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05 04:07

Neptunus Story

조회 수 1686 추천 수 2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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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저주 받은 수인들


  사람들이 뛰어다니는 소리, 거추장스러운 술꾼들의 술주정 소리, 술집 여자들의 호객 소리, 여러 소리들이 어울어져 밤의 거리를 밝힌다. 다들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이 어둡고 더러운 길거리에 밀려 들어왔지만, 그 누구도 진실로 원하는 것을 얻은 적이 없다. 다만 저주 받고 더러운 잡종들이라는 소리만 듣고 살아갈 뿐.


  "하아……."


  세렌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벽에 등을 기댔다. 몇 달 만에 다시 찾아낸 그 자를 결국 놓치고 만 것이었다. 그녀 자신과 그녀가 가지고 있는 이능력을 그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는 존재, 라이가 L 블랙스미스.


  "분대장님 죄송합니다. 결국 놓쳤습니다."

  "……."


  세렌 앞에서 머리를 연신 조아리며 사죄를 하는 불쌍한 군인. 아직도 이등병 딱지를 못 뗀, 세렌의 분대에서 가장 직급이 낮은 녀석으로, 궂은 일은 도맡아 하는 녀석이었다. 그래도 세렌은 그 자가 그렇게 싫지만은 않았다. 어떤 인간처럼 매번 도망 다니는 것도 아니고, 또 불평을 늘어놓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세렌의 기분을 어느 정도 맞춰줄 줄 아는 그런 자였다.


  "돌아가봐, 크리아스 이등병. 다른 분대원들도 모두 철수한다."

  "예, 분대장님!"


  다들 자신들의 장비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빠진 것이 없는지 세세하게 점검을 하였는데, 특히 탄알의 갯수가 정확한지 살펴 보았다.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자, 다들 일렬로 줄을 맞췄다. 세렌이 천천히 걸음을 떼자, 아주 정확한 포즈로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그렇게 헤르메스 본부로 철수를 하려던 찰나, 날카로운 괴성이 그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꺄아아아!"


  평소와는 왠지 다른 기분이 드는 비명 소리였다. 여인의 날카로운 음성이라서, 어떤 술 먹은 남정네가 폭력이라도 가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이번 비명 소리는 그 느낌이 달랐다.

  소리에 아주 민감한 세렌은 사태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느끼고 급히 비명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뭔가 불안한 기분이 그녀를 엄습하였기 때문에 리볼버 타입의 권총을 꺼내 들고, 습관처럼 안에 총알에 제대로 장탄된 상태인지를 확인해 보았다.



  "다들 멈춰!"


  기분 나쁠 정도로 고요함이 그들을 감싸 안았다. 평소라면 제일 휘황찬란함을 내뿜었을 뒷골목이었는데, 이렇게도 조용하고 어둡다니, 뭔가 이상했다.

  지금 그들이 도착한 곳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캄캄한 어둠이 집어 삼켰고, 또 수많은 인파들이 감쪽 같이 증발한 곳이었다. 지금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세렌과 그의 분대원들 뿐이었다.


  "부, 분대장님, 이 냄새는……."


  코가 예민한 녀석이 벌써 피냄새를 맡은 모양이었다. 세렌도 비릿한 철의 향을 맡고는 얼굴을 찡그리며 한 발자국 뒤로 물러 섰다.


  "확인 해봐."

  "예!"


  크리아스 이등병이 용감하게 앞으로 걸어 나갔다. 짬밥이 제일 적은 녀석이었기 때문에 이런 골치 아프고 위험한 일은 다 그의 몫이었다.

  그는 천천히 앞으로 나가서 어둠 속에 몸을 맡겼다. 어느새 그의 모습은 분대원들과 세렌의 눈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와 함께 엄청난 괴성과 더불어 크리아스의 비명 소리가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크아아악!"


  세렌을 비롯한 군인들은 깜짝 놀라면서 총을 들었다. 어둠 저편에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여린 피의 냄새가 더욱 짙어지고 있었고, 뭔가 이상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기까지 했다.

  일반 사람들의 가볍고 유쾌한 발걸음 소리가 아니었다. 뭔가 질퍽이는 진흙을 밟는 듯한 소리, 괴상망칙하고 기분을 더럽게 만드는 발소리였다. 그 발 소리에 더불어 낮은 숨소리는 어둠 저편에 있는 존재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다들 조심해."


  세렌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모기가 날아다니는 소리보다 더 낮은 소리라서 그 누구도 듣지 못했다. 아니 더 큰 소리로 말을 했더라도 지금의 군인들의 귀에는 전혀 그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을 터였다. 극도로 긴장감이 감도는 순간이었고, 그것은 군인들의 신경을 주변에 있는 것에서 어둠 속에 있는 미지의 존재로 집중시키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마침내 어둠을 뚫고 그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인간이라고 도저히 부를 수 없는 괴물이었다. 다리는 사람과 마찬 가지로 두 개가 달려 있었지만, 머리는 어류를 연상시켰다. 팔과 손도 있었는데, 그 크기가 사람의 것의 몇 배는 되는 것 같았다. 게다가 손가락과 발가락 사이사이에 물갈퀴 비슷하게 생긴 것도 있었다.


  "저, 저건 뭐야……."


  세렌은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극도의 긴장감과 공포가 그녀를 지배하였고, 그것은 다른 군인들도 마찬 가지였다. 다들 한 발자국도 자리에서 움직일 수도 없었다. 아니 손가락 하나도 까닥거리지 못했다.


  턱,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무엇인가가 내동댕이 쳐졌다. 피투성이가 된 사람의 형상이었는데 갈기갈기 찢겨져 나가 누구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 존재가 누구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입고 있는 옷이, 자신들과 마찬 가지로 헤르메스의 군복이었기 때문이었다. 크라이스 이등병, 괴물에게 잡아 먹힌 그들의 동료였다.

  동료의 처참한 모습을 보자마자, 그들은 정신이 들었다. 그리고 명령이 떨어지기도 전에 일제 사격을 가했다. 정확히 조준을 하고 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막무가내로 방아쇠를 당기고, 또 당길 뿐이었다. 수십 발, 아니 수 백 발의 총탄 중 괴물에게 명중된 것은 단 몇 발에 불과했다. 아니 그것도 명중했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 그 표피가 워낙 두껍고 미끌거려서, 탄알이 박히지도 못하고 튕겨져 나왔다.


  "다들 뒤로 물러서!"


  세렌은 급히 명령을 내리며 뒷걸음질치기 시작했다. 녀석과의 거리가 좁혀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가 없었다. 대략 상상할 수 있는 것은, 녀석의 날카로운 이빨에 갈기갈기 찢겨져 나가 목숨을 잃게 될 것이라는 것뿐이었다.

  그녀의 부하들은 일제히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총알을 마구 난사해가며 녀석의 접근을 최대한 막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들의 가진 무기로 녀석을 막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분대장님, 역부족입니다!"

  "Siren을!"


  그녀는 부하들의 말을 듣자마자 급히 숨을 길게 들이 마쉬었다. 그리고 눈을 부릅 뜨면서 소리를 있는 힘껏 내질렀다. 엄청난 소음이 그녀의 목에서부터 뿜어져 나와 주변 일대를 뒤덮었다. 어떤 창문은 그 소음을 이기지 못하고 산산조각이 나며 깨졌다.

  세렌은 숨이 막힐 때까지 계속 자신의 능력을 사용했다. 주변에 있는 부하들은 이미 자신의 능력에 면역이 된 상태였고, 일반인들은 존재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괴물도 마찬 가지였다. 녀석은 세렌의 소리 공격에 전혀 피해를 입지 않는 것 같았다. 그 더러운 입에서 침과 피를 질질 흘리며 계속 앞으로 나아올 뿐이었다.


  "거짓말. 말도 안 돼."


  세렌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일을 믿을 수가 없었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존재가 자신의 능력에 면역된 상태라니, 이런 일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그들이 망연자실한 순간, 괴물이 갑자기 크게 뛰어 올랐다. 그리고 쿵하는 소리와 함께 그들 앞에 그 거대한 육체를 드러냈다. 그 다음은 예측했던 대로의 일이 발생했다. 병사들의 비명 소리와 함께 피의 향연이 펼쳐졌다.

  그녀는 자신의 병사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며 겁에 질렸다. 겉으로는 강한 모습을 보여왔지만, 그래도 그녀는 마음 여린 여자였다.


  "분대장님, 어서 도망 가세요. 여기 계속 있으면, 으아악!"


  병사들이 하나 둘 그 목숨을 잃었다. 소중하고 하나 밖에 없는 귀중한 생명이었는데, 그것을 정체를 알 수 없는 녀석에게 잃고 말았다.


  "이게 다, 그 녀석 때문이야. 녀석 때문이라고. 이 나쁜 자식!"


  세렌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죽음이 임박한 순간인데 어째서 그 자식이 생각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자신의 머리가 고장난 것 같기도 했다.

  마침내 그녀의 병사들은 모두 장렬하게 전사했다. 아니 장렬하다고 표현할 수도 없었다. 아주 비참하게 그 생명을 다하였다. 이제 그 자리에 남은 것은 세렌 하나밖에 없었다.

  그녀는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눈가에 맺힌 눈물을 소매로 훔쳤다. 그리고 두 눈을 부릅 뜬 채 녀석을 노려 보았다. 녀석은 맛있는 포식을 있는 대로 즐겨서 그런지 웃고 있는 것 같았다.


  "……."


  아무 말 없이 권총을 들어 올렸다. 사격 솜씨는 그다지 좋지 못하지만 거리가 이렇게 가깝다면 맞출 수 있을 터였다. 다만 녀석의 표피를 어떻게 뚫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세렌의 리볼버가 불을 뿜었다. 마치 천둥이 치는 듯한 괴성과 함께 타원형의 총알이 총구에서 뿜어져 나가 녀석의 미간에 박혔다.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것은 납작하게 압축이 된 상태로 녀석의 미간으로부터 떨어져 나갔다.


  "그르르르르."


  낮고 불쾌한 울음소리였다. 세렌은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지만 녀석의 보폭이 훨씬 넓은지라, 그 거리는 어느새 종이 한장 차이만큼이나 좁혀지고 말았다. 세렌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어렸을 때 일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인생이 주마등처럼 한 순간에 지나갔다. 이제 곧 몸에서 엄청난 고통을 느끼며 죽어가겠지. 피가 줄줄 흘러내리며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하겠지. 먼저 죽은 녀석들처럼 그렇게 죽는 거겠지.


  '이상하다.'


  한참의 시간이 지난 뒤에도 별다른 아픔을 느끼지 못하자 그녀는 문득 그렇게 생각하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세렌은 천천히 눈을 떳는데, 바로 눈앞에 녀석의 모습이 있었다. 하지만 뭔가 상태가 이상했다.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것처럼 이리저리 머리를 갸웃거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 아주 기막힌 타이밍이지 않아, 세렌?"


  부드러운 목소리에 세렌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친숙한 음성으로 그녀가 그토록 쫓아 다니던 그 녀석의 목소리였다.

  세렌은 천천히 고개를 뒤로 돌렸다. 능글맞게 웃고 있는 라이가의 모습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라이가를 발견하자마자 그의 얼굴에 주먹을 냅다 내질렀다. 라이가는 불의의 일격에 한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아프잖아! 이게 구해주러 온 사람하게 할 행동이야?"

  "나쁜 자식. 구해주려면 더 일찍 오던가. 이제 나타나서 입에 발린 말을 하는 거야? 내가 얼마나 비참했는데. 내 부하들은 다 저렇게 되고. 내가 얼마나……!"

  "그건 안 됐지만, 나도 어쩔 수 없어. 녀석이 나타난 걸 깨닫고 최대한 빨리 온 거니까."


  라이가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하였다. 그 모습에 세렌은 더 이상 불평을 늘어 놓을 수 없었다.


  "…저 녀석이 뭔지 아는 거야?"

  "예전처럼 오빠라고 부르면 알려 줄게."

  "……."


  세렌은 라이가를 째려보았다. 여전히 능글능글 웃고 있는 그의 얼굴에 다시 한 번 주먹질을 해주고 싶어졌다.


  "뭐 됐다. 이제와서 무슨 오빠 노릇을 하겠냐. 킥. 오늘은 서비스로 알려줄게. 저 놈은 저주 받은 녀석들이야. 물고기와 인간을 합쳐 놓은 것처럼 생겨서 수인이라고 해. 양서류마냥 물 속과 물 밖에서 숨을 쉴 수 있는 괴물들이야."

  "수…인?"

  "이번 녀석은 잘못 걸린 거야. 저 놈 귀가 없잖아? 청각 능력이 제로라고. 네 능력은 씨알도 안 박힌다는 거지."


  라이가는 매우 가벼운 말투로 말하였다. 그러면서 그녀의 목을 팔로 가볍게 감싸면서 천천히 뒷걸음질 치기 시작하였다.


  "잠깐! 이대로 도망 가는 거야?"

  "당연하지. 내가 저딴 녀석하고 싸워서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총도 못 쏜다고."

  "저 녀석을 이대로 내버려 두면 다른 사람들이!"

  "그놈들이 다 당하기 전에 너나 내가 먼저 죽을 거다. 그러니까 포기하고 도망이나 치자고."


  세렌은 완고하였다. 그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녀석을 여기서 처단해야겠다는 일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소중한 부하들이 모두 녀석에게 죽임을 당하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녀석을 이 상태로 내버려 두면, 비록 뒷골목에서 쓰레기 같은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지만, 그런 사람들의 목숨을 해칠 것이 뻔하였다.


  "나는 그럴 수 없어! 가려면 혼자 가. 나는 반드시 저 녀석을 처단하고……."


  라이가는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그녀의 뒷덜미를 강하게 손날로 쳤다. 그녀는 말을 끝맺히지 못한 채 정신을 잃었고, 라이가는 축 늘어지는 그녀의 몸을 부축해서 공주 안기식으로 들어 안았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니까. 생판 모르는 놈들, 그것도 인간 쓰레기들을 구해주겠다니. 하하하. 변한 게 없어."


  그는 씁쓸하게 웃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인의 모습을 쳐다보았다.


  "망할 놈."


  그렇게 마지막 한 마디를 내뱉은 채, 어둠 속으로 완전히 그 모습을 숨겼다.




====================================


후우... 모르겠습니다. 이야기 전개가 이상해.


그리고 이건 확실한 멜로 라인이야. 나 혼자 멜로라인 그리는 것 같아.


ㅋㅋㅋㅋㅋㅋㅋ

?
  • profile
    윤주[尹主] 2011.01.05 06:47

    올라왔군요. 재미있게 봤습니다.

     

    전개는, 글쎄요...전 이상한지는 모르겠는데;; 아무래도 저도 제 차례 오기 전 이제까지 내용들 좀 다시 읽어봐야 할까봐요;;

  • ?
    乾天HaNeuL 2011.01.05 07:02

    ㅋㅋㅋ 저 혼자 동떨어진 멜로 라인이라... ㅡ,.ㅡ;

  • ?
    크리켓 2011.01.05 08:47

     

    아아 이제 나의 시간이 왓다

  • ?
    乾天HaNeuL 2011.01.05 09:24

    자. 빨리 쓰는 겁니다!

  • profile
    SinJ-★ 2011.01.08 07:03

    ㅋㅋㅋㅋㅋ 독ㅋ촉ㅋ

  • ?
    乾天HaNeuL 2011.01.08 07:14

    파워 독촉!!

  • profile
    갈가마스터 2011.01.09 08:49

    하악?! 갑자기 멀록 이 떠올랐음! 아옳옳옳~~~~ ㅋㅋㅋㅋ 여튼 이거 댓글다는데도 편집이 가능해졌네요?! 오호

  • profile
    갈가마스터 2011.01.10 02:55

    아직 멀었당께~ ㅋㅋ

  • ?
    乾天HaNeuL 2011.01.09 18:04

    허허.. 드디어 나타나셨군요. 파워 독촉!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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