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10 06:13

[단편]나는 가난합니다.

조회 수 568 추천 수 2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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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난합니다."

벤치에 누워있는 남자가 말한다. 뭘까 이 남자는?

"너도 가난하지?"

그 남자는 몸을 일으켜 나에게 물었다.

이리저리 헝클어진 머리카락, 며칠간 면도를 하지않은듯 새까만 입가. 거기에 씻지도 않는듯 꼬질꼬질한 피부

어딜봐도 나 거지입니다. 라고 말하는 듯한 남자다.

가난하냐고? 뭡니까, 이 미친놈은

나는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이다.

나름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성적,잘 살지는 않지만 가난하지도 않다.

"아니요."

"그런가 좋겠구만"

남자는 다시 말하고 벤치에 들어누웠다.

자는걸까?  코고는 소리가 들린다. 평소라면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겠지만 왠지 그러고 싶지않다.

"학원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으니까. 조금은 괜찮겠지."

옆 벤치에 않았다. 그리고 가방에서 수첩을 꺼냈다. 영어단어 수첩이다. 중간고사까지는 이제 1주일 남았으니까.

"가만히 시간을 보내기는 그러니까 단어라도 외어야 하겠지."

그리고는 수첩을 펼쳤다.

"university, 대학."

내가 이렇게 공부를 하고있는 목적.언젠가는 도달해야할 장소

"dream, 꿈"

내가 언제부턴가 꾸었다가 이제는 기억나지 않는 것

"money,돈"

내가 살아가고 행복해지게  만들어주는 것

"student,학생"

'나'를 포함한 우리들의 총칭.

"prisoner,죄수"

"나를 포함한 우리들의 총칭."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 나는 '그'를 향해 돌아보았지만 그는 자고 있었다. 기분탓일까

나는 고개를 기웃거리고 다시 수첩을 보았다.

"school,학교"

나를 포함한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

"prison,교도소"

"'나'를 포함한 우리들이 생활했던 공간"

또다시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 나는 그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번에는 누워있지 않았다.

그는 몸을 일으켜서 나를 보고 있었다. 다만, 기분나쁘다. 동정에 가깝지만 동정이 아닌 동병상련의 눈빛

"그거알아?"

그가 나에게 이상한 말을 한다. 역시 머리가 어떻게 된걸까?

나는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뭐요"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말한다.

"나는 말이지, 편의점 알바도 해보고 피자배달도 해보고 막노동도 해봤어."

이봐요. 나는 그런거 듣고 싶지도 않거든요?

"이-"

"하지만 생활비 내기도 빠듯했지."

이런, 끊을 타이밍을 놓쳤다. 그자는 말을 계속 이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어,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지 벌 받을만한 일도 한적이 없어"

"어쩌라고."

짜증난다. 어울려주기도 질렸어. 이제 학원이나 가야겠는걸.

나는 그 남자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그남자에게서 멀어지기 위에서 다시 길을 걷는다.

그때 남자는 다시 입을 떼었다.

"그거알아?"

나는 발을 멈췄다. 뒤는 돌아보지 않았지만

 

"나는 말이지 대한민국 대학생이야."

 

나는 고개를 빠르게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거기에 그는 없었다. 다만 거기에는 시선을 끌만한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수많은 대학생들이 모여있는 장소. 웃는 대신에 모두 고함을 지르고 있지만. 

"가볼까."

나는 한 발짝 발을 내딛었다.

어떤 생각이 머리에 스친다. 그러고 보니 학원에 늦었구나.

"뭐 상관없지."

그들은 외치고 있었다.

"나는 가난합니다. 일하지 않은것이 아닙니다. 나쁘게 살아온것도 아닙니다. 나는 대한민국 대학생 입니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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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다시 2011.04.10 08:32

    단어 외우는 부분이 재미있네요

    교훈도 있고 좋은데 마지막 문단이 자연스러웠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요 ㅋ

  • ?
    The위험 2011.04.10 10:27

    그러니까 많이 연습해서 소설들의 완성도를 높여야될듯하네요

  • profile
    클레어^^ 2011.04.12 05:12

    으윽,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네요.

    요새 대학생들은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없죠. 비싼 등록금 대야하지, 취직은 어렵지 ㅠㅠ

    소설 속 대학생의 심정이 200% 이해됩니다.

  • ?
    Roci 2011.04.20 18:43

    와! 라는 감탄사가 정말 절로 나왔습니다.

    평범한 고교생의 일상의 독백에서 사회현실의

    정곡을 찌르는 결말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자신이 사회 초출인 입장에서 더욱, 그런것 같았구요.

    짧은 글임에도 임펙트 있는 글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 언뜻 서술에서 사투리가 보이는 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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