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06 02:15

The Daybreak

조회 수 379 추천 수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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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문을 빠져나와 버스정류장을 지난다. 여전히 몇걸음 앞서 가고있는 이슈미아와 소혜



 무슨 이야기를 하는건지. 즐거워 보인다. 도로를 지나다니는 차량은 드물다. 시외각인지라, 이런 시간엔 조금 걸어서 다리를 건너지 않으면 택시도 잡기 힘들다. 그런 이유로 다리를 향해 한적한 도로를 따라 걷고 있다.


 


 "아. 사인아. 차없으니까, 도로로 걸어가고 싶지 않냐?"


 


 한걸음 나아갈때마다, 뒤로 밀려나는 가로수를 보면서 걷는 도중, 엉뚱한 소리가 고막을 울린다. 확실히, 어린시절에 '도로 한가운데를 걸어보고 싶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도로에 돌아다니는 차가 없을때 더 강한 충동을 일으켰었다. 하지만 이젠 어린아이가 아니다, 더구나 기진이 같은 짓을 하는 녀석도 아니다.


 


 "글쎄, 굳이 걷고 싶다면 혼자 해."


 


 사양하는 말을 했다. 그 이후 기진이는 '그래?'라고 스치듯 대답하고 도로의 중앙선으로 뛰어든다.


 


 "야호~"


 


 무척이나 시원해보이는 고함과 함께 중앙선을 밟으며 전력질주하는 기진. 마치 막 언덕위의 하얀집에서 탈출해 자유를 만끽하는 환자처럼 날뛴다. 아까보다 더 앞서 걷고 있는 이슈미아들쪽에서 작은 한숨소리가 흐른다. 난 한숨 쉴 기분조차 않난다. 그저 묵묵히,(내가 할 소리는 아니지만)입을 연다.


 


 "미쳤어.. 정말."


 


 근데, 저녀석 어디까지 달릴셈이지? 벌써 다리앞이잖아. 멀리 기진이가 두손으로 무릎을 잡고 '헉헉'대는 모습이 보인다. 그걸로는 성이 안차는 듯, 아예 자리를 펴고 대자로 뻗어버린다. 지나가던 사람이 보면, 자살기도로 밖에로는 안보이는 포즈. 뭐, 이 시간에 거리를 걷는 사람이라고는 '버스를 놓쳐 걸어가는 바보들'정도 밖에 없을테니.


 


 그리고나서 가로수 3~4개정도 지났을까. 강시처럼 벌떡 일어선 기진이는 이쪽으로 향해 달려온다. 다시 돌아올 생각이였냐!?


 


 타타타탓.


 


 아스팔트와 고무가 부딪히는 소리가 거리에 울린다. 그럴 힘이 있으면, 체육시간에 매점으로 도망쳐서 매점주인아저씨를 곤란하게 만들지말고 축구든 농구든 하란 말이다.


 


 "헥, 헥~"


 


 기진이 금세 내 옆까지 달려와 숨을 몰아쉰다. 노란색으로 옅게 염색한 머리가 하늘로 솟아 있었다.


 


 "쓸떼없는 질문인데, 너 왜 뛴거냐?"


 


 걷고 싶어서 도로로 간줄 알았는데, 느닷없이 도로를 전력질주해 체력을 쏙 뺀 기진이에게 묻는다.


 


 "헥, 헥~ 넌 알수 없어. 보지 못했으니까. 무려, 무려!! 노란...!!!!"


 


 기진이는 열을 올려 말하려다, 앞에 소혜를 한번 힐끔 쳐다보고 음성을 낮춘다.


 


 "노란색 바탕에 흰 토끼였다구! 아~~ 요즘 초딩도 그런 동화틱한 건, 갓난아이에게 물려준다고! 난 여태까지 그런 유치한 속옷을 입고 다니는 녀석과 같이 다녔다고오~ 으악~~!"


 


 '분명, 잠옷엔 곰돌이가 그려져 있을꺼야. 그녀석!'이라고 덧붙이며 소리없이 발악한다. 고작 그것때문에, 무슨 병의 발작처럼 난리치고 도로 한복판을 질주했다고 말하고 싶은건가. 이해를 못하는 내가 이상한 건가. 아니, 절대로 이 녀석이 이상한거다.


 


 "그 눈빛은 뭐냐. 나한텐 정말 'News가 North, East, West, South의 약자였다'를 알았을때의 충격에 버금가는거였다고! 아, 잊고싶어도 잊을 수가 없을것같아. 설마 오늘밤 꿈속에도 나오는건 아니겠지..!?"


 


 하아. 다른건 모르겠고. 만약 꿈속에 나온다면 그건 단순히 니가 변태라는 소리겠지. 기진이가 옆에있으면 조용히 걷는것조차 허락되지 않는가보다. 덕분인지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다리를 건너왔다. 그 순간 앞에 걷던 이슈미아가 돌아본다. 웃는 눈이 아닌, 부릅떠진채 붉은 살기가 감도는 눈.


 


 그리곤 언제 돌아봤냐는 듯, 태연하게 기진이쪽으로 시선을 옮긴다.


 


 "기진아, 소혜랑 택시잡고 먼저 집에 가렴."


 


 "네? 같이 가는거 아니셨어요?"


 


 "에!? 누님은 어쩌시고..."


 


 소혜는 놀란듯 이슈미아에게 묻는다. 기진이도 갑작스런 말에 이상한 소리를 낸다.


 


 "응, 잠깐. 사인이랑 진지하게 할 이야기가 있거든."


 


 이슈미아는 할말을 잃게 만드는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뭐, 그럼 할수 없죠. 하하, 수인누님, 사인이 녀석 인간좀 만들어주세요~"


 


 "그래, 그럼 소혜 잘 데려줘야해. 여자애니까."


 


 "아하하하하, 네 일단 '여.자.애'니까요."


 


 어색하게 웃는 기진. 그점에서는 기진의 편을 들어주고싶다. 솔직히 소혜라면 오히려 덮치는 변태를 화풀이삼아 두들겨줄것같으니까. 살금살금 소혜쪽으로 다가가는 기진. 무언가 뜨거운걸 꾹 눌러 참고있는 듯한 소혜. 아마 헤어지고 나면 또 난리를 칠것같다. 질리지도 않냐.


 


 "먼저 가볼께요~"


 


 "안녕히 가세요."


 


 "그래, 다음에 또 보자."


 


 "잘가."


 


 그렇게 인사하고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기진과 소혜.


 


 그리고 남겨진 이슈미아와 나.


 


 "자, 이제 말해봐. 무슨 일이야? 굳이 학교까지 찾아와야할 일은?"


 


 "글쎄. 인사정도만 하려고했는데. 굳이 말하자면 심심했다고나 할까?"


 


 분명, '심심'이라고 말했는데, 눈빛에서 느껴지는 살기는 점점 온몸을 묶어온다.


 


 "하지만 이젠 심심해 할수가 없을것 같네. 너 못느끼겠어?"


 


 이슈미아는 이해할수 없는 말을 하며 나에게 묻는다. '글쎄'라고 말하려는데, 또다른 살기가 느껴진다. 아니, 살기라고 보기엔 너무 뭉툭한 느낌. 주체할수 없어 사방으로 질주하는 이질감. 광기라고 불러야할 불길한 인기척.


 


 "뭐..."


 


 그것을 정체를 묻기도 전에, 가로등 아래에서 빛을 등진 뚜렷한 그림자가 모습을 들어낸다. 불길한 까마귀처럼 칠흙같은데, 시신경은 전부 붉은색으로 인식한다.


 


 창문엔 짓이겨 눌러버린 붉은 붓자국 투성이. 드문드문 깨진창문에 빨랫감처럼 널린 검붉게 물든 교복. 외벽을 타고 느릿느릿 흐르는 선혈은, 아직 식지 않은 모양인지 작은 아지랑이를 피워,


 


 신기루처럼 흔들리는 피투성이 학교의 모습.


 


 선명하게 재생된 그날의 기억.


 


 "리사 이폴리타?"


 


 그림자를 보면서 살아있을리가 없을 존재를 떠올린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불길한 실루엣은 여자의 것이 아니였다.


 


 "아니야. 리케아 렘 베른. 솔라리스의 적혈(Postgenity)."
 
 이슈미아는 나를 뒤로 물리고 앞으로 나선다. 그런 이슈미아에게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


 칙칙한 검은 장발에, 칼날같은 눈초리가 음침함을 부각시킨다. 석상처럼 굳은 듯한 무표정이 어울리지 않는다.


 


 "당신. 미쳤어? 솔라리스(Solaris)가 달이 지배하는 시간에 돌아다녀도 괜찮아?"


 


 이슈미아는 리케아에게 살기어린 시선을 고정시킨다.


 


 "아, 난 금기에서 벗어난 몸이거든."


 


 "무슨소리를. 솔라리스와 루나리스가 금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고 싶은거야?"


 


 "우리에게 주어진 육체의 한계가 과연 선천적이라고 생각하는가?"


 


 리케아는 조용하면서도 뚜렷한 목소리로 되묻는다. 이슈미아는 여전히 경계만 한채 아무말도 하지않는다.


 


 "너무 인위적이라는 생각이 안드는가? 솔라리스(Solaris)와 루나리스(Lunaris). 마치 이 둘은 만나선 안된다는 거처럼 말이지..."


 


 이슈미아의 설명을 들어서 어느정도 알아듣는다. 솔라리스는 낮에 루나리스는 밤에. 그렇게 밖에 활동할 수 없는 신체. 그래서 이들사이의 대립구도는 피터지는 싸움이 되기 힘들다. 낮과 밤의 경계인 새벽이나 황혼녘이 아니면 서로 마주칠 수도 없는 적대관계.


 


 "그래서? 당신은 누군가 수많은 개체의 흡혈귀를 속박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거야? 도대체 누가? 무슨 목적으로?"


 


 잠자코 있던 이슈미아가 입을 연다.


 


 "평화를 바라는 누군가의 짓이겠지. 애초부터 평화따윈 어울리지 않는 족속들인데. 안 그런가? 타생물에게서 혈액을 갈취해야 살 수있는 존재에게 평화라는 건 모순일뿐이지. 안그런가? 아, 오늘은 그런 이야기를 하러 온게 아니지. 새벽의지배자..."


 


 그 말을 끝으로 리케아의 시선은 내 눈동자와 마주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나란 존재를 심연끝까지 파들어가 바라보는 듯한 감각. 그리고 아무런 표정이 없던 그가 일그러진다. 가늘었던 눈동자는 소름끼치게 크게 열려 떨린다.


 


 "왜? 사인이가 새벽의 지배자가 아니라서 실망한듯한 표정인데?"


 


 "그를 죽인건가!?"


 


 경악과 분노로 흔들리는 리케아의 목소리. 시간마저 얼려버릴듯한 살기. 이슈미아도 그의 갑작스런 변화에 작게 소스라친다.


 


 "당신. 무슨 말도 안되는 착각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몰라도.. 이 아인 새벽의 지배자가 아니라니까. 내가 그를 처리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런거치고는 내가 너무 멀쩡한거 같지 않아?"


 


 이슈미아는 입꼬리를 올린다. 리케아가 평정을 잃은 모습이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아니면, 도발을 하려는건가.


 


 "거짓말이다. 거짓말. 거짓말! 어떻게 그를 지워버린거냐!? 대답해!"


 


 울부짓는 리케아. 보는 것으로도 상대방을 갈기갈기 찢어버릴듯한 광기.
 
 "정말, 나는 아.무.것.도. 안했다니."


 


 리케아의 서슬퍼런 시선을 능글맞은 미소로 받아치는 이슈미아.


 


 "...죽인다."


 


 엄숙하게 선언하듯 뇌까린 리케아는 시야에서 사라진다. 아니, 도저히 이 둔한 시력으로는 따라갈수 없었던거였겠지.


 


 "피해!"


 


 이슈미아가 오른손으로 날 인도 옆의 잔디밭으로 밀친다.


 


+  +  +  +  +  +


 


문학동이 멈춘거같습니다.


 


...


 


이것도 도배일까요..?


 

?
  • profile
    윤주[尹主] 2009.09.06 02:15
    그러고보니 며칠새 올라오는 글이 이것뿐이네요. 어쨌든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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