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19 20:26

[The Serpent - Prologue]

조회 수 495 추천 수 1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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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Serpent]

 
Prologue

 

 

  7월의 여름은 눅눅한 습기를 제공하고 뒷덜미를 쓰다듬는 찹찹한 기분을 던져 준다. 창문을 비집고 자리를 넓히는 태양은 텅 빈 방안을 서서히 점령해간다. 아직 볕이 들지 않는 곳으로 숨기위해 도피한 곳은 창 바로 아래다. 데워지지 않은 서늘한 느낌이 좋은 벽으로 여름에 잠긴 몸을 붙여 놓고 다시 어둠속으로 스며든다.  

 

  오후가 되자 방안을 완전히 점령한 태양의 발 아래 더 이상 숨을 곳이 없음을 느끼고 깊은 수면 아래 잠겨있던 몸을 헤집어 올린다. 위로 올라온 그 몸은 금세 수분이 증발해 사라져 버릴듯 하다. 빈껍데기가 되기 전에 방안으로 부터 탈출을 태양으로 부터 또 다시 도피를 결심한다.

 

  집은 텅 비어있다. 알고 있다. 아니, 처음부터 집을 채우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태양이 방안을 지배하는 것은 잠시, 집을 빼앗긴 것은 아니다. 태양을 피한 것은 불청객인 나의 존재를 들키지 않기 위함이다. 집은 텅 빈 상태로 있는 것이 당연하다. 나의 자취를 누군가에게 들키기 전에 서둘러 집을 떠나야 한다


 
현관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누구를 위함이 아닌 단순한 방치일 뿐이다. 그것은 이 집이 텅 비어 있음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현관의
신발장에 낯선 남자구두 한 켤레가 시선을 끈다. 그 시선은 방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방문은 살짝 벌어진 채 열려있다. 열어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냥 열려 있는 것이다 집은 텅 비어 있기 때문에...

  방문 앞에 선 것은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그것은 간혹 생기는 의미 없는 일련의 습관화된 행위와 같은 것이다. 의자를 보면 앉고 싶은 것과 베개를 보면 머리를 눕히고 싶은 것과 같다. 그저 단순히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맥이 끊긴 듯, ‘악악대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에 리듬을 맞추듯 굵은 음색이 따라온다. 아니 자세히 들어보면 굵고 거친 그 소리에 맥이 끊어질 듯 탁탁 끊기는 그 소리가 따라오고 있다. 그것은 들숨과 날숨으로부터 간교함과 애증 섞인 콧소리를 일관된 굵고 거친 소리를 점점 탁해지게 만든다. 

  일순, 두 소리는 절정에 달한 단말마를 날리고 숨 고르는 소리와 함께 잦아든다.

 

  집을 나오자 태양이 구름에 반쯤 걸려있다. 태양조차 아무도 없는 그 집을 나선 지금, 그늘속 그 집은 텅 비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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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윤주[尹主] 2011.04.20 05:55

     로시 님이라고 해야 할까요? 뭐라고 읽어야 할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님이 쓰신 소설 읽으면서 부러운 건, 역시 표현인 것 같네요. 풍부하고, 노골적이지 않고...;

     소설 쓰는 거 공부하는 분이시려나요? ㅎㅎ


     암튼 잘 읽었습니다. 한두 화 정도 더 봐야 어떤 이야기인지 감이라도 올 거 같아요^^;

  • ?
    Roci 2011.04.20 18:36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Roci 로시라고 불러 주시면되요. ^^

    돈 키오테의 노마에서 따온 이름이라 로시라고 읽어주시면 될듯 합니다.

    (원래 Rocin로신 이지만 어감이 이게 더 좋아서 n을 날려 버렸죠. ㅎㅎ)

     

    소설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있는 사람은 아니에요. 아마도 했었다 라고

     과거 시제로 표현 하면 될까요. 대학때 잠시 소설을 전공 했었습니다.

    지금은 전혀 상관없는 평범한 회사에 다니고 있죠.

     

    오랜만에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해서 잘 쓸수 있으려나 했는데 윤주님의 격려가 힘이 되네요. ^^

     

  • profile
    클레어^^ 2011.04.21 07:45

    배경이 아직 오지도 않은 여름이라...

    내용이 궁금해지네요. 과연 어떤 내용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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