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02 18:35

The Daybr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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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악장. 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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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미하게 들려오는 파공성이 점차 뚜렷해진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서 들리는 고문같은 굉음. 이 손으로 폭풍같이 질주하는 낫을 막기에는 역부족. 남은 방법은 하나. 사인이에게 입은 상처를 회복하는데 많은 피를 소모해버렸지만, 무리를 해서 '인터럽트'를 실행하는 수 밖에.


 


 손목을 손톱으로 긁어버린다. 순환도로를 달리던 선혈이 피부라는 가드레일 넘어 허공에 흩날린다.


 


 무릇 생명을 가지고 이 세계에 존재하는 것들은 항상 세계와 연결되어있다. '생명'과 '의식' 등을 향유하는 대신, '수명', '신체', '물리법칙' 등으로 한계가 설정된 세계와의 연결. 그건 다른 말로 계약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 누구도 넘을 수 없는 벽을 원해.


 


 그건 강하게 소원할 수록 이루워진다. 있을 수 없는게 있다고 누구보다도 크게 외쳐야한다. 세계와의 계약에 다른 조항을 추가하기 위해서는 완벽한 위조가 필요해.


 


 "왜곡된 거짓의 단절."


 


 계약명을 작게 읍조린다. 낫의 궤도선상의 공간이 일그러진다. 계약을 마치고 나는 빠른속도로 낙하한다.


 


 그 공간의 어긋남을 밑에 있는 이폴리타도 느꼈는지, 다시금 손을 움직인다. 검지를 들어 위로 힘껏 올리는 그녀. 그 동작과 함께 낫은 행로를 바꾸어 포물선을 그리며 다시 지상으로 돌아간다.


 


 밑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것처럼, 원피스가 위로 말려올라가 펄럭댄다. 부메랑처럼 다시 이폴리타의 손으로 돌아간 낫.  


 


 엄청난 힘이 실린 탓인지. 이폴리타는 낫을 받고서는 모래바닥을 질질 끌면서 뒤로 밀려난다. 그 사이에 나는 놀이터의 미끄럼틀 꼭대기에 내려앉았다.


 


 원피스가 풍선처럼 부풀더니 이내 살며시 가라앉는다. 위로 한없이 솓을 것처럼 하던 머리카락도 얌전히 제자리로 돌아간다.


 


 "저번에도 그렇고.. 기분나쁜 인터럽트를 사용하네?  당신, '검'을 쓴다고 들었는데.. 그것도 거짓말?"


 


 이폴리타는 나를 추궁하듯이 묻는다. '루나리스의 검'. 리스민트를 만나 그녀의 대행자를 하면서 얻게된 또 다른 이름. 그리고 그 뒤 새벽의 지배자를 공간계로 봉인시킬때 '엘레닉스'를 사용한 뒤로 완전히 내 이름이 된...


 


 "아니, 진짜야. 하지만 당신에게 그걸 사용할 필요를 못느끼겠거든. 이 손톱으로도 당신을 이길 수 있으니까."


 


 피에 굶주린 짐승을 지금 꺼내면, 내가 무사하리란 보장이없다. 굳이 '엘레닉스'가 없더라도, 이폴리타를 제압하는건 얼마든지 가능하니까.


 


 "정말, 이 '거울'을 맨손으로 막을 수 있을것 같아?"


 


 이폴리타는 자신의 낫을 쓰다듬으면서 속삭인다. 그녀는 낫을 '거울'이라고 불렀다. 거울이라는 아무런 인연이 없어보이는 거대한 흉기로밖에 안보이는데.


 


 "당신의 그 낫. 내 인터럽트에 휘말려서 사라졌었잖아?"



 학교에서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던 이폴리타를 막던 그 날. 싸움은 나에게 너무나도 불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온 힘을 다해 실행한 인터럽트가 이폴리타의 낫을 삼켜버린것이다.


 


 왜곡된 거짓의 단절.


 


 절대로 넘을 수 없는 벽. 그것은 세계와 공간계의 평행을 말하는 것이다. 존재로 넘쳐나는 세상의 무거움을 아무것도 없는 이면의 세계, 공간계가 있으므로해서 지탱해나가고 있는것이다.


 


 절대 평행을 유지해야하는 그 관계. 세계는 공간계를, 공간계는 세계를 간섭할 수 없다. 그것이 절대 넘을 수 없는 벽.


 


 단절로 인한 공간의 균열은 세계와 공간계 사이를 가로막는 강력한 계약으로 통한다. 균열로 들어간 모든 물체는 절대불가침의 계약으로 인해 다시 원래의 세계로 튕겨나간다. 하지만 그 물체가 튕겨나가는 위치는 어디가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그 균열로 빨려들어간 낫이 멀쩡히 이폴리타의 손에 들려있는 것이다.


 


 "아, 그거? 그건 거울에 비친 '잔상'일뿐이었으니까."


 


 알수 없는 말들을 자기 편할대로 말하는 이폴리타.


 


 "잔상..?"


 


 "그래. '잔상'은 사라져도, '원본'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아무런 상관도 없으니까."


 


 그 말은 마지막으로 이폴리타는 낫을 굳게 잡는다. 그녀의 말이라면 지금, 그녀의 손에 있는 것은 '잔상', 아니면 '원본'. 물론, 원본이 아닐 확률이 월등히 높지만. 이유야 모르겠지만, 이폴리타는 자신을 무기를 숨겨놓은채, 가짜를 복제해서 사용한다는 것이다.



 내 '단절'은 소용없는 짓이라는 듯이 말한다. 물론, '낫'을 배제하려고만 '단절'을 사용한다고 하면, 그건 밑빠진 독에 물붓기나 다름없겠지만...


 


 애초에 나는 이폴리타, 그녀를 배재할 목적이니까.


 


 나무기둥을 박차고 뛰어내린다. 더 이상 망설이고 있을 필요도 여유도 없다. 이 새벽이 다가기 전에 끝내지 못하면, 저번처럼 무리하게 신체가속을 쓰게되는 힘겨운 싸움이 될테니까. 아니, 저번보다 더 힘들어진다. 이번엔 정말 그 '악마'를 꺼내지 않고서는 견뎌내기 힘들지도 모른다. 조금만 더 시간이.. 몸을 회복할 시간이 있었다면...


 


 사뿐히 내려앉고 곧장 바닥을 차고 이폴리타를 향해 질주한다. 이폴리타는 달려오는 나를 반으로 쪼갤 듯이 낫을 하늘위로 치켜든다.


 


 바란다. 간절히 바란다. 세계의 인과율을 넘어 이루어질 기적을 원한다. 손을 들어 이폴리타의 심장으로 내지른다. 이폴리타의 낫이 벼락같이 떨어져 내린다. 됐다. 나는 내지른 속도보다 더 빠르게 뒤로 한 발짝 물러선다. 중력을 거스르는 신체운동에 온몸이 전율한다. 머리에 무거운 것이 들어간 듯한 불쾌감. 이폴리타의 낫은 허공을 베며 모래바닥에 꽂힌다. 어지러움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내 몸은 다시 앞으로 뻗어나간다. 시야가 뒤흔들리며, 두통이 밀려온다.


 


 "또, 피를 낭비 하는거야?"


 


 이폴리타는 낫을 쥔채 급히 몸을 뒤로 뺀다.


 


 "낭비인지 아닌지는 두고봐야 알지!"


 


 빗나간 오른손을 빼지 않고 그대로 그녀의 전신을 찢어버릴 듯이 왼손을 휘두른다. 어느새 자세를 고쳐 잡은 건지 양손으로 낫자루를 움켜쥔 이폴리타. 마치, 야구의 타자라도 된 듯한 동작으로 힘껏 휘두른다.


 


 목을 낚아채려는 그 섬뜩한 날이 다가오는 순간, 휘두른 왼손으로 날의 면을 살며시 짚고, 몸을 한바퀴 돌며 허공을 도약한다. 시야가 한차례 뒤집히고 돌아오자, 이폴리타의 정수리가 내 발밑에 보인다.


 


 한 치에 망설임 없이 날카로운 손톱을 내리 꽂는다. 하지만 이폴리타는 내 손톱에 당해주질 않는다. 크게 휘두른 낫에 그대로 몸을 맡긴 채 빠르게 옆으로 피해버린 것이다.


 


 무게의 반동을 이용해 다시금 공격해오는 이폴리타. 머리를 노리고 달려드는 낫. 몸을 나사처럼 회전시키며 자세를 낮춰 낫을 피하는 동시에 왼발은 뻗어 이폴리타의 발목을 걸어버린다. 왼발이 지나간 자리에 있던 모래들이 튀어 올라 시야를 더럽힌다.


 내 다리에 걸린 이폴리타는 무게중심을 잃고 비틀거린다.


 


 "조잡한 수를..."


 


 자신이 균형을 잃고 꼴사나운 동작을 하고 있는 것에 수치심을 느낀건지 얼굴이 붉어진 그녀.


 


 "그래? 난 진지한데..?"


 


 무방비상태가 된 이폴리타를 놓치지 않고 달려든다. 왼손, 오른손 가릴 것 없이 무자비하게 보이는 빈틈을 향해 손을 휘두른다. 바란다. 흐트러진 자세를 다잡지 못하도록 쉴새없이 몰아붙인다.


 


 절대로 넘을 수 없는 벽을 원한다!


 


 낫을 든 채로 방어에 급급한 이폴리타. 나는 손을 높이 쳐들어 그녀의 목을 노린다. 예상대로 그녀는 나의 큰 동작을 보고 낫을 고쳐잡고 휘두르려 했다. 온힘을 다해 들어올린 손을 거두고, 허리를 비튼다.


 


 퍽!


 


 "왜곡된 거짓의 단절(Severance)"


 


 계약명과 동시에 이폴리타의 복부에 꽂힌 나의 돌려차기. 뒤로 밀려나는 그녀. 그리고 그 뒤에는 '단절'이 공간을 찢고 입을 벌리고 있다. 어이없음, 혹은 황당함을 머금은 이폴리타의 눈동자가 이내 무저갱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2악장. 사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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