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13 05:50

The Daybr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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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악장. 분열


 


+  +  +



 점점 나에게로부터 멀어져가는 환영. 만약, 영혼이 정말로 있다면 이것처럼 뿌옇겠지. 나의 일부분이 갈라짐에도 불구하고 가벼움은 느껴지지 않는다. 고통스럽지도 않다. 원래부터 둘로 갈라져 있던 것처럼 자연스레 내속에서 걸어나온 '나'. 이젠 어느쪽이 나인지조차 알수 없다. 달빛을 투과시키는 투명은 뒷모습. 아무말없이 존재감없는 등을 바라본다. 나를 뒤로한 '나'는 앞으로 한걸음 딛는다. 양팔을 살짝 움직이고, 주먹을 쥐었다 편다. 마치,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것처럼. 이상이 없다고 판단한걸까. 희미한 '나'는 서서히 뚜렷한 색이 채워지기 시작한다.


 


 텅빈 발밑부터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존재'. 그리고 내 앞에 드러난 완벽한 나의 뒷모습.


 


 돌아서 있는 '나'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참회라도 하는 듯이 고개만 숙이고 있을뿐. 교복셔츠가 나부끼는 사이로 찬공기가 침입해온다. 긴 앞머리가 춤을 추며, 시야를 어지럽힌다.


 


 바람에 휘날리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둘 사이를 차갑게 지나치는 바람은 우리는 만나서는 안된다고 하는듯 세차게 분다. 하지만 난 '나'를 만나고 싶어.


 


 만나서, 전해주고 싶은게 있어.


 


 하지만 '나'는 돌아보지 않는다.


 


 "양보할께. 이 '자리'."


 


 마음을 전했다. 진심을 말했다. 나를 가지라고 '나'에게 말했다. 아무런 대가없이, 그렇다고 선의가 있는것도 아닌, 필요가 없기에 필요한 사람에게 주는것처럼 줘버린다. 그저, 고통없이 나를 덮어씌워 주기만 하면된다. 그리고 '나'는 내가 되어 사는거고, 나는 사라진다. 흔적조차 남지 않는 죽음. 이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조차 모순이 되는 최후.


 


 내 마음이 전해진걸까. '나'의 어깨가 미미하게 떨린다. 이리도 쉽게 '자리'를 얻을거라고는 생각못했겠지. 그러나 여전히 돌아보지 않는다. 굳이 얼굴을 보이기 싫다면 그래도 좋다. 빨리 이 '자리'를 가져가기만 해.


 


 뒷산을 타고넘는 바람이 잔잔해진다. 작은 운동장은 침묵으로 빨려든다. 그리고 서서히 시선을 돌리는 '나'. 그러나 앞머리가 너무 길고 고개마저 숙이고 있어서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정체불명의 물건이 든 상자를 여는듯 천천히 들리는 머리. 달빛이 얼굴을 비추는 면적이 점점 늘어난다.


 


 그것은 정말 현기증이 날정도로 나와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상하다. 어째서 '나'의 얼굴은 환한 달빛을 반사시켜 반짝거리지?


 


 "...하고 싶은 말은 그것뿐이야?"


 


 볼에는 눈물이 흐르면서, 말투는 냉담하기 그지없다. 울고있다는 사실에 나는 아무생각도 하지 못했다. 입도 열지못한채 흐르는 '나'의 눈물을 지켜본다.


 


 "이미 너에 관해서는 다알고 있지만, 하나만 물어보자. 정말로 지워지고 싶어?"


 


 정말 나에 관해서 다알고 있다는 듯, 확인의 질문을 해온다.


 


 "응. 지워버리고 싶어. 안그랬다면 너를 이렇게 불러낼일도 없었겠지."


 


 당연한 질문에 당연히 대답한다. 그러자 '나'는 낮은 소리로 웃는다. 그것은 폭풍의 전조였는지 광소로 뒤바뀐다. 그럼에도 여전히 쏟아지는 눈물.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래. 그렇겠지. 하, 하하하! 정말 지멋대로야. 너란 녀석은. 멋대로 억눌러 놓고, 이제와서 멋대로 불러내는 꼴이란! 뭐? 지워달라고? 웃기지마. 너같은 녀석은 지워질 자격조차 없어. 자격이 있다고해도 난 절대로 너의 부탁따위 들어주지 않아. 들어줄것 같아? 온몸이 오그라드는 고통을 준 쓰레기같은 녀석한테? 하하하하하하. 농담이 지나치다고!"


 


 울부짓는 '나'. 그 외침속의 담긴, 원한, 고통, 분노, 증오, 오만가지의 검은 감정이 뒤섞인다. 갑작스런 반응에 말문이 막힌다.


 


 "너의 생각따윈 다 알고 있다고. 썩어빠진 패배근성. 자신이 자신맘대로 사는게 뭐가 나쁘냐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 된다고?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자신을 한번도 이상하다고 생각해본적은 없어? 하, 그래 넌 그런녀석이었지. 결국, 넌 죽지도 못하고 살지도 못하는, 길바닥의 거랭뱅이일뿐. 하하하하!"


 


 '나'는 나를 저주한다. 이유조차 알려주지 않은채, 나를 몰아세운다. 그런데도 난 아무말도 하지않는다. 아니, 할수 없다. 그저 '어째서?'라는 의문만이 남는다.


 


 "...왜.. 나온거지..? 다 알고 있었다며.. 내 생각따위,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꺼라면 처음부터 나오지 않았으면 되는거 아니야?"


 


 "결론부터 말하지. 난 나의 '죄'로서 너를 받아드린다. 그러기위해 나온거다."


 


 나를 '죄'라고 한 '나'. 하지만 난 한번도 나를 '죄'라고 생각해본적이 없다. 아니, '죄'가 될수가 없다. 무엇이 '죄'란 말인가. 물론 '나'의 말대로 분명 나도 자신이 이상하고, 잘못되었다는 것쯤은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게 '죄'야? 결코, 아니다.


 


 지금 내앞에 있는 녀석은 '나'가 아니다. 단 한번도 자신을 '죄'라고 생각해본적이 없는데, 어떻게 자신을 '죄'라고 생각하는 자신이 나온다는거지? 있을 수 없다.


 


 "...너... 누구야?"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정말 끝까지 멍청하구나. 그런 생각이 구역질이 날정도로 증오스러워. '죄'라고 생각해본적이 없다고? 그렇다면, 내 쪽에서 물어볼까? 난 '살고싶다'라고 생각하는데 어째서 '죽고싶어'라고 생각하는 자신이 있을수 있지?"


 


 지독한 모순에 어지러움이 몰려온다. 질문에 답을 할수가 없다.


 


 "넌. 누구냐?"


 


 전부다 오답일뿐. 아무것도 선택할수 없다. 죽음도, 삶도. 무엇하나 할수 없다. 눈뜬 장님과 다름이 없다. 내것이 아닌 나의 몸. 오로지 강요만을 받아드릴 의무. 그렇기에 나는 미쳐버린다. 단하나의 도피처로. 내 안에 있는 또다른 '무언가'로 자신을 숨긴다.


 


 깊은 곳으로 숨어들어, 아무도 자신을 발견하지 못하도록.


 


 선혈로 물들여, 이 자신을 못알아보도록.


 


 죽이고, 죽이고, 죽여서.


 


 다진 살점과 끈적한 피를 뒤섞어 마시고 미쳐버린 자신으로


 


 '자신'을 덮어서 가린다.


 


 


 "그래, 지금 너의 그 모습까지 다 받아주마. 어차피 피할수 없는 '죄'. 난 결코..."


 


 도망치지 않을테니까!


 


 '나'의 목소리가 아플정도로 온몸에 울려댄다.


 


+  +  +  +  +  +


 


제목 그대로 분열입니다.


분열편도 이제 막바지입니다.(벌써?)


 


아, 그리고 이 글이 이토록 성실하게(?) 올라오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이미 써놓은걸 올리는거기때문에..


(전 원래 충실한 귀차니즘의 노예입니다.)


 


계속되는 막장전개. 참고 지켜봐주세요.


 


..그리고


 


제 능력이 된다면 이걸 비쥬얼노벨로


만들어보려고 하는데...


 


아... 될까?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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