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 검사/3/주옥 사슬

by 백수묵시록 posted Jan 2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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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한 남자 아이는 수집 검사를 꿈꾸며 부모님이 주신 돈을 탈탈 털어서 단단한 강철 검을 하나 사고 길을 떠났습니다. 남자 아이가 한참 가다가 가다가 산적 코볼트 무리에게 습격받는 부부를 발견하고는 구해줬습니다... 이것은 과거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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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아무런 무기가 없어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던 중에.." 나는 칭찬을 받고는 약간 어색해서 머리를 긁으며 대답했다. "아.. 아뇨. 당연할 일인걸요. 뭘.." 남자는 자신과 여자를 발한 민족이며 둘은 결혼한지 2년 되는 사이라고 하였다. 발한 민족의 남자는 자신을 테코라라고 소개하였고 여자는 자신을 네이츠라 하였다. 테코라는 길을 걸으면서 발한 민족의 결혼에 대해서 말해줬다. "우선 순결한 청년과 처녀가 20세가 넘으면 혼인을 하게 되는데 혼인의 상대는 20세가 넘기 전에 구해야 합니다. 만일 그러지 못하면 평생 혼자서 살아야 합니다. 상대를 구했으면 마을 밖으로 4년간 나가서 동거 동락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서로를 신뢰할 수 있게 되었을 때 한방에서 잘 수가 있습니다." 나는 둘이 여행을 떠난지 몇년째냐 물었다. "이제 3년 되갑니다. 그나저나 당신은 어딜 가려고 하시죠?" 나는 나를 수집 검사라고 소개하고는 산 넘어 있는 마을의 대장간에서 칼을 좀 알아보려 한다고 말했다. "흐흠.. 곤란하군요. 저 산에는 아까 그 코볼트 무리의 본거지거든요." 나는 내가 가지고 온 강철 검을 보여주며 이것만 있다면 문제 없다고 하였다. "하하.. 이렇게 날카로운 검이라면 어쩌면 될지도 모르겠내요." 그렇게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면서 걷다가 문득 주륵 주륵 비가 내리기 시작 했음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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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테코라 부부는 근처에 있는 무인 산장으로 뛰어갔다. "후우.. 갑자기 이렇게 좌륵 쏟아지다니.. 여보, 괜찮아?" 여자는 젖은 머리카락을 풀면서 말했다. "네.. 하지만 말려야 겠내요." 테코라는 자신의 짐 가방에서 성냥을 꺼내 성냥 한 개비를 집어 들고는 성냥갑 옆면으로 슥슥 몇번 긁더니 탁하고 불이 붙자 난로로 성냥을 던졌다. 화르륵 하고는 난로엔 금방 불이 붙었다. 테코라는 네이츠에게 담요를 덮어준 후 성냥 한개비를 더 꺼내 불을 붙여 산장 한쪽에 비치된 아궁이에 불을 붙였다. "차 한잔 하시겠습니까?" 나는 하겠다고 하였고 테코라는 가방에서 종이 상자를 꺼냈다. 테코라는 상자를 열고 상자 안에서 마치 실타레처럼 꼬여진 녹색 덩어리 3개를 꺼냈다. 그리고는 컵에다가 하나씩 넣고는 주전자를 꺼내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잠시 물을 떠오겠습니다."하고는 문을 닫고는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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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는 나하고 네이츠만 남게 되었다. 네이츠는 담요를 끌어 당겨 몸을 덮히며 말했다. "당신 수집 검사를 하러 나간다고 했죠."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좋겠내요.. 저는 어릴 적부터 마법사가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우리 민족의 관습에 따라서 결혼을 할 수 밖에 없었죠." 여자는 감기에 걸렸는지 코에서 콧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여자는 내가 보기라도 할까봐 얼른 콧물을 손가락으로 훔쳐 담요에 슥슥 닦았다. "하지만 나쁘진 않았어요. 오히러.. 저 남자가 있기에 안심이었어요. 어두컴컴한 방안에서 마도서나 뒤적거리며 사는 마법사보다 저 남자와 함께 이렇게 행복하게 사는 것이 좋겠구나 싶었죠." 여자는 난로에 타오르는 불을 멀뚱히 응시하며 말했다. "솔직히.. 안심이 됬었어요." 그때 덜커덕하고 산장 문이 열리면서 테코라가 허름한 망토를 두른 검사와 함께 산장으로 들어왔다. "여보, 인사해. 청량검 주인이란 분이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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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검 주인은 허리춤의 검을 자꾸만 만지작거리고 있엇다. 그것이 무슨 칼이냐 묻자 청량검 주인은 허리춤의 칼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청량검이란 의지가 있는 칼이지." 나는 너무나도 신기해서 청량검에 손을 대보려 하였다. 그때 누군가 크게 소리쳤다. "그 더러운 손 대지마!" 나는 깜짝 놀라 얼른 검에서 손을 뗐다. 나는 청량검 주인이 그렇게 소리 질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청량검 주인이 칼집에서 칼을 꺼내 보여줬다. 놀랍게도 칼이 말을 하고 있었다. "청량검은 엘리멘탈이나 정령이 깃들지 않아도 의지가 있는 몇 안되는 종류의 칼이지." 나는 너무나도 신기다는 표정으로 청량검을 쳐다봤다. 청량검은 나를 째려보며(칼에겐 눈이 없지만.)말했다. "뭘 쳐다봐." 나는 기가 죽어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손잡이에 하얀 낙인이 찍혀 있길래 물었다. "이건 뭐죠?" 청량검 주인은 칼 손잡이에 찍힌 낙인을 보며 말했다. "이건.. 맹세의 표시야. 누군가와 절대로 지켜야하는 맹세의 표시." 나는 그것이 뭔지도 모르고 그냥 친구나 가족과 한 그런 맹세라 생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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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잠이 들어 일어나 보니 강철 검이 없어졌다. 고개를 들어 산장을 둘러보니 아무도 없었다. 밖으로 나가보니 데코라가 강철 검으로 네이츠를 찔러 죽이고 있었다. 나는 지금 뭐하는 짓이냐고 말하자 데코라가 말했다. "뭐.. 뭐하는 짓이냐고요! 이걸 보셔요!" 데코라는 네이츠의 가랑이를 가르켰다. 네이츠의 가랑이는 피로 흥건했다. "아기를 유산했어요! 이년은 나와 결혼한 후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나있던 상태였어요! 나는 그것도 모르고 3년동안 기다리고 있었다구요!" 데코라는 분풀이를 하듯 네이츠를 난도질하였다. 그러자 네이츠가 비명지르듯 말했다. "난 정말 그런 적이 없어요! 데코라, 날 못 믿어요?" 데코라는 네이츠의 말에 손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어.. 어떻게 그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수가 있지?" 네이츠는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증명하는 수 밖에 없군요." 그러고는 데코라의 강철 검을 뺏고는 배를 갈랐다. 배에선 붉은 피만 줄줄 흐를 뿐이었다. 네이츠는 단말마를 내지르며 쓰러졌다. 네이츠의 배엔 유산된 아기따윈 없었다. "새.. 생리?" 데코라는 네이츠의 차가운 손을 매만지며 말했다. "미.. 미안해.. 미안.." 데코라의 눈엔 눈물이 흐르질 않았다.  나는 데코라를 저지하며 누가 그런 사실을 알려줬냐고 말했다. 데코라는 아무런 저항하지 않고 순순히 강철 검을 땅에 떨어트리며 말했다. "청량검 주인이란 분께서요." 나는 데코라를 두고 강철 검을 들고는 산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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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중턱즈음에 청량검 주인은 날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아무런 죄책감을 가지지 않았는지 웃고 있었다. 나는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냐고 말했다. 그러자 그가 대답했다. "하하.. 난 얼마나 서로를 신뢰하는지 테스트하고 싶어서 말이야.. 웃기게도 3년간 같이 지낸 아내보다 몇시간 밖에 만나질 않은 날 신용하다니." 나는 강철 검을 들고 청량검 주인에게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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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코라는 날카로운 나무 조각을 들고 청량검 주인의 배를 찔렀고 나의 강철 검은 청량검 주인의 명치를 찔렀고 청량검 주인의 청량검은 데코라의 얼굴을 반쪽냈다. 데코라는 네이츠의 이름을 부르며 죽었고 청량검 주인은 아프다.. 라고 말하며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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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로 돌아가는데 걸린 시간은 3시간. 나의 집으로 돌아가보니 마을은 불바다가 되어 있었다. 살아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고 모두 죽은 시체가 되어 있었다. 한손에 든 강철 검과 청량검이 손에서 떨어지고 무릎이 무겁게 땅에 떨어졌다. 울어야 하는데 울음이 안 나왔다.
 
이것은.. 내가 청량검 주인이 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