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13 01:17

당신이 잠든 사이

조회 수 304 추천 수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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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녀왔어."



 힘없는 목소리에 마술사는 화들짝 놀라 현관을 보았다. 현아가 크게 상처 입은 곳 없이 돌아온 것을 확인한 그는 안도와 함께 조금 실망감을 드러냈다. 죽어가는 것도 아닌데 목소리에 힘이 없단 건 분명 일이 잘 안 풀린 거다.



 "수고했어."



 그럼에도 마술사는 우선 현아를 위로했다. '사랑하는 딸'이 아무리 어린 모습을 하고 있대도 일단은 한 무리를 지휘하는 왕이다. 그런 그녀를 상대로 복수를 한다는 게 쉬운 일일 리 만무하니까.



 "결국 털끝도 건드리지 못하고 돌아와 버렸어."
 "그럼 이 피는 다 뭔데?"



 현아가 현관에 던져둔 배트를 보자 마술사는 경악과 함께 구역질이 나올 지경이었다. 온통 피범벅에 알 수 없는 살점 조각이 달라붙은 금속 배트는 야구방망이라기보다 흡사 동화 속에 나오는 도깨비 방망이처럼 보였다.



 "그건 다른 녀석 피야. 망할 것. 난 제대로 때려 보지도 못했는데 '사랑하는 딸' 그 자식은 딴 귀신 불러놓고 도망가 버렸어."
 "꽤나 큰 싸움이었나봐."



 말도 말라는 듯 현아는 손사래를 쳤다. '사랑하는 딸'이 사라진 후에도 현아는 전혀 새로운 적과 맞부딪쳤다. 열 개나 되는 뱀 머리를 하나하나 배트로 때려잡는 건 상상보다 훨씬 고된 일이었다.
 '사랑하는 딸'이 머리 열 개짜리 뱀을 불러냈단 얘기를 듣자 마술사는 갑자기 관심을 보였다.



 "머리가 열 개나 되는 뱀이라. 상상이 되질 않는 걸. 대체 어떻게 그런 걸 불러냈대?"
 "뭐라고 노래를 부르는 것 같더라. 혼이 어떻고, 백이 어떻고 하는."



 별안간 마술사가 사레들린 것처럼 켁켁거렸기 때문에 대화는 잠시 중단됐다. 현아가 물을 가져다주자 마술사는 그것을 몇 번인가 들이키고는 겨우 진정했다.



 "야, 그거…….대마술 아냐."
 "뭐라고?"



 마술사가 하는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한 탓도 있지만, 현아는 그가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뜬금없이 대마술 얘기는 왜 꺼내서는…….문득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종류 불안한 예감은 항상 맞아 떨어지기 마련이다.



 "내 생각엔 아무래도, '사랑하는 딸'이 오늘날에 남은 유일한 대사제인 것 같아."



 짜증 섞인 비명을 지르며 현아는 손에 잡힌 쿠션을 던져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마술사는 침묵했다. 지금 상황에서 굳이 사족을 덧붙일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한 탓이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걸까? '사랑하는 딸'은, 자기 자신 말고는 그녀가 산산 조각낸 심장을 원래대로 붙여놓을 사람이 없단 걸 교활하게 이용한 걸까?
 현아는 이를 갈았다. 달라진 건 없다고, '사랑하는 딸'을 반드시 만나야 할 이유가 한 가지 더 추가되었을 뿐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한 번 치밀어 오른 분은 쉽게 가시질 않았다.



 그날 하늘에 오른 달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창백하고 유난히 차가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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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젯밤 올리면서는 몰랐는데, 오늘 보니까 <귀신들의 왕> 편 남은 페이지가 이것뿐이더군요;; 좀만 더 길게 끊을 걸 그랬습니다ㅠㅠ


 


 이번에 쓰면서, 전투 묘사를 마지막으로 썼던 게 언제였나 생각해 봤네요...가물가물합니다;; 그러다보니 '사랑하는 딸'과의 전투 장면이 어색하게 되어버렸네요. 그래도 판타진데, 좀 신경을 써야하는데 말이죠;;


 암튼, 그래서 다른 분들 글이 부럽다는 그런 얘기였습니다.;;


 


 내일 저녁엔 또 다음 편으로 찾아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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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한 인간이 성장해 가는 것은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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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우처럼 2010.10.13 01:17
    오 역시 딸내미는 현아한테 볼일이 있었던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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