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14 19:32

The Daybr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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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악장. 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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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허가 된 도로에서 그리 멀지 않은 초등학교의 운동장. 대기가 진동할정도로 엄청난 인터럽트가 발생한 장소. 그리고 그 중심엔 고개가 꺽인채 서있는 사인.


 


"사인아!"


 


 애타는 목소리로 녀석을 부른다. 무슨 일인걸까.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는다. 망가진 인형처럼 축 늘어진 사인이의 신형. 바람에 날아갈듯한 지푸라기.


 


 "사인아!!"


 


 더 크게 부른다. 의식을 잃은 듯한 사인이의 모습. 가까이 다가간다. 커튼같은 앞머리에 가려진 얼굴이 점점 드러난다. 눈동자는 초점을 잃은채 바닥을 응시하고 있었다.


 


 "정신차려봐!"


 


 어째서 사인이가 이렇게 됐는지, 이유에 대한 생각을 할수 없었다. 오로지 '죽으면 안돼'라는 생각이 사인이의 몸을 세차게 흔들뿐이다. 그러자 사인이는 내가 앞뒤로 흔드는 것에 휘말려 너덜너덜 움직인다. 신경과 근육을 모두 잘려진것처럼 흐느적대다가 주저앉아버린 사인이의 육체.


 


 그것에 놀라, 잽싸게 받아내려고 사인이를 안는다. 그리고 눈치 못했던것들이 신경을 타고 뇌로 흘러든다. 속에서 무언가 사라지는 듯한 느낌. 아무래도 사인이는 인터럽트의 직접적인 '피대상자'였던 모양이었다. 어떤 인터럽트인지는 조금 더 알아보면 알것같지만, 사인이의 심각한 상태를 보아하니 예사의 것이 아니라는걸 충분히 알수 있었다.


 


"설마...."


 


 시간이 걸릴필요도 없었다. 방금 침대에 눕혀놓고 온 그 '현상'을 벌써 잊어버릴리가 없는 것이다. '존재중복현상'. 그것도 우경이와 같이 감각부터 천천히 분리되어, 하나의 존재를 복사해내는 지연성 양립형이 아닌, 인터럽트로 인해 존재를 특정한 기준으로 나눠버리는 급성 분리형이다.


 


 그제서야, 사인이가 '우경'을 쫓아갔던 이유를 눈치챈다. 제정신으로 돌아와 나를 바라보는 사인. 그토록 걱정했지만, 깨어난 사인이를 보고 기뻐하지 않는다.


 


 죽으려고 한것이다. 자신의 존재를 중복시킨뒤, 나눠진 '자신'으로 자기를 덮어씌우려고 한것이다. 끝까지 세상이 싫어서 흔적도 없이 지워버리려고 한것이다.


 


 그것이 용서할 수 없다. 부정당하는 느낌. 나는 앞으로 달려가는데,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고 쉬고 있는 너. 살아가려고 발버둥치는 나는 웃음거리가 된듯, 기분이 나쁘다. 화가 난다. 그리고 증오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포기하는 것을 증오한다. 죽여버릴정도로 짜증난다.


 


 다시 돌이켜보면 그것은 첫만남부터였다. 운동장에서 사인이가 눈치채길 기다릴때부터 왠지 혼자서 멍하니 있던 사인이를 보며 그 작은 불씨는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이폴리타가 엉망으로 만든 학교에서 '아무것도 아닌데..'라고 말하던 사인이를 보며 속에서 무언가 복받쳐오는 것을 느꼈다. 감춰진 뒷모습이 너무도 다른 나와 사인.  끝없이 자신을 억누르는 사인이를 보며 나는 저도모르게 증오를 키워왔던 것이다.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이슈미아 라 에르카'로써. 극복할 수 없는 장애, 난 결코 사인이란 존재를 받아드릴 수 없는것이다. 그래,



우린 애초에 만나지 말아야했어.



+  +  +


 


Return to View..


 


+  +  +


 


"이제, 그만 헤어지자."


 


 그것은 내가 눈을 뜨고, 얼마간 아무말없이 서있던 이슈미아가 처음꺼낸 말이었다. 갑작스러운 이별선언을 나는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아무리 애를 써도 조금전의 기억이 떠오르지 않아서였다. 연필로 힘을 줘서 쓴 글자를 지운듯, 애매한 자국만이 떠오르는 기억.


 


 "헤어지자. 더 이상 너와 있고 싶지않아."


 


 날카로운 눈초리를 느끼고 나서야 정신이 깨끗해진다. 명백한 '적의'였다.


 


 "그리고 이게 마지막이야. 다음번에 너를 만나게 된다면, 난 '루나리스의 검'으로서, 나 자신으로서, 너를 죽이지 않으면 못견딜것같으니까."


 


 멋대로 나타나서 모든걸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갑자기 죽인다는둥, 헤어지자는 둥,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실하게 가슴에 와닿는다. 이젠 끝이라고.


 


 "그럼, 안녕."


 


 잡을 겨를도 없었다. 아니, 잡을 생각도 없었다. 어차피 관계라는건 필요에 따라 버리고 맺는거니까. 지금도 마찬가지. 우리가 같이 있는것에 아무의미도 없기에 헤어지는 것이다. 인사조차 하지 않는다.


 


 이슈미아는 곧 운동장에서 모습을 감춘다. 몸을 힘겹게 일으켜세운다. 어찌됐든 집에 들어가서 쉬어야겠다. 한걸음 내딛을때마다 비틀거리는 시야. 누군가 나를 보았다면 '좀비'라는 것을 떠올리겠지.


 


 좀처럼 정상으로 돌아와주지 않는 몸. 빈혈은 나를 손아귀에 놓고 장난감처럼 가지고 논다. 한쪽에서는 어서 문을 열어달라고 소리치는 흡혈충동.


 


 하늘에 뜬 달이 오늘은 특별히 더 거슬린다. 달빛이 전신을 비추는게, 너무도 괴롭다.


 아무리 긁어도 해소되지 않을 것 같은 간지러움. 달을 박살내지 않는 이상, 정신을 놓아버릴듯한 감각은 계속되겠지. 긁을수도 없다. 온몸이 부드러운 털에 스치고 있는건지, 모든 신경을 자극하는 감촉.


 


 어서, 빨리 달려가야해. 이대로 잡아먹히면, 다시는 돌아올수 없을것같아. 달빛을 피할만한 곳, 집으로 가자. 힘이라고는 쥐꼬리도 안나올것 같았는데, 내 다리는 빠르게 움직이고있다. 하지만 허벅지가 떨어져나가는 고통도 함께 움직인다.


아픔을 무시한채 도망치는 자신.


 


 또 하나의 자신은 어떻게 된지도 기억하지 못한채, 작은 안식처를 향해 헐레벌떡 달려간다.


 


 


 



3악장. 분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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