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10 03:51

The Daybreak

조회 수 468 추천 수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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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악장. 분열


 


+  +  +


 


 집에 들어오자마자 내 방으로 들어가는 이슈미아 덕분에 거실에서 자야할 신세가 되었다. 주객전도도 이만하면 수준급이다. 아주 당연하듯이 내 침대의 이불속을 비집고 들어가던 이슈미아를 떠올리며 길게 한숨을 쉬어본다. 뭐, 애초에 양보해줄 생각이었으니 상관없지만. 그래도 왠지 반발하고 싶어지는 미묘한 마음이다.


 


 바닥으로 스며들것같은 무기력감이 몰려온다. 베개와 이불을 꺼내와야하는데, 손하나 까딱하는것이 힘겹다. 그도 그럴것이, 피를 대량으로 뽑히고, 1시간가량을 짐을 지고 걸어다녔다. 정말, 도중에 쓰러지지 않은게 기적같은 일이었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었다.


이슈미아에게 피를 준 나를, 이슈미아를 엎고 여기까지 온 나를. 그렇게까지 무리해서 이슈미아를 구하려 했던 나를.


끝까지 이해할 수 없이, 혼미한 정신을 놓아버렸다.


 


+  +  +


 


------------------------


View Of Isuemia La Erka


------------------------


 


+  +  +


 


 평소와 다른 시각에 눈을 뜬다. 밤에 자버렸으니, 낮에 일어나는 건 당연했다. 그 어색함에 몸도 조금 뒤숭숭하다. 어제의 상처도 있고. 사인이는 아직도 자고 있다. 날 여기까지 엎고 오느라 힘들었겠지.


 


 엉망이 된 원피스를 버리고, 사인이의 스웨터와 청바지를 허락도 없이 꺼내 입었다. 의외로 사이즈가 맞다. 낮이라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난 텅빈 거실에서 자고있는 사인이의 옆에 앉아 한숨을 쉰다.


 


 의문투성이.


 


 솔라리스의 금기에서 벗어난 리케아. 우리들의 금기는 인위적인 것이며, 실제로 리케아는 벗어났다. 그렇다는 것은 리케아는 누가 이 금기를 걸고있는지 알고 있다는 것이다. 전 흡혈귀를 대상으로 무의식을 제한할 정도의 힘을 가진 존재를. 하지만 그것은 정말 신이 아니고서야 가능할까..?


 


 공간을 갈라버린 나의 인터럽트. 이것도 의문이지만, 그것 이전에..


 


 나는 왜 기억을 잃었는가.


 


 리케아에게 찔린 이후, 흡혈충동이라고 생각되는 것에 이성을 잃었다. 하지만 루나리스가 되고나서부터, 처음부터 나에겐 흠혈충동같은 건 없었다. 아니, 있을 수가 없다. 난 영원히 죽을 수 없는 몸이니까.


 


 ...


 


 아니, 있었다. 그래, 분명히 있었다. 내가 기억을 잃어버렸던 적이 전에 딱 한번 있었다. 그것은 내가 새벽의 지배자를 봉인한 이후..


 


 영원의 저주를 풀수 있다는 리스민트와의 계약. 새벽의 지배자를 제거하거나, 봉인시키면 영원의 저주를 풀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약속. 루나리스와 솔라리스, 두 흡혈종의 생존과는 관계없이 나는 나의 목적을 위해 새벽의 지배자를 봉인시켰다.


 


 참 비열한 수법이었다. 새벽이었다. 루나리스와 솔라리스. 그들이 처음으로 새벽의 지배자를 죽이기 위해 손을 잡았다. 하지만 불구덩이에 날아드는 나방과 다름없었다. 너무도 쉽게 새벽의 지배자의 먹이가 됐다.


 


 나는 그 상황까지 이용해서, 수천의 루나리스와 솔라리스의 피를 이용해, 공간계를 열었다. 그리고 새벽의 지배자를 봉인시키는데 성공했다. 내겐 그 뒤의 기억이 없다. 새벽의 지배자가 공간계의 틈으로 들어가는 순간부터, 내가 리스민트의 침대에서 눈을 뜰때까지의 빈공간.


 


 리스민트는 내가 봉인직후 쓰러졌다고 했다. 당연한 사실이다. 그 정도의 인터럽트를 하고 정상적으로 있을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진정한 신이다. 근데 왜 난 기억을 잃었다고 느끼는 걸까. 왜 그때의 느낌과 지금의 느낌이 불길하게 똑같을까.


 


 그런 알수 없는 불안감에 나는 한참동안 거실에 앉아서 고민했다.


  


+  +  +


 


Return to View...


 


+  +  +


 


 "있지. 나..."


 


 "안돼."


 


 "있잖아. 나..."


 


 "안돼."


 


 오른쪽, 통행금지 표지판. 왼쪽, 통행금지 표지판. 앞쪽, 통행금지 표지판. 뒤쪽, 통행금지 표지판.
 위쪽, 비행금지 표지판. 후퇴도 전진도 금지되고, 죽음조차 금지.


 


 "이것도 하지마."


 


 "그것도 하지마."


 


 안에서도 침묵. 밖에서도 침묵. 그쪽으로 시선을 돌릴수도 없음. 이쪽으로 시선을 돌릴수도 없음.
누군가의 뒤에만 시선을 고정.


 


 "안돼. 역시 안돼. 완전히 틀렸어."


 


 "응, 완전히 틀렸어. 잘못됐어."


 


 1번은 오답. 2번은 오답. 3번은 오답. 4번은 오답. 5번은 오답. 0점. 대충 찍어도 오답, 최선을 다해도 오답.


 


 "맞출리가 없리가 없잖아."


 


 해답지가 없는, 근거없는 채점은 0점. 답은 어디에?


 


 "오직 답은 '나' 하나야. 알겠니? 바보야?"


 


 나를 소유한 사람이 내가 아니다. 나는 나를 소유하지 않는다. 그래서 권리는 없다.



 그런데 의무는 있다.


 


+  +  +


 


 심해의 공기방울 소리가 잠겨있던 의식을 끌어당긴다. 떠오른 의식과 함께 살아난 감각은 머리를 쥐어짜는듯한 빈혈을 생생히 전해온다. 이마를 만지기위해 손을 올리는 순간, 자신의 몸이 이불에 덮혀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뒷덜미를 받치고 있는 부드러운 느낌에 베개라는 물건을 떠올린다. 비록 눈을 열려있지만, 빈혈이 난동을 치는 바람에 거실이 전부 노랗게 물들어있었다. 눈을 수차례 깜빡인다. 점차 원래의 색을 되찾는 거실. 의식을 불러들인 공기방울소리의 정체는 주방의 가스레인지에서 끓고있는 냄비의 내용물.


 


 "으윽..."


 


 상반신을 일으켜 세우자, 엄청난 반동이 몸을 습격한다. 지진이 일어났다고 생각할정도의 흔들리는 균형감각. 잠시 앉아서 몸을 진정시킨다.


 


 "어, 일어났네? 잘잤어?"


 


 젓은 머리를 수건으로 부비적대며, 주방으로 향하는 이슈미아. 옷은 어디서 났는지, 짙은 청바지에 노란 레이어드 티를 입고 있다. 하지만 사이즈가 안맞는건지 헐렁해보인다. 그러고보니 왠지 본적이 있는 옷들인데... 내 옷이었냐!?


 


 "아니, 꿈자리가 사나워서 제대로 못잤어. 그보다 너 이 시간에 일어나도 되는거야?"


 


 "이 집안이라면 상관없어. 거실하고, 큰방에 블라인드를 치면 하루종일 쪼그만 빛은 안들어올테니. 그리고 너야말로 이 시간에 일어나도 되는거야?"


 


 아침이라고는 믿기 힘들정도로 어두운 거실을 확인한다. 내 질문을 다시 되돌리는 이슈미아. 손목에 걸린 시계를 들어올린다. 10 : 20. 지각도 한참지난 지각이다.


 


 "할수 없지. 몸상태도 안좋은거같고. 학교 안가지. 뭐."


 


 "너... 불량학생이구나!?"


 


 '그러면 안돼지~'라며 검지를 뽑아 흔드는 이슈미아. 애초에 누구때문에 몸상태가 안좋은건데.. 그런 말할 자격이 있는거냐? 무신경한 이슈미아의 말이 빈혈만큼이나 머리를 아프게한다. 근데 좀전부터 타는 냄새가 나는데.


 


 "...이봐. 지금 주방에서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거냐?"


 


 희뿌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냄비를 보며 말한다. 아니, 모락모락이라기 보단 무언가 활활타오를때 나는 검은연기같이 보였다만.


 


 "어,어!!"


 


 내 말에 주방의 낌새를 눈치챈 이슈미아는 머리를 채 말리지도 못하고 가스레인지로 훌쩍 뛰어간다.


 


 "앗, 뜨뜨뜨~"


 


 정신사납게 주방을 수습하는 이슈미아를 뒤로하고 화장실로 들어간다. 샤워라도 한모양인지, 거울에는 살짝 김이 서려있고, 바닥은 물기투성이다. 슬리퍼를 신고 세면대 앞에 선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얼굴이 반쪽이 됐다'라는 말이 어떤의미인지 깨닫게 해준다. 벌써 6개월가량 가위한번 대지 않은 긴머리가 사방으로 뻗어있었다. 수도꼭지를 비틀어 물을 받는다. 건조한 얼굴에 2~3번 물을 묻힌다. 비누를 매만지고 양손을 비빈다. 흰거품으로 얼굴 구석구석 문지른다. 그리고 헹구어낸다. 머리도 마찬가지.


마지막 남은 수건한장을 꺼내들어 물기를 닦아낸다. 그리고 혹시 씻기지 않은 거품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거울을 본다. 거기엔 물기를 머금은 긴앞머리로 인해 두 눈이 보이지 않는 자신이 있었다.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자신의 불확실한 모습.


 


 "...바보."


 


 의미없이 거울을 향해 속삭인 후 화장실을 나온다. 주방은 다행히 별 탈없이 정리된 모양이었다. 식탁에는 역시나 빈틈하나 없이 음식이 놓여있었다. 그리고 얌전히 식탁앞에 앉아 있는 이슈미아.


 


 "어서와 앉아. 나 배고파 죽겠어."


 


 이쪽도 배고픈건 마찬가지라고. 어제 내 피를 쪽쪽 빨아드신 누구때문에!


 


 "...알았어. 일단 머리나 말리고 먹자고."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며, 아직 덜마른 이슈미아의 머리를 쳐다보고 말한다. 그제야 그걸 눈치챘는지 자신이 앉은 의자에 걸어놓은 수건을 든다. 왠지 식탁앞에서 머리를 부비대는 장면이 우스꽝스럽다. 이슈미아는 미친것처럼 머리를 닦고는 다시 자리에 앉는다.


 


 "뭐가 그리 급하냐?"


 


 "잔말 말고 빨리 앉기나 해!"


 


 이슈미아는 뱃속에 10년가량 굶은 거지라도 들어있는 건지, 머리를 채 말리지 못하는 날 재촉한다. 그렇게 배고프면 그냥 먼저 먹으면 돼는데. '그럼 먼저 먹든지.'라고 말해도 듣지도 않은 채 기다리기만 한다.


 


 결국, 내가 머리를 말리고 옷까지 갈아입고 와서야 식사가 시작되었다. 살짝 타버린 찌개를 제외하고는 맛있는 편이었다. 이 녀석, 어디서 요리라도 배운건가. 그래도 말이지, 아무리 맛있는거라고 해도 위용량은 정해져있다고. 이왕 만든거라서 먹을 수 있는 만큼은 입으로 우겨넣었지만, 그리 많이 먹지는 못하고 배가 불러 자리를 뜬다.


 


 "엥? 벌써 다먹은거야?"


 


 일어서는 나를 동그란 눈으로 쳐다보는 이슈미아.


 


 "그래, 난 너처럼 위장이 크지 못한가봐."


 


 "실례라고! 이래뵈도 나 소식이라고."


 


 '소식'라고 말하고는 숟가락을 움직이면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걸 모르고 저러는걸까. 다시 식사에 열중하는 이슈미아를 얼이 빠진채로 바라본다. 그래도, 배고팠던거치고는 꽤나 얌전히 먹는다. 밥풀이라도 흘릴것 같았는데 말이지. 게다가, 저번에 나이프와 포크를 쓰던 모습을 봐서 그런지, 숟가락과 젓가락을 놀리는 이슈미아가 어색하기도 하다.


 


 그나저나, 밥도 다 먹었고 학교는 오늘 쉬기로 했으니, 이 긴 시간을 어떻게 죽일까. 잠시 어디 조용한데로 산책이나 갈까라고 생각했지만, 몸상태가 아니므로 금세 취소해버렸다. 밥이나 더 먹고, 빨리 기운을 차리는 편이 나았으려나?


 


 "아, 설거지는 네가 해~"


 


 일단 다 드시기나 하세요.


 


 


+  +  +  +  +  +


 


 


전 스스로 길다고 느꼈는데


은근히 짧군요..


 


3장도 이제 슬슬 시동걸렸으니


3장은 정말 급전개이고


 


4장은 말할것도 없이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급 막장 급전개..


 


참고로 실제로 모든이야기는


4장에서 끝납니다....

?
  • profile
    윤주[尹主] 2009.09.10 03:51
    쓰고 올리는 입장에선 왠지 모르게 의외로 짧단 생각을 하게 되죠. 그래서 저는 항상 읽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하곤 합니다만..
    그럼 슬슬 이 얘기도 중반전은 넘어선단 거네요. 꾸준히 올려 주셔서, 어찌됐건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매일 들어오진 못하지만, 어떻게든 들어오면 반드시 읽고 가게 되니까요.
    다음 글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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