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12 20:19

The Daybr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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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악장. 분열


 


+  +  +


 


 "..마음에 들었는데 말이지.. 이런식으로 내 신뢰에 짓밟다니. 죽어도 할말없지?"


 


 양보란 없다. 서로의 눈동자를 뚫어버릴듯 강렬하게 쳐다본다. 녀석에겐 존명이 달린 문제, 그리고 나에겐 죽음이 달린 문제. 살기위해서 '우경'은 나를 죽일테고, 난 죽기위해서 '우경'을 공격한다. '우경'의 눈동자는 황홀할정도로 짙은 루비빛으로 변해있었다.


 


 "죽어!!!"


 


 탄탄해보이는 주먹이 명치를 노리고 들어온다. 하지만 느리다. 재생속도를 몇배로 줄인듯 천천히 다가오는 주먹. 허리를 살짝 움직이는 것만으로 주먹의 궤도를 벗어난다. 동시에 손끝에 억눌린 붉은 돌풍을 '우경'을 향해 해방시킨다.


 


 파앙! 쨍그랑!


 


 "아아악!!"


 


 풍압을 견디지 못하고 허공으로 튀어오른 '우경'은 복도 유리창을 산산조각내며 추락한다. 쫓아가진 않는다. 그 녀석이 아니라도, 지금 복도끝에서 신음하고 있는 녀석이 있으니까. 고통스러운 몸부림을 치는 우경이에게 걸음을 옮긴다.


 


 "어떻게 나눠지는거지?"


 


 "몰라. 모른다고! 난.. 그저 천리안을 가지고 있었는줄 알았는데..!!"


 


 공포에 떨리는 우경이의 목소리. 눈으로는 불쌍하게 보이나, 마음은 동정하나 하지 않는다. 오로지, 마법을 쓰는 방법을 원하는 미친 자신만이 속삭일뿐.


 


 "천리안?"


 


 느닷없는 말에 잠시 경직되었지만, 새삼 놀라는 자신을 꾸짖고 묻는다.


 


 "그래, 처음엔.. 그냥 '어디에 가고싶다'라고 생각하면 '어디'를 볼수 있었어. 그렇게 점점 하다보니 더 먼곳까지 볼수 있었어.. 요근래 들어, 학교에서 이곳, 아파트까지 볼수 있게 되었지. 그런데.. 그날 니가 나를.. 본거야. 난 단지 주차장앞을 생각했을뿐인데, 그리고 보고있었을뿐인데... 넌 나를 보았다고....!!!"


 


 결국, 전부 내탓이라는건가. 내가 그 '우경'이라는 빈껍데기를 보고, 우경이가 '우경'을 서서히 인식하기 시작했다라는 이야기? 그런 바보같은! 난 천리안같은 능력도 없는데. 게다가 자신이 나눠지는것마저 타인의 인식이 필요하다니...


 


 "난.. 그저 보고있었을뿐이야... 나말고 '녀석'이라면 알고 있을꺼야.. 정확히 말하면, 그날 니가 본건 내가 아니라 '녀석'이었으니까..."


 


 '우경'이 다 알고있을꺼라고 말하는 우경. 그래, 지금 내앞에 있는 우경은 아무것도 모른채, 단순히 빼앗기는 쪽이다. 애초에 우경을 약탈을 하고 싶은 쪽이 갈라져 나온거겠지. 물론, 갈라지는 방법도 알고있었겠고.


 


 복도창문으로 아파트단지 내의 아스팔트길을 살핀다. 11월이라 그런지 벌써 밖은 별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아래 '우경'의 모습은 비치지 않는다. 어디론가 도망쳤겠지.


 


 하지만 어디에 있더라도, 난 '우경'을 찾을 수 있다. 근거없는 확신이 아니다. 분명, 지금도 '우경'이 어디로 달려가고 있다는걸 느낀다. 그 생생한 움직임에 내 미각은 '식욕'을 느낀듯 끓어오른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는다. 어차피 독안에 든 쥐. 곧 내 눈앞에 띄겠지. 그리고...



 갈기갈기 찢어져 사라질테니.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그런 날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는 이슈미아. 그리고 흔들림 하나 없는 이슈미아의 머리칼 옆을 지나갈무렵.


 


"너 뭘하려고!?"


 


 이슈미아는 '우경'을 쫓아가는 불러 세운다. 하나의 존재자리에 2개의 존재가 있는 오류. 엄청난 인터럽트인듯 한데, 결국 나눠진 둘은 필연적으로 자리 하나를 두고 사투를 벌이고, 하나만 남는다. 세계의 수정따윈 없어도 인간의 '생존본능'으로 무산될 마법. 아니, 그 필연적인 사투가 세계의 수정의지인가.


 


 그러나, 난 그런것 따위 아무상관없다.


 


"개인적인 용무가 있을뿐이야. '그 녀석'에게"


 


 이슈미아의 머리칼을 스치며 걸음을 멈추지 않고 옮긴다.



+  +  +



 평범한 걸음걸이로 아파트단지를 벗어난다. 간만에 발견한 '사냥감'을 천천히 몰아간다.
내 발걸음 하나하나가 녀석에게는 공포감으로 전해지겠지. 그렇게 사지를 떨며 죽음을 기다리는 녀석을 생각하니 너무도 가련하다. 살짝 건들면 부서질듯이 연약한 존재. 너희들은 내앞에서 그저 조그만 피조물일뿐. 그렇기에 너희들은...



 이 사랑스런 먹이사슬의 노예가 되렴.



 약하기에 너흰 나에게 식사거리가 되어야하지. 그래, 난 먹을것, 너희들을 너무 좋아해. 너희가 없다면 난 벌써 죽어버렸을지도 몰라. 그런데, 어째서 너희들이 싫어. 그래서 산산조각내고 싶어. 다 부숴주고 싶다고.


 


 방해만 될뿐인 사람들이 넘쳐나는 밤거리의 행렬을 역류해 녀석의 발자국을 쫓는다. 무표정한 타인들 속에서 향기로운 고독감이 피어오른다. 하지만 후각은 오로지 더러운 피냄새만을 감지할뿐. 즐겁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이렇게 먹잇감을 유린한다는 것이 이토록 흥미롭다는걸. 공포심에 지배되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뒤를 슬글슬금 돌아보는 녀석을 떠올리니, 낮은 웃음이 터진다.



 그래, 끝까지 도망치렴. 도망치고, 도망치고, 도망쳐서, 막다른 골목에서 얌전히 나를 기다리렴. 물론, 걱정할 필요는 없단다.


 


 


 늦지않게 찾아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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