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17 20:25

The Daybreak

조회 수 338 추천 수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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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장. 황혼 혹은 새벽


 


+  +  +



 “보아하니 아직도 생각을 바꾸지 않은 모양이군.”


 


 새벽의 지배자는 사인이에게 잡힌 손을 살며시 빼며 눈을 흘긴다. 사인이는 정신을 잃은 리케아를 등뒤로 숨긴채 새벽의 지배자를 굳은 눈빛으로 바라본다.


 


 “내. 가. 지. 킨. 다.  죽. 게. 내. 버. 려. 둘. 수. 없. 어.”


 


 한 글자. 한 글자. 내뱉은 사인이의 전율스럽고도 처절한 음성. 분명 사인이가 아니다. 사인이가 아닌 다른 누군가다.


 


 “하!? 지켜!? 또 그 따위 모순된 소리를 지껄이네. 하여튼 철이 없군”


 


 어이없다는 듯 입고리를 올리며 헛웃음을 날리는 새벽의 지배자. 그의 말처럼 모순된 이야기. 이미 소중한 사람을 잃어놓고, 도대체 무엇을 지킨다고 하는걸까.


 


 “그. 누. 구. 보. 다. 도. 소. 중. 하. 다.  그. 러. 니. 까. 내. 가. 지. 킨. 다.”


 


 하지만 사인이 속에 있는 존재는 망가진 테이프처럼 ‘지킨다’라는 말을 반복해댄다. 적홍색 눈동자에 흔들림 하나 없이, 의지에 가득차 있는채로...


 


 “그럼, 이들을 지켜내고 그녀를 배반하겠다는 건가!? 응!? 몇 번이나 똑같은 말을 서로 반복해야 깨달을꺼지? 이 녀석들은 결코 니가 지켜야될 존재가 아니다. 끝없이 증오하고 세상에 단 하나도 남기지 않고 죽여 버려야할 쓰레기들일뿐...”


 


 “죽. 여. 버. 린. 다.  그. 녀. 를. 죽. 여. 버. 린. 존. 재. 들.  하. 지 만. 사. 랑. 한. 다.  그. 러. 니. 까. 내. 가. 지. 킨. 다. 그. 러. 니. 까. 내. 가.....”


 


 끊어질 듯 이어지는 숨찬 목소리. 하지만 담긴 의지는 너무도 굳건하여, 거친 음성이 뇌릿속에 강렬히 새겨진다.


 


 “내가, 내가 죽인다!!”


 


 목젓이 터져라 외치는 사인이. 하늘에 뜬 보름달마저 떨어질 듯한 굉음이 사방으로 질주한다. 하지만 리케아의 ‘인식장애’ 인터럽트(Interrupt)로 인해 사람들이 뛰쳐나오거나 비명을 지른다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봐. 모순덩어리. 솔직히 말해 너도 녀석들의 심장을 쥐어짜고, 즈려밟고, 갈기갈기 찢어 버리고 싶지? 나는 단 1초라도 녀석들의 피를 보지 못하면 터질듯한 증오 때문에 내가 죽을 것 같아. 너도 그렇지!? 그래. 너도 분명 그래. 그러니까 더 이상, 니 자신에게 거짓말 할 필요는 없어. 마음이 가는대로 하는거야. 너의 그 솔직한 마음에 따라..”


 


 “널. 죽. 인. 다. 거. 슬. 려. 항. 상. 나. 를. 방. 해. 하. 는. 너. 너. 부. 터. 죽. 인. 다.”


 


 의지에 가득차 있던 눈빛은 어느새 증오의 가면을 뒤집어 쓴다. 새벽의 지배자를 향한 알 수 없는 증오. 그것도 새벽의 지배자가 가지고 있는 증오만큼 지독하게 짙은 감정의 수렁.


 


 “그래? 그게 니 대답? 할 수 없지 어차피 나도 니가 귀찮아....”


 


 수천년동안 싸워왔던 숙적들은 또 다시 지칠줄도 모르고 서로를 향해 달려든다. 자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  +  +



 ...


 


 복부. 왼쪽 가슴.


 


 구멍이라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2개의 신체 부위에 커다란 구멍이 생겨있었다. 당연히 새롭게 생긴 길이라고 여기고, 몸속을 돌아야할 선혈들이 넓은 구멍으로 느릿느릿 자유를 만끽하러 기어나온다. 끈적, 가느다란 실을 만들며 떨어지는 징그러운 붉은 빗방울. 입고 있던 흰 원피스는 언제 붉은 색으로 염색을 한걸까. 이슈미아, 아니 새벽의 지배자는 사인이의 손에 목덜미가 잡힌채 축 늘어져있다.


 


 “크으. 졌군. 자, 이제 어쩔꺼지? 나의 귀찮고도 사랑스럽고, 증오스러운 숙적이여.”


 


 자조적인 웃음을 흘리는 새벽의 지배자. 싸움의 시간이 길었던 모양인지, 벌써 새벽, 달도 하늘에 없고 태양도 아직 고개를 내밀기 전, 완벽한 새벽.


 


 “널... 죽이고 싶다.”


 


 어느새 사인의 목소리를 깨끗하게 돌아와 있었다. 그리고 불게 변해있던 홍체도 원래의 검은색으로 돌아와 있었다. 이슈미아의 눈동자도 원래의 호숫빛을 되찾았다.


 


 달과 태양이 없는 곳의 지배자. 새벽의 지배자. 달도 없고, 태양이 없는 이 시간. 그가 잠시동안 증오의 불길을 멈추고, 제정신이 되어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시간.


 


 “나도 널 죽이고 싶어 죽을 지경이다. 정말 미칠노릇이지. 우리 둘은 결코 서로를 죽일 수 없는데.”


 


 “그래, 난 끝까지 널, 넌 끝까지 날 죽이지 못할꺼다. 하지만 나는 널 이기고 말테다.”


 


 “멍청한. 우리 둘중 하나가 죽지 않는 이상, 우리에게 승패란 없다. 그저 무한히 대립할 뿐이지.”


 


 “아니, 단 하나,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하? 그런 방법이 있다면 왜 그 긴 시간동안 우리는 왜 서로를 죽이려고 살아왔나? 말이 되는 소리를. 방법이 있다면 벌써 찾고도 남았을 시간이다.”


 


 “그래. 우리 둘다 지금까지 그걸 생각 못한거지. 어리석게도.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간단해. 너는 그녀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불쌍한 아이들을 증오하고, 그래서 너는 복수라는 변명아래, 그들을 죽이면서, 그녀를 위해 살아간다. 나는 그녀를 너무 사랑하고, 불쌍한 아이들을 증오도 하지만, 그 아이들을 어쩔 수 없이 사랑한다. 그래서 나는 속죄라는 변명아래 아이들을 죽이고, 눈물을 흘리며 살아간다.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 같은 행동을 하면서도, 서로를 증오할 수 밖에 없었다. 너는 나를 위선자라 부르고, 나는 너를 미치광이라고 부르지.”


 


 “수백번이나 반복했던 이야기. 도대체 넌 뭘 찾았다는거냐?”


 


 “우리는 서로를 증오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틀리다. 이 ‘현사인’이라는 아이 속에 있으면서, 깨닫게 된 사실...”


 


 나는 너를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갈라져 나왔던 또 하나의 ‘사인이’의 선언같았던 말. 하나도 외면하지 않고 ‘죄’로서 받아드리겠다고 했던 ‘사인이’의 말과 똑같은 말.


 


 “푸..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걸작이군. 아주 웃기는 소리를 잘도 해대는구나. 영겁의 세월동안 미친듯이 서로를 거부해놓고 하루아침에 손잡고 악수를 할 수 있을 것 같나?”


 


 “니가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이고는 상관없어. 오로지 너를 받아들인다고 생각하는 ‘자신’만이 있을뿐이다.”


 


 “마음대로 하시지. 만약 니가 나를 이긴다고 하더라도, 분명, 또 다른 내가 생긴다.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신의 사명. 증오를 공기마시듯 삼키는 이 지독한 운명은 또 너를 죽이려고 달려 들 것이다. 그리고 니가 이길 확률은 너무도 턱없이 낮아 눈물이 날 정도지. 한 인간으로써의 감정은, 매일같이 온몸을 파고드는 수많은 타인의 감정을 이겨내지 못해. ‘니가 날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라는 말은 뿌리부터가 잘못된 말이지. 그 말은 즉, 니가 나에게 무릎을 꿇고 항복한다는 소리밖에 안돼.”


 


 “이건 운명이다. 공간계에 봉인되는 순간에 인과율의 거부반응으로 인해 하필, 너와 내가 이렇게 된것까지. 니 말대로 내가 너에게 굴복하는게 운명이라면, 난 그 운명까지 받아들이겠다.”


 


 “정 그렇다면, 마음대로 해라. 굳이 말릴 필요없겠지. 제 발로 오시겠다는데!”


 


 “마지막으로 너에게 고백하마...”


 


 “아, 알고 있어. 결국 뭐라고 해도, 넌 나를 사랑하고 있어. 물론 나도 널....”


 


 그 말을 끝으로 이슈미아의 내면에 있던 새벽의 지배자가 희미한 그림자처럼 모습을 들어낸다. 긴 백발로 얼굴을 가린 채 세상을 비웃고 있는 듯한 인상적인 남자였다. 새벽의 지배자가 모습을 들어내자 사인이의 내면에 있던 정체불명의 존재도 서서히 사인이의 탈을 벗고 본래의 얼굴을 내민다.


 


 자칫 여자로 착각할 듯한, 어깨까지 내려온 매끄러운 백발. 뒤에서 본다면 영락없이 단발머리의 소녀. 그러나..


 새벽의 지배자와 다른점이라고는 그 여성스러운 짧은 머리 빼고는 아무것도 찾을 수 가 없는..


 


 “사랑한다.”


 


 그야말로, 새벽의 지배자.


 


 하나의 왕좌 앞에 선 2명의 왕은 마지막이 될 전투를 준비한다. 그리고 모두의 과거와 현재가 뒤섞이기 시작한다.


 


 


+  +  +  +  +  +


 


제 생각에 가장 큰 반전2 입니다.


 


쩝...ㅠㅠ 아니면 제가 부족한 탓이구요.


(솔직히 뻔한 ㅠㅠ)


 


사실 3장 분열편은 이를 위한 복선이었습니다.


나름대로 잘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ㅠㅠ 어떨런지...


 


새벽의 지배자들의 전투씬을 넣을까도 했지만..


역시.. 이렇게 흘리는게 더 낳을것 같아 이리했습니다.


 


이 뒤로는 이제 뒷이야기를 설명하는 쪽이 되겠군요...


 

?
  • profile
    윤주[尹主] 2009.09.17 20:25
    결국 끝까지 봐야 내용이 전부 이해가 되겠네요. 머릿속에서 정돈도 좀 필요하고요;;
  • ?
    RainShower 2009.09.18 02:32
    ㅠㅜ 혼란을 드려 죄송해요;; 제가 일부로 이야기를 꼬고 꼬아서 ㅠㅠ 사실 그다지 복잡한 이야기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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