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aybreak

by RainShower posted Sep 03,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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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악장. 분열


 


 +  +  +


 


 Return to view..


 


 +  +  +



 리사 이폴리타는 사라져버렸다. 말 그대로. 이슈미아의 발차기를 맞고 밀려나던 도중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더 이상 어떻게 내가 본걸 설명할 수 없다.


 


 그게 도망친건지, 아니면 죽어서 사라진건지 알 수 있는 없지만.


 


 일단, 일을 여기서 끝난 모양이다. 그제야 나는 베란다 난간을 힘껏 쥐고 있었다는 걸 눈치채고 몸을 늘어트린다. '긴장할 이유는 아무데도 없는데'하고 고개를 갸우뚱해보지만 답은 없었다.


 


 "야! 좀 도와주면 덧나!?"


 


 놀이터에 혼자남은 이슈미아는 나를 올려다보며 투정부린다. 모래먼지를 툭툭 털어내면서 눈을 흘기는 이슈미아. 몸상태가 엉망이 된 나보고 도와달라니, 게다가 뒤에 물러서 있으라고 한건 이슈미아. 바로 그녀였다.


 


 "뒤에 가만히 있으라며?"


 


 "흥. 말이 그렇다는 거지! 증말."


 


 삐진 듯 코웃음을 흘리며 이슈미아는 놀이터를 나와 아파트로 들어간다. 도대체 나보고 어느 장단에 춤을 추라는 거야? 정말 제멋대로구나.


 


 아파트로 돌아오는 이슈미아를 뒤로 동이 트기 시작한다. 새벽의 일은 새까맣게 사라진 듯이 맑게 번져가는 푸른 하늘. 비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도 언제나 세상은 상관없다는 듯 돌고 돈다.


 


 "오늘은 학교 가야되는데..."


 


 그렇게 나도 무의식적으로 일상을 반복하려 한다.


 



+  +  +


 



 죽어버려! 죽어버려! 죽어버려!


 


 태양은 폭발직전에 임박해있는건지, 섬뜩한 붉은색. 그 붉은색이 지금 눈동자에 흘러들어온다. 일출과 함께 이 몸은 제어불능에 치닫는다. 오로지 증오만이 자신의 존재 의의인듯, 증오하고 증오하고 증오하고, 자신조차 증오한다.


 


 붉은 과실을 한입에 베어물자 과즙이 입술을 적시고...



 증오해라! 증오해라! 증오해라!



 광기에 흔들려 손을 흔들면 아름다운 향기가 울린다. 망설임따위가 있을리가 없다.
 
 전부 사라질때까지, 이 손으로 다 갈기갈기 찢어주마.


 피바다 끝에선 그림자. 그곳에는 생명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있는 거라고는, 정신병자같은 웃음과 허탈한 마음, 그리고 증오라고 불리우는 본능뿐.


 '괴로워, 하지만-------- 즐거운걸.'


 
 또 다시, 잠잠해진다. 하지만 그건, 너무나도 잠시라는 걸.


 


 


 찢어버려! 찢어버려! 찢어버려!


 


 둥글게 찬 보름달에 선혈마저 가득차 흘러, 메마른 식도로 삼켜져 전율친다. 온 몸을 드러낸 달빛아래 희미하면서도 뚜렷한 춤사위를 춘다. 여전히 충혈된 눈이지만, 웃음따위는 흘리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증오할뿐.


 


 절정에 다다른 춤사위에 촉촉한 방울들이 느릿느릿 맴돌고...



 증오해라! 증오해라! 증오해!!!!!


 
 섬세한 손놀림을 놀릴때마다 짜릿한 감촉이 말초신경을 탄다. 참을성따위가 있을리가 없다.


 이 춤이 끝날때까지, 전부 붉은색으로 산화시켜주마.


 달빛끝에 잠드는 존재. 그곳에는 죽음이라 불리우는 것만이 남아있을 뿐이며,
 소아마비처럼 비틀린 몸과 메마른 마음, 그리고 증오라고 불리우는 이성뿐.



 '즐거워, 하지만-------- 괴로운걸.'



 시간이 흘러 달도 태양도 사라질 무렵이되어 또다시 잠잠해진다.



 이 순간만이, 더렵혀진 몸를 현실로서 받아드릴 수 있는 시간. 도망치려던 생명의 몸부림이 온 사방을 피로 물들인 현장. 그곳에서,


 
 어찌된일인지..


 
 여자인지, 남자인지, 확실히 구별할수 없은 잿빛 은발의 소유자는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  +  +



 "음..."


 


 생각한것보다 피곤함의 정도가 심했는지 돌아오자마자, 내 방으로 들어간 이슈미아는 눕기 무섭게 잠들었고, 그 모습을 보며 나도 잠들어버린 것이다. 시간관념이 없어진건지 나는 오늘이 일요일이란 사실을 망각하고 학교에 갈뻔했다. 그때 안 잤으면, 헛걸음을 했겠지.


 


 그 생각도 잠시 몸을 일으키려고 뒤척이자, 천장이 뿌옇게 흔들리며 정신이 아찔하고, 온몸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가 식어버린다. 빈혈의 강도가 나날이 강해지고 있다. 그리고 꺼림직한 꿈들까지...



 '하지만 지금까지 너의 상태로봐선 넌 또 다시 깨어날테니까. 게다가 리사 이폴리타도, 리케아 렘 베른도 너를 감시하고 있고, '새벽의 지배자'일 가능성도 있지. 그게 아니라면, 그냥 솔라리스(Solaris)일지도.' 



 이슈미아가 했던 말이 문뜩 떠오른다. 분명 그 말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살육이라는 행위에 쾌감을 느끼고 있다는 시점에서, 내 자신은 '흡혈귀'와 별로 다르지 않는 존재가 된것이다. 하지만 나는 '흡혈귀'라는 존재의 무거움따위 이젠 전혀 느끼질 못한다. 그저, '아, 난 흡혈귀구나'라고 납득할 뿐...


 


 잠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어슴프레한 달빛이 지금의 시간을 말해주고 있었다. 저녁이 될때까지 잠들었었구나.


 


 순간 빈혈이 행동을 방해했지만, 무의식적으로 움직여서 몸을 지탱한 다리 덕분에 넘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화장실을 가려고 방문으로 다가섰다. 어질어질한 시야를 다잡으면서 문고리를 향해 손을 뻗는 순간.


 


 쾅!


 


 "아!!"


 


 정체불명의 완력에 의해 열린 문은 눈이 없는 관계로 내 이마의 정중앙을 모서리로 찍어버리는 파렴치한 짓을 감행했다. 아니, 집주인의 몽롱한 머리상태를 알고 기특한 마음에 도와주려고 한것인가?


 


 "엥? 뭐해? 거기 서서는.. 잘됐네. 깨울필요도 없고. 배고프지?"


 


 화낼 타이밍도 주지 않고, 이슈미아는 자기는 절대 먼지 털끝만큼의 잘못도 없다는 표정으로 말을 쏟아낸다. 그 표정에 나도 모르게 보복하고 싶을 정도의 억울함이 치솟았지만, 복부에서 느껴지는 공허함에 이내 체념한다. 그러고보니, 갑작스런 충격때문이었을까, 시야가 맑아지고 두통도 사라진 느낌.


 


 "고맙다.. 참."


 


 고마움따위 1%도 함유하지 않은 거짓말. 나름대로 작은 화풀이를 이슈미아에게 한다.


 


 "뭐, 괜찮아. 어차피 먹어야할 저녁 1인분 더 한다고 해서 크게 힘든건 아니니까."


 


 그 작은 화풀이조차 전혀 안통하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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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ew of Yeon so 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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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후우."


 


 비좁은 책상에 책을 올려놓고 씨름한지 벌써 5시간. 오래시간 앉아있던 탓인지 허리가 아려온다. 눈도 점점 침침해지고, 입은 툭하면 크게 벌어져 공기를 들여마신다. 집중도 잘안되고, 잠깐 쉴까.


 


 책을 덮고 거실로 나선다. 아빠는 휴일도 없이 일하러 나가셨다. 벽걸이 시계는 오후 2시를 향해 막 달려가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아직, 점심도 안먹었는데.


 


 막상, 혼자 밥을 차려먹으려니 번거로웠다. 마침 라면조차 다 떨어진 터라, 사러 나가야할 판이었다. 여러모로 귀찮은 상황. 식탁 위에 있는 리모컨을 들어 TV를 켠다. 일요일 오후라 그런지 온통 다 재방송뿐이다. 채널을 돌리며 볼만한 걸 찾는데.


 


 쾅! 쾅! 쾅!
 
 대문소리가 한다. 누군가 온 모양이다. 안그래도 다 부셔져가는 대문인데, 누가 저렇게 세게 치는거야.


 


 "네. 나가요."


 


 빨리 안열면 정말 대문이라도 부술것 같아서 부리나케 뛰어나가 대문을 연다. 듣기 싫은 금속음과 함께..


 


 "여어~"


 


 보기 싫은 녀석의 얼굴이 등장한다. 순간, 대문을 다시 닫아버리고 싶다는 엄청난 충동을 간신히 참는다.


 


 "대문 좀 살살 두드려!! 부서지겠다!"


 


 "에이. 벌써 10년 넘게 버텼을텐데? 대문, 이 녀석 베테랑일꺼야."


 


 빙글빙글 웃기만 하는 기진이. 평화로운 일요일에 이 녀석이랑 실랑이하고 싶지 않아, 더 이상의 잔소리는 그만둔다.


 


 "그런데 무슨일이야? 그 봉지는 뭐고? 아, 심심해서 왔다고 하면 쫓아낼테니까."


 


 기진이 녀석. 우리집이 무슨 놀이동산인줄 알고 있는 모양이다. 아니 그렇게 알고 있다. 어릴적부터 자기 할일없으면 우리집에 찾아와 온갖 민폐를 주고 갔다. 그리고 그 풍습(?)은 아직까지도 건재하다.


 


 나도 이제 어엿한 숙녀라고. 그런데 이런식으로 자꾸 숙녀의 집을 찾아와 민폐를 끼치는건 좀 아니잖아. 뭐, 그렇다고 아예 오지말란 이야기는 아니고, 좀 필요하면 오라고 쓸떼없이 와서 자꾸!! 이제부터 철저히 배척한다. 절대악 김기진.


 


 "그래? 아쉽네. 잘난 공부하신다고 점.심.을 안드셨을 바보씨를 생각해서, 먹을 것좀 사웠더니. 이야~ 문전박대하시려고 하네?"


 


 잠깐만..!


 


 "그럼. 난 갈께~"


 


 "야야! 잠깐!!"


 


 급한 마음에 기진이의 소매를 부여잡는다.
 
 "왜에~?"


 


 고개돌린 기진이의 미소는 지옥에서 10년간 굶은 식귀가 먹이를 발견했을때 처럼 희번떡 빛나고 있었다. 그래도 저 봉지속에 들어있을 라면을 위해서라면....


 


 "알았어. 내가 졌어!"


 


 그렇게 타도 절대악 김기진은 시작한지 얼마되지도 않아 무참히 깨지고 말았다.



+  +  +



 배가 고팠던걸까. 라면 3봉지를 끓였는데 그중에 2봉지정도 되는 양을 먹은 것같다. 아. 살찌면 안돼는데. 신들린 듯이 먹고 물을 마시는 나를 기진이가 절질을 멈춘채 뚫어지게 본다.


 


 "라면 흡입기냐?"


 


 풋!


 


 멀뚱히 쳐다보다가 대뜸 그게 무슨 막말이야! 기분좋게 먹고 있던 물을 하마터면 뿜을 뻔했다.


 


 "정말..."


 


 "아니, 정말 농담안하고, 너 엄청났어. 그렇게 배고플때까지 몰랐냐?"


 


 그랬던가. 하긴 내 나름대로 집중해서 공부했으니까, 눈치채지 못했을 수도 있지.


 


 "열심히 공부했으니까."


 


 "거참. 식음을 전폐하고 집에 짱박혀서 열공? 이게 무슨 무협지인줄 아나.. 그런데 도대체 무슨 바람이 분거야? 시험도 끝났는데 밥까지 굶어가며 공부?"


 


 기진이는 멈췄던 절질을 하면서 묻는다. 꽤나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던져놓고 자기는 '김치가 너무 쉬었어'라는 불평을 버무리며 맘편하게 라면을 먹는 기진이.


 


 "음. 그건 일단 비. 밀."


 


 어색하게 웃으면서 대답한다. 그래 이건 아빠와 내 문제니까. 문뜩, 일터에서 고생하고 있을 아빠를 생각하니, 마음이 굳어진다. 정말, 바보라니까....


 


 "너.. 있지."


 


 이번엔 또 뭐가 문제인지 입에 라면을 문채 나를 멀뚱이 쳐다보는 기진이.


 


 "뭐?"


 


 "그렇게 웃지마. 이상해!"
 
 순간, 라면국물이 기진이의 입에서 튀어나온다.


 


 "으악!"


 


 나는 내가 놀랄정도로 빠르게 밥상에서 멀어졌다. 다행히 사정권에서 벗어나서 별다른 피해는 없었다.
 
 "다 먹고 말해. 이 멍청아!"


 


 피해는 입지 않았지만, 역시 엄청난 위협이었기에 사과도 안하고 라면을 먹는 기진이에게 꿀밤을 먹였다.


 


 "아야! 아포오~~"


 


 말꼬리를 길게 늘어트리는 기진이. 아, 더 열받아. 몇대 더 때리고 싶어! 기진이에 대한 참을 수 없는 구타욕구가 임계점에 다가갈 무렵, 주머니속에 핸드폰이 진동한다.


 


 분노를 멈추고 핸드폰을 꺼내 플립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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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


 


 



 발신자 : 모모모~    
 도착시간 : PM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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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련이의 문자다. 그런데, 내용이 이상하다. 도? 잘못 보낸걸까? 아니면 잘못 누른건가?
도대체 뭐지? 한동안 의미불명의 문자를 해독하기 위해 머리를 굴려본다. 요새 유행하는 줄임말 중 하난가?


 


 "뭔데 그래?"
 
 오랫동안 핸드폰을 들고 있는 내가 수상했는지 기진이가 젓가락을 내려놓고 다가온다.


 


 "아니, 딴게 아니고. 너 이게 무슨 소린지 알아?"


 


 다가오는 기진이에게 핸드폰 액정을 들이댄다. 기진이는 내 핸드폰을 건네받고는 모련이의 문자를 본다.


 


 "도?"
 
 기진이는 얼굴을 한차례 찡그린다. 그리고 좀전의 나처럼 고민하더니만 이내 '알았다!'라는 표정과 함께 버튼을 눌러 무언갈 쓴다.


 


 "나참, 너도 정말 센스가 없네. 자! 이렇게 보내면 될꺼야."


 


 자신만만한, 거만한 태도로 나에게 핸드폰을 넘기는 기진이. '쯧쯧'거리는 기진이를 보며 늘어나는 건 참고있던 구타욕구. 그리고 한편으로는 불안감. 녀석이 저렇게 자신있으면 오히려 불안한데. 일단 뭐라고 써놨는지 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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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전화번호 :


취소      확인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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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 이건 또 무슨...?


 


 "어때? 내 센스가? '도' 하면 바로 다음은 '레' 잖아!"


 


 이 녀석한테 물어본 내가 미쳤지..


 


 "정말... 너!!!"


 


 주먹을 불끈 쥐었으나. 더 이상 휘말리면 오늘 공부 정말 못할 것 같아 그만둔다. 기진이는 어느새 지레 겁을 먹고 부엌으로 도망쳤다. 잽싼 녀석.


 


 도움안되는 녀석은 내버려두고, 역시 직접 모련이한테 전화하는게 나을 것 같다. 전화를 걸자 익숙한 컬러링이 들린다. 하지만 그것뿐, 모련이는 받지 않는다. 역시. 잘못 보낸건가. 아무래도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 마주쳐도 인사도 안하고..


 


 한숨을 푹 쉬며 핸드폰 플립을 닫는다.


 


 마음이 복잡하다. 역시, 아무리 그래도 미리 이야기를 하는거였어. 이런식으로 될줄 알았다면. 왠지 하나둘씩 변해가는 느낌이 들어서 약간 서글프다. 사인이도 그렇고... 모련이도 그렇고...


 


 "얼레? 안 때릴꺼야?"


 


 저 녀석은 좀 변해보라고!
 


 +  +  +


 


 Return to view..


 


 +  +  +


 


+  +  +  +  +  +


 


개강입니다.


네, 개강이입니다.


 


....


 


믿을수 없습니다.


여름방학이 끝난게.


 


아, 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