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12 05:26

The Daybr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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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악장. 분열


 


+  +  +


 


 우경이의 이야기를 끝으로 다시 정적이 가라앉은 내 집.



 "사인아."


 


 "왜?"


 


 "그냥..."


 


 "그래?"


 


 설거지도 끝냈고, 할일도 없고 해서 오래전에 취미로 사두었던 시(詩)집을 꺼내 읽는다. 예전에 느꼈던 느낌들을 떠올리며 '예전엔 그랬었지'라고 생각하며 아무런 감흥없이 사진첩보듯 보고있는데..


 


 "사인아."


 


 "...왜?"


 


 "그냥.."


 


 "....그래..?"


 


 별다른 의미없이 내 이름을 부르는 이슈미아. 대충 대답하고는 다시 글자에 집중한다. 페이지를 한장 넘기자 반정도 접혀있는 페이지가 나왔다. 있길래 건드려봤다는 느낌으로 접힌부분을 펼친다.


 


 


    외면.



                                  작자 미상.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은
 자신 앞에 거울을 놓아두는 것.


 


 거울, 껍질을 벗긴 나의 오장육부를 비춰주고,
 자신, 눈을 떼지말고 지켜보는 것.


 


 하지만


 


 거울, 심술을 부리는 것인지,
 자신, 추악하게 꿈뜰대는 내장밖에 보질 못하네.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은
 자신 앞에 거울을 놓고,


 



 고개를 돌릴 수 밖에 없는 것.


 



 조금은 특이한 형식의 시였다. 그땐 무슨생각으로 이 부분을 접어놓았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는다. 그저, 이런거 당연한거라고 생각할뿐. 자신보다 아름답지 않으면 동경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아름답기에 동경하고, 바라보며 더러운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이다. 너무도 당연하다. 그렇게 당연하게 상처입고 쓰러진 자신.


 


 "사인아."


 


 ".....왜?"


 


 "그냥" / "그냥"


 


 나를 부르는 이슈미아와 눈을 마주치며 말을 받아친다. 도대체 언제까지 무의미한 대화를 계속할꺼냐.


 


 "..왜 자꾸 부르는거야?"


 


 더 이상 쓸떼없이 무한루프를 반복할 마음이 없어, 이슈미아에게 묻는다.


 


 "그거 재미있어?"


 


 그녀는 아까전부터 내가 읽고 있는 시집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글쎄, 미묘한걸. 재미있다라... 애초에 재미로 읽을 생각이 아니라, 시간때우기로 하는 짓이니까. 뭐 그게 그 소리인가. 하지만 그다지 재미같은거 느껴지지 않으니까.


 


 "그냥 읽는거야. 심심하니까."


 


 "나도."


 


 이슈미아는 시집을 보고싶은 듯, 보여달라는 대답한다. 보던 페이지를 기억하고는 이슈미아에게 시집을 건낸다.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나도 심심하다고오~"


 


 대화의 핀트가 어긋난 모양이었다. 이슈미아는 입술을 내민채 '심심해'를 반복적으로 중얼댄다. 애같은 짓은 그만두라고. 뭐 심심하다는 마음엔 충분이 동감이 가지만. 글쎄 딱히 '심심해'라고 깨달아봐야 이 2명이서 뭘한단 말인가. 밖에 나가는건, 내 몸도 않좋고 더욱이 이슈미아는 태양이 번쩍 솟은 낮의 세상에 나갈수 없는 몸. 결국 여기에서 지루함을 벗삼아 시간을 보내는게 명답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나한테 말해봐야 심심한건 변하지 않아."


 


 "에엥!? 무슨소리야! 이렇게 이쁜 여자가 심심하다고 하는데, 하는 말이 고작.. 뭐!?"


 


 이슈미아는 볼을 복어처럼 부풀리며 불만을 표시한다.


 


 "다시 말해줄까? 심심한건 변하지 않는다고. 정 할일이 없거든 잠이라도 자든지."


 


 지지않고 맞대응해준다. '잠이라도 자든지' 이 부분에서는 바늘로 찔르면 '펑'하고 터질정도로 볼을 부풀린 이슈미아.


 


 "정마아알~ 너무 한거 아니야!?"


 


 "난 오늘 몸이 않좋아. 넌 낮이라서 밖에 나갈수 없어. 결국 우린 여기에 이렇게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뭐 Tv라도 있으면 좀 덜하겠지만. 보시다시피 없고 말이지. '너무하다'라고 생각해도, 자는게 젤 좋은 방법일걸?"


 


 "우우..."


 


 사실을 일렬로 쭉 풀어놓은 내 말에 할말을 잃었는지, 힘없이 어깨를 축 늘어뜨리는 이슈미아. 보아하니 한동안 조용할 것 같다. 시집을 펼치려다, 지겹다라는 생각에 다른 것을 찾으러 방에 들어가려는데 이슈미아가 고개를 번쩍들어 화색이 만발한 미소를 펼친다.


 


 "아! 그래! 그거다!!"


 


 그래, 이번엔 또 뭐냐.


 


 ...


 


 빙글빙글 웃는 이슈미아를 뒤로하고 현관을 나선다. 평일 오전이라 복도에 지나다니는 사람은 없다. 애초에 거주자도 적으니. 아직 상태가 그리 호전되지 않은 모양인지, 걸음이 무겁기만하다. 이렇게 몸도 안좋은 내가 갑자기 집을 나선 이유는 이슈미아의 제안때문이었다. 솔직히 이런 제안이 이슈미아의 입에서 나올꺼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그러니까..


 


 '우리! 만화책이나 잔뜩 빌려서 보자!!'



 


 였지... 아마.



 방구석 폐인같은 대사가 녀석에게서 나올줄이야. 그보다 만화책을 옆에 쌓아두고 보는 흡혈귀라. 영상으로 머리에 떠올려보지만, 역시 무언가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 그 제안자체에 불만은 없다. 이거라면, 이슈미아는 적어도 오늘은 조용히 넘어가겠지. 아, 다시는 학교에 빠지지 않을테다. 그리 다짐하고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  +  +



 간만에 가게된 책방엔 그동안 나오지 않던 소설, 만화의 신간이 줄줄이 꼽혀있었다. 예전의 나라면 무의식적으로 손이 뻗어나갔겠지만, 지금의 난 '나왔구나. 이거.'라고 사실만을 직시한다. 굳이, 소설이나 만화책에서 '환상'을 찾을 필요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미, '환상'같은 현실을 체험하고 있으니까.



 이슈미아는 따로 뭐는 꼭 빌려와라는 소리 안했으니까, 대충 고르면 될까나. 일단,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 재미있게 보았던 것들을 차례차례 집는다.


 


  '죽음의 공책', '네코야샤', '블로치', 'xyzHolic', '흙신', '반항해볼까?' '과일박스', '미스 헛스윙', '오뎅고교 호스트바', '스쿨람보', '술렁덩크', '홀라당 벗어봐! 하이에나!' 등등.


 


 그 외에도 많은 것들이 떠올랐지만, 이슈미아가 넘겨준 자금으로는 이정도가 한계. 예전에 봤을때랑 미묘하게 제목이 달라진 느낌이었지만, 그러려니 넘어간다. 카운터에 이름을 대고 계산한다. 그리고 만화책이 가득찬 검은 봉지가 2개를 양손에 쥐고 문을 어깨로 밀고 책방을 나간다. 이런 모습을 기진이나, 소혜에게 들킨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잠시 실없는 생각을 하고, 집으로 가는 걸음을 재촉한다.


책방은 아파트 단지의 정문에 있는지라, 왔다갔다하는데 얼마 걸리지 않는다. 금세 102동 앞에 도착한다. 확실히 사람이 지나다닐 시간이 아닌 모양인듯, 아까전에 내가 내린 엘리베이터는 아직도 1층에 서있었다. 그리고는 5층. 503호, 현관문을 연다.


 


 "응, 그래. 걱정 하지마. 내일이면 다 나을테니까."


 


 누구와 대화라도 하는 듯한 이슈미아의 말투. 슬리퍼를 벗고 거실로 향한다. 그리고 수화기를 내려놓는 이슈미아.


 


 "소혜한테 전화왔어. 방금전에 끊었지만."


 


 "그래? 그래서 뭐라고 그랬어?"


 


 양손에 들린 검은 봉지를 거실바닥에 내려놓고 바닥에 주저앉는다. 조금 걸었을뿐인데 기절할것만큼 힘들다. 아무래도 내가 생각한것보다 더 많은 피를 이슈미아에게 빨렸던 모양이다.


 "일단 감기라고 해뒀는데.. 소혜,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 같아. 그러니까, 내일 학교가게 되면 '걱정해줘서 고마워'라고 한마디쯤은 해줘."


 


 "응."


 


 벽에 지친 몸을 기댄채로 성의없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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