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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갑판 위

 

                                                                            임화(林和)

 

너른 바다 위엔 새 한 마리 없고,

검은 하늘이 바다를 덮었다.

 

앞으로 가는지, 뒤로 가는지,

배는 한곳에 머물러 흔들리기만 하느냐?

 

별들이 물결에 부딪쳐 알알이 부서지는 밤,

가는 길조차 헤아릴 수 없이 밤은 어둡구나!

 

그리운 이야 그대가 선 보리밭 위에 제비가 떴다.

깨끗한 눈가엔 이따금 향기론 머리칼이 날린다.

좁은 앙가슴이 비둘기처럼 부풀어 올라,

동그란 눈물 속엔 설움이 사모쳤더라.

 

고향은 들도 좋고, 바다도 맑고, 하늘도 푸르고,

그대 마음씨는 생각할수록 아름답다만,

울음소리 들린다, 가을바람이 부나보다.

 

낙동강가 구포벌 위 갈꽃 나부끼고,

깊은 밤 정거장 등잔이 껌벅인다.

 

어머니도 있고, 아버지도 있고, 누이도 있고, 아이들도 있고,

건넛마을 불들도 반짝이고, 느티나무도 거멓고, 앞내도 환하고,

벌레들도 울고, 사람들도 울고,

 

기어코 오늘밤 또 이민열차가 떠나나보다.

 

그리운 이야! 기약한 여름도 지나갔다.

밤바람이 서리보다도 얼굴에 차,

벌써 한 해가 넘어 외방 볕 아래 옷깃은 찌들었다.

 

굶는가, 앓는가, 무사한가?

 

죽었는가 살았는가도 알 수 없는

청년의 길은 참말 가혹하다.

 

그대 소식 나는 알 길이 없구나!

 

어느 누군 사랑엔 입맛도 잃는다더라만,

이 바다 위 그대를 생각함조차 부끄럽다.

 

물결이 출렁 밀려오고, 밀려가고,

그대는 고향에 자는가?

나는 다시 이 바다 뱃길에 올랐다.

 

현해 바다 저쪽 큰 별 하나이 우리의 머리 위를 비출 뿐,

아무것도 우리의 마음을 모르는 않는다만,

아아, 우리는 스스로 명령에 순종하는 청년이다.

 

이 시에서 화자는 고향을 떠나는 배에 올랐다. 그리고 갑판 위에서 헤어진 ‘그대’가 선 보리밭 위에 제비가 날아가는 것을 보고 ‘그대’와 헤어질 때를 회상한다. 화자는 또한 갑판 위에서 해외로 가는 기차 정거장을 본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사람들은 울고 있는데 고향을 떠나는 슬픔을 보여준다.

“벌써 한 해 넘어 외방 별 아래 옷깃은 찌들었다.”라는 구절에서는 화자가 타지에서 1년을 지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 동안‘그대’의 소식을 알 수 없어 슬퍼한다. 화자는“이 바다 위 그대를 생각함조차 부끄럽다.”라고 하여 고향 땅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잘 생활하는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있다.

화자는 다시 배를 타고 고향으로 향한다. 마지막 연“현해 바다 저쪽 큰 별 하나이 우리의 머리 우를 비칠 뿐, 아무것도 우리의 마음을 모을지는 않는다만, 아아, 우리는 스스로 명령에 순종하는 청년이다.”에서 우리민족은 필연적으로 고향땅을 그리며, 향한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 민족은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한 시대를 거쳐 왔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일제탄압을 피해 고향을 떠나 다른 나라로 이주했다. 이 시는 고향땅을 버리고 다른 나라로 가는 사람들의 슬픔을 노래하고 있다. 화자가 배를 타고 떠나며 느끼는 슬픔, 타지에서 생활하면서 느끼는 그리움. 작가는 이주민들의 슬픔을 잘 나타내고 있다.

마지막 연에서‘명령’은 우리가 조국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아닐까. 우리는 누군가가 시켜서 우리나라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타지에 있어도 나의 고향, 우리민족의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것이다. 나는 이 시의 마지막 연에서 수구초심(首丘初心)을 잘 나타냈다고 생각한다. 수동적이지 않은, 본능적인 성질을 잘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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