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16 07:16

The Daybreak

조회 수 366 추천 수 2 댓글 1
Atachment
첨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4악장. 반전


 


+  +  +


 


[------------------]


 


 < A r u a n i s i a >


 


[------------------]


 


*  *  *



 평소처럼, 도시에서 들여온 물건을 창고에 옮기고, 진열대를 가지런히 하는 것으로 테아와 리시엔의 일이 시작된다. 보통, 힘이 들어가는 일은 테아가 한다. 그것도 리시엔의 순도 100퍼센트의 협박에 의해서. 물론, 겉으로는 '남자가 궂은 일을 하는건 당연하잖아?'라고 말한채였지만. 그런 이유로 오늘도 투덜투덜거리며 남아있는 재고를 정리하는 테아. 그것과는 다르게 맘편히 먼지털이를 흔들며 하품을 하는 리시엔.


 


 "어라, 조심해서 옮겨. 떨어지고 있잖아. 차암~"


 


 꽤 무거워보이는 상자 3개를 한꺼번에 들고 흔들거리는 테아를 보며 리시엔은 느긋한 표정으로 말한다. 그야말로 사람의 염장을 불도장으로 지지고 볶는 행태였다. 테아는 이마에 주름을 만들면서, 괜히 발소리를 크게 낸다.


 


 '쳇. 그럼 힘이 오우거만하신 누.님.께서 들지 그래!?'


 


 밖으로 꺼냈다가는 상자대신 자신이 짐짝처럼 휘둘릴걸 알고있는 테아는 가슴속으로 분노를 태울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너무 불을 지르는데 열중했는지, 테아는 그만 맨위에 올려진 상자를 놓치고 만다.


 


 쾅!


 


 나무바닥과 충돌하여 뭉툭한 소리를 내는 상자. 다행이 내용물은 쏟아져 내리지 않았지만, 모서리가 흉하게 찌그러져버렸다. 그래도 불행중 다행이랄까. 하지만 너무도 불행하게도 그 불행은 다른 불행을 불러오기 시작했다.


 


 "어엇!"


 


 바닥에 떨어진 상자에 발을 걸려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한 테아. 안간힘을 쓰며 균형을 잡아보지만 이미 승부는 중력의 작용쪽으로 돌아서버렸다.


 


 쿠당!


 


 테아는 호쾌한 울림과 함께 꼴사나운 모습으로 바닥에 뻗어버렸다.


 


 "아야야."


 


 상자에서 나온 잡동사니에 파묻혀 잘 들리지 않는 테아의 신음소리.


 


 "그봐! 내가 조심하라고 했지?"


 


 리시엔은 먼지털기를 멈추고 도굴꾼같은 모습으로 쏟아진 물건들을 파헤쳐 테아를 일으켜세운다. 보통의 소녀라면, 고작 끌어당기는게 한계일텐데, 리시엔은 오히려 힘든 기색도 없이 테아를 들어 세웠다. 그리고 먼지투성이가 된 테아의 옷을 툭툭 털어낸다. 상당히 익숙한 동작이었다.


 


 '으.. 완전 애 취급..."


 


 고맙다고 마음을 가지긴 커녕, 테아는 자신이 애 취급을 당한다는 표면적인 사실에 입을 삐죽내민다. 그런걸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애라니까~ 정말'이라고 말하며 테아의 머리위에 앉은 먼지를 터는 리시엔.


 


 "자, 됐다."


 


 리시엔은 두손을 털어내며, 테아의 아래위를 두어번 살피더니 싱긋 웃는다.


 


 


*  *  *


 


 


 리시엔은 '누나'라고 불리는 값은 하려는 모양인지 어질러진 잡동사니를 혼자 말끔히 정리해버렸다. 그리고 그 둘은 더 이상 할일을 찾지못해 손님이 오길 마냥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아니, 애초에 일을 스스로 찾아하려는 생각은 눈꼽만치도 보이지 않았다.


 


 "아~ 심심해."


 


 테아는 나른한 표정으로 기지개를 편다. 여느때 같으면 가게 안에 들어가 대자로 뻗어있었을 리시엔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테아의 옆쪽 진열대를 지키고 있었다. 언제나 테아에게 떠맡기던걸 생각하면, 오늘의 리시엔은 정상이 아니였다.


 


 게다가 어째서인지 눈가가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희망에 가득찬 표정이랄까. 그 모습을 힐끔 쳐다본 테아는 왠지 모르게 식은땀을 흘리고 시선을 돌려버렸다. 하지만 그 시선을 놓치지 않고 도끼눈을 하고 테아를 돌아보는 리시엔.


 


 "왜?"


 


 "아, 아니.. 즐거워보이길래..."


 


 '...오우거가 어찌 저리도 눈치가 빠를까'


 


 테아는 표정을 열심히 조작해 억지미소를 만들며 얼버무린다. 뻔히 보이는 표정에 도끼눈을 한층 서슬퍼렇게 뜨는 리시엔. 테아는 엄습하는 위기감에 반사적으로 침을 삼킨다.


 


 "하하하, 정말 아무것도 아니야. 시엔누나."


 


 굳은 목소리가 전보다 더 어색해보였으나, 리시엔은 '흐응'하고 다시 고개를 돌리고 눈빛을 빛내고 있었다. 이것도 드믄 전개였다.


이런 일을 결말은 보통 테아가 리시엔에게 죽을만큼 시달리다가 자백하고, 자백한뒤 보너스 추가타를 얻어맞고야 끝나는게 정상이었다. 테아는 어느새 자신이 시달리는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는걸 눈치채지 못한채, 리시엔의 상태를 두고 고민한다.


 


 과연, 저 리시엔이 테아를 때리는 당연한 일조차 잊어버리고 있다는건, 분명 엄청나게 좋은 일이 있는거겠지.


 


 리시엔에게 기쁜일이 어떤 종류인지 테아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망상이 가지를 치고 잎사귀가 자라고 꽃이 피고, 결국 숲이 될때까지 답을 못찾고 헤메이는 테아. 그런 테아를 구해주려는 듯, 희망의 빛처럼 들려오는 릭의 굵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오~ 둘다 수고했어. 오늘은 일찍 들어가도 돼."


 


 불쑥.


 


 그런 소리가 떠오를 정도로, 난데없이 릭의 튼튼한 가슴에 내밀어진 리시엔의 하얀 손바닥. 게다가 초롱초롱하던 눈동자는 이미 밤하늘의 별보다 찬란했다.


 


 "아하하하. 그래. 알았다고."


 


 테아가 모르는 사이에 둘이서 텔레파시라도 통한건지, 릭은 주머니를 이쪽저쪽 뒤지더니 무게감있어 보이는 가죽주머니를 꺼낸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두개. 테아는 그들의 행동이 진행되면 될 수록, 머리속에 물음표를 하나씩 그려간다.


 


 "고마워. 릭 아저씨."


 


 휙.


 


 먹이를 발견한 도둑고양이처럼 2개의 주머니를 낚아채는 리시엔.


 


 짤랑~


 


 그 순간, 천상의 멜로디가 테아의 고막을 울린다. 아마도 리시엔의 난폭한 손길 덕택에 주머니속의 내용물이 서로 부딪히며 소리를 낸것일테지. 그때서야 모든걸 눈치채고 급히 리시엔을 붙잡으려고 몸을 움직였으나, 이미 멀리 가버린 리시엔.


 


 "....이.. 이.. 도둑 오우거야!!!!"


 


 테아는 작은 마을이 떠나가라 소리치고, 뒤늦게 먼지를 마구잡이로 피우며 급료를 들고 튄 리시엔을 쫓아 달려간다.


 


 


*  *  *


 


[------------------]


 


< D a y b r e a k >


 


[------------------]


 


+  +  +


 


------------------------


View Of Yeon So Hae


------------------------


 


+  +  +


 


 미친듯이 달렸다. 앞을 보고 집을 향해 달렸다. 운동을 좋아하는 나였지만, 차량으로 15분 걸리는 거리를 쉬지않고 뛰는건 고문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검은 감정이 등을 덮쳐, 도망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도착한 수교동 버스정류장. 고개를 구부린 가로수가 아무도 없는 정류장을 훤히 들여다본다. 오늘 아침, 이곳에서 기진이의 바보탐정노릇을 지켜보던게 꿈만 같았다. 하지만 그것이 꿈이 아니라는 사실이, 현실이라고 느끼는 감각이, 두려움으로 변해 심장을 채찍질한다. 잠시 쉬려고 했으나, 도저히 자신을 내버려두지 않는 공포.


 


 시간이 시간인지라, 넓은 도로는 깊히 잠들어 있었다. 깨어있는 거라고는 자신의 불규칙한 달음질. 가라앉은 심야의 공기를 두들기며 옅어지는 발소리.



 마을 가운데를 지나가는 대로로 들어서도 쉬지 않고 달린다. 항상 느긋하게 지나가던 마을 사거리를 지나갔다는 사실조차 느끼지 못하고 달린다. 그리고 마침내 가로등빛조차 닿지 않는 좁은 골목이 보인다. 이제 다 왔어.


 


 더 달리고 싶어도, 다리가 떨려 어쩔 수 없었다. 지친 걸음으로 골목길으로 들어선다. 두려움의 노예가 된 감각 탓에 골목길의 정적이 불안해 견딜 수 없었다. 그 감정에 사로잡혀 걸음을 세운다. 아무것도 없어. 왜 자꾸 떠는거야? 자, 이제 다 왔다니까. 우리집의 부억쪽 창문으로 환한 형광등빛이 흘러나온다. 그봐, 안 무섭지?


 


 야옹~


 


 갑작스런 소리에 쓰러질정도로 동요한다. 부서진 옛 마을회관에서 우리집 지붕으로 뛰어넘는 묘기를 선보인 고양이는 보름달처럼 노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는 달아난다. 단순히 고양이였을 뿐이다. 그러나 나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발하나 땔 수 없었고, 비명조차 지를 수 없었다.


 


 봐버린것이다. 고양이 소리와 함께 반작용으로 옛 마을회관의 옥상을 올려다 본것이다. 물론, 오랫동안 본것은 아니였다. 동시에 고양이가 우리집 지붕으로 넘어가는 바람에 내 시선도 그쪽으로 돌려진것이다. 그렇게 스쳐서 본것뿐인데도 나는 무엇하나 할 수 없었다. 당장이라도 흘러내릴것같은...


 



 새빨간 두 눈동자가 자신을 보고 있던 것이다.


 


 


 눈앞에서 홀연히 사라졌던 그 그림자가 내 앞에 나타난 것이다. 어디론가 도망쳐야하는 나의 다리는 신경이 끊어졌는지 말을 듣지 않는다.


 


 "...쓸떼없는 것이 나타났군. 할 수 없지."


 


 출처를 알 수 없는 목소리는 담담하기 그지없다. 그것이 무슨 말인지 이해했을때는 이미 세상은 칠흙같은 어둠에 뒤덮혀버렸다.


 


 


+  +  +  +  +  +


 


반전이라는 제목에 맞게 이곳저곳 사소한 반전을 넣고..


아르에니시아 이야기와 새벽 이야기의 분위기를 반대로 해놓고..


 


그래도..


 


정작 큰 반전은 없으니 ㅠㅠ


 

?
  • profile
    윤주[尹主] 2009.09.16 07:16
    생각지도 않은 진행이네요. 과연 어떻게 될 것인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660 hero story(영웅이야기) 3 #soul# 2009.09.20 365 3
1659 The Daybreak 1 file RainShower 2009.09.19 366 2
1658 [꿈꾸는 마녀]마녀의 눈가에 남은 잔주름 1 윤주[尹主] 2009.09.19 323 2
1657 어느 시인 2 모에니즘 2009.09.19 454 1
1656 고개를 들어 4 푸른돌고래™ 2009.09.19 461 1
1655 혈액중독자와 패배한 에란드 보이즈 1 losnaHeeL 2009.09.19 435 2
1654 The Daybreak file RainShower 2009.09.19 350 2
1653 1/6 1 losnaHeeL 2009.09.19 386 2
1652 hero story(영웅이야기) 2 #soul# 2009.09.19 358 2
1651 평일 1 제희 2009.09.18 387 1
1650 The Daybreak 2 RainShower 2009.09.17 338 2
1649 안녕하세요 여신입니다! 2 しろいつばさ 2009.09.17 346 2
1648 The Daybreak file RainShower 2009.09.17 343 2
1647 The Daybreak file RainShower 2009.09.17 376 2
1646 색채연가2 2 클레어^^ 2009.09.17 394 2
1645 二人 4 Egoizm 2009.09.17 502 2
1644 더러운 신문 2 모에니즘 2009.09.17 413 2
1643 The Daybreak 3 file RainShower 2009.09.16 369 2
» The Daybreak 1 file RainShower 2009.09.16 366 2
1641 The Daybreak file RainShower 2009.09.16 361 2
Board Pagination Prev 1 ... 133 134 135 136 137 138 139 140 141 142 ... 220 Next
/ 220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용약관] | [제휴문의] | [후원창구] | [인디사이드연혁]

Copyright © 1999 - 2016 INdiSide.com/(주)씨엘쓰리디 All Rights Reserved.
인디사이드 운영자 : 천무(이지선) | kernys(김원배) | 사신지(김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