 동물들이 살 만한 자연적인 땅굴도 여러개 있었고
나무들이 자라기 좋게 여러 갈래의 깨끗한 물줄기도 있었지요. 나무들은 날아다니던 새들이
앉아서 쉬기도 좋을 만큼 잘 자라 있었고 그런 나무 사이를 누비는 동물들도 활기차 보였답니다.

하지만 정말 대단한 이유는 이런 것들이 아니었어요. 이 숲에는 다름이 아니라 성이 세워져
있는 거지요. 돌로 만들어져 있는 견고한 성이지만 굉장히 아기자기한 모양이었어요. 겉모습
만으로도 나쁜 괴물이나 무서운 동물 따위를 막아내려고 만든 성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귀여운 성이었답니다.

성에는 또 한가지 쉽게 생각지 못할 굉장한 특징이 있었어요. 그건 바로 많은 수의 굴뚝이었지요.
굴뚝에서는 언제나 모락모락 귀여운 느낌의 연기구름이 피어올랐어요.

물론 이 성을 알고 있는 것은 숲의 나무들과, 그 숲에서 살고 있는 동물들 뿐이었어요. 그 외에는
아무도 몰랐답니다. 큰 나라의 훌륭한 왕, 멋들어진 모습의 왕자님이나 새침하게 웃는 예쁜 공주님
혹은 무서운 얼굴의 훌륭한 장군님도요.

굴뚝이 피어 올리는 귀여운 연기구름 때문에 들킬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신기하게도 그 연기구름
들은 숲을 넘어 하늘까지 올라가지는 않았어요. 왜냐하면, 그 연기구름들은 나뭇잎들 사이에서 몰래
숨어버리기 때문이지요.

숲은 오래전부터 동물 친구들과 신기한 성만의 장소였답니다.

평소처럼 따사한 햇빛이 내려쬐던 어느날이었어요. 번쩍번쩍 멋지지는 않지만 깔끔한 차림에
가죽갑옷을 입고 길다란 검을 허리에 찬 용사님이 그 숲에 들어섰답니다. 용사님은 무서운
괴물들의 습격을 받아 공포에 떨고 있는 시골 마을을 구하기 위해 싸우고, 도망치는 괴물을
쫓다가 길을 잃어 그 숲까지 당도한 것이었어요.

용사님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괴물을 쫓았기 때문에 피곤하기도 하고 배도 고픈데다 매우 지쳐
있었지요.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기분에 한 나무에 기대어 잠이 들려던 용사님
이었어요. 그 때 용사님의 코 끝으로 맛있는 냄새가 풍겨왔답니다.

너무 배가 고팠던 용사님은 일단 냄새를 쫓기로 했어요. 그리곤 냄새를 따라 숲길을 거닐었답니다.
여러가지 예쁜 풀꽃과 멋진 나무들을 지나고 시냇물을 건너뛰다가, 용사님은 이윽고 귀여운
연기구름이 오르는 여러개의 굴뚝을 가진 아기자기한 성을 보게 되었어요. 그리고 맛있는 냄새가
이 성으로부터 풍긴다는 것도 알아냈지요.

용사님은 신기하게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이 근처에는 사람이 사는 마을 같은 건 없었거든요. 그
숲은 사람이 사는 곳과는 굉장히 많이 떨어져 있는 곳이였지요. 용사님은 허리에 차 두었던 검을
꺼내들곤 성문을 찾았어요. 성문은 금세 찾을 수 있었고, 용사님은 문 옆에 붙은 팻말도 볼 수
있었어요. 팻말은 낡아서 써 있는 문장의 반을 읽을 수 없었지만 [...지은 "마녀의 성"]이라는
글자만은 볼 수 있었지요.

"으음, 이 성은 무시무시한 마녀가 살고 있는 성이로구나!"

용사님은 신음을 내뱉고는 깊은 생각에 잠겼어요. 사악한 마녀를 처치하지 않으면 나중에 어느
선량한 사람이 피해를 입을지 몰랐어요. 비록 사람이 사는 곳과는 떨어져 있었지만, 아무래도
상대는 마녀였기에 꿈도 꿀 수 없을 만한 행동을 할 수 있을지도 몰랐지요. 결국 용사님은 검을
쥔 손에 힘을 더하고는 문을 두드렸어요.

용사님이 조금 기다리고 있자 곧 문이 열렸어요. 문을 연 사람은 하얀 가루가 잔뜩 묻은 채인
까맣고 특이한 옷을 입은 여자아이였어요. 여자아이는 예쁜 눈을 크게 뜨고 용사님께 누구냐고
물었지요.

"나는 괴물을 쫓던 용사요. 당신이 이 성의 주인이오?"

여자아이는 용사님의 반문에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어요. 용사님은 약간 곤란해했어요.

이 작고 예쁜 소녀가 나쁜 짓을 일삼는 사악한 마녀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거든요. 그렇지만
사악한 괴물들을 마음대로 부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모습을 바꾸는 건 쉬울 것 같다고
생각한 용사님은 곧 마음을 다잡고 검을 여자아이에게 겨누었어요.

"이 사악한 마녀! 네가 더 이상 해악을 끼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정의의 응징을 받아라!"

여자아이는 깜짝 놀랐어요. 무서운 표정의 용사님을 보고 금세 예쁜 눈에 눈물이 고였어요.
겁에 질려 오들오들 떨던 여자아이는 꿇어앉은 채 작고 떨리는 목소리로 용사님에게 말했어요.

"용사님, 제발 저를 해치지 말아 주세요. 나쁜 짓은 하나도 하지 않을게요. 지금 굽고 있는 빵도
쿠키도 모두 드릴게요. 드릴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지만 그것만으로도 괜찮다면요."

용사님은 여자아이의 가련한 모습을 보고 다잡은 마음이 수그러드는 것을 느꼈어요. 배도
고팠기 때문에 여자아이가 빵과 쿠키를 바치겠다고 하자 귀가 솔깃했지요. 용사님은 마녀가
이렇게 뉘우치고 다짐한다면 믿어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용사님은 곧 검을 집어넣고
여자아이의 애원을 승낙했지요.

용사님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본 여자아이는 금세 커다란 바구니에 가득 빵과 쿠키를 담아서
가져왔어요. 그리곤 용사님에게 건넸죠. 용사님은 내용물을 확인해 보고서는 다시는 나쁜 짓을
하지 말라고 엄하게 말하고는 몸을 돌려 숲 밖으로 사라져 갔어요.

여자아이는 주저앉아 울면서 중얼거렸어요.

"그건 숲 친구들과 맛있게 나눠 먹을 거였는데..."



늦었지만, 낡은 팻말에 쓰여 있는 문장은 [숲의 친구들과 함께 맛있는 쿠키를 먹기 위해 지은
"마녀의 성"]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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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Lu 2011.06.22 01:38

    작일 05년 01월 오래된 글 재탕입니다.

  • profile
    윤주[尹主] 2011.06.22 03:00

     마녀, 라는 선입관을 이용한 이야기인가요? 재미있게 봤습니다^^;

  • profile
    클레어^^ 2011.06.22 07:35

    이, 이런 오해가 있다니...

    꼬마 마녀는 왜 팻말을 고칠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나요? 빵이나 쿠키 굽느라 고칠 시간이 없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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