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2차) 애초에 이런 미션 하는 게 아니었어 ㅠㅠ

by 윤주[尹主] posted May 27,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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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미션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저는 다른 분들께서 '왜 유리코가 이런 편지를 남길 수밖에 없었는가'하는 질문을 해결해 주셨으면 바랐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성격이니까 이런 결말을 맞을 수밖에 없다'라는, 그런 류 답안을 원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기엔 제가 여러분께 던진 질문에 문제가 있긴 합니다만;;


 어쨌건 그런 선입관이 있었기 때문에, 비평을 하는데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영향을 받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아무래도 다음 번 미션 제시때는 제시문을 안 쓰는 방향으로 생각해 봐야겠네요;;


 그 외에도 분량 제시가 서투르기도 했죠. 쓰다보니, 6천자는 좀 많았다 싶기도 합니다. 대개 4, 5천자 가량 쓰셨더군요. A4 3장 분량엔 그 정도가 적절하겠죠, 아무래도;;;

 아무튼 이래저래 발안자가 서툴게 제시한 미션이었습니다. 그저 열심히 적어 주신 글 볼 수 있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총평] 이번 미션은, 설득력 있는 동기를 가진 캐릭터!!


 제출글 모두 '유리코가 결과적으로 파멸할 것이다'는 가정을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파멸에 도달하는 이유가 제각기 다를 뿐이지요. 사실 그게 가장 재미있는 점이기도 했고요.


 기왕 미션 내용이 캐릭터에 대한 거였으니, 캐릭터 위주로 살펴볼게요.


 다시 님이 그리신 인물 '정화'는 욕망의 화신 같은 인물입니다. 가벼운 여자, 막나가는 여자이면서 정작 그런 태도 탓에 남들에게 진정으로 이해받진 못하는 여자처럼도 보입니다. 마지막 부분 친구 대사 탓에 그렇게 보였어요.


 건천하늘 님의 '유리코'는 자아도취가 강한 인물이죠. 망상병 환자고 조금 우스꽝스럽게 희화화되어 있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그 결과 지나치게 웃음거리, 평면적 인물이 된 게 아닌가 싶고요. 한편으론 자기 망상과는 달리, 소극적, 자기 방어적이고 속으로만 꿍한 태도가 엿보이기도 하더군요. 


 시우처럼 님의 '소진'은 위 두 인물들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위 두 인물은 나름대로 어떠한 결점을 가지고 있고, 그 결점으로 인해 파멸할 인물들입니다. '소진'은 조금 다르죠. 그녀 자신이 어떠한 결점을 가지고 있다기보단, 세상이 그녀에게 파멸하도록 강요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직접적인 원인은 세상의 불신 아닐까요? 그녀가 파멸하는 이유는 단순히 운, 타고난 운명이 그렇기 때문일 거란 생각이 듭니다. 세상 사람들이 그녀를 믿어주질 않기 때문에 파멸하는 거죠. 


 정리하자면, 다시 님의 '정화'나 하늘 님의 '유리코'는 주어진 세상에 능동적인 인물, 시우 님의 '소진'은 수동적인 인물인 듯 합니다. 어떤 게 좋고 어떤 게 나쁘다고 단정지을 순 없겠죠. 제시문과 같은 편지를 쓸 법한 인물이면 충분하다고 했으니까요.


 하지만 개인적인 의견을 좀 더 적자면, 편지를 쓴 인물은 수동적이기보다 능동적인 인물이어야 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운명이나 환경이 제약이 되면, 그 제약을 헤쳐나갈 길을 스스로 개척해갈 정도로 독한 인물이어야 하지 않나 생각하는 거죠. 자신이 죽을 거라며 편지를 상대에게 보낼 정도 인물이라면 주어진 배경에 마냥 순응하는 인물은 아니지 않을까요?


 그런 걸 보면 다시 님의 '정화'가 편지를 쓸 인물로 가장 잘 어울려 보입니다. 다시 님께서 댓글로 적으셨지만, 이런 욕망의 화신 같은 인물이 자기 미화와 복수심을 내보이리란 건 쉽게 예측할 수 있죠. 하늘 님의 '유리코'도, 상당히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다면 제시문과 같은 사건을 일으킬 수 있겠죠. 자아도취 성향에 소극적인 인물인 만큼, 한 번 쌓인 게 터지면 충동적으로 무슨 일을 벌일지 예측하기 어려우리란 생각이 듭니다. 


 시우 님의 '소진'이 편지와 같은 사건을 일으키려면, 뭔가 한 가지 계기가 더 있어야 할 듯 합니다. 타인에 대한 신뢰, 죄의식이 박탈된 소녀가 두 남자와, 그것도 불륜 가능성이 농후한 사랑을 하고 상대에게 자살 통보를 할 정도로 독해지려면 뭔가 한 가지 사건이 더 있어야 가능할 거 같습니다.


 제 건 뭐.... 어설프게 원작 따라가려 한 것같아 의미없으니 패스합니다;;;




 [개별평] 각 글에 대한 짧은 촌평;;



 다시, <정화 이야기>


 - '정화'라는 캐릭터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가 지나치게 적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뭔가 이해받지 못하는 인물이란 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정화'란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는 무언가를 독자가 알 수 있는 건 또 아닙니다. 혹시, '정화'는 정말 동정할 여지 없는 인물이었나요? 그렇다고 보기엔 친구가 그녀를 위해 흘려준 눈물이 조금 걸리네요.


 - 어쩌면 시점을 바꾸어보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1인칭 관찰자는 은근히 어려운 시점입니다. 3인칭 시점은 어떤가요? 1인칭 주인공 시점은 또 어떤가요? 독자가 정화에 대해 이해하도록 정보를 제공하려면, 이런 시점들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죠.


 - '비열한 목소리'란 표현이 있나요? 제가 공부가 부족한 거지 모르겠습니다만, 목소리가 비열하다는 건 어딘가 어색해 보입니다. 비열한 인간이나, 비열한 성품같은 표현은 알지만서도요;



 건천하늘, <히메구사 유리코의 이야기>


 - 망상증 캐릭터의 어떤 면이 재미있고 흥미로운지 그런 포인트를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런 걸 모르고 쓰면 같은 소재라도 글이 훨씬 재미없어 보이겠죠^^


 - '빨간머리 앤'을 보면 또래 친구가 여성들에게 얼마나 각별하고 친밀한 사이인지 알 수 있습니다. 망상소녀가 자기 망상을 유일하게 털어놓는 이가 의사 한 분 뿐인 것처럼 그리셨는데요, 어째서 '유리코'는 또래 친구에게 자신의 그런 망상을 털어놓지 않는 걸까요? 그러한 망상은 자기 가장 친한 친구에게 가장 먼저 털어놓으려 하지 않을까요? 전 그런 생각이 드네요.


 - '화제의 인물과 처음부터 화제의 인물이었던 선생님 두 분'은 좀 어색해 보입니다. 대구가 안 맞는 것같달까요. '조금 전까지 화제의 인물이었던 한 분과, 처음부터 화제의 인물이었던 또 한 분.'이렇게 풀어쓰는 건 어떨까요? 


 - 사견입니다만, 마지막 장면은 책도 좋지만 환자 차트였어도 더 자연스러웠을 것 같아요;



 시우처럼, <육즙 좋은 곰돌이>


 - 사실 캐릭터 외에는 짧으면서도 가장 인상적인 글이네요. 특히나 표현이 너무 좋습니다. 1등급 곰돌이나 찢겨진 심장처럼 온갖 상징적인 비유들, 허리춤에 덜렁이는 무전기처럼 소진의 심정을 말하지 않고 보여주는 면 등이요. 정말 부럽다니까요, 이런 표현들은;;


 - 의도하신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 결말 부분을 보면서 왠지 소진이 잃는 것이 신뢰나 죄의식이 아니라 순수성같아 보였어요. 첫 생리와 유사하단 느낌도 들고요. 역겨운 냄새, 흩어져 뭉텅거리며 빠져나가는 무언가. 이런 것들 때문일까요?


 - 개인적으론, 가장 마지막 줄 묘사는 처음 것이 더 좋았단 생각도 듭니다. 심장 그 자체가 플로어 위에 떨어져 썩어가는 것처럼 풀어냈던 처음 글 말예요. 제가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는 걸까요? 소녀의 박탈감, 혐오감 따위를 표현해내기엔 새어나오는 피보단 떨어져나간 덩어리가 더 효과적일 듯 합니다.



 기왕 하는 거, EsLu 님 글도 어설프게나마 한 번,


 - 난해한 한자어를 다수 섞어쓴 게 옛글 풍이고, 그래선지 이국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인물의 한탄, 허무감도 그렇고, 마지막에 던진 섬뜩한 이미지도 색다른 맛이 있네요^^;


 - 비평계 미션을 위한 글은 아니기 때문에, 적당하지 않는 지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점이 1인칭, 그것도 제시문과 같은 편지 형식으로 짜여져 있단 게 올려주신 글 특징입니다. 호소력있게 읽히는 장점이 있지만, 발언의 신뢰도는 떨어집니다. '내가 그러지 않았어요'라는 말만큼 믿기 힘든 말이 없는 것처럼요. 캐릭터가 어떤 인물인지, 어떤 성격을 가졌는지 독자에게 알릴 때는 이 방법은 피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 이건 궁금해서 그러는데, 코케시가 뭔가요? 한번도 못 들어본 단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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