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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을 모으자! 회사를 세우자! 목표는 국가 건설? 황당무계한 먼치킨 경영 판타지


 지금은 출판작가이신 한 블로거가 일본 라이트노벨을 읽고 올린 리뷰들 중에서 이 책을 처음 발견했을 때, 내용이 얼마나 궁금했는지 모릅니다. 무려 '국가'를 세우기 위해 활동하는 고등학생들, 그것도 전혀 허무맹랑한 능력이나 판타지로 이루는 게 아니라, 회사를 세우고, 사업을 해서 착실히 군자금을 끌어모으는 아이들의 이야기라니! 게다가 작가는 실제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자기도 하답니다! 리뷰를 쓴 블로거는 이 작품이 일본 라이트노벨 쪽에서도 드문 예라고 이야기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한 가지 소재, 한 가지 이벤트에서만 온갖 인물관계며 사건, 상업적 요소들을 끌어낼대로 끌어내 단행본 하나로 만들어 버리는 여타 라이트노벨과 달리, <하즈키 리온의 제국>은 끊임없이, 정신없을 정도로 목표를 달성하고, 다음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의 연속이기 때문이죠. 이렇듯 정보를 얻고 궁금증은 커져만 갔지만 어쩌겠습니까, 제가. 일본어라곤 약간도 할 줄 모르는데 원서를 사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러다 최근 국내에서 정식 발매된 걸 알고 교보문고에 찾아갔습니다. 하루만에 죽 읽고 느낀 건, 기대한 만큼 재미있었다는 걸려나요?


 일단 캐릭터 취향이 맞습니다. 제 자신이 끌려다니는 걸 좋아하는 타입인건지, 아니면 소극적인 자신과 달리 주도적인 여성이 취향인건지,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도 그렇지만 이 <하즈키 리온의 제국>도 읽는 도중 여러 차례 키득키득 하면서 보았습니다. 스즈미야 하루히와 하즈키 리온은 비슷한 점이 그만큼 많습니다. 제멋대로고, 자기 주도적이고, 행동파고, 그렇다고 해서 몽상가나 허풍쟁이는 아니고, 나름대로 상당한 추진력을 갖춘 여성이란 점이요. 스즈미야 하루히같은 경우 '애초부터 얘는 그런 성격이었어'라는 느낌입니다만, 하즈키 리온은 '모험가인 아버지를 따라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견문을 넓힌 결과'로 구체적인 원인을 덧붙인 게 차이라면 차이겠네요.


 어처구니없이 대범한 스케일과 그를 따라가려 우왕좌왕하는 주인공 외 일행들의 모습도 재미있습니다. <스즈미야 하루히...>시리즈에서 하루히가 계획을 하나둘 터트릴 때마다 쿈과 일행들 얼굴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것처럼, <하즈키 리온의 제국> 역시 리온이라는 캐릭터가 어처구니없으리만큼 거창한 계획을 하나둘 터트리고나면 주인공은 벙찐 얼굴로 당혹스러워하게 됩니다. 속으론 어처구니없어, 말도 안돼, 라고 하면서도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 아니 그 이상을 성실하게 해내는 건 <하루히...>의 쿈이나 <제국...>의 주인공 미츠구나 같지만요^^


 <스즈미야 하루히..>와 <제국...>의 결정적인 차이는 그 행동의 동기에 있습니다. 하루히는 단순히 우주인, 이세계인, 초능력자와 한바탕 재미있게 노는 게 꿈이지만, 하즈키 리온은 독립 국가를 건설하는 게 꿈입니다. 따라서 하루히는 그저 이곳저곳에서 유희하고, 사람들을 말려들게 할 뿐이지만 하즈키 리온은 제대로 계획을 세워 사업을 시작하고, 자금을 조달하고, 다음 활동을 미리 구상하는 등 더 체계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다소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스즈미야 하루히...>를 보면서는 독자들이 쿈의 심리, 감정에 주관적으로 공감할 수 있을 뿐이지만, <제국...>을 보면서는 누구나 객관적으로 주인공 심정을 느낄 수 있을거란 얘기죠. 이제 막 고등학교 1학년에 들어와 수상한 부서에 입부했을 뿐인데, 어리둥절한 사이에 주인공에게 떨어진 건 한 달 안에 해결해야 할 '빚 276만 8천 엔.' 마이너스에서 시작한 그들의 활동자금은 챕터가 넘어갈 때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버립니다. 1권이 끝난 시점에선 이미 그들의 활동은 학교 동아리 수준을 넘어 CNN이나 FOX같은 방송사에서도 취재를 오는 어엿한 상장회사가 되버리더군요....


 이렇게 말하면 <...제국>이 어떤 소설인지 어느 정도 감이 오실지 모르겠습니다. <...제국>은 현실적입니다. 목표하는 바가 있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행하려는 현실적 활동들이 등장합니다.


 그러면서도 <...제국>은 비현실적입니다. 전 세계를 유랑한 경력을 가진 추진력 강한 리더, TV 아이돌과 겨뤄도 통할 법한 미모의 간판모델, 진짜 회사도 여러 사람이 프로젝트 팀을 짜서 여러 달 고생해야 완성할 법한 구체적 계획서를 혼자 뚝딱 해치워버리는 무서운 천재 소녀, 거기에 웹 프로그래밍, 전산 등 실무에서 그럭저럭 무난한 능력을 갖춘 잡무 담당 등등이 전부 고등학생이란 게, 그것도 다 같은 학교에 있다는 건 지극히 먼치킨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죠.


목표는 독립국 건설, 1권에서의 목적은 상장주식회사 설립. 어떤가요? 조금은 기대가 되실려나요?


 진행이 급박한만큼 <...제국>은 여타 라이트노벨이 가진 알콩달콩한 재미는 다소 떨어집니다. 소소한 일상, 풋풋한 로맨스 따위는 희생하되, 정신없이 앞으로, 앞으로를 반복하며 무시무시하게 뻗어나가는 그 과정에서 오는 재미를 살린 소설입니다. 앞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또 어떻게 도달하게 될지를 기대하게 하는 소설입니다. <하루히..>같은 종류 책을 좋아하지만, 딱히 감상적인 내용이나 관조하는 듯 독특한 독백체(쿈이 했던 것과 같은)를 기대하는 게 아닌 독자라면 이런 책도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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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그에 올리면서 창도에도 옮겨 봅니다;;

 뭔가 장황해 보이지만 별 얘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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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다시 2011.03.25 08:28

    라노벨도 읽어봐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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