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17 18:00

쌍둥이(가제, 단편, 19금)

조회 수 575 추천 수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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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자제심 없이 쓰는 글입니다.


잔인성에 면역이 없는 분들은 그냥 스킵해주세요.


 


가끔 이렇게 써야만 기분이 좀 풀리고... 그렇더라고요.


총 3편으로 끝낼 것 같습니다.


 


 


---


 


 


1.


 


잔뜩 힘이 들어간 배위에 살살 손가락을 문질러 침을 발랐다. 보통 침을 바른다는 말을 자기 소유를 확실히 하기 위해 사용하지만, 과연 내가 하는 행동도 그와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잘 모르겠다. 나는 그저 알콜과 알콜솜 대신 침과 손가락을 사용할 뿐이다.


 


방 왼편에 딱 붙어있는 싱글 사이즈의 침대 위에서 나와 머리카락이 짧은 또 하나의 나는 드라마에서 본 수술실 분위기를 흉내 내며 키득거렸다. 소독을 했으니 메스를 가져다 댈 차례다.


 


메스.”


 


내 왼손에 대고 말한다. 왼손은 순순히 오른손에게 메스를 대신할 부엌칼을 건네준다.


 


메스라고 하기엔 너무 크잖아.”


 


비닐 시트 위에서 나와 같은 얼굴이 지적한다.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 커터칼은 아무 소용도 없을 테고.”


그렇긴 해.”


 


나는 부엌칼을 높이 들어 올려서 양손으로, 방금 침을 발라 살짝 번들거리는 배꼽 위 5센티 부근에 힘껏 찔러 넣었다. 푸욱. 그리고 울컥. 눈을 찡그린 나는 피를 뱉어냈다. 톱질을 하듯 45도 각도로 기울인 식칼을 넣었다 뺐다 했고, 칼의 움직임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미간의 주름을 보면서 목 윗부분에 열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쏟아져 나오는 피는 비닐시트 위로 흘러내리고, 분수처럼 튀어 올라서 비처럼 내리고, 혹시나 비닐 시트 밖으로 나가서 얼룩이 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빠르게, 경쾌하게 면적을 넓혀나갔다. 하지면 별 일 없을 거야.


 


칼을 옆으로 치우고 벌어진 상처 사이로 맨손을 집어넣어서 천천히 휘젓는다. 달궈진 모래사장 바닥 밑으로 손을 넣었을 때처럼 미지근한지 따듯한지 구분이 잘 가지 않는 느낌.


 


너 얼굴이 빨개.”


 


누워있는 내가 어느새 눈을 뜨고 킥킥거리면서 내 홍조를 놀려댔다.


 


매번 있는 일이잖아. 새삼스럽게 뭐야.”


그래도. 뭐랄까. 아니다. 빨간 건 내가 더 빨갛지.”


 


그래. 자기는 새빨간 주제에. 그렇게 반박하고 싶었지만 말을 꺼내지 못한 것은 목 위에서 가슴과 다리 사이로 이동해온 열기 때문이었다. 손에 느껴지는 것만큼 따듯하고, 벌레가 기어가는 것 같은 간지러움. 당연히 진짜 벌레가 기어간다면 무서워서 비명이라도 지를 테지만, 지금은 벌레가 기어가는 게 아니니까.


 


벌써?”


?”


손이 멈췄어.”


…….”


 


문득 부끄러워졌다. 이미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얼굴이 한층 더 화끈거려서 멈췄던 손을 다소 과감하게 움직였다. 쑤욱 하고 손목 윗부분이 내장 속으로 사라져서 반대쪽 벽에 닿았다.


 


……. 갑자기 뭐야.”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장을 끄집어내서 빈 공간을 마련했고, 입에서 자꾸만 피와 함께 신음 소리를 흘려보내고, 이번엔 천천히 조심스럽게 갈비뼈에 손가락을 대고, 신음소리는 한층 더 강렬해져서 더 이상은 나도 참을 수가 없었다. 피범벅인 왼손을 꺼내서 피범벅인 입가에 가져다대고 바람 새는 소리로 물어봐. 하앙.” 하고 말했다. 나 자신도 부끄러울 정도였는데, 다행이도 놀림 받지 않았다. 누워있는 나는 내 손가락을 물고 오른손을 들어 내 손등을 잡고 단숨에 뜯어냈다. 으지직 빠득 하는 소리를 내며 손가락이 꺾여 나갔다. 손가락이 부러지는 순간의 찌릿찌릿함은 순식간에 팔꿈치를 지나서 심장까지 도달했다. 심장이 운동할 때마다 그 저릿한 감각이 온 몸으로 퍼지는 기분이 들어서 자제하지 못하고 오른손을 마구잡이로 놀렸다. 나는 손목을 털어 덜렁거리는 검지를 치우고 다른 것도.” 하고 요구했다. 중지가 부러졌다. 우리는 서로 흥분을 공유하며 상기된 표정으로 점점 과격해지는 몸놀림과 커져가는 신음소리 사이에서 몸을 밀착시키고, 비릿한 키스를 했다.


 


기분 좋다.”


 


기분이야 항상 좋지. 새삼스럽게 말할 필요는 없지 않나 싶다. 하지만 굳이 입 밖으로 낸 것은, 왜였을까? 평소와는 묘하게 다른 감각에 휩싸인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다시 입을 맞대고, 울컥울컥 쏟아져 나오는 피를 들이키면서 이 사이를 더듬는 혓바닥을 씹어버리고 싶은 기분을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깜짝 놀랐다. 배를 열고 눈을 파내고 손가락을 채 썰듯 절단 내면서, 단 한 번도 그런 행위 도중에 식욕을 느낀 적은 없었다. 깜짝 놀라서 황급히 입을 떼고 상체를 들어 올리자 실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던 나는 과격하게 내 가슴을 움켜쥐고 손톱으로 긁어냈다. 살점이 떨어져 나가서 모양이 망가졌잖아. 너무한다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도중에 멈춘 건 나니까 어쩔 수 없다.


 


왜 갑자기 멈추는 거야.”


그게…….”


그게 뭐?”


기분이 이상해서.”


안 좋아?”


 


그렇게 말하면서 젖꼭지를 비틀어댄다. 벌서 반쯤 찢어졌다. 기분이야 좋지만, 아니 가슴은 그대로 둬도 예쁘지 않나? 나름 자부심도 있는데.


 


안 좋아.”


 


기분이야 아까부터 계속 좋았지만 애써 부정했다. 눈꺼풀 안쪽으로 손가락을 집어넣고 빙글빙글 휘저으면서 가슴은 건드리지 마.” 하고 말했다. 문득 눈알 맛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달콤한 젤리 같은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침이 고였다. 입맛을 다실 뻔 했다. 솔직하게 말하고, 양해를 구하고, 한 입만 먹어보면 안 되느냐고 물어보면서 입 속에 넣고 데굴데굴 굴려보면 안될까?


 


너 오늘 이상하다?”


어디가?”


갑자기 멈추고. 잘 모르겠는데, 왠지 이상해.”


 


불만투성이인 목소리로 중얼거리는데 별로 대답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침이 흐르지 않게 입을 다물고 생각했다. 벌어진 입 사이로 보이는 혀는 어떤 맛일까? 손가락은? 머리를 가르고 뇌를 스푼으로 떠먹으면 푸딩 맛이 날까? 심장은 어떻지? 허파나 간은? 쓸개는 쓴맛이 난다고 책에서 읽은 것 같다. 소장은 순대 같은 맛이 날까? 생으로 뜯어먹으면 육회 같은 느낌일까? 구워서 먹으면 스테이크고? 부위별로 맛이 다를까? 이런 생각 하는 건 이상하지 않나?


 


먹어봐도 괜찮을까?”


 


갑자기 그런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인상과 함께 ?” 라는 대답이 돌아왔지만, 왠지 부정도 긍정도 아닌 그 말이 아무래도 상관없을 것 같이 느껴졌다. 손가락을 들어 올려서 눈을 뽑아내고, 혓바닥을 날름, 입맛을 다셨다. 눈구멍 안쪽으로 시신경을 늘어뜨린 나는 황급히 내 손을 붙들었다.


 


뭘 먹어? 나를?”


.”


?”


……글쎄?”


아무 이유도 없이?”


맛있을 것 같아.”


진짜?”


.”


어디부터 어디까지?”


으음……. 전부.”


 


너무 과한가. 다 먹을 수 있을까? 다 먹기 전에 먼저 배가 부르지 않을까?


 


배 터지겠다.”


 


그럴 것 같아.


 


그래도.”


그래도 먹고 싶다고? 역시 오늘 좀 이상해.”


그런가?”


그래.”


그럼 일단 한 입만 먹어보면 안 돼?”


 


우리는 한동안 고정자세로 고민하다가 서로 끌어안고, 나는 식욕을 느끼고 있는 내 귀에 속삭이며 그렇게 먹어보고 싶으면 한 번 먹어봐 하고 말했다. 나는 천천히 손에 쥔 눈알을 입에 집어넣고, 혀로 데굴데굴 굴리다가, 그리고, 어금니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가 다시 앞으로 빼내서 침을 바르고, 한동안 어떻게 먹을지 고민하고, “혹시 이러고 있으면 내 입 안이 보이는 거야?” 라고 물어보고, “아니, 안보여.” 라는 대답을 듣고, 결국 사탕 먹듯이 깨물어 먹자고 결론을 내리고 단숨에 이빨을 부딪쳤다.


 


귤을 씹는 것처럼 입 안으로 물이 흘러나왔다. 한쪽 눈을 잃은 나는 순간 허리를 뒤로 힘껏 젖히면서 절정에 다다른 신음소리를 냈는데, 그 소리가 내 귀로 들어와 뇌에 영향을 미쳤는지 내 시야는 점차 그레이스케일로, 흑백으로, 마침내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어버렸다. 기절한 것처럼 기억도 끊어졌다. 시야가 온통 검게 변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몸을 비틀며 내 뺨을 거칠게 매만지는 내 모습을 본 것 같았다.


 


새까만 시야가 흑백으로, 그레이스케일로, 컬러풀한 이상의 시야로 돌아왔을 때, 침대 위에는 나 혼자 뿐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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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윤주[尹主] 2010.02.17 18:00
    깔끔하고 매력적이네요. 제자신은 좀 많이 주저하는 성격이라 이런 식으로 쓰진 못하지만
    개인적으론 좋아해요. 지저분하지 않은데다 세련되고 과감한 피와 욕망, 이런 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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