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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리 넓지도, 좁지도 않은 작은 방에 5명의 남자가 앉아있었다. 가운데에 놓여있는 철제 테이블이 음산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분위기는 조용하고 무거웠다. 마치 전장으로 떠나기 전의 군인들과 같은 모습이었지만 애석하게도 그들의 나이는 어렸다. 시도 때도 없이 계속해서 물을 마시던 남자가 벌떡 일어났다. 백열등을 받아 하얗게 변한 얼굴이었지만 꼭 백열등이 아니어도 피부가 매우 하얀 남자였다. 그는 불안하다는 듯이 몸을 조금씩 떨며 소리쳤다.

 

“역시 경찰에 신고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러자 그의 반대편에 앉아있던 안경을 낀 남자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렇게 섣불리 생각할 일이 아니야. 만일 신고했다가 일이 틀어져 버리게 된다면…….”

 

안경의 남자는 말없이 자신과 마주보는 남자를 향해 눈살을 찌푸렸다. 하얀 피부의 남자는 안경의 남자가 한 행동의 의미를 눈치 채고 기겁하며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래도 우리들의 존재가 알려지는 건 시간문제야.”

머리를 바짝 짧게 깎은 남자가 괴롭다는 듯이 머리를 벅벅 긁으며 말하였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불안하던 공기는 사라지고 침울한 침묵만이 감돌았다. 짧지만 너무나 고통스러운 침묵에 예의 피부가 하얀 그 남자가 한 남자를 지목하며 다시 소리쳤다.

 

“이게 모두 너 때문이야! 난 그다지……괜찮았는데…….”

 

지목받은 남자는 스포츠인 같은 건장한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덩치에 맞지 않게 몸을 굽히고 침울해져 있었다.

 

“그 녀석이 그렇게 되고 난 뒤부터 하나씩 찾아낼 거야.” 두려움이 잔뜩 서려있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그’가 말이야.”

 

모두 ‘그’라는 말에 흠칫 떨었다. 모두들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우리끼리 일을 처리하는 건 어떨까?”

 

팔짱을 낀 채 생각을 하던 체구가 가장 왜소한 남자가 말하였다. 다른 네 명의 남자들이 그를 쳐다보자 그는 팔짱을 풀고 자리를 고쳐 앉으며 말을 이었다.

 

“일종의 전쟁이라는 거지.”

 

“전쟁이라고? 그걸 말이 된다고 생각해? 지금 우리들이 누구누구인지만 ‘그’가 알아채도 학살이야!”

 

“우리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어쩌면 얼굴도 보지 못한 먼 친척까지 사회에서 배재당할 수 있어.”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체구가 왜소한 남자는 흔들리지 않고 말을 계속 했다.

 

“전면전으로 나온다면 우리는 죽음이야. 그 녀석이 그렇게 된 것처럼. 하지만 우리가 지원만 해준다면……?”

 

“지원?”

 

모두가 동시에 의문을 던졌다. 남자는 씩 웃으며, “그래. 지원.”이라고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들에게 반드시 경찰들이 찾아올 거야. 그때를 이용해 조금씩 미끼를 던지는 거지.”

 

그의 말에 모두가 귀를 기울였다. 자신을 주목한다는 점에 잠시 우월감을 느낀 그였지만 다시 신중하게 자세를 낮추며 그들에게 은밀히 말을 하였다. 하루 전날 그들의 친구들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서 회상을 하면서 말이다.

 

 

 

2.

밤 공원을 순찰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끝내는 김용덕씨는 작은 마을 공원이었지만 항상 최선을 다했다. 공원 자전거길 부터 시작하여 돌계단을 내려가 지대가 낮은 공원 내까지 언제나 정해진 길로만 순찰하였다. 중간 중간에 마을을 떠도는 개를 쫒아내기 위해 뛰기도 하고 밤하늘이 아름다울 때는 벤치에 앉아서 쉬기도 했다. 그 날도 그런 날이었다. 왠지 울적한 기분이 들어 벤치에 앉아있던 그는 자신의 앞에 지나가는 길거리의 고양이도 못 본 척 하며 상심에 젖어있었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정년퇴직을 한 다음 이런 공원 경비원을 맡아서 하고 있지만, 이제 막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자식을 생각하니 한숨 밖에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대출이라도 받아서 가게를 차려야 하나…….”

 

지금 하는 일도 아르바이트같은 식이라 큰돈을 벌 수 없었다. 때문에 아이를 늦게 가진 것에 후회가 밀려왔다. 그의 친구들의 자식들은 이제 한창 돈을 벌고 있는 나이이고 몇몇은 살림을 꾸리기도 하였다. 자기 자식이 고등학교에 이제 들어간다는 말에 친구들은 모두 하나같이 돈에 대해서 걱정해 주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뾰족한 수가 나지 않았다.

 

“후……. 들어가 볼까.”

 

그가 벤치에서 일어날 때 멀리 자전거길 위에 사람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가로등과 가로등 사이의 불빛이 그다지 닿지 않는 곳에 한 남자가 서있었다. 지대가 꽤 높은 곳이기 때문에 설치해둔 난간으로 인해 허리 위쪽 밖에 보이지 않았고 빛도 거의 안 비추니 흐릿하게 모습이 보였다. 그는 미동도 없이 가만히 서있었다.

 

“뭐지? 이 시간에 뭐하는 사람이야?”

 

지금 시간은 11시로 찬바람이 쌩쌩 불 시간이었다. 때문에 지금 이 시간에 공원을 산책하러 나왔다는 건 말도 안됐다. 때문에 그는 속으로 ‘누굴 기다리는 중인가?’하고 그냥 집에 가려고 하였다. 그때였다. 자전거길 위에 서있던 그가 두 손을 앞으로 들었다. 그가 무슨 행동을 위해 손을 드는지는 잘 몰랐지만 그의 손에 들려있는 물건은 가로등의 빛을 받아 눈에 선하게 들어왔다. 그것은 칼이었다.

 

“어어? 저 사람?”

 

당황한 나머지 손가락을 뻗어 남자를 본 채로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일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멀리 서있는 남자가 자기 자신을 향해 내려찍는 모습이 그대로 눈에 들어왔다. 김용덕씨는 태어나서 처음 목격하는 자살 장면이었다. 갑작스럽게 목격한 자살 장면 때문에 놀라기도 하고 어두운 공원에 자기 혼자만 있다는 것이 무섭기도 하였다. 그는 달려가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입은 자신의 생각을 따라준 다는 것이다.

 

“어이, 이봐! 지금 뭐하는 거야!”

 

자신의 가슴을 찌른 남자는 잠시 비틀 거리더니 뒤로 쓰러졌다. 김용덕씨는 그제야 발에 힘을 느끼고 달리기 시작했다. 옆쪽 길을 지나 달려가자 눈앞에 자전거길로 올라가는 계단이 눈에 들어왔다. 작은 언덕에 만들어진 공원이라 그런지 길 구조자체가 조금 불편했다. 길로 올라가 다시 자살한 남자가 있는 곳 까지 달려갔다. 차가운 아스팔트 길 위에 남자의 시체가 있었다. 오른쪽 손에 칼자루를 쥐고 있었고 칼날은 가슴에 들어가 박혀있었다. 가슴 부분에 살짝 피가 맺혀 있었고 피가 많이 나지 않는 걸로 보아 정확히 심장을 찌른 것 같았다.

 

“이……이럴수가…….”

 

김용덕씨는 손을 부르르 떨면서 핸드폰을 황급히 꺼내어 119에 신고하였다. 차가운 한기가 공원을 맴도는, 그런 금요일 밤 11시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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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乾天HaNeuL 2011.01.25 03:12

    ....허허허... 첫 장면부터 자살이라뉘.

  • profile
    윤주[尹主] 2011.01.25 06:34

     새 글이네요 ㅎㅎ 잘 볼게요^^

  • ?
    다시 2011.01.25 21:40

    슈발 브금쩌네 못읽겠어요 소리안끄면

    저가 겁이 많아서

  • profile
    시우처럼 2011.01.27 03:23

    소리가 안꺼져요. ;;

    그런데, 글을 다 읽으니 노래가 딱 멈추네.

    엄청난 타이밍.

  • ?
    A. 미스릴 2011.02.01 01:06

    http://www.acoc.co.kr/xcoc/?mid=user_fiction&page=2&document_srl=2634535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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