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크롤(3)

by 백수묵시록 posted Mar 1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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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적의 장점은 빠른 이동속도와 암습으로 기습해 적을 쓰러트리고 장거리 무기로 적을 유인해 함정에 빠트려 무혈승리를 이끄는 것이 대부분이다.

 

고블린+도적이란 조합은 매우 잘 맞아떨어진다. 고블린은 얼핏보면 하플링과 비슷하지만 전적으로 다르다.

 

고블린은 지능과 적절한 체력을 가졌고 피부 색에 따라 부족 단위로 나눠진다.

 

반면에 하플링은 체구에 걸맞게 낮은 체력에 반해 아주 민첩하며 고블린 못지 않게 똘똘하다. 겉 모습은 인간과 비슷하지만 키는 고블린과 비슷하여 난장이 드워프와 헷갈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능적인 고블린 도적인 이지브가 이 던전에서 오랫동안 모험가들을 죽이고 물건을 빼앗아온 것은 단 한가지를 염두해 두었기 때문이다.

 

도적은 적을 급습해서 아주 빠른 시간에 적을 제압한다. 그것이 도적으로서 살아 남을 수 있는 길이다. 하지만 현재 이지브의 상황은 급습해서 빠른 시간에 제압하기엔 적절치 못하다.

 

마법사가 뿌린 독 안개를 너무 마셔서 어지러운 상태에다 적은 불의 기둥을 앞세우고 벽을 등지고 버티고 있어서 접근 조차 못하겠다. 거기다가 독 안개 때문에 체력도 떨어지는 상황. 이지브는 어지러운 와중에도 비틀거리며 어떻게든 마법사에게 다트를 던져볼까 생각했지만 영 무리였다.

 

일단 독 안개는 그리 오랫동안 지속되진 않으니 한발짝 물러서고는 독 안개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라진 후 어딘가 숨어서 다트로 마법사를 공격할 생각을 했지만 마법사는 그것을 다 예상했는지 독 안개 사이 사이로 아까부터 독이 발린 오크의 바늘을 던지고 있었다.

 

마법사는 불의 기둥과 독의 안개 때문에 시야가 잘 안보이지만 바늘을 아주 많이 가지고 있는지 어림짐작으로 던지는 바늘은 간간히 이지브의 근처를 지나가기도 했다.

 

독 안개를 쐬서 어지러운 상황에 독이 묻힌 바늘에 맞아 독이라도 걸리는 날에는 그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그냥 죽어버리는 신세다.

 

이지브는 일단 독 안개에서 벗어나 벽을 등지고 어지로운 자신의 머리를 붙잡고선 혼란 속에서 정신을 차려보려고 애 썻다.

 

일단 도널드라는 마법사를 처치하고 싶기는 하지만 불의 기둥과 독의 안개 조합으로 덤벼온다면 근접전이 전부인 이지브에겐 승산이 없다.

 

더욱이 싸우는 장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한다라고 하는 전사가 있다. 만일 전사가 인간 마법사와 고블린 도적이 싸우는 모습을 보면 당연히 동족인 인간 마법사를 도울 것이 뻔하지 않겠나?

 

그렇게 된다면 더더욱이 싸움은 불리해질테고 인간 전사에게 동행을 부탁해보지도 못하고 개죽음 당할 것이다.

 

이지브는 아주 냉정히 상황을 판단하고는 일단 도망가기로 했지만 생각해보니 지금 자신과 마법사가 싸우는 장소는 두 개의 통로로만 이뤄져 있는 방이다.

 

네모 반듯한 방에 왼쪽 오른쪽에는 통로가 나있고 왼쪽 통로 끝에는 한다라는 인간 전사가 있다. 방의 윗쪽에는 사람 하나는 들어갈 수 있는 한 2칸 정도 움푹 들어간 장소에 도널드가 입구에 불의 기둥을 세워놓고선 그 안에서 바늘이나 던지며 버티고 있다.

 

생각해보면 저 도널드라는 녀석은 아까부터 꽤 많은 독이 묻은 바늘을 던졌고 위 통로는 왼쪽과 오른쪽 통로로부터 꽤 떨어져있다.

 

이지브는 한가지 계략이 떠올랐고 오른쪽 복도에서 다시 방 안으로 뛰어들었다.

 

불의 기둥과 독의 안개가 사라진 무렵 도널드는 이지브가 다시 들어온걸 보고는 독의 안개와 불의 기둥을 시전하고는 아까와 똑같이 이지브에게 대응했다.

 

이지브는 그러나 말거나 바싹 엎드려서는 도널드가 던진 바늘이 벽에 꽂히는걸 보고는 벽에 꽂힌 무수한 바늘을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뽑아서 챙겨두었다

 

그러고는 바닥에 엎드려서는 곳곳에 함정을 깔아두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면 분명 그 마법사라는 녀석은 한, 두개의 함정을 건드릴테고 방에 함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통로로 나갈거라 생각할 것이다. 분명 통로 쪽에는 함정이 없을거라고 생각하고 갈것이다.

 

지그문트와 함께 있을때는 이런 식의 방안에 몬스터가 있으면 이지브가 함정과 바늘로 반대편 통로로 몬스터를 몰아가고 몰아간 몬스터는 일직선 통로에서 지그문트와 이지브의 양쪽 협공을 받아 괴멸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지브 혼자인 상황이다. 일단 방안에 함정이 있다는걸 알면 마법사는 어느편이든 통로로 빠져나갈테고 되도록이면 내가 없는 통로 쪽으로 도망치려 할것이다.

 

만일 이지브가 쫓아간다면 분명 마법사는 이지브가 쫓아오는 좁은 통로에 불의 기둥을 세워놓고선 피할곳 없는 통로에서 마법의 다트라도 쏘면서 자신을 공격할테고 결론적으론 피할 수 없으니 아무리 회피가 높아도 마법에 맞을 수 밖에 없고 등을 돌려 도망치거나 마법에 맞아 죽거나 둘 중 하나다.

 

이 점은 잠깐만 생각하면 누구라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지브는 무언가 확신에 찬 표정을 가졌다.

 

반대편 통로에 확신이 생긴 무언가가 있는 것이다.

 

잠시 후 독의 안개와 불의 기둥이 사라지고 마법사는 경계하며 주변을 살폈다. 이지브가 없는걸 보고는 걸어가려다 말고는 문득 바닥에 무수히 깔린 함정을 보고는 걸음을 멈췄다. 오른쪽 통로를 보니 뺵뺵한 함정들로 깔려있고 왼쪽 통로에는 함정이 아예 깔려있질 않았다.

 

마법사는 도적에게 함정을 설치할 시간을 준것에 자책했으나 일단 상황을 보아하니 도적은 자신을 왼쪽 통로로 끌고갈 생각인데 아마 통로의 반대편에는 또 다른 고블린의 동료가 있을테고 양쪽에서 협공하면 마법사라도 어쩌진 못하겠지 하고 생각하겠지만 불의 기둥 2개와 여러번에 걸쳐 마법의 다트를 사용할 마력 쯤은 충분히 있기에 마법사는 올테면 와라는 마음으로 왼쪽 통로로 들어갔다.

 

마법사가 걸어가다 문득 통로 반대편에 무언가가 있음을 감지하고는 지팡이를 들어 불의 기둥을 시전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바로 앞에 등장한건 그냥 뉴트였다. 마법사가 뭐야 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 아차 싶었다. 분명 앞에 몬스터를 세우고 뒤에서 공격하려는 것일거라 생각하고 뒤로 돌아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그때 뒤로 돌아보는 순간 바닥에서 독이 묻은 오크의 바늘 뭉치가 튀어나와 마법사의 몸에 꽂혔다. 독에 걸려 체력이 떨어지자 마법사는 상태 이상 포션을 찾으려 애를 썼다.

 

그때 바로 마법사 뒤에서 이지브가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마법사를 공격했다.

 

뒤에서 기습을 당한 마법사는 저항할 틈도 없이 이지브의 단검에 등이 갈기갈기 찢겨나가 피부가 찢겨져 내장이 등으로 줄줄 흐르며 그대로 격렬한 고통을 느끼며 사망했다.

 

이지브는 마법사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폴리모프의 두루마리의 조각을 쳐다보며 조심성이 있다면 뉴트로 변한 자신보다 뒤에 있을지도 모르는 적에게 신경쓰리라는 예상이 적중함에 약간 놀라워했다.

 

***

 

실제 게임 던전 크롤에는 폴리모프의 두루마리 같은 아이템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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