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31 11:05

나무나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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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경고음.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사람들의 얼굴에 떠오른 긴장감.

 

- No. 4338Q 607 알파와 개척자 019 호와의 충돌, 앞으로 061초!

 

- 나무나루 호, 현재 속도로 안전거리까지 073초 남았습니다!

 

- 현재 속도 2.917926×10m/sec! 더 이상 속력을 낼 수 없습니다!

 

- 포드 3 번, 7 번 엔진 과열! 스타보드 2 번, 6 번, 9 번 엔진 과열!

 

- 선미 2 번 엔진 과열! 클램프 연결 고리가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분리되었습니다!

 

- 선저 엔진 43.65˚ 로 개방해! 포드 3번 부터 스타보드 9번까지 과열된 엔진은 5 초 후 1 초 간격으로 순차적으로 전원 차단한다! 선미 클램프 외계 연결 게이트 폐쇄해!

 

- 알겠습니다! 과열 엔진 전원 차단 카운트 다운 5! 4! ...

 

- 예! 선저 엔진 개방! 개방 각도 43.65˚ ! 10! 9! ...

 

- 소행성 무리가 No. 4338Q 607 알파로 빨려들어가고 있습니다! 나무나루 호와 진로가 겹칩니다!

 

- 피할 시간도 없고 공간도 없다! 플라즈마 보호막 가동하고 레이저 포로 큰 것 부터 요격해!

 

- 과열 엔진 포드 3 번 전원 차단! 포드 7 번 전원 차단! ...

 

- 소행성 요격 후 파편 하나가 본체 x-137 y-245 z+437 로 날아옵니다! 선체와 충돌이 예상됩니다!

 

- 선저 엔진! 그대로 발동한다! 급속 추진!

 

- 예! 선저 엔진 발동! 급속 추진! 반동 주의 요망!

 

- 주위 아무거나 붙잡고 버텨라! 떨어지는 놈 있으면 군부에 회부하겠다!

 

- 파편과 충돌합니다! 롤링과 피칭 각도 예상 불가!

 

선저 엔진을 급속으로 발동한 나무나루 호는 조금씩 위로 상승하던 중 소행성 파편과 부딪쳤다. 과거 지구의 일본을 침몰시켰던 마지막 지진만큼의 강력한 진동이 나무나루 호의 선체에 작용했다. 내부 중력기 덕분에 많이 안정되어 있던 터라 진동으로 인한 피해는 적었다. 하지만 소행성 파편과 충돌하는 바람에 내부 중력기가 작동 이상을 일으킨 일부 선실에서는 충돌 후 진동 때문에 내장 파열을 일으켜 피를 토해 죽는 선원도 생겼다.

 

나무나루 호는 운송선이 아니라 탐사선이었다. 혹시 있을지도 모를 외계 생명체와의 전투를 대비한 모함선이라 이동보다는 탐사와 전력보강이 주를 이루는 옵션이 많았기 때문에 선체 외벽은 생산 당시 가장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난 재질로 구성되었다. 보통 때라면 웬만한 소행성 정도는 부딪치더라도 아무런 피해가 가질 않았겠지만, 지금은 블랙홀 No. 4338Q 607 알파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최대한의 속력을 내고 있던 터라 외벽에 손상이 갈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소행성에 부딪친 여파로 선체의 흔들림이 심하여 모함선의 진행 방향이 교묘하게 바뀌었다. 블랙홀의 자기력으로 인해 우주지도가 일그러진 상태였기 때문에 아무도 그 변화 정도를 짐작할 수 없는 상태였다. 우선은 손상된 외벽을 복구하는 한 편, 어떻게든 No. 4338Q 607 알파의 중력으로부터 벗어나는데 주력해야만 했다.

 

 

 

호그의 영상이 흔들린다. 자기장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10년간의 기록 밖에 저장할 수 없는 구형 호그였기 때문에 내구성이 형편없었다. 물론 제작 당시에는 홀로그램 저장 매체 중에서는 최상이었겠지만, 지금에 와서는 영상의 안전성까지도 보장이 되질 않는 불안정한 구형 호그일 뿐이다.

 

호진은 호그의 기록재생을 정지시키고 영상장치와의 연결을 해제시켰다. 호그의 외관에는 '자ㅗㅈ가 이ㅖ지' 라는 글이 간신히 남아 있었다. 구형이라서 그런지 상당히 무거웠다. 호진은 호그의 외관에 자기장 보호도료를 바르고 미니호버의 도움으로 조심스럽게 들어 올린 후 폐선에서 건져낸 다른 물건들을 가지고서 밖으로 빠져 나왔다.

 

'이것저것 고물들을 많이 수집해서 좋긴 하지만, 대체 착륙 당시 얼마나 심하게 파손되었기에 이런 식으로 방치되어 있었던 거지? 꼭 말라비틀어진 생선처럼 껍질하고 뼈다귀만 남아가지고.'

 

폐선은 수평이 어긋나 있어서 빠져 나올 때에도 이만저만 고생이 아니었다. 중력신발이라도 있었다면 나았겠지만 누가 놀러 다니면서 중력신발을 신고 오겠는가. 비교적 가벼운 물건을 들고 있는 미니호버의 도움을 받아가며 힘겹게 빠져나가야만 ?다.

비상계단과 파손된 벽을 통해서 미로를 통과하는 기분으로 폐선을 나오자 마침 석양이 지고 있었는지라 붉은 구름결이 진녹색의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진풍경을 구경할 수 있었다. 비록 예정에 없던 폐선 탐험을 했지만,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을 느끼며 이번 산책도 나쁘지만은 않았다고 만족스럽게 웃어보는 호진이었다.

 

'참, 이걸 찍어 둬야 어머니를 보여 드리지. 좀 더 앞으로 가서 찍어야 하겠다. 이거, 또 서쪽에서 뜨는 태양을 보겠군.'

 

호진은 미니호버들을 차 트렁크에 담은 뒤 운전석에 앉았다. 동편에서는 벌써 밤기운이 밀려오는지라 어둑어둑해지고 있었기 때문에 호진은 서둘러 차를 부양시켰다. 무인항로 최저고도에 도달하자 서쪽 지평선을 향해 시속 3,000의 속도로 비행하였다. 자전 속도의 두 배 가까운 속도로 자전 방향을 역주행 하였을 경우 겪게 되는 이 현상은 몇 번을 겪어도 기분을 묘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빛의 속도 이상으로 달리고 있는 것 같은, 시간을 역행하는 것만 같은 기분.

 

이미 지평선 뒤로 숨어버렸던 해가 자신이 걸었던 길을 되짚어서 서쪽에서 떠오르며 다시금 석양을 만들어 내었다. 호진은 호그의 녹화기능을 통해 이 모든 풍경의 변화를 일흔 여섯 번째로 촬영하였다. 스물 둘에 유적발굴을 직업으로 택한 뒤로 3~4년 동안 틈이 날 때마다 찍어 왔기 때문에 질리기도 하련만 호진은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경이로움에 그저 감탄할 뿐이었다.

물론 어머니께 보여드릴 영상은 정상적인 석양의 풍경이었다. 예전에는 호진보다 더 좋아하곤 하던 장면이었지만, 요즘 들어 심장이 부쩍 허약해져서 그 속도감을 견뎌내지 못했다. 요즘에는 인공심장도 정교하고 튼튼해서 단 한 번의 수술만 하고 나면 다시는 심장 때문에 고생할 일이 없을 거라고 말해도 그저 담담히 웃으며 고개를 젓곤 했다.

 

그런 어머니가 하시는 일은 풍경화를 그리는 일 밖에 없었다. 병실에 앉아서 오로지 그림에만 전념하는 까닭에 호진은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서 어머니께 보여드리는 것을 즐겨하게 되었다. 유물·유적 탐사 때문에 이곳저곳을 자주 돌아다닐 기회가 많은 호진에겐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기록을 마친 호진은 차를 몰아서 어머니가 입원해 계시는 병실로 돌아갔다. 아버지도 없이 단 둘이 살아온 터라 호진은 짝을 만나지 않는 어머니가 안쓰러워 보였다. 어차피 아버지의 모습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터라 아버지에 대한 막연한 궁금함은 있었지만 어머니도 언급을 피하는 터라 굳이 캐내려 애쓰지는 않았다. 어머니가 직접 글로 써서 남기지 않는 이상 말을 잃어버리신 당신께 직접 물어볼 수도 없는 일이었다.

 

병원에서 어머니는 잠들어 계셨다. 호진은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미니호버 하나를 호출했다. 차 트렁크에 넣어 둔 고물이나 살펴볼까 하는 생각에 아무거나 호출한 것이다. 나지막한 도착음과 함께 미니호버 한 대가 호진의 앞에서 착지하였다. 폐선의 운항기록 호그를 담았던 그 호버였다.

 

호진이 현재 살고 있는 이 행성과 폐선의 운항 기록 표준 시간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날짜는 따로 계산을 해 봐야 하겠지만, 나무나루라는 그 폐선의 호그를 보아하니 30년 이전에 제작한 것으로 보였다. 지난번에 보았던 기록에서 단지 모함선의 엔진 몇 개가 과열로 인한 고장을 일으킨 상태에서 광속을 간신히 넘었던 것으로 볼 때, 10년을 계속 탐사하고 다녔다 하더라도 그렇게 먼 곳에서부터 출발하지는 못했을 것이므로 이곳 '파랑새' 근처의 10광년 이하 거리에 있는 곳에서 제작된 함선일 것이다.

 

호진은 호그를 소형 영상장치와 연결하였다. 폐선에서는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는데, 이제 보니 저장장치와 녹화장치가 무선으로 연결하는 기능이 있었다. 아까의 그 급박한 기록은 무선 녹화장치로 녹화한 기록이었던 모양이다. No. 4338Q 607 알파라면 이곳 '파랑새' 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위치한 블랙홀이다. 아마도 그 블랙홀에서 빠져나온 뒤에 표류하다가 이곳 '파랑새' 에 불시착했을 것이다. 이제 막 개발하고 있던 터라 많은 인원을 포용하지 못한 '파랑새' 에서는 지구나 다른 행성으로 그들을 보냈을 테고. 그렇지 않다면 지금까지 그 폐선을 그대로 놓아 둘 리가 없을 테니까.

 

 

 

함선내의 식물원인 모양이다. 갈빛 나무줄기를 타고 기생식물이 또아리를 틀고 올라가는 가지 끝에 주먹만한 새 한 마리가 지저귀고 있었다. 그 밑에는 무언가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여자가 있었다. 아마도 이 호그의 주인인 모양이다. 어디서 본 듯 하다 싶더니 나무나루라는 폐선의 선장이었다.

 

그녀가 손가락을 뻗으며 입술을 말아 휘파람을 불자 지저귀던 새가 푸드득 날아와 내려앉았다. 그르렁거리는 새의 목덜미를 긁어주던 그녀가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 이제 막 아장아장 걷기 시작했는지 사내아이가 뒤뚱거리다가 뒤로 벌렁 자빠졌다. 아이는 금새 울상이 되더니 '아앙-' 하며 서럽게 울어 젖혔다.

 

- 아가야, 착하지, 이리 온.

 

그녀가 손을 뻗으며 아이에게 말하자 훌쩍이며 울음을 그친 사내아이가 기어코 일어나 그녀에게로 갔다. 그녀는 그런 아이를 말없이 그저 물끄러미 지켜보다가 결국 넘어질 듯 다가온 아이를 꼭 껴안아 주었다. 아이의 입에서 웃음꽃이 피어났다.

 

 

 

'어머니는 다 똑같은 건가. 그나저나, 아이를 데리고 우주 항해를 하는 선장이라니.'

 

호진은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다른 시간대를 골라 재생시켰다. 나중에 차분히 조사해 봐야 하겠지만, 개인의 기록은 마치 일기장 같아서 이렇게 보고 있으면 꼭 남의 일기를 훔쳐 보는 기분이 들어서 묘한 긴장감이 들곤 한다. 특히 이런 폐선에서 발견된 기록에는 역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할 많은 야사가 있기 때문에 호진이 가장 즐거워하는 작업이었다.

 

 

 

주변 풍경은 주조종실인 모양이었다. 함장의 시선은 조종사의 얼굴이 표시된 스크린으로 향하고 있었다. 스크린에 표시되고 있는 정보를 확대해 보니 개척자 019호의 조종사인 모양이다.

 

- 안전! 장찬우 대위, 오랜만입니다.

 

- ... 안전! 함장님, 저 나무나루 호에서 출항한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나무나루 호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 멀쩡합니다. 포드 3번 엔진이 또 말썽을 일으키긴 했습니다만 어디 한두 번 일도 아니고. 개척자 019호는 어떻습니까?

 

- No. 4338Q 607 알파 안전 한계선으로부터 1300km 지점에 도착했습니다. 안에 들어가서 기념품 하나 챙겨 올까요?

 

- black hole 제품은 진품보다 모조품이 많던데. 괜히 biack hole 이나 dlack hole 같은 가짜 가져와서 속았다고 후회하지 말고 곱게 복귀하십시오.

 

- 이곳에선 아무런 성과가 없습니다. 가까이 다가갔다고는 하나 특별한 이상 현상도 없고, 그저 일반 블랙홀입니다. 그냥 돌아가도 괜찮겠습니까?

 

- 배가 돌아오지 않는 나루터는 죽은 나루터입니다. 개척자 019호는 안전하게 복귀하십시오.

 

- 알겠습니다, 함장님! 대위 장찬우! 신속하게 복귀하겠습니다!

 

- ... 찬우씨, 속 썩이지 말고 빨리 돌아오란 말이야. 왜 굳이 위험한 탐사를 하려고 하는지.

 

- ...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어. 회전하는 블랙홀은 웜홀을 통해서 화이트홀로 나가면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고들 하잖아. 마침 회전하는 블랙홀을 보니까 정말 갈 수 있을까 싶었어. 정말 미안해.

 

- ...

 

 

 

'아이의 아버지가 개척자 019호의 조종사였던 모양이군. 잠깐, 처음 호그의 기록을 살폈을 때 개척자 019호는 블랙홀에 빠져버렸던 것 같은데. 이 찬우라는 사람, 시간여행, 정말 했을까.'

 

호진은 재생 위치를 다음 시간대로 옮겼다. 남은 재생 구간이 짧은 것으로 보아서 이곳 '파랑새' 에 추락할 때 즈음인 모양이다. 홀로그램은 함장과 그의 사내아이를 표현하고 있었다. 음성입력장치가 고장난 상태였는지 소리는 없고 홀로그램만 표시되고 있었다. 함장은 수면탈출선으로 보이는 작은 우주선에 아이를 태우고 있었다.

 

함장은 아이를 꼭 껴안은 채 무어라고 중얼거렸다. 아마도 작별의 인사를 나누려던 것이리라. 그 때 뒤에서 부함장 즈음으로 되어 보이는 누군가가 아이와 함께 그녀를 우주선에 밀어 넣고 발진시켜버렸다. 그녀는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해 검은색으로 불투명하게 만들어진 유리를 두드리며 소리쳤지만 부함장은 그저 힘껏 경례를 할 뿐이었다. 그의 입은 '안전!' 이란 경례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홀로그램은 대기권으로 들어서며 강한 마찰열에 빛을 흩뿌리는 나무나루 호를 표현하고 있었다.함장으로서 끝까지 함께하지 못한 책임감 때문에 그녀는 나무나루 호의 마지막을 끝까지 기록해 두었던 것이다.

 

정신없이 호그의 기록을 바라보던 호진은 문득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어머니가 누워 계셔야 할 침대가 비어있었다. 호진이 호그에 정신을 빼앗긴 사이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호진은 놀라서 한참을 찾아 돌아다녔지만 자신의 차가 없어졌다는 것만 알아

냈을 뿐, 그녀가 어디로 갔는지, 언제 돌아올 것인지도 알 수가 없었다.

 

호진이 그녀의 진로와, 왜 그녀가 그곳으로 갔는지 알게 된 것은, 이틀 뒤 호그의 마지막 기록을 살펴보던 중에 전송된 기록 때문이었다.

 

호그의 마지막 홀로그램은 저장 용량의 한계 때문인지 여러 번 겹쳐서 녹화되었던 모양이었다. 순식간에 여러 장면이 스치듯 지나갔는데, 호진은 자신의 어릴 적 모습과, 어머니의 젊은 시절의 모습을 그곳에서 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새로 전송되어 기록된 홀로그램은 일출 장면이었다. 하루 전. 그의 어머니가 아직도 가지고 있던 호그의 무선 녹화장치로 녹화한 일출, 그리고 소리 없는 독백.

 

아니, 자세히 보니 일출이 아니었다. 홀로그램 영상에 분명히 서쪽이 표시되어 있었다. 그것은 일출이 아니었다. 시간을 역행하는 일몰이었다. 심장이 약해진 어머니가 호진의 차를 타고 '파랑새' 의 자전 속도보다 두 배는 빠른 속도로 서쪽을 향해 달리고 있는 것이다. 호진은 홀로그램이 표현한 어머니의 입술 모양을 되짚으며 밖으로 뛰쳐나갔다.

 

'찬우씨. 그가 네 아버지란다. 내가 그 때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이고, 그의 안전 상황을 잘 살폈더라면 너희 아버지를 그런 식으로 잃진 않았겠지. 호진아, 미안하다. 널 아버지 없는 아이로, 정말 외롭게 키우고 말았구나. 그래서 나는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단다. 옛날로 돌아가고 싶었어. 해가 서쪽에서 뜨고, 동쪽으로 지고, 그렇게 역행하다보면 그 때 그날로 되돌아갈 수 있겠지. 그러면 그런 바보 같은 일은 더 이상 하지 않을 수 있겠지.'

 

호진은 렌트카를 몰고서 무인항로 최고 고도를 탐색하면서 서서히 떠올랐다. 방향은 동쪽. 호진은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며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달려 나갔다.

 

"어머니가 가시고자 하는 서쪽은, 동쪽으로 달려가면 더 빨리 도달 할 수 있는 곳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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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 설명 및 설정.

 

* 포드(Port) : 함선의 왼쪽

* 스타보드(Starboard) : 함선의 오른쪽

* 선저 : 함선의 밑바닥

* 선미 : 함선의 뒤쪽

* 선미 클램프(clamp) : 함선의 뒤쪽에서 무언가를 끌어당길 때 연결하는 조임쇠

* 플라즈마 보호막 : 외부 전자기장에 의해 영향을 받는 전기를 통과시키고 발광시키는 기체의 영역인 플라즈마를 이용해 생성시키는 선체 보호용 막

* 레이저 포 : 레이저 빛은 어떠한 물체의 원자, 분자를 자극하여 가지고 있는 광에너지를 빼앗아 마주 보는 거울로 빛을 증폭하여 한쪽 방향으로 일시에 내보내는 것으로, 프리즘을 통해도 한 가지 색만 나오는 단색성(monochromatic), 아무리 멀더라도 빛의 세기가 거의 줄어들지 않는 지향성(directional), 핵융합까지 가능할 정도의 뛰어난 에너지의 집중도로 인해 조절 여하에 따라서는 강력한 파괴력을 지닐 수도 있는 모함선의 공격&수비용 무기

* 롤링 : 선체가 좌우로 흔들리는 것

* 피칭 : 선체가 앞뒤로 흔들리는 것

* 내부 중력기 : 중력이 없는 우주에서 오래 생활하면 골밀도가 낮아지게 되는데,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선체의 바닥에 지구의 중력과 같은 크기의 힘을 발휘하도록 하는 내부중력기가 개발되어 몇 십 년간 항해하는 함선에 설치

* 호그 : 홀로그램을 녹화, 저장, 재생하기 위한 장치, 또는 그런 기능들을 가진 각부의 총칭

* 홀로그램 : 본래는 어떤 대상의 3차원 입체상을 재생하는 사진을 가리키는 말이나, 우주 개척 시대인 3,000년대를 넘어서면서 주위의 풍경 또한 신속정확하게 저장, 재생할 수 있게 됨에 따라 2차원적인 사진 대신 3차원적인 저장 방식으로서 많이 사용된다

* 자기장 보호 도료 : 자기장의 영향을 받으면 손상을 받는 기록매체 따위에 바르는 도료. 자기장의 영향을 줄여주는 역할

* 미니호버 : 공중 부양 기계로서 본체 리모콘이나 무선 리모콘 따위로 조종하며 작은 물건 따위를 운반하기 위하여 사용

* 중력신발 : 신발 밑바닥에 작은 중력기가 달려 있어서 벽에서 90도로 서 있어도 걷는 데에 지장이 없도록 만들어진 신발. 중력이 있는 공간에서도 자유로운 위치에 중력을 설정할 수 있어서 위험 공간 작업 시 사용

* 무인항로 : 비행 자동차가 보편화됨에 따라 한 행성에는 수많은 인공위성을 통해 각 자동차의 고도, 위치, 진로를 수집하여 비어있는 항로를 탐색하며, 그 항로를 무인항로라고 칭한다

* 인공 심장 : 기록해 둔 환자의 배아세포를 이용, 심장 부위를 배양해 내 이식하는 심장. 자신의 DNA로 만들어진 심장이므로 부작용이 거의 없다

* 파랑새 : 우주 개척 시대인 3,000년대, 생물체가 살만한 환경, 즉 지구와 유사한 환경을 찾던 도중 발견 된 행성들 중 하나

 

3,000년대 우주 개척시대를 넘어서면서 인류는 광속을 넘나들 수 있게 되었으나 아인슈타인의 이론과는 달리 광속만으로는 시간여행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fiction적인 가설임) 때문에 이 광속을 우주 개척 및 운송에 이용하게 된다. 지구와 유사한 환경을 지닌 행성을 찾아 개척하는 한편, 우주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하여 우주에서 함선을 축조하고 출항시킴으로써 진정한 우주 개척 시대가 열렸다. 나무나루 호는 초기에 만들어져 발진한 광속 함선으로, 이후에 만들어진 우주 함선은 광속의 세 배 이상까지도 속도를 낼 수 있을 정도이고, 함선에 딸린 비행선만 해도 최고속도로 광속을 낼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때문에 나무나루 호가 장기간 탐사하는 동안 '파랑새' 같은 행성이 개발되고 있을 수 있었다.

 

나무나루 호는 장기간의 항해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함선이기 때문에 주로 젊은 층의 엘리트들이 탑승하였다. 항해 도중 결혼과 같은 행사를 할 수 있도록 연회장이 마련되어 있을 뿐 아니라 산소 생성을 위한 입자 분석-조합기, 식물원 등이 마련되어 있다. 작중에 나온 호진 역시 그런 결혼에 의해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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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도, 어설픈 과학 지식으로, 정말 어린아이의 장난 같은 결과물이 되어버린 글입니다. 이 글 역시 시간에 대한 독특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을 토대로 쓰여졌습니다. 오글거리지 않게 고쳐보고 싶지만 지금은 이만큼의 역량도 나와 주질 않는군요.

?
  • profile
    윤주[尹主] 2011.02.09 08:58

     마지막 결말이 좀 아쉽네요. 손을 대기도, 손을 대지 않기도 어중간한 부분인 것만 같아서;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예전 글들이라시지만 부럽기만 하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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