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16 16:29

The Daybr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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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악장. 반전


 


*  *  *


 


[------------------]


 


< D a y b r e a k >


 


[------------------]


 


+  +  +



 “지금.. 무슨 소리를 한거야? 잘못들은것같은데..?”


 


 시린 총구의 냉혹함이 등뒤로 스며들어 소름이 돋는다. 하지만 너무도 황당한 말에 내 감각은 그 차가움을 지나친다.


 


 이 여자. 지금 무슨 말을..


 


 “Recognition Equal. 틀림없는 새벽의 지배자.”


 


 “하. 아직 뇌부분을 덜 고친거 아니야? 내가 새벽의 지배자라고?”


 


 감정의 변화는 눈꼽만큼 느낄 수 없이,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언홀리의 모습에 헛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저조차 이해할 수 없지만, 지금의 당신. 새벽의 지배자가 아니고서야 다른 존재일 리가 없습니다. 방금전에 당신이 품고 있던 살의와 증오. 그것은 분명히 제 기록상에 있는 새벽의 지배자와 일치합니다.”


 


 확고한 음성이 청각에 각인된다. 그녀는 이미 나를 새벽의 지배자로 확신한 모양이었다. 제발 말도 안되는 소리로 내 발걸음을 붙잡지마. 어서 사인이에게로 가야해.


 


 “파편일수도 있잖아? 그것도 건너뛰고 날 새벽의 지배자라 생각한 이유는..?”


 


 “당신은 파편일 수 없습니다. 당신은 라 에르카의 후손. 고대의 여신. 이시스의 저주를 받은 핏줄로, 아무리 ‘새벽의 지배자’의 파편이라고 해도, 신벌을 능가하는 저주는 없습니다.”


 


 “파편이 아니면 새벽의 지배자? 참. 단순한 논리네?”


 


 그 말에도 여전히 언홀리는 움직이지 않는다. 완고한 태도에 나도 짜증이 치밀어오른다.


 


 “그 외에 또다른 이유는 당신이 더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새벽의 지배자. 당신이 일으킨 거대한 인터럽트가 가장 큰 이유겠군요.”


 


 순간, 가슴이 두근거린다. 거대한 인터럽트...?


 


 머릿속에서 균열이 일어난 듯한 전율이 몰려온다. 그래. 리케아와 싸우던 날. 도중에 기억을 잃었어. 그리고, 공간을 잘라버렸다. 증오. 새빨간 증오. 죽이지 않고서야 풀리지 않을 감정의 응어리. 그것에 휘말려 기억을 잃고..


 


 그럴 리가 없어. 그저 추측일뿐이잖아? 무엇하나 확실한 증거도 없잖아.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 인터럽트의 거대한 파장은 제 뇌속에 저장되어있습니다. 이 파장을 분석해보면 자연스럽게 이 인터럽트를 일으킨 건 '신'이거나 그것에 버금가는 존재라는것이 밝혀집니다. 결코, 루나리스의 검이라고 해도, 에르카의 후손이라고해도 사용하면 그걸로 죽음에 이르는걸 피할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일으킨 당신은 살아있습니다. 지금 치가 떨리는 증오를 끓어앉고. 그렇다면 결론은..." 


 


 틀린것은 하나도 없다. 나라도 나를 새벽의 지배자로 여길것이다. 뭐라고 반박할 길이 없다. 전부다 사실.


 


 “하...하하하하...”


 


 웃음이 터진다. 아까보다 더 진실되고 더 깊은 곳에서 세어나오는 광소. 도대체 어떻게 된걸까.


그렇다는 건 내가 새벽의 지배자를 봉인하던 순간을 기억하지 못하는것도 마찬가지라는거?


 


 그제야 깊숙이 숨어있던 악마가 슬며시 고개를 든다. 피가 거꾸로 치솟고, 목구멍을 강타하는 메마름. 내 몸이라는 가죽을 찢어버리고 당장이라도 모습을 들어낼 것 같은 괴물.


 


 “드디어.. 모습을 들어냈군요. AEM Hardware 120% 가속. PMS 자동 해제”


 


 언홀리는 나를 소멸시키려고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는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뒷목덜미를 감싸는 차가운 느낌과 동시에 내 시야가 급속히 바닥과 멀어진다. 내가 딛고 있던 바닥, 내가 걷고 있던 거리. 모두가 작아졌다. 언홀리의 괴력으로 허공에 내동댕이 쳐진 것이다. 대응 할 시간도 없이 중력을 거스르는 중에 2개의 고층건물 사이를 고무공처럼 팅기며 올라오는 그림자.


 


 금새 건물의 옥상에 다달은 그림자는 달빛에 지워지고, 그 아래 무표정한 언홀리의 얼굴이 드러난다. 내 눈과 마주친 초록빛 눈동자.


 


 퍼러럭


 


 도약한 언홀리, 옥상에 있던 그녀의 그림자는 순식간에 나를 집어삼켰다. 그녀의 코트가 바람에 나부껴 소란스럽다.


 


 퍽!


 


 벼락같이 복부를 쑤시는 둔탁한 소리. 급류에 휩쓸린 나뭇가지처럼 중력과 타격에 급속히 낙하한다. 밤하늘에 뜬 요사스러운 보름달에 잠시 눈길을 빼앗기는 사이 내몸은 이름모를 건물옥상에 쳐박힌다.


 


 척추를 타고 흐르는 찢어지는 전율과 동시에 식도를 역류해 비산하는 선혈. 그리고 온몸을 마비시키는 고통. 등이 휘어버린 듯한 기분나쁜 느낌이 매스껍기 그지없다.


 


 엉망으로 착지, 아니 추락한 나와 다르게 하늘을 날던 새가 잠시 쉬어가듯 앉은 것처럼 옥상 난간에 서있는 언홀리. 몸조차 가눌 수 없는 상태인데, 어째서인지 초점이 흐트러진 시야에 비친 그녀는 꼼지락하고 한번 움직이더니 가만히 서 있는다.


 


 조금 더 자세히 보고 싶은 마음과 달리 시력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다. 오히려 점점 통제불가의 상태로 접어드는 자신. 아니, 의식을 잃어버리는 정도가 아니라, 이슈미아 라 에르카라는 존재는 점점 지워지려고 한다.


 


 손도, 발도, 시각, 청각, 모든 나의 것이 하나 둘씩 사라진다.


 


 증오하고, 증오한다. 내 몸을 빼앗아 가려는 존재는 오로지 ‘증오’만을 사고하는 순수한 악마, 그는 증오로 노래를 부른다.


 


 너무도 많다. 아직 그 징그럽고도 흉악한 것들의 기척이 너무도 많아, 나를 괴롭게한다. 가슴이 찢어진다. 너희들의 숨소리만 들어도, 나는 고막이 터져버릴 것만 같다. 너희들이 살아있으면, 나는 죽은 것이며, 내가 살아있다면, 응당 너희는 죽어있어야 한다. 죽어라. 살기위해 짐승이 된 쓰레기들아. 죽어. 죽어!


 


 널부러진 걸레조각처럼 그 더러운 삶에 종지부를 찍어라.


 


 유혹적인 충동 속에서 간신히 이성의 지푸라기를 잡고 견딘다. 당장이라도 녹아버릴 듯한 뇌. 하지만 결코 이대로 죽을 수 없어. 지워질 수 없어. 어떻게 살아온 세월인데, 어떻게 견디고 버틴 저주인데, 나는 끝까지 살아야해. 절대로, 그 누구도 나를 지울 수 없어.


 


 나를 죽일 수 없어.


 


 나는 죽더라도 살아갈테니까.


 


+  +  +


 


 움직일때마다 욱씬거리는 팔. 손으로 바닥을 지지하고 있는 힘, 없는 힘을 다 쏟아낸다. 당장이라도 산산히 부서질것만 같은 몸. 주체할 수 없는 광란의 증오. 꽉다문 입에서는 피가 느릿느릿 흘러내린다.


 


 간신히 일어섰지만 균형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린다. 숨을 크게 몰아쉬면서 미간을 찌푸린다. 점점 뚜렷하게 보이는 언홀리. 그녀는 여전히 아무런 표정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단지, 다른것이 있다면 양손에 권총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큰 총을 들고 나를 겨누고 있다는 것.


 


 “Codename Daybreaker. 제거합니다.”


 


 언홀리의 음성이 들린다. 사형선고. 서 있는 것조차 생명이 줄어들것만 같은 고통 속에서 허리춤으로 손을 올린다. 순식간에. 마치 살기위한 본능처럼. 무조건 반사처럼. 오랜시간 외면해 왔던 ‘악마’를 부른다.


 


 “엘레닉스(El'enics)"


 


 타타타타타타아앙!!


 


 불꽃을 토해내는 총구. 동시에 내 손에서 유려한 모습을 들어낸 옅은 적색의 세검은 춤을 추듯 바람을 이끌어낸다.


 마치 손에서 바람이 뿜어나간 것같은 착각을 일으킬정도로 빠른 움직임. 자신이 한일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기적같은 일.



 나 자신은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공간을 잘라내던 일과 같은 내 능력밖의 일.


 


 자석처럼 탄알을 찾아 쳐내는 신기를 펼쳐내는 자신. 요란한 소리를 내며 소나기처럼 떨어지는 탄알들. 붉은 꽃을 그리던 세검의 춤사위가 시들해진다. 모든 감각을 내가 느끼고, 행하는데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언홀리를 공격하려 앞으로 나가려해도, 뒤로 물러서려해도 내 말은 일절 듣지 않는 몸. 이미 그에게 빼앗겨버린걸까.


 


 “비켜라. 거슬린다.”


 


 중성적인 음성에 머릿속이 백지가 된다. 듣기 싫은 목소리, 유심히 들어보면 남자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바로, 내입에서 나온 목소리니까.


 


 “AEM Hardware 200% 가속."


 


 언홀리의 눈에서 흘러나오던 녹색빛이 한층 더 강해진다.


 


 “더 이상 긴말하지 않겠다. 비켜라.”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입을 통해 흐르는 다른 누군가의 음성. 더 이상 ‘새벽의 지배자에게 몸을 휘둘리게 놔둘 수 없다. 주도권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거슬리는군. 그 잘난 여신의 저주라는 거.”


 


 짜증이 묻어나는 목소리와 동시에 그나마 잡고 있던 신경을 모조리 빼앗겨버렸다. 시각에 비친 내 팔, 다리는 내 것이지만 전혀 느낄 수 가 없었다.


 


 “그냥 잠자코 지켜보기나 해.”


 


 내가 안간힘을 쓰자, 차가운 말투로 포기하라고 말하는 새벽의 지배자. 그 사이 언홀리가 검은 코트 속에서 탄창을 꺼내 갈아 끼웠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달려오는 그녀.


 


 낮은 자세로 내 앞에 멈춘 언홀리. 번개같이 내 눈앞에 솟은 총구.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눈빛.


 


 파앙!


 


 거대한 총성. 내 몸엔 커다란 구멍이 나고, 피투성이가 되어야 맞는 말인데, 무엇이 잘못된건지 나는 너무도 멀쩡했다. 게다가 눈앞에서 나를 노리던 언홀리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비키라고 말했을텐데.”


 


 풀썩.


 


 뒤에서 인기척이 난다. 코트자락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방아쇠를 당기는 것보다 새벽의 지배자의 일격이 더 빠르게 그녀의 몸을 꿰뚫고 지나간 것이다.


 


 그 사실을 겨우 눈치채는 순간, 멋대로 몸이 움직이다. 안돼. 그만해. 사인이가 위험해. 어서 그에게로 가야한다고!


 


 “끈질기군. 좋아. 마음대로 하도록.”


 


 새벽의 지배자는 순순히 물러선다. 의외로. 그가 무슨 생각인지는 몰라도 지금의 나는 사인이에게로 가는 것밖에 생각할 수 없다. 증오의 파문. 그 중심.


 


 새벽의 지배자가 봉인되었던 곳으로.


 


 


+  +  +  +  +  +


 


4장도 다 끝나갑니다.


별로 충격없는 반전스토리를 통해


등장하신 진정한 주인공님.


 


역시, 진정한 주인공(폭주)라는 타이틀이라


완전 먼치킨입니다........


 

?
  • profile
    윤주[尹主] 2009.09.16 16:29
    잘 읽었습니다.
    자기 경험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나 말하기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나 말하기가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어떻게는 배경 사실이고 왜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근거겠죠. 근거라 해도 좋고 복선이라 해도 좋고...그런데 저로서는 어떤 복선을 어느 정도 까는게 좋은지 도무지 판단이 안서는 겁니다.
    끝까지 안 읽어서 확실하게 말할 순 없지만, '누가 새벽의 지배자고 왜 그밖엔 될 수 없는가'를 중심으로 이야기 전체를 재편하면 더 좋은 글이 되지 않을까요? 인과관계, 소거법 등을 그림으로 그려보면 방법이 생기지 않을까 합니다.
    다른 분들이 뭘 기대하고 바라셨길래 비판이 많았을까 생각하다 얻은 나름의 결론입니다.
  • profile
    윤주[尹主] 2009.09.16 16:32
    솔직히 당위성이나 필요성이 있다면 먼치킨만큼 멋진 캐릭터가 없습니다. 이게 먼치킨 아니냐가 중요하다기보단, 먼치킨 캐릭터를 어떻게 쓸까가 중요한게 아닐까 합니다.
  • ?
    RainShower 2009.09.16 21:02
    저도 항상 느끼는 거입니다.. ㅠㅠ 솔직히 새벽의 지배자에 관해서는 '그'만이 새벽의 지배자가 될수 없는가'라는 질문에는 솔직히 지금 시점에서는 말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만 아직 뒤에 몇가지 중요한일이 더 일어나기때문에... 뭐 그때가도 왜 새벽의 지배자가 될수 밖에 없었냐는 당위성에 관해서는... 제대로 답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애초에 글을 쓰면서 정한 것이 하나 있어서....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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