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5.23 16:35

Lady Dragon Knight (10)

조회 수 414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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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불을 감추고 항구에 조용히 접근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해라.”


선장의 말은 곧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던 선원들을 통하여 곧장 모든 사람들에게 전달되었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몸을 숙이고 있는 동안, 배는 서서히 항구에 가까워져 가고 있었다. 선장이 가볍게 눈짓을 건네자 선원 한명이 고개를 천천히 들어 배가 닿을 시설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는지 갑자기 그가 두 손을 번쩍 들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곧 배아래서 소리가 들렸다.


“누구냐!”

“성국 군사들이요?”


선원은 당황하지 않고 즉시 그에게 물었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조금 들리는 가 싶더니 아래서 다시 소리가 들려왔다.


“그렇다. 너희는 보아하니 유니안인가 본데.”

“지나던 상선이요.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생겨서 배를 좀 대야겠소.”

“마을은 점령당했다. 이 항구를 요새 삼아 버티고는 있지만, 얼마 가지 못한다. 차라리 이곳 사람들을 실고 가까운 항구로 가 우리 상황을 이야기해 주어라.”


그제야 배 안의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분명하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무언가가 이 마을을 공격했고, 지금도 공격 중이다. 마을 사람들은 항구로 들어오는 입구에서 힘겹게 그 무언가에 대항하여 싸우고 있는 모양이었다. 항구 안에는 이미 배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텅 비어 있었다. 아마도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배로 실어 보낸 것이리라. 하지만, 작은 항구에서 그것 역시 한계가 있었을 것이고, 결국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남아 있을 터였다. 어찌 할지를 묻는 선원에게 선장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고, 선원은 다시 자세를 가다듬어 아래 있는 사람들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우리도 나갈 수 없소. 나가면 죽는 것을 아는데 어떻게 항구를 나선단 말이오.”

“그럼 어쩔 텐가! 우리와 함께 죽기라도 할 것이란 말인가!”

“우리도 돕겠소! 우리도 싸우기 위해 여기 왔소이다!”


순간 갑판 위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나 함성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검을 든 사람들의 그림자가 갑작스레 올라온 불빛에 비추어 바닷물 위에 일렁이고 그것을 보는 항구 사람들의 얼굴은 놀라움과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적은 수라도, 그들에겐 동지가 생겼다는 것 자체가 그렇게나 기쁜 사실이었던 것이다.


“어서 오시오, 빛의 자손, 위대한 인간들이여. 그대들의 도움을 감사히 생각하는 바이오. 보라! 우리를 도우러 사람들이 왔다!”


그의 말과 함께 항구 안에서도 큰 함성이 일었다. 뒤이어 몇 사람의 병사들이 앞으로 나오더니 배에서 밖으로 던지는 밧줄을 잡아 당겨 한 쪽에 매어 놓기 시작했다. 밧줄이 모두 메어 졌을 때, 배에서는 다시 나무판자를 내어 사람들이 내릴 수 있도록 하였고, 갑판 위의 사람들은 천천히 배에서 빠져 나와 병사들을 껴안고 악수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그런 소란 속에서 미르세린은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저 사람들은 스스로를 속이고 있어.”

“예?”


굵은 채찍이 튼튼한지 확인하던 레이븐은 미르세린의 말을 미처 듣지 못하고 되물었다. 미르세린은 다소 신경질적으로 그에게 말했다.


“바보, 너는 모르겠어? 두려우니까, 조금이라도 기운 내서 두려움을 떨쳐 버리려고 몸부림치고 있는 걸.”

“사람들 말씀이신지.”


그럼 누굴 말하겠어, 하며 미르세린은 그를 곁눈 짓으로 바라보았다. 레이븐은 아무런 말도 못하고 다시 자신의 채찍 여기저기를 풀고 잡아당겨 보았다. 레이븐이 힘주어 잡아당겨도 아무런 변화를 보이지 않는 채찍은 끝에 납을 넣은 꽤 무거운 물건이었다. 잘못 사용하면 팔이 상할 수도 있는 무기인데다, 레이븐 본인이 그리 무기를 들고 싸울 일이 없었던 터라 무기 역시 그렇게 자주 사용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레이븐이 자신의 무기를 다루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 와중에도 그는 꾸준히 자신의 능력 한도를 확인해가며 그 무기를 시험 삼아 여러 번 다루어 보았고, 그것은 실전에서도 그럭저럭 쓸 수 있을 정도는 될 수준이었다. 단점이 있다면 채찍을 사용하는 본인조차도 자신의 무기가 어떻게 움직일지는 감으로밖에 알 수 없다는 것인데, 그런 점은 레이븐 역시 잘 알고 있었다. 평소에는 별다른 생각 없이 미르세린의 명령 하나하나를 그대로 행하는 것처럼 보이는 레이븐이었지만, 자신의 위험한 도구를 다룰 때는 자신의 한계 이상의 방식으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그이기도 했다. 도구 뿐 아니라 가능성이 없는 모험을 하는 것은, 오히려 차분해 보이는 레이야보다도 싫어하는 것이 레이븐이었다. 그 점을 아는 미르세린은 그래서 레이븐에게 큰  일은 맡기지 않는 대신 꼭 그대로 행해져야 하는 일들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그에게 일임했다. 다른 사람들이 보았을 때는 레이븐은 자질구레한 일들을 도맡아 하고 레이야는 중요한 일들을 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아니 사실은, 본인들 역시 그런 생각을 하고 불만을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르지만. 미르세린은 빤히 레이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채찍을 점검하다가 이상한 기분을 느낀 레이븐이 고개를 들 때까지는 그런 미르세린의 행동은 계속되었다.


“왜 그래요?”

“레이븐, 제발 부탁이거든. 평소처럼만 해라.”

“별 싱거운 소리 다 듣네. 평소처럼 하란 소리를 뭐 하러 해요? 평소에 하던 습관이 꼭 남이 말해 줘야 나오나. 나도 모르게 나오는 거지.”

“헤헤, 그렇지?”


미르세린은 멋쩍게 웃고는 사람들에 떠밀려 배에서 내렸다. 막 내려 보니 선장은 이미 내려와 항구를 수비하고 있는 병사들의 우두머리와 이야기 중이었다.


“그럼 성국에 그런 괴물들이 있단 말입니까?”

“웃을 일이지만 사실입니다. 한 달 전쯤에는 거대한 괴물 하나가 산에서 내려와 마을을 습격하기도 했습니다. 그 때도 겨우 녀석을 처치하기는 했지만 우리 피해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또다시 이런 일이……. 백귀들이 언제 저렇게나 많이 성국에 있었답니까? 왜 성황께서는 모르셨고요?”


백귀란 말에 미르세린은 귀가 번쩍 띄었다. 뼈와 썩다 남은 살점만이 남아 살아서 움직이는 죽은 자들을 이르는 말. 거의 모든 살점과 옷이 썩어 버린 뒤에 뼈만이 그나마 남아 희미하게 파란 빛이 섞인 흰 빛깔을 내보인다고 해서 백귀라고 부르기도 하고, 항상 많은 수가 모여 돌아다니기 때문에 백귀라고도 한다는데, 과거와 같이 성국이 제대로 성스러운 가호를 유지하고 죽은 자들이 관리가 잘 된다면 생겨날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그렇다는 것은 성국을 지키고 있던 가호가 약해지기라도 했다는 것인가.

두 사람의 심각한 대화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뿐만 아닙니다. 성국 내에서도 계속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성도 내에서 악마가 출현해 성황께서 머무시는 궁전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큰 소리로 웃다가 군사들이 도착하자 사라져버렸다는 소문이 성도에서 떨어진 이곳에까지 들려오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신전에서 올리는 포도주가 성황의 입이 닿는 순간 피로 변했다는 소문도 있고요.”

“쯧쯧…….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말이 길어졌음을 알아차린 선장은 그렇게 자신의 말을 끝맺고는 그에게 자신과 선원들, 사람들의 통솔을 부탁했다. 그는 그렇게 다수의 사람을 통솔해 본 경험이 없다고 두 번 세 번 사양했지만, 선장은 막무가내로 그에게 모든 통솔을 맡겼다.


“그러면 좋습니다. 선원들 몇을 보내서 항구에서 조금 떨어진 곳까지 헤엄쳐 가도록 하여 항구 앞에 있는 녀석들을 조금 유인해냅시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일제히 항구에서 쏟아져 나와 녀석들을 치는 겁니다.”

“이 늙은이의 머리로도 알아듣기 편해서 좋군.”


말은 그러했지만, 선장의 말투에는 잔뜩 비꼬는 투가 역력했다. 그는 매번 그가 항구를 나설 때마다 이런 저런 것들을 트집 잡으며 잔뜩 잘난 척하는 병사들과 그렇게 친하지 못했다. 권위적으로 그들에게 호통만 치던 자들이, 정작 위급한 상황이 되고 자신들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한낱 무식한 선원들보다 나은 생각을 내지 못하는 것이 그에게 곱게 보일 리 없었던 것이다. 병사 역시 그 말을 못 알아들을 인물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그, 그렇게라도 해서 일단 이곳의 숨통을 터야 합니다. 좁은 곳에 이 많은 사람들을 모두 세워둘 수도 없고, 전투도 그리 효율적이 되진 못할 테니…….”

“알았소. 대신 선원들은 내가 데리고 가겠소. 똑똑한 녀석들을 데리고 갈 테니, 그렇게 아시구려.”


병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잠자코 선장이 하는 것만 보고 있었다. 선장은 차근차근 선원들을 불러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가령 몇몇은 바로 자신을 따라오고 나머지는 조금 후 따라와 돕고 하는 식으로. 지시를 받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그들을 보면서 병사는 별다른 말없이 그저 멍하게 그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국가라 하는 녀석들 믿을 수가 있어야지. 바다 일이란 게 그렇잖소. 늘 알 수 없고, 위험하고. 그래서 내가 훈련 좀 시켜 놨지.”


선장은 이렇게 말한 후 껄껄 웃으며 다시 파이프를 물었다. 그러나 습기가 찬 모양인지 채워 넣은 잎에는 불이 붙지 않았다. 선장은 떨리는 손으로 몇 번인가 불을 붙이려 애쓰다가 이내 부싯돌을 신경질적으로 내던지고는 파이프를 품 안에 다시 넣었다.


“가자.”


선원들과 함께 선장이 바다로 뛰어들 무렵, 마지막 사람들과 함께 남아 있던 레이야와 예희가 부두로 내려왔다. 예희를 본 미르세린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렸다. 그런 미르세린에게 먼저 예희가 말을 걸어 보았다.


“저, 저기…….”

“춥다. 뭘 하든지 얼른 할 것이지. 말만 잔뜩 많아서…….”


미르세린은 짐짓 딴청을 부리며 예희를 피했다. 예희는 조금 씁쓸한 탓에 입맛을 다셨지만,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예희가 아니라 오히려 미르세린이었다. 그것이 예희와 서먹서먹해졌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인지, 아니면 레이야가 예희와 자신 사이가 좋아질 것 같지 않아 보이자 스스로도 입을 닫아 버린 탓인지는 미르세린도 알 수 없는 것이었다.


==============================

 <LDK>도 10화에 접어들었네요.

 9화 때와 별로 상황이 달라진 게 없어선지 짝히 할 만한 얘기가 없네요;; 일단 이대로 몇 화 정도 더 진행해보죠;;

 <시크릿>은 평소처럼 수요일에 올리겠습니다. 요 한 달 저것 때문에 희비를 오락가락하고 있네요;
 아무튼 한 주 또 즐겁게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
  • profile
    클레어^^ 2011.05.24 07:19

    뭐랄까나... 예희와 미르세린은 약간 어색한 듯 하네요.

    뭐, 조만간 친해지겠죠?[퍼버버벅!!!]

  • profile
    윤주[尹主] 2011.05.24 07:36

     친하게 될 거에요. 영 가망이 없다 싶으면 억지로라도;;;

     아직은 뭐 시간 많으니까요....어떻게든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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