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26 17:35

기다리고 있다

조회 수 243 추천 수 4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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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날씨도 좋다. 아마 그녀가 이런 날로 잡은 건, 분명히 이렇게 좋은 날씨라는 걸 알고 잡은 걸 거다. 그녀는 매우 현명한 여자니까. 어쩌면 그녀는 이렇게 좋은 날씨를 몰랐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가 약속을 잡은 날이니까, 하늘도 도와주는 걸 수도 있다.
 괜히 소매 끝을 만졌다. 혹시 뭔가 묻지는 않았을까. 아까 공원에서 음료수를 뽑아마셨을 때, 흘리지는 않았을까. 입가도 만진다. 공원 벤치. 작은 공원이지만 그녀의 집 근처라서 자주 그녀가 이곳을 약속 장소로 잡는다. 게다가 이 공원에는 비둘기가 없어서 참 좋다. 나는 이곳을 좋아한다.
 그녀가 약속을 잡은 건 어제였다. 갑자기 심심하다는 말과 함께, 오늘 이 시간에 이곳에서 데이트를 하기로 한거다. 나는 그 순간부터 들떴다. 그녀는 데이트를 할 때마다 언제나 신경을 써서 나온다. 비록 잘 모를 수도 있지만, 그녀의 머리끝에서 느껴지는 샴푸 향도 참 좋아한다. 그래서 나도 그녀를 따라서 샴푸를 바꿨다. 한참동안 그녀의 머리에서 나는 향과 같은 향을 찾느라, 마트에서 여러 개의 샴푸를 뜯어서 냄새를 맡아서 머리가 아팠었지만,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그녀의 선택답게 샴푸의 느낌도 괜찮았다.
 또, 그녀는 언제나 커플링을 잊지 않는다. 언제나 ‘그런 사소한 배려가 좋다’라고 말하고도 싶지만 말할 수 없다. 게다가 그 반지 말고 다른 반지도 선물해주고 싶지만, 아직 그럴 수가 없다.
 또 그녀는 플랫슈즈를 절대 신지 않는다. 차라리 편한 컨버스화를 신기는 해도. 나는 그 점도 너무 좋다. 그녀답다. 어딘가 편안하면서도 귀여운. 그런 느낌이 참 좋다.
 아, 멀리서 그녀가 온다.
 마시고 남은 음료수를 쥐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간다. 자연스럽게 얼굴을 돌린다. 햇살이 너무 강하다. 겨우 봄 햇살인데도 너무 강하다. 그녀의 등 뒤에 햇살이 있어서 일수도 있다.
“기다렸어?”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싶지만 저 먼 곳을 본다. 그녀는 천천히 웃더니
“얼른 가자”
 라며 손을 내민다.
 그 놈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녀와 가버린다. 괜찮다. 어차피 그녀가 그 놈과 지금은 같이 있지만, 언젠가 내 것이 될 테니까.
 그녀가 떠나는 뒷모습을 보면서 천천히 음료수를 바닥에 내려놓는다. 이 음료수도,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거다.


 


---------------------------------------------


 


야밤에 자려다가 잠들지 못해서


일어나서 컴퓨터를 켜고


원래는 좀 긴 단편을 쓰려고 했으나,


귀차니즘에 그냥 엽편을 써버린;;;


 


그런 겁니다.


 


근데 왜 이딴 걸 쓰죠,전 ㅠㅠ 아오


 


그래도 창도 활동한다는 의미로...

?
  • profile
    Yes-Man 2010.08.26 17:35
    이런 걸 전 좋아합니다. 뭐라고 설명해야되지... 그 설명이 많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임자있는 사람은 안건드리는게 좋지 안나요.ㅋㅋ
  • profile
    idtptkd 2010.08.29 09:19
    대사가 적고 혼자의 생각을 말하는 글을 좋아하시나봐요.
    네, 임자 있는 사람은 안 건들죠ㅠ 갑자기 서술자 반전을 써보고 싶어서 써봤어요! 좋아한다니 다행이네요.
  • profile
    윤주[尹主] 2010.08.26 17:41
    처음엔 설레다가 다 읽고선 좀 섬짓하네요;;
    그러고보니 한 문장만 달리 써도 섬짓한게 아니라 안타깝단 생각이 들 것 같기도 합니다. 어쨌건 참, 이렇게 짧은 글에서도 반전을 만드시다니;;
  • profile
    idtptkd 2010.08.29 09:20
    어디선가 반전이 있는 단편을 자주 써서 글을 연습하라는 걸 봐서. 어디서 봤는지는 기억이 안 나네요; 물론 이렇게 짧은 엽편에서는 그럴 필요 없지만;; 워낙 글 마무리가 약해서 이러지 않으면 끝난 느낌이 잘 안 들어서요ㅠ 습관인가봐요.
    흠;; 놀라셨다니, 의도대로 되어서 기쁘면서도 죄송하네요ㅇㅈㅇ;
  • ?
    乾天HaNeuL 2010.08.26 19:23
    세상님... 이건 좀 많이 너무한 글이에요. 특히 솔로가 많은 창도인들에게는 비수를 꽂아 넣는 무서운 글이에요. ㅜㅜ
  • profile
    idtptkd 2010.08.29 09:21
    너무했나요?ㅠ;; 남자 시점이라서 몰입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 잘 안했네요;;
    비수를 꽂을 의도는 없었답니다ㅠㅠ;;;;; 앞으로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 않도록 주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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