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03 19:27

The Daybr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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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악장. 분열


 


+  +  +


 


 제어를 벗어난 손길은 우경의 목을 꽤뚫었다. 그러나 결과는 그것뿐이었다. 피를 흘린다든지, 소리를 지른다는, 필연적인 결과는 도출되지 않는다. 도리어 우경의 얼굴에 비웃음이 실린다.


 


 "말했잖아? 소용없다고. 뭐, 녀석이 올때까지는 시간이 걸릴테니, 그러고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하하"


 


 진득한 선혈을 기대하고 나아간 손을 실망한채 거두어들였다. 그런 아쉬움도 잠시, 다시 눈앞의 '비정상적인 현상'을 응시한다. 분명 이 녀석은 학교의 일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무도 말하지도 않고, 잊어버린 듯이 지나간 그 일을 녀석은 알고 있다.


 


 "너 제대로 알고 있어? 그때의 학교..?"


 


 "후후, 그렇다고 볼 수 있지. 너도 이상하게 느끼고 있었냐? 왜 어째서 아무도 그때의 일을 잊은듯이 정상적으로 학교에 등교하는지? 사실 나도 잘몰라. 안다고 한다면 그때 학교를 난장판으로 만든, 당사자만이 알겠지."


 


 "너, 기절하지 않았던거냐?"


 


 "아니, 기절했어. 정확히 말하자면 기절했지만 보았지. 나 아직은 '우경'의 천리안에 지나지 않거든."


 


 무슨 소리인지 잘 이해가 안간다. 천리안. 그렇다면 우경이는 초능력자라도 된다는 말인가? 아무리 천리안이 있더라도, 의식없는 상태에서 천리안을 통해 나와 이슈미아를 볼 수 있다는게 과연 말이 될까.


 


  "잘 이해가 안돼는 모양인데. 난 혼자가 아니라니까. 나는 그 순간 기절했지만, 나는 의식이 또렷한채로 모든걸 목격했지. 그것뿐이야. 어때 이러면 좀 간단한가?"


 


 우경이가 기절해 있을때, 이 눈앞의 녀석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은채 그곳에 있었다는 이야기인가. 이해가 되질 않는다. 내가 왜 이런걸 이해하려고 머리를 써야하지? 아무 상관없잖아?


 


 그러는 사이 등교시간은 이미 지나버린건지 주변의 발걸음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소란스럽게 떠드는 교내의 소음만이 아련하게 울린다.


 


 "그럼 난 이만."


 


 더이상의 목적은 없다. 우경이는 기다리라고 했지만, 그럴 의미, 의무따위 내겐 없다. 내 눈앞의 존재에게 눈을 돌린채 체육관을 벗어나기위해 걸음을 옮긴다.


 


 "아아. 잠깐만! 참, 특이한 성격이네. 말은 다 끝내고 가야지. 자, 지금 자동차 소리 들리지?"


 


 녀석은 뒤돌아선 나를 세운다. 으르릉대는 기계음이 자동차라는 것을 아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건지.


 


 "그 녀석이야. 급하긴 무지하게 급했던 모양이지? 후후후. 택시까지 타고 올줄이야."


 


 차문을 닫는 과격한 소리가 들리고 엔진음은 멀리 떠나간다. 아무도 없는 주변을 질주하는 발소리. 점점 확실하게 들려오고 곧 우경이의 모습이 들어난다.


 


 ".....뭐야, 없잖아!"


 


 굳어버린 표정으로 외치는 우경. 방금전까지만해도 나와 이야기를 나누던 존재는 소리도 없이 깔끔하게 사라졌다. 난 놀라지도 않는다. 오히려 가슴에서 무언가 뜨거운걸 느꼈다. 이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그 감정의 정체를 골몰하며 교실로 향한다.


 


 "야. 현사인! 기다려!"


 


 "뭐지?"


 


 고개만 돌린다. 겁에 질린 표정일까, 긴장된 듯한 모습의 우경이는 떨리는 입술로 말을 꺼낸다. 


 


 "있었어..?"


 


 우경이도 어느정도 눈치는 채고 있었던 모양이다. 거의 확신에 가까운 믿음. 자신이 이미 2개라는 것을.


 


 "지금 여기 있잖아. 너."


 


 하지만, 어디까지나 타인의 일이다. 나에게는.


 성의없이 대답하고는 교실로 향한다.


 


+  +  +


 


 지루하다. 의미없다는 건 그런것이다. 그럼에도 그것을 하지 않으면 또 지루하다. 그것을 견딜 수 없어 의미없는 짓을 한다. 그리고 지겨워한다. 도대체 이 지루한 수업은 언제쯤 끝나는 걸까.


 


 그렇다고 수업이 끝난다고 해서 나에게 딱히 할일이 있는것도 아니다. 언제나 지루하다. 하긴 애초에 난 시도조차 하지 않으니 지루할 수 밖에. 그런 무한순환으로 치닿는 생각을 하는 머리는 어질어질하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강렬한 햇빛이 빈혈을 유발한다. 의식을 놓아버릴정도로 몽롱한 기분. 어서 햇빛을 피해야해. 안 그러면, 안 그러면,



 미쳐버릴것 같아.



 손을 뻗어 커텐을 친다. '차라락'하는 소리가 나고 점점 안정을 되찾는다. 심장이 잔잔하게 울린다. 언제 또 폭발할지 모르는 장난꾸러기. 지금은 편히 잠자고 있다. 그리고 그 숨소리를 느낀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딩, 동, 댕, 동.


 


 종소리가 울린다. 지루함의 끝, 지루함의 시작을 알리는 경적. 좀처럼 뜨지 않는 자리를 벗어난다. 몸이 배출욕구를 호소하기에 교실을 나와 화장실로 간다. 복도는 아수라장이다. 시끄럽고 부산스러운 시장바닥같은 곳.
그 속에 '너따위 어울리지 않아'라고 알수 없는 소리가 내 고막을 울린다. 나는 복도에 있지만, 복도엔 내가 없다. 그저 지나치기만 할뿐.


 


 파란색 남자가 경직된 자세로 벽에 걸려있는게 보인다. 그 아래에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무언갈 꾸미고 있는 표정이다. 장난기가 흘러넘치는 웃음. 기진이 녀석, 또다시 민폐를 끼칠모양이구나.
 


 아무래도 화장실은 1~2분정도 늦추어 들어가야겠다. 저 녀석이 들어가는 순간 아수라장이 될테니, 어떻게, 왜, 일지는 모르지만, 확신에 가까운 예감이다.


 


 매우 즐거워보이는 기진이는 화장실로 한걸음 내딛는다. 그 순간, 또 하나의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팍!!


 


 난데 없지만, 또한 가차 없다. 어디서 나타났는지는 모르지만, 기진이의 장난을 눈치채고 저지하는 소혜


 


 "너 또, 그 바보같은 실험, 아니 장난질을 치려고 하는거지!?"


 "아,아니야! 난 그저 볼일보러 온거라구!"


 


 소혜에게 맞은 등이 따가운 모양인지 온몸을 비비꼬며 반항하는 기진. 하지만 소혜의 눈빛은 매처럼 날카롭기만하다.


 


 "흐음~? 그래애~? 그럼 방금 전 수업시간 도중에, 선생님의 허락을 받고 화장실 갔던 사람은 누구였더라아~?"


 


 과연, 그 시점에서 소혜는 이미 저 녀석의 속셈을 간파한 모양. 무슨 장난인지는 알 수 없지만, 기진이의 장난을 매일 겪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던 소혜가 말리는걸 보니 꽤나 골아픈 짓임이 틀림이 없다.


 


 "그, 그건~ 말이지이~ 그래! 너무 졸려서 세수좀 하려고 간거였어!! 이 훌륭한 모범생 목기진! 새벽 4시까지 공부하고도 수업시간에 졸지 않으려는 눈물겨운 학구열!!!"


 


 "근데 왜 '세수하러 갔다 올께요'가 아니라 '화장실이 급해서...'라고 말했을까~?"


 


 "그야! 교실엔 나를 의식하는 수많은 라이벌이 있기 때문....."


 


 찌릿.


 


 소혜는 어느새 서슬퍼런 도끼날같은 눈빛으로 기진을 두동강낼듯 응시한다.


 


 "...아,알았어~ 안 할께 안 한다구. 쳇쳇."


 


 기진이는 잔뜩 쫄아 양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보호하며 뒷걸음친다. 누구보다 소혜의 무서움 잘알고 있는 녀석이기에 잽싸게 몸을 사린다. 일단 소동은 미연에 방지된것 같으니, 볼일을 보러 가도 무방할듯 하다.


 


 "어? 사인아. 왔네. 지각한거니? 아까 아침엔 안보이던데.."


 


 기진이에게 압박을 주던 소혜는 화장실로 들어가려는 나를 발견하고 인사한다.



 "응. 조금 늦게 일어났어."


 


 "엥? 왠일이냐, 안나오면 안나왔지, 지각같은건 하지도 않던 녀석이. 어디 아픈거냐?"



 기진이는 가드를 풀고, 소혜의 옆에 서서 나를 바라본다. 평소와 다름없이 내 신경을 긁는 소리였지만, 오늘은 그렇게 들리지 않는다. 왠지 높지않고 가라앉은 녀석의 목소리가 어색하다. 장난쳤다가, 금새 가라앉았다가 좀처럼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녀석이다.


 


 "아니, 그런거 아니야."


 


 우경이의 일, 어차피 말해봐야 믿지도 않을 것이고 내 쪽에서도 말할 문제도 아니다. 기진, 소혜는 나와 달리 너무나도 평범한 아이들이니깐.


 


 "그러냐? 뭐, 그렇다면 다행이고. 아, 너네 0교시 무슨 수업이였냐?"


 


 "작문이었어."


 


 칠판에 주욱 나열되었던 긴 문장을 떠올리며 대답한다.


 


 "작문!? 너네 감상문발표 했냐?"


 


 기진이는 다급한 듯 급히 물어온다. 이 녀석 또 과제를 안해온 모양이다.


 


 "했어도 안보여줄테고, 보여준거 발표해봐야 금방 들통나. 애초에, 우린 너네랑 선생이 틀려. 이쪽 선생은 그런거 안시켜."


 


 "엥!? 그런거냐!? 아, 나~ 이따 3교시에 작문인데~~ 미치겠군."


 


 머리를 쥐어 뜯으며, '아악!'이라고 작게 신음하는 기진. 이봐, 소혜랑 나 좀 신경좀 써달라구. 니 그 오버액션때문에 다른 아이들에게 이상한 눈초리를 얻어맞잖아. 몇초동안 '어쩌지, 어쩌지'를 연발하면서, 은근히, 아니 노골적으로 소혜를 나름대로 애처롭게 응시한다. 그 눈빛의 의미를 소혜가 모를리가 없다.


 


 "맞.을.래?"


 


 "아닙니다! 숙제는 알아서 하겠습니다!"


 


 소혜는 용서없이 딱 잘라버렸다. 그리고 기진이는 또 다시 항복. 그렇게 둘이서 잘 놀고 있는걸 구경할 무렵, 이쪽으로 다가오는 여자아이.


 


 짧게 자른 머리가 매우 잘어울리는 아이였다.


 


 "소혜언니, 안녕하세요"


 


 소혜의 어깨를 검지로 노크식으로 두드린 아이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세운다.


 


 "어? 미은아. 안녕."


 


 소혜는 부드럽게 웃으며, 미은이라는 후배에게 인사한다. 그러고보니, 소혜 녀석, 왠지모르게 후배들에게 인기가 많다. 확실히, 이것저것 잘 참견하고, 결벽증 정도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준비성도 철저하니, 후배들 입장에서는 아주 착실하고 의지가 되는 선배라는 건가.


 


 그러나 조금 어색해보이는게 사실이다. 얼마전에 수영부를 그렇게 관둬버렸으니..
인사하고 지나친 뒤에 잠시 표정이 안좋던 소혜가 뒤돌아서 미은이라는 후배를 부른다.


 


 "미은아. 모련이 잘있어?"


 


 "아.. 그게...."


 


 그 아이는 기진이와 내가 있어 이야기하기 불편한 듯 보였다. 뭔가 일이라도 생긴걸까.


 


 "그래. 따로 이야기하자. 그럼 나 먼저 가볼께. 이따가 보자. 그리고 김기진...!"


 


 "네,넵!?"


 


 "조용히 교실로 들어가라?"


 


 굉장히 무서운 얼굴로 말꼬리를 급격하게 올려, 기진이를 협박한다. 왠지 아까도 그렇고, 말리는 분위기가 아니라 화가 난 분위기인데. 기진이 녀석, 무슨 일 저지른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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