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작법이 있는가. 혹은 필요성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를 묻는다면. '없다' 예술의 분야에서 보편성을 띈 일반적 공식은 완전히 무시되어야 한다. 그러나 소설에 있어서 작법은 필요하지 않다고 딱 잘라 규정하기에도 불편하다. 추사 선생의 명제를 떠올리면 편하리라 생각된다.
"난초를 그림에 있어서 법이 있어도 안되지만, 법이 없어도 안된다."
모든 예술은 모방이 아니며 창조이기 때문에 전체의 예술은 작자 본인의 독자적인 독창성의 세계로 구현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알고 보고 읽어 온 무수한 예술 작품에는 아무런 한계도 없고 아무 제약도 받지 않는 작자의 창의에서만 탄생된다는 사실을 주지하자.
그렇군요...
심리학에서, 제약이 전혀 없을 때보다 적절한 제약이 주어졌을 때 창의성이 발휘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작법에 얽매여서는 안 됩니다만, 역시 작법이 필요하긴 하다고 저는 생각해요.
예컨대 동생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중학교 때였나, 미술 시간에 난초 그리기를 했는데, 난초를 그리는 의도나 거기에 담는 내용, 기교 따윈 전혀 가르치지 않고 그냥 선을 그리기만 하라했다더군요. 아마 난초를 그리는 데 담긴 정신이나 그리는 법을 간단하게나마 선생님이 가르쳐주셨다면, 학생들은 더 좋은 결과물을 냈겠죠.
물론 작법이 인도할 수 있는 영역이 있고, 그것이 인도할 수 없는 영역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 구분을 하고 선을 긋는 건 작가의, 어떤 비판적 역량 등에 의해서가 아닐까요? 작법을 익히고, 그것을 극복하는 것 자체가 작가의 역량이 되지는 않을까요?
두서없는 얘기 한 번 써봤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