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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어야 산다 - 제 2 편: 빙탄상애(氷炭相愛)

진혁이 따라간 곳은 어느 구석진 골목이었다. 보통 낮이라면 그냥 쉽게 지나쳤을 테지만, 해가 없는 지금은 왠지 더욱 더 어두워 신비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바바리를 걸친 변태라도 나올려나. 그런 추상적인 생각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사이, 그림자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노인에게 인사를 했다.


백수 1 : 어르신, 안녕하신지요.

노인네 : 그래, 오늘은 잘 되느냐?

백수 2 : 야천에 보름이 떳으니 각이 너무 쉽게보여 어찌할까 고민입니다.

노인네 : 껄껄껄. 등잔밑이 어둡다 하지 않았느냐? 왜 어둡겠느냐?


잠시 생각해보던 백수무리들은 곧 가르침을 받은 듯한 표정으로 딱지를 들고 그림자가 있는 어두운 곳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물론 자리를 뜨기전에 노인네에게 공손히 인사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노인네 : 허허허.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거늘. 이젠 깨우침을 얻을때도 됐을진데...


진혁은 그렇게 한탄하는 노인네를 따라 골목 끝에 있는 어느 큰 대문을 지나 고전적인 건물로 들어가게 되었다. 자세히 보니 모양세는 한옥이였지만 내부시설은 모든것이 신식으로 만들어진, 기이한 풍경이 담긴 집이였다. 마당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큰 정원이 자리하고 있었으며, 띄엄띄엄 여러 건물들과 분수대, 그리고 조각상들이 지어져 있었다. 착한 국민들의 등골이라도 빼먹는 정치인네 집인 마냥 호화스러움과 사치가 어우러져있었다.

진혁은 감탄사를 자아내며 앞으로 향해 걸어나아갔다. 길 양쪽에는 이쁜 잔디들이 깔려 있었으며, 곳곳에는 아스팔트, 장판, 나무바닥, 모래사장 등 여러종류들의 인공바닥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아마도 세계 여러 악조건 시뮬레이션 속에서 딱지기술들을 연마하는 곳이리라. 그렇다면...


서진혁 : 호, 혹시.. 이곳은 그 말로만 듣던..

노인네 : 그렇다. 이곳이 바로 신지사이니라. 하늘의 뜻으로 딱지를 연마한다는 뜻이지.


신지사. 딱지사들에겐 풍문으로만 알려졌던 신지사가 존재한다니! 감격과 의심속에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데, 멀리서 한복을 입은 소녀가 공손한 모습으로 마중을 나오고 있었다.

마당에 나와 공손히 인사를 하는 소녀를 진혁은 바라보았다. 왠지 슬픔이 쏟아질 것 같은 그녀의 눈빛.. 손에 가지런히 들고 있는 초대형 딱지는 가련하고도 아름다운 그녀와는 상반되는 아름다움을 내뿜고 있었다.

노인네 : 나가꼬, 여태까지 안자고 뭐하고 있느냐...

나가꼬 : 할아버지가 오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목소리에 숨겨져 있는 깊은 아픔. 대대로 노망든 매국노 정치인들의 목을 따야지만이 들어 볼 수 있을 법한 청량하고도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그녀. 거기에다가 C 와 D를 햇갈릴 정도의 적당한 가슴을 소유한 몸매라니.


노인네 : 껄껄. 그래, 어찌하여 이시간까지 날 기다렸느냐..?

나가꼬 : ...할어버지가 또 내 팬티 훔쳤죠? 그죠??


위기를 모면키 위해 노인네는 진혁을 인사시켰다.


노인네 : 얘야, 이쪽은 서진혁이란다. 이쪽은 내 비서 노라바 나가꼬. 일본에서 왔지.

서진혁 : 아, 안녕하세요.


나가꼬는 진혁에게 제대로 인사할 틈을 주지도 않고 냅다 노인네에게 따졌다. 그리고 막무가네로 노인네를 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짜고짜 따지려드는 나가꼬와, 이에 변명하려는 노인네의 목소리가 달빛에 바래 진혁의 귓가에 살며시 스며들었다.

진혁은 어찌할바를 모르다가 마침 보이는 건너편 빈방으로 들어갔다. 겉은 한옥이었지만 그 어느곳 부럽지 않게 신식으로 꾸며져 있는 방을 보며 감탄하였다. 이러한 상투적인 분위기에 젖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레 벽장을 뒤지니 마침 맞을 것 같은 개량한복이 있었다. 다행이였다. 내일 아침에는 찌린내나는 젖은 바지를 입을 필요는 없겠지... 그때 문득 건너편 방에서 나가꼬의 외침과 함께 노인네의 비명이 들렸다. 그리고 잠시 후 딱지계를 통달한 노친네가 싹싹 비는 소리가 조용한 신지사의 밤을 메아리쳤다.

그렇게 딱지치기의 또 다른 역사가 시작되려하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너무 깊이 잠든 나머지 늦잠을 자버린 진혁은 나가꼬의 목소리에 깨었다.


나가꼬 : 할아버지, 아침 시장에 가서 두부 좀 사오세요.

노인네 : 어험! 손님도 계시고 한데 어찌 내가 직접...

나가꼬 : 그럼 오늘 아침 없어요.


잠시후 노인이 한치의 변명없이 앞문으로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진혁은 이때가 기회다 싶었다. 티가 나게 하품하는 소리와 함께 기지개를 펴며 슬며시 나가꼬 옆으로 다가갔다.


서진혁 : 아, 일어나셨네요?

나가꼬 : 어, 벌써 깨셨네요. 제가 아침부터 시끄럽게 한건 아닌지..

서진혁 : 아닙니다. 


진혁은 이쁘장하게 생긴 여자를 많이 보아오지 못한 탓에 나가꼬에게 어떤 말을 걸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순진하다면 순진한, 눈만 높아 미련 팔푼이같이 여자한번 못사귀어본, 그러면서 커플들을 욕하고 다니는, 한마디로 병신같다면 병신같은 숫총각. 할말이 없어진 진혁은 곧 헛기침을 하고 돌아서며 방으로 들어갔다. 나가꼬는 그런 진혁의 뒷모습을 웃으며 쳐다보고 있었다. 곧 노인이 검은 봉지를 들고 대문을 열고 들어왔다.


노인네 : 사고 와서 보니 순두부네. ^^;;

나가꼬 : …



그날 점심, 나가꼬와 진혁은 순두부찌게를 맛있게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저쪽에선 삐쳤는지 노인네가 비지를 먹으며 둘을 째려보며 투덜댔다. 심부름을 잘못 해온 죄값은 비지였다.


서진혁 : 혹시, 한량에 대해 아시나요?

나가꼬 : 네. 이곳에서도 알아주는 유능한 수도자였지요.

서진혁 : 아.. 역시 그랬군요..

노인네 : 어이구 비지만 먹으려니 배고파라. 노인네 죽네.

나가꼬 : 하지만 초인 할아버지와는 뜻이 다른 도를 깨우치려고 애썼지요.

서진혁 : 초인 할아버지? 그리고 뜻이 다르다뇨?


그때까지 서진혁은 노인네의 이름이 초인인지 모르고 있었다. 성이 초, 이름이 인이다. -_-;


나가꼬 : 네. 자고로 딱지치기는 옛 선인들의 정신수양을 위하여 체계적으로 이루어진 놀이였지요. 하지만 한량의 견해는 조금 달랐어요.

서진혁 : 다르다뇨?

초 인: 아. 비지를 먹자니 내 손발이 busy...

나가꼬 : (초인에게 눈을 흘기며) 예를 들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경지에 이르렀지만 결국엔 작은일에 더 집착하는 성격이였답니다.

서진혁 : 네? 작은 일이라뇨?

나가꼬 : 보통 딱지치기로 어느정도 통달하게 되면 큰일을 할 수 있게 되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 테러정도는 쉽고, 아직도 헛소리를 하고 다니는 소수 일본 극우파들의 불알을 따버리는 정도의 일도 어렵지는 않죠. 하지만 한량이라고 하는 사람은 더 작은일, 그러니까 길가던 행인을 도와주면서 행복해하는, 어떻게 보면 감성적인 분이셨죠. 나쁜 일을 할만한 분은 아니지만 속마음을 모르겠으니 결국 사부인 초인님과 견해차로 파문당하셨죠.

서진혁 : 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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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류 픽션 설정상 초인 노친네가 저렇게 나오는 것입니다.
오늘날 현대사회가 가능하게 기반을 닦아주신 전세대 어르신들을 함부로 대해선 절대 아니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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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클레어^^ 2011.03.20 00:29

    으아악! 이, 이러다가 '딱지왕 서진혁'이 나올 기세군요...;;

    (어이, 클레어. 그 제목 참 구닥다리 같지 않아? 딱지왕 서진혁이라니!)

  • profile
    윤주[尹主] 2011.03.20 07:32

     뭔가 거창해요....어디까지 거창해질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재밌는 거겠죠; 잘 보고 갑니다~


     

  • ?
    토치송 2011.03.24 23:11

    두분 모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스토리진행상 버그가 있어서 하나 잡았습니다. 읽어주신 성원으로 아마 몇일내로 다음편이 나올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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