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by 칠흑 posted Jan 2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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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이 소설은

지식도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작가가 스스로 설정한 내용이므로

실제 지명,인명,사실 등과는 무관한 픽션임을 알려드리며

케릭터의 멍청함은 실제 수사와 전혀 관계없음을 한번 더! 강조하며

이 작품은 추리물이 아닌 퓨전물임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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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사람들 없이 상인들만이 가게의 불을 키며 아침의 시작을 알려오는 새벽 5시

시장의 앞 좁은 골목길앞엔 적당한 크기의 승합차가 있었고

후루루룩

차안에서 오늘도 힘겹게 라면을 흡입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싫다.진짜 때려치고 싶어.정말로 내가 능력만 좀 더 좋았어도...어우우어어워어어어어!"
"조용하세요!잠복근무중인거 잊고 샤우팅하다가 또 범인 놓치고 반장님한테 혼나기 싫으시면......"
".........."

후루루룩
혼을 담은 나의 샤우팅을 가볍게 제압한 이군은 조용히 라면을 먹었다

아아 정말 말그대로 이 직업은 정말로 싫다.

잠복근무동안은 내가 스파이더 마인이라도 된 마냥 매복한 채 적을 기다리는 것도 싫고

힘겹게 범인을 잡으려해도 난 제대로 된 공격하나 하기 힘든게 싫고
(조금이라도 거칠게하면 이상한 인간들이 찍고는 과잉진압이라고 동영상 올라가더라)

거기다가 범인들은 흉기쓰는건 더 싫고

공무원의 월급과 대기업 직원의 노동환경의 문제점만 모아서 제곱한듯한 이런 일은......정말로 싫어!

그러고보니 예전엔 내가 이런 일을 하게 될거라곤 단 한번도 생각한적없었는데.....

그냥 적당하게 아이들한테 독서의 즐거움을 깨우쳐주는 척 숙제의 산을 쌓아주거나

아니면 농협대 나와서 빈둥빈둥대는 간부A의 일생을 사는 것이였는데

아버지와 내기를 한게 화근이었다......

내가 경찰에 지원해서 형사가 될 수 있냐 없냐의 문제

아버지는 무리라며 안된다고 하셨고

나는 격렬하게 가능하다며 주장했었다.

그리고 그 때의 결과물이 지금.....

결국 현재 형사가 되어 내가 원하던 것도 아닌 인생을 보내고 있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버지의 농간에 당한 것 같다.

경찰로서 일생을 보내신,그리고 보내시고 계신 아버지는 내가 농협같은곳에서 어영부영시간보내는게 싫었을테고

결국 내기라는 방식으로 나를 경찰에......

우아아아아!젠자앙!

늙은 너구리같은 영감탱이!

에휴우....

결국 이렇게 이군과 함께

컵라면을 주식으로 삼은 채 이 조그마한 승합차안에서 서식하고 있다.

에휴우...

"한숨 그만 쉬시고 저기 보세요.용의자같은데요?"

어느새 이군은 라면은 다 먹어치우고 용의자로 보이는 사람을 지목했다

이 더운 여름에 얼굴에 마스크를 끼고 모자를 푹 눌러쓴데다가

옷은 검은 가죽재킷의 지퍼를 목까지 채운채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시장 상인들의 가게 사이를 지나치며 이곳을 향해 오는 사람

누가봐도 용의자잖아 저건!

아무튼 그 용의자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까지 써서 식별이 힘든정도지만

여기서도 떨리는게 보일 정도로 떠는 그의 몸은

모르는 사람이 봐도 '아 저사람이 범인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들 정도다

결국 나는 그가

이번 사건의 용의자이자 중요한 증인이 될 수 있는 용의자K라고 확신했다.


 

덜컥

 

승합차의 양문이 열리며 나와 이군은 내려섰다.

그리고 매너모드중인 K를 향해 다가갔다.

"거기요!잠깐 멈춰주세요!"

나의 부름에 K는 매너모드를 더욱 격렬하게 일으키며 내 쪽을 돌아보았고

나는 그를 향해 내 품속에 고이 간직해두었던 '그것'을 들이미었다.

격렬하게 수신중이던 그는

내가 그의 얼굴에 들이민 '그것'을 보더니 몹시 당황했다.

"우주굇수병원.....정신과전문의 김퐁퐁......?"
"네,제가 바로 정신과전문의 김퐁퐁입니........가 아니라!"
젠장 잘못 건넸다

나는 황급히 잘못 건넨 명함을 그의 윗주머니에 쑤셔넣어주고

다시 나의 품속에서 '그것'을 꺼내 보여주었다.

옆에서 '이렇게 멍청한 형사는 제가 태어서도 처음이며 머리털나서도 처음이며

2차성징 이후로도 처음입니다'라는 눈빛으로 이군이 쳐다보고 있었다곤 절대 말못한다.

나도 민망하다고 젠장 왜 하필 저게 나온거야

아무튼 품에서 이번엔 제대로 경찰 신분증을 꺼내 그의 눈 앞에 세웠다

"형사입니다.이번에 일어난 사건에 대해 물어볼게 있어서 그런데 잠시 시간 좀 빌리겠습니다"

"아...네...상관없습니다."

그렇게 떨었던 것과 달리 그는 왠지 안정된 듯한 모습으로

나를 따라 시장 근처에 있던 명품 커피숍이라 불리는

커피 한잔이 휘발유 1~2L보다 비싼 커피숍에 들어왔다.

우리가 밖이 잘 보이는 창가에 앉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예쁘게 메이드복을 입은.......

응?

한국에 메이드커피숍이 있었던가?

뭐야 여긴!

아무튼 나의 이런 격렬한 의문을 뒤로하고 메이드가 와서 주문을 받았다.

"손님,무엇을 마시고 싶으신 가요?"

"저는 에스프레소로 부탁할께요"
"아...저는...카푸치노로..."
"저는 물로 주세요"
이군과 K와 메이드의 시선이 나에게 꽂힌다.

훗 역시 이래서 인기남이란 괴로워

"그렇게 멋진척하며 손으로 앞머리 넘겨도 전혀 안 멋져보입니다 선배,

오히려 게이같아요"
쿨럭

이군은 뭔가 마음에 안들때의 입버릇이 게이같다는 거다

뭔가 기분나쁜 말버릇이다.

예전에 뭔가 가슴아픈 사연이라도 있냐고 물어봤는데

마치 당장이라도 물어뜯을듯이 달려들었다

그때의 눈빛은 비상금을 숨겼다가 들켰던 아버지의 눈빛과 흡사했다

안 좋은 추억이라도 있나

아무튼 메이드는 나에게 눈총을 주며 사라졌다.

그리고 우리는 K와 이번에 일어난 '사건'에 대하여 대화를 시작했다

주로 이군이 묻고 K씨가 대답하는 방식이었다

뭐,나는 유리창너머로 보이는 사람들이나 구경했지만 말이다

구경하는 와중 간간히 옆을 쳐다보니

이군은 경찰수첩에 끄적거리거나 줄을 그으면서 K씨의 말에 눈을 쳐다보며 재차 질문을 하는데

K씨는 심약해서 그런지 눌린 모습이었지만 항상 일관되게 대답했다

결국 이군은 격렬하게 화내며 경찰수첩에 K씨 관련 부분에 모두 줄을 그었다

얼마 후 그들이 시킨 커피가 차갑게 식어갈즈음

이군의 심문이 끝났는지 K씨를 환송하는데 K씨는 너무나 밝은 모습이었다

다만 증거를 얻기는 커녕 이때까지 만든 증거들을 모두 물거품으로 만든 이군은

'아니 저사람을 용의자로 몰아 놓고 몽타주까지 만든 게이는 어떤 게이란 말입니까!'

라는 듯한 기운을 풀풀 풍기면서 불쾌한 얼굴로 환송했다

눈에 띄게 밝아진 K씨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밝아진 K씨의 모습을 보며

'아니 그럴려면 처음부터 경찰서에 왔으면 됬잖아!'

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건 그것나름대로 오해받았겠다고-자수했다고 오해받진 않았을까 스스로 위안하며

이군과 함께 또 다시 오래된 봉고차에 올라탔다

"선배 어디로 갈 겁니까?"

극도로 존대하는 이군의 말을 들으며 나는 앞을 바라보았다

역시 지금 쥐꼬리만한 단서라도 얻을려면 갈 곳은 그곳밖에 없다.

"갈만한 곳은 '사건'이 일어난 곳 밖에 없잖아"

"역시 그곳밖에 없는거겠죠?"

이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동차에 시동을 켰다

차로 '그 곳'을 향해 가면서 계속해서 '사건'에 대해 생각했다
 
'사건'

이번 사건까지 해서 3번째인데

인적이 드문 산의 펜션이나 구석진 곳의 단독주택에서 주로 일어났었다

피해자들의 공통점은

항상 보름달 뜨는 날 밤 죽었고

그들의 가슴부분은 파헤쳐져있었다는 것

주변을 조사해서 간따위의 내장은 찾을 수 있었지만

유독 심장만은 찾을 수 없었다

세간에선 뱀파이어의 짓이다 늑대인간의 짓이다 뭐다 말도 많은데

결국 이번에도 사이코같은 자의 범행일 것이다

언제나 감시카메라같은 증거가 될만한 건 부서져있고

주변에 인적도 드물기에 증거물도 증인도 없는 수상한 살인사건이지만

이번엔 아파트에서 일어났기에

증인이라도 있을줄 알았더니 역시나다

그 날은 특이하게도 수위마저 잠들었다고 한다

아 그 덕분에 그 수위는 감봉당했다는 슬픈 이야기가 얽혀있긴한데

어찌됬든 확실한 건 그날도 확실한 증거는 없었다

하지만 실날같은 단서...라기보단 단서가 될만한 것들은 있었다

일단 용의자로 보이는 한 사람과 온라인게임의 음성대화기능,

용의자로 보이는 사람은 사망시각보다 1시간쯤 빠른 시각에 엘리베이터에 탔던 K씨였기에

조사해보았지만 결국 K씨와는 무관한 일

컴퓨터쪽은 전자기기담당들이,그러니까 수사과의 멋진 남자들이 맡았던 일만 제대로 해준다면 단서가 나올지도 모른다

어차피 그건 나중일이니

우리는 재조사를 위해 사건이 일어난 곳으로 가고 있다

 

 

 

 

"그러니까 여기가 그곳인 거죠?"

"그렇지"

우리의 눈 앞에 있는 1503이라고 적힌 낡은 철문

'부르지오'의 15층의 3번째 방이다.

......이 아파트 이름 표절시비좀 붙었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며 문을 열고 들어섰다.

제지하는 사람이나 환영하는 사람은 없다.

경찰은 이미 철수했고

이 집의 주인은 혼자 살았다고 한다

설사 다른 가족이 있었다고 해도 살해당했겠지만 말이다

어쩌면 범인이 다른 사람을 노렸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주인 32세 이모씨는

소위 말하는 컴퓨터 폐인이었다

발견된 시각에도 컴퓨터는 켜져있었으니 말 다했지 뭐

다만 이게 우리들에게 단서가 될 줄은

그도 몰랐고 범인도 몰랐고 우리도 모를뻔 했다

살해당할당시 그는 평소하던대로 리X지2중이였다고 한다

평소하던대로 그는 헤드폰을 끼고 게임톡으로 사람들과 음성대화를 하며 사냥중이었는데

그때 범인이 그를 습격한것이다

지금 전자담당부-내 편의상 이렇게 부르는거다 수사과의 멋진 형들이 해준다-가 조사중인건

그가 습격당할 당시 그가 내뱉었던 말등을 알아내기위해

그와 함께 게임톡을 했던 사람들을 찾아내는 것

그리고 우리가 하는건 혹시 피해자나 혹은 범인이 남겼을 쥐꼬리만한 단서를 찾는것

하지만 첫번째 조사때는 별 증거를 못찾았다

게다가 이미 앞에서 훑고 지나간 뒤라

별다른 기대는 하지 않는다

현관옆에 달린 스위치를 눌렀다

딱 따딱 따닥

......요상한 소리 저거 형광등 불켜지는 소리다.......

아무튼 거실 형광등의 불이 들어왔다

며칠 전 조사할때와 마찬가지로 아무도 없는 을씨년스러운 집에

지지직거리는 TV와 맞은편의 소파만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전기세 아깝게 끄지도 않았군요. 조사대는 뭘 한 걸까요"

내게 묻는듯이 말하며 이군은 TV전원스위치를 눌렀다

거리는 기계음과 함께 TV는 꺼졌다

도대체 어떤 TV길래 저런 소리가 나는걸까

요상한 TV를 뒤로하고

주방문을 열고 들어간 뒤

주방에 있는 세 문중 가운데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곳이 피해자의 방이자 피해자가 살해당한 곳

이제 주인도 없는 방에서

우리들을 환영한 건

다만 며칠 안된 사이에 쌓인 먼지와

분필로 그려진 피해자의 모습과

젤리처럼 변한 채 고여있는 붉은 피

.......잠깐 붉은 피?

피라는 것은 오랜 시간이 지나면 검게 굳어버린다

그리고 살인사건이 일어난 건 며칠전

"......그렇다면 저 붉은 피는 누구의 것일까요 이군 정답은?"

"이런데서 농담질입니까!"

이런이런 소리를 높이다니

역시 이군은 아직 덜 자랐어

라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머리를 쓰다듬어 줬더니

이군은 얼굴을 붉히며 날 쳐다보았다

.......화났다는 소리다 뭘 상상한거냐

"쉬잇!이군 조용히"

"핫! 넵"

입술 앞에 검지를 세우며 이군에게 조용히 하라고 한 뒤

뒤늦게 정신차린 이군을 뒤로하고

나는 그 붉은 피를 만져보았다

증거품을 장갑낀 손일지라도 조심히 다루어야한다는

수사방법따위 귤까라 그래

라고 생각하며 살짝 두근두근거리면서

만져본 피는 예상외로 차가웠다

그리고 그것에서 나는 향긋한 딸기향......응?

"선배...그거 딸기시럽아닙니까 혹시......."

"그...그러니까 말이야.......누군가 딸기시럽을 옷안에 넣어뒀다가 흘린게 아닐까?"

"그걸 추리라고 하십니까!"

이군은 버럭 화를 내며 나를 지나쳐 컴퓨터쪽으로 걸어가다가 뭔가를 밟고 미끄러졌다

미끄덩 쿵

큰 소리로 넘어진 이군은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며 일어섰다

"도...도대체!조사대는 뭘 한 겁니까아!

이런게 나돌아다니면 당장 치워뒀어야죠!"

부끄러운지 조사대탓으로 돌리며

이군은 자신이 밟고 미끄러져서

떼구르르 굴러가던 물체를 집어 들었다

"'너무너무맛있는 딸기100% 딸기맛 시럽!'......이 통이네요"

이군이 미끄러진 덕분에 우리는 딸기시럽의 존재이유를 발견했다

"조사대가 흘린 모양이네요"

그렇게 말하며 이군은 부끄러운지 주방쪽을 조사한다며 주방으로 갔다

나는 아직까지도 넣어져있던 내 손을 빼며 딸기시럽을 핥았다

음 달달한데 약간 비릿하네

"우웩 이 딸기시럽 상했나보다"

입맛만 버렸네

잠깐 혹시?

나는 급히 딸기시럽을 치웠다

밑에는 역시 예상대로 피가 굳어있었다

L

그것은 딸기시럽밑에 가려진 다잉메세지였다

아니 피해자가 쓴 것은 아닐테니 블러디 메세지인가

일단 증거인지 아닌지 확인은 둘째치고

"스마일~"

찰칵

휴대폰을 꺼내서 촬영했다

버튼을 눌러서 사진을 저장했다

전혀 증거같지 않고 범인이나 주변사람이 장난친것같은 기분이 팍팍들지만

일단 이군을 불러서 같이 확인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