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12 05:32

The Daybr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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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악장. 분열


 


+  +  +


 


 존재중복현상. 하나만이 인정된 존재가 둘이상 존재하는 오류. 이우경이라는 존재가 겪고 있는 병명. 이슈미아의 설명으로는 이것도 고위 인터럽트(Interrupt)의 한종류인 모양이다. 둘로 나뉜 존재는 필연적으로 하나의 존재자리를 두고 서로를 소멸시킨다. 그리고 남은 하나가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이 현상은 크게 둘로 나뉜다고 한다. 물론 난 필요없는 부분이라 전부 흘려버렸기에 더 이상 기억하지 못한다.


 오직 내 머리는 '존재자리를 두고 서로를 소멸시킨다.'라는 것이 너무도 멍청하다고 인식할뿐. 아니,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욕구. 또다른 자신에게 기꺼이 이 자리를 양보하고 싶다. 간단히 말하자면, 같은 파일을 덮어씌우는 것. 그리고 덮어씌어진 파일은 휴지통으로도 가지 못하고 관심받지 못한채 지워진다.


 


 내가 꿈꾸던 죽음과 가장 맞닿은 환상의 마법.


 


 온몸을 기어오르는 희열에 미소를 멈출수 없다. 어서 덮어 씌우고 싶어. 이 더러운 자신을.


이슈미아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만화책에 열중하고 있다. 무슨 노래인진 몰라도 내 눈꺼풀이 감기는것을 보아하니 그것은 분명 자장가임이 틀림이 없다. 몸 생각을 뒷전으로 한 대가인건지 지금 당장이라도 잠들라고 뇌가 경고를 내린다.


 저항하지 않고, 기쁨을 안고, 꿈속에서 환상의 마법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시야를 점멸한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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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Of Yeon So 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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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관계대명사 That의 용법은...."


 


 수업과 자율학습시간의 경계인 9교시. 아무리 들어도 미스테리한 영문법이 두통을 일으킨다. 그런 돌머리와 다르게 손은 열심히 의미불명의 설명을 열심히 공책에 옮긴다.


 


 오후 5시. 겨울이라 그런지 창밖의 운동장은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조회대 뒤에 솓은 태극기의 펄럭임이 추위를 말해주는 듯했다. 곧, 선생님께 걸릴까 시선을 다시 칠판으로 고정시켰다.


 


 그렇게 집중이 되질 않는 수업을 듣던 무렵 나를 향해 쏘아지는 시선이 느껴졌다. 작은 동작으로 고개를 돌리자, 사악한 눈웃음을 치는 기진이가 보였다. 고개를 휙 돌렸다. 수업시간마저도 저 녀석때문에 피곤해질 이유는 없다. 또 무슨 해괴한 장난을 치려고 하는거겠지.


 


 다시 칠판을 응시. 그러나 여전히 내 신경을 건들이는 부담스런 기진이의 눈빛. 잠시 이성을 잃고, 눈을 찡그려 기진이를 돌아봤다.


 


 '왜!?'


 


 라는 말을 듬뿍 담은 시선을 기진이를 향해 쏘았다.


 


 '창밖을 봐. 창밖.'


 


 기진이는 검지로 창밖을 찔러댄다. 그런 기진이의 행동에 눈쌀을 한번 찌푸린다. 무슨 함정인지는 몰라도, 오기가 생겨서 창밖을 다시금 바라본다. 텅빈 운동장뿐. 무언가 특별한 것은 눈에 띄지 않는다. 아까보다 더 험악하게 기진이를 돌아본다.


 


' 뭐!?'


 


 '다시 봐바. 다시.'


 


 기진이는 절박한 표정으로 다시 손가락질 한다. 속는셈치고 한번 더 창밖을 응시했다. 역시 아무것도 없다. 수업끝나고 기진이를 손봐줘야겠다는 생각을 굳힌다. 마침, 전에 있었던 화장실사건도 '미안'이란 말도 없이 그냥 넘어가고. 죽었어!


 


 그렇게 수업시간에 뜬금없이 분노를 불태우고 고개를 원상태로 돌리려는 순간, 1층 오른쪽 현관을 뛰쳐나가는 인형.


 


 '...우경이..?'


 


 우경이는 엄청난 속도로 교문을 향해 뻗은 콘크리트길을 달려간다. 아직 수업도 끝나지 않았는데.. 땡땡이인걸까. 하지만 아무리 땡땡이라지만 저리도 필사적으로 뛰어갈 필요가 있을까? 오히려 조퇴한것처럼 평범하게 걸어가는편이 좋지 않을까?


 


 저렇게 뛰어가면 마치, 무슨 귀신이나 유령에게 쫓기는거 같잖아. 뒤돌아보지 않고 질주하는 우경. 그것을 보며 의문을 품을 무렵. 또 다시 1층 오른쪽 현관에서 튀어나온 그림자. 곧 그 그림자의 정체를 알고 충격을 받는다.


 


 어째서 이런일이 있을수 있는걸까. 내 눈이 잘못된건가. 아니야, 잘 보이지는 않아도 절대로 잘못보지 않았어. 그것은 방금전에 본...



 도망가듯 달려나가는 우경.



 그리고 다시 확인한다. 시야는 여전히 허겁지겁 달리는 우경과 이제 막 1층 현관을 나선 우경을 동시에 비춘다. 착각, 환각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도 확실한 둘의 모습.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청각이 마비한 건지 심장고동소리만이 고요하게 메아리친다.


 


 아무런 생각도 못하고 그저 뒤늦게 나온 우경이를 바라본다. 그런 내 시선을 느낀걸까. 우경이는 정확히 내쪽을 응시하고 미소를 짓고 앞서 나간 우경이를 뒤쫓는다.


 


 "연소혜! 어디다 한눈 팔고 있는거야? 관계대명사 부분의 설명 그토록 중요하다고 말했는데...!"


 


 동요된 눈동자를 정리할새 없이 선생님의 꾸중으로 시선을 칠판으로 돌린다. 수업이 끝날때까지 필기조차 못하고 멍하니 앉아있었다.



+  +  +


 


Return to View..


 


+  +  +


 


 몸이 가뿐했다. 하루종일 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회복하지 않으면 이상한것이다.
이슈미아는 여전히 만화책에 빠져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었다. 눈꺼풀이 신경에 거슬려 손으로 눈을 비빈다.


 


"일어났네. 너 자는게 완전 시체같아. 숨도 안쉬는것 같아."


 


 부스럭거림을 느낀 이슈미아는 보던 만화책을 덮고는 똑바로 앉는다.


 


"사인아. 우리 저녁 뭐먹을꺼야?"
 
 대뜸 나를 향해 갑작스런 질문을 한다. 이봐, 나는 아직 막 일어난 참이라고? 대답하지 않고 벽에 걸린 시계를 쳐다본다. 시침은 5를, 분침은 3과 4사이를 지나고 있었다. 좀 이른 저녁이지만, 점심을 먹지 않은 우리로써는 그렇게 이른 시간도 아니였다.


 


"그래.. 우리 점심도 안먹었고, 지금 쯤이 적당하겠지..?"


 


"아니, 난 점심먹었는데?"


 


 아, 이 녀석은 안자고 있었지. 아직 잠이 덜깬걸까. 고개를 2~3번 뒤흔든다. 잠깐, 그럼 먹었다는 녀석이 이 시간에...?


 


 "...그런데 벌써 배가 고파?"


 


 "아니야! 그냥 단순히 궁금했을뿐이라고.."


 


 어색하게 정색하면서 이쪽에게 신뢰를 주려는 행위는 하느니만 못하는 짓. 그것을 모르는지 이슈미아는 나를 완벽하게 속여 넘긴줄 아는듯 동요없음을 가장한다.


 


 "라면이나..." / "에에엑!! 안돼! 그런걸로 허기진 배를 달랠순 없어! "


 


 이미 다 뱉어놓고 '아차'하고 입을 가리는 이슈미아. 그 행동에 잠시 실소한다. 그걸 또 보았는지 이슈미아는 낯선사람을 본 강아지처럼 '으르릉'댄다.


 


 이런 얼빠진 행동을 한다는게 신기하다. 분명 어제만해도 평생 잊을 수 없는 비현실을 목격했는데, 얼마나 지났다고 잊은 듯이 지내고 있다. 나뿐만이 아니다. 어제의 일. 학교의 일. 모두 죽을때까지 희미해지지 않는 각인같은 광경. 충격적이었는데, 그 일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는다. Tv에서조차 아무런 조짐이 없다. 그 옆을 지나친 사람조차 그 '일'은 마치 일어나지 않고 있는것 처럼하고 지나쳤다.


 


 "이슈. 하나 궁금한게 있어."


 


 "뭔데? 허리 둘레라든지 가슴 둘레라든지, 그런 이상한거는 안돼!"


 


 무언가 이물질이 귓가를 울렸지만, 부드럽게 넘겨주었다.


 


 "어제도 그렇고, 학교때도... 왜 아무도 모르는거지? 그정도 난리면 신문 한귀퉁이에 나와야 정상아닌가?"


 


 내 입으로 '정상'이라는 말을 꺼내자 어색함이 든다.


 


 "리케아의 짓이야. 괜히 소란스러워지면, 활동하는데 귀찮아 질테니깐. 일종의 인터럽트의 하나야. 기억, 인식장애라고 하는건데. 고의적으로 기억의 일부분을 떠올리지 못하게 조작, 또는 감각과 인식을 느슨하게 만드는거지. 어제랑, 그때 학교에 있던 사람들은 사건을 아예 기억못하거나, 사건은 기억하되 그것이 위험하다고 생각지 않은거지. 그래서 별말이 없는거야. 물론, 그런 인식은 그 사건을 기억할때만 작용하지. 보통때는 평범한 사람과 다를바 없어. 아마 기진이랑 소혜도 그럴꺼야? 아, 소혜는....."


 


"소혜는?"


 


"으,으으.. 아니야. 별로 신경쓸정도의 일은 아니야."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모습이었지만 더 이상 캐묻지 않는다. 저래뵈도 이슈미아는 거짓말을 하지 않기에.. 아니 그렇게 믿고 있었다. 어째서인지...


 


 신경쓸일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몸을 일으킨다. 점심을 거른 효과가 나타나는 건지 공복감이 몰려온다. 하지만 내집에 언제 먹을게 있던가. 냉장고엔 물과 음료수.


 


 아, 정말 라면이나 끓여먹을까.


 


 딩동. 딩동.


 


 그런 생각에 브레이크를 거는건지, 초인종이 울린다. 이 시간에 이 집에 용건이 있는 사람이 있나. 아무도 찾지 않는 집에 그것도, 저녁이 다될무렵에.


 


 분명, 갈곳을 잘못찾아와겠지. 504호와 착각할수 있고. 1503호와 착각할수도 있다.


 잠금장치를 풀자 '철컥'하는 금속음이 울린다. 그리고 의문을 품은채 문을 연다.



 피...


 


 그것은 피였다. 머리카락숲에서 흘러내린 피가 오른쪽 눈을 괴롭힌다. 입에서는 침과 뒤섞인 피가 뱉어진다. 교복바지도 이미 짧은 반바지가 되어있다. 물론 다리에서도 심한상처와 출혈이 동반되어 있었다. 언제인가, 내가 미쳐버렸을때도 이런 모습이었을까.


 


 "제발, 제발..살려줘....."


 


 그렇게 피가 들끓는 거스른 목소리로 구원을 요청하는 우경. 미소가 떠오른다. 절박한 표정은 동정심을 자극하기 위한듯. 웃음이 난다. 곧 쓰러질듯 열린 현관문을 두손으로 부여잡고 간신히 서있는다. 터져나오려는 광소를 간신히 억누른다. 어느새, 상황을 인지한 모양인지 뒤에는 이슈미아가 서있었다.


 


 "제발....!!"


 


 퍽! 쾅!!


 


 순간 섬전같이 우경이를 밀쳐내며 눈앞에 드러난 또다른 '우경'. 더 이상은 속으로 참기 힘들어 고개를 숙여 웃음을 살짝 흘린다.


 


 "후, 약속 잊지 않았겠지? 우리일에 상관하지 않는다고."


 


 '우경'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약속을 상기시키려한다.


 


  ...


 


 놓칠것같냐? 이 절호의 기회를. 너희같은 바보들이 그렇게 싸우면서, 평화로운 죽음의 기회를 망쳐버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냐? 크크크크. 그야말로, 소리없는 추락을 이 손으로 부여 잡고 말테다.


 


 "...그런 약속, 언제 했더라?"


 


 참지 못하고 얼굴의 근육을 풀어버린다. 그리고 험악한 표정으로 변한 '우경'을 놓치지 않도록 똑바로 응시한다.


 


 


+  +  +  +  +  +


 


질러버렸스무니다..


 


타블렛...


 


기념빵으로


 


그린자의 성의따위는 보이지 않는 이슈양.(작업시간 무려 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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