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05 08:24

이상한 나라의 시우(12)

조회 수 400 추천 수 4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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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그런데 우리 반에선 누가 같이 나가는데? 설마 너랑 나랑 2:2 미팅은 아니겠지?”

 승호랑 재준이도 같이 나가기로 했어.”

 

 그러자 우리 건너편에 나란히 앉아 있던 두 녀석이 손을 들어 보인다. 얼굴을 보아하니 가끔 나에게 아는 척을 해왔던 녀석들인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 봤자 이쪽 입장에선 어차피 처음 보는 놈들일 뿐이었다. 그래서 대충 아는 척만 하고 별 신경 안 쓰고 있었는데, 그 녀석들 이름이 그러니까승호, 재준인 모양이었다.

 

 그럼 4:4 미팅이야?”

 그래. 이 자식아. 아무튼 이젠 안 간다고 발뺌하기 없기다?”

 

 내가 알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신동현은 그제서야 안심한 듯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마터면 너 때문에 다 잡힌 약속 파토날 뻔 했잖아. 인간이 그러면 못쓰지. 애초에 이 미팅도 니가 하자고 해서 잡은 판인데 내가 그럼 얼굴이 뭐가 되냐?

 

 그러더니 녀석의 얼굴이 갑자기 헬쓱해졌다.

 

 게다가 그 최은정. 최은정은 어쩌고! ! 가만그러고 보니 너. 날 죽일 셈이었던 거구나!”

 

 녀석의 눈깔이 순간 뒤집혔다.

 

 너 이 쉬키! 천벌을 받아라!”

 

 그리곤 다짜고짜 나를 향해 해드락을 거는게 아닌가!

 

 뭐야, 깜짝 놀란 나는 서둘러 상체를 옆으로 회피했다. 아니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역시 내 인생은 불행의 연속체였다. 하필이면 시간대가 출근시간과 등교시간이 겹치는 시간이었던 탓에 내 양 옆은 이미 낯선 아저씨 들에 의해 점유된 지 오래였다. 그 덕에 나의 운신의 폭은 상당히 줄어들었고, 결국 나는 녀석의 암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꼴사납게 앉은 자세로 해드락에 걸리고야 말았던 것이다.

 

 아악, 항복! 항복! , 진짜 아프다고!”

 그럼 아프라고 하지, 내가 너 좋아라고 이러겠냐?”

 

 하지만, 녀석의 미친 짓도 그리 오래가진 못했으니. 나에겐 다행이었지만, 놈이 해드락을 건답시고 옆자리의 앉아 있던 아저씨를 심하게 건드린 탓에 곤히 주무시던 아저씨의 심기가 크게 노하셨던 탓이었다.

 

 , 학생!”

 

 짧은 음성이었지만 충분히 임팩트가 실린 말이었다. 그러자 녀석은 비로서 정신이 드는지 내 머리에 걸어오던 팔의 힘을 슬그머니 풀었다. 난 두 손으로 녀석이 내 머리에 두른 오른 팔을 밀어내고 조심스럽게 옆자리에 앉은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눈썹이 콱 구겨져 있고 이빨을 꽉 다물었는지 어금니 부분이 불끈불끈하는 게 보였다. 위험한 순간이었다. 이런 표정은 다시 말하면 이 버르장머리 없는 놈들을 단매에 응징할까 말까 심각하게 고심하는 이의 표정이었다. 한마디로 더 큰 고성과 주먹이 오가느냐 마느냐의 일촉즉발의 순간인 셈이었다.

 

 꿀꺽. 나도 모르게 마른침이 삼켜졌다. 아무리 내가 원래 세계에선 좀 놀아본 놈이긴 했어도 이런 상황까지 여유로울 수는 없었다. 더욱이 옆에 앉은 아저씨가 저런 험악한 인상을 가진 조폭 스타일의 남자라면 더욱 그러했다.

 

 죄송합니다.”

 

 순간 신동현 놈이 대뜸 허리를 숙이며 사과를 했다. 하긴 녀석도 이런 상황에서 까지 쓸데없는 말을 나불대진 않겠지.

 

 !”

 

 앞으론 조심하라는 듯 그는 짧은 헛기침을 내뱉었다. 하지만 아직 심사가 꼬여있는 모양인지 팔짱은 여전히 꽉 끼어져 있었다. 신경쓰기 싫다는 듯 이젠 아예 지긋이 눈을 감는다. 다시 자려는 건가? 난 얼떨결 한 마음에 앞에 서있는 신동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녀석도 큰 사단이 날 줄 알고 잔뜩 쫄아있다가 맥이 풀리는지 날 잠시 바라보고는 멍하니 아무 말이 없었다.

 

 [이번 역은 용마, 용마 역 입니다 내리신 문은…]

 

 전철 안으로 마침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안내방송에 퍼뜩 정신이 드는지 녀석이 크게 심호흡을 한번 했다. 그러곤 나를 향해 상체를 숙이더니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 너 때문에 이게 뭐야.”

 ? 이게 왜 나 때문인데?”

 

 황당한 마음에 내 목소리가 좀 높아지자 옆에 앉은 남자가 시끄럽다는 듯 헛기침을 한다. 자는 거 아녔어?

 

 아무튼, 이따 담임한테 잠깐 모였다가 끝나면 10시에 분수대에서 만나기로 했으니까 그렇게 알아라. 알겠냐?”

 

 그러더니 녀석은 비척비척 반대편의 두 녀석에게 걸어갔다. 녀석들한테 뭐라고 속닥거리는 걸 보니 내 욕을 하든지 아님 저 조폭남의 욕을 하던지 둘 중에 하나겠지. 아님, 오늘 미팅이야기라도 하려나?

 

  잠깐 궁금한 마음이 들다가도 곧 그러든지 말든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들이 씹어대는 건 내가 아니고 이 몸뚱이니까. 그래 내 욕이든 뭐든 맘대로 떠들어라. 난 가만히 눈을 감았다. 이런 생각 덕분인지 옆자리 남자의 불쾌한 오오라도 그닥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어느덧 다음 역이 대공원이라는 안내 멘트가 귓가에 들려왔다. 살며시 눈을 뜨자 종착역이 가까워졌는지 전철 안에는 아까보다 사람이 많이 줄어있었다. 그리고 언제 내렸는지 내 옆자리의 남자도 사라지고 없었다. 고개를 뒤로 돌려 창 밖을 바라보았다. 약간은 쌀쌀하긴 해도 오늘따라 멀리 보이는 산이 뚜렷했다.

 

 미팅이라. 무심한 척 해도 역시 마음이 설레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자꾸만 이 세상에 얽매여지는 것 같아 떨떠름한 기분도 들었지만 지금 이순간은 그냥 이대로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자기 부상 열차는 심란해진 소년의 마음을 싣고 소리도 없이 목적지를 향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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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나니 마지막 맺는 부분이 좀 어색한 것 같기도...;;

아무튼, 저도 이제 다시 천천히 시작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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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윤주[尹主] 2011.01.05 09:02

    이래저래 고생이네요, 주인공도;; 미팅 얘기 기대하고 있습니다 ㅎㅎ

  • profile
    시우처럼 2011.01.06 05:11

    다다음화에 아마도(?) 미팅의 상대역인 여자애들이 등장합니다.

    그나저나 여고생의 발랄함과 특유의 성격을 어떻게 표현할지 걱정이 되네요. ;;

  • profile
    ♀미니♂ban 2011.01.06 04:01

    공공장소에선 떠들고 장난치는거 아니랍니다 ㅋㅋ 재밌게 봣어요 ㅎ

  • profile
    시우처럼 2011.01.06 05:12

    그렇죠 공중장소에선 떠들면 나쁜 사람입니다. ㅎㅎ

  • ?
    乾天HaNeuL 2011.01.07 06:50

    저 아이들 나쁘네. 공공장소에서 K-1이라도 재현하고 싶었던 건가?(응?)

  • profile
    시우처럼 2011.01.07 07:38

    떠들다 보니, 그리고 감정이 격해져서 일테지만

    아무래도 제가 고등학생에 대해 뭔가 편협된 생각을 가진 것이 글에서 드러난지도 모르겠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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