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09 16:26

밤은 우리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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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픔과 통곡의 시간이 끝나고 나는 궁금해 했다. 대체 왜 포프같이 선한 사람이 살해당해야 하는지. 생전 그가 한 말대로 산 자가 살인자를 벌할 수 없다면, 그의 죽음은 무엇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지.



 포프와 내가 싸운 것 말고도 나는 탈리에게 감춘 것이 하나 더 있었다. 나는 내가 궁금해 하는 질문의 답을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알았다. 첫 만남 이후 나는 줄곧 아무도 모르게 집사와 연락을 계속해왔다. 그날 이후 그녀는 우리를 계속 감시하면서 가끔씩 인간을 공격하지 못하게 견제하고 있었다. 먼저 접근한 건 그녀 쪽에서부터였다. 가끔 말상대나 해주라면서, 무슨 생각에선지 매일같이 찾아와 괴롭혀댔다. 물론 상황이나 서로의 관계 탓에 썩 우호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 특히 내가 그녀를 부른 마지막 날은 더욱 그랬다.



 "포프는 왜 죽었을까요?"


 


 집사가 나타나자마자 다짜고짜 질문부터 던졌다. 내가 아는 한 포프가 집사를 이해하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반대로 집사가, 포프를 이해하는 유일한 사람이었대도 전혀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아닐 것이다. 집사를 통해 나는 죽은 포프의 말을 듣고 싶었다.



 "그가 가장 선한 야수 중 하나였단 거, 알기나 해요?"



 집사는 대답은커녕 표정조차 변하지 않았다. 나는 조금 짜증이 일었다. 마치 포프 자신이, 죽음을 맞은 게 자연스럽다는 양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왜 인간들은 내버려뒀어요? 그들도 말려보지 그랬어요! 우리한테 그런 것처럼, 그들에게도! 이 선량한 사람은 죽이지 말아달라고 간청이라도 했어야죠!"
 "난 전지전능하지 않아. 한 번에 한 장소에밖에 있을 수 없거든? 항상 너 좋을 대로 세상 일이 돌아가진 않는단다, 꼬마야."



 집사는 비꼬는 듯 하는 말조차 기계처럼 단조로웠다. 감정이라곤 조금도 담겨 있지 않다는 것처럼, 마치 언제나 공정하게 이 세계의 중재자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듯 굴었다. 당연히 나는 그것을 믿지 않았다.



 "핑계 좋네요. 탈리 말이 맞아요. 당신은 약해요. 포프도 그렇고. 모두 구할 수 있는 것처럼 뻐기지만, 사실은 아무도 제대로 구할 수 없잖아요!"
 "왜 죽은 사람까지 모욕하지?"



 일일이 대꾸할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서로 이해 못하는 말을 하고 있단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시시껄렁한 대화나 나누다 끝낼 생각이었다면 내가 먼저 그녀를 부르지도 않았을 거다. 내가 원한 건 확실한 답이었다.



 "그래요. 포프는 죽었죠. 그러니까 대답해 봐요. 인간이 정말 우리처럼 선하다고 생각해요? 인간이 선해서 우리에게 그들을 죽일 권리가 없다면, 포프의 죽음은 어떻게 보상하죠?"
 "넌 정말 이해 못하는구나."



 집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왜 선량한 인간들이 야수를 죽이려느냐고? 어째서 산 사람의 복수로 그의 죽음을 보상 못하냐고? 질문은 두 개지만 내 대답은 한 가지 뿐이야. 당연하잖아, 그들이 너처럼 착하기 때문이라고."
 "말장난으로 어떻게든 도망쳐 보려고요?"
 "말장난 아냐."



 그렇게 말하면서도 집사는 몸을 돌려 자리를 뜨려 했다. 나는 그녀가 비겁하다고 여겼다. 세계의 모든 진실을 알고서 얘기할 것처럼 해놓고, 결국 의미 없는 말이나 툭 던져주고 떠나버리는 짓들 말이다. 내가 원하는 건 보다 명쾌한 거였다. 포프나 집사처럼 애매모호한 이상론이 아니라, 탈리처럼 분명한 해답을 원했다.



 "꽤나 확실한 거 좋아하나보니 가르쳐주마."



 집사가 알려준 건 포프를 죽인 이들의 정체였다. 크러그 유니언이란 그 집단은 우리를 상대하기 위해 인간들이 조직한 단체였다. 배후에서 누군가 지원을 해줘 온갖 총과 중화기로 무장하고 있다고 했다. 집사는 그들의 은거지 까지 알려 주었다. 거기 가면 분명 타락하게 된다는, 진심 어린 경고와 함께.



 마지막으로 그녀가 덧붙인 말이 있었다.



 "아까 내가 한 말, 그들이 너처럼 착하단 거, 진심이야. 네가 그걸 말장난으로 느꼈다면, 좋아. 말장난이라고 치자. 하지만 그런 말장난으로밖에 할 수 없는 말도 있는 법이야, 꼬마 신사님."



 안녕, 하고 손을 흔들며 집사는 떠나갔다. 나도 그녀에게서 몸을 돌려 자리를 벗어났다. 내가 그녀와 그 이상 만날 일은 없었다. 그날 이후 내 삶은, 이전까지와는 다르게 바빠졌기 때문이다.



 집사와 헤어진 바로 그 날부터 나는 복수를 계획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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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일요일 오후네요. 주말은 항상 시간이 빨리가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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